▶7월 28일 광주 광산구 남부대 시립국제수영장에서 열린 2019 광주세계수영선수권대회 여자 혼계영 400m 예선에서 박예린이 역영하고 있다.
‘평화의 물결 속으로’라는 슬로건 아래 열전 17일은 감동과 환희로 출렁거렸다. 대회 기간 나온 세계신기록
8개도 풍성했다. 광주의 맛과 멋, 따듯한 인정까지 보름여 기간은 물의 축제였다.
▶7월 27일 열린 혼성 계영 400m 결승에서 미국 대표팀이 세계기록을 갈아치우며 금메달을 따낸 뒤 환호하고 있다. 케일럽 드레슬(맨 왼쪽)은 이 경기 우승으로 6관왕을 차지했다.
이용섭 2019 광주세계수영선수권대회(7월 12~28일) 조직위원장은 폐막 기자회견에서 “역대 가장 많은 194개국에서 최대 규모의 선수단을 파견했다. 국제수영연맹도 인정했듯이 가장 성공적으로 대회를 치렀다”고 평가했다. 애초 대회 준비 미비로 걱정이 많았던 훌리오 마글리오네 국제수영연맹 회장도 “매우 훌륭한 대회였다”고 높은 점수를 주었다.
북한이 불참한 것은 아쉽지만, 세계 최고의 선수들이 펼치는 경연은 날마다 경이로웠다. 남녀 가릴 것 없이 떡 벌어진 선수들의 역삼각형 상체는 그들의 피나는 노력의 상징이었다.
▶7월 28일 열린 여자 개인혼영 400m 예선전을 마친 대한민국의 김서영(오른쪽)과 일본의 오하시 유이가 포옹하고 있다.
김수지 동·우하람 올림픽 출전권 수확
2020 도쿄올림픽을 앞둔 세계적인 스타들의 경쟁은 현란했다. 2017 부다페스트 대회 7관왕 케일럽 드레슬(23·미국)은 자유형 50·100m와 접영 50·100m, 남자 계영 400m, 혼성 계영 400m에서 6관왕에 올랐다. 7월 27일 하루에 자유형 50m, 접영 100m, 혼성 계영 400m에서 3개의 금메달을 따냈는데, 모두 100분 사이에 열린 세 경기에서 우승하는 괴력을 선보였다. 드레슬은 대회 남자 최우수선수로 선정됐다. 헝가리의 ‘철의 여자’ 카틴카 호스주(30)는 개인혼영 200m에서 여자 선수로는 처음으로 한 종목 4연패를 일궈냈다. 하지만 여자 최우수선수는 5개의 메달을 목에 건 스웨덴의 사라 셰스트룀에게 돌아갔다.
▶7월 27일 열린 남자 수구 결승전에서 이탈리아가가 스페인을 꺾고 우승을 차지한 뒤 이탈리아 선수들과 코치진이 환호하고 있다.
일본 후쿠오카(2001년), 중국 상하이(2011년)에 이어 아시아에서 세 번째로 열린 이번 대회에서 한국은 역대 최다인 82명의 선수를 내보냈다. 다이빙에서는 김수지가 한국 유일의 메달(동)을 수확했고 우하람이 두 장의 도쿄 올림픽 출전권을 따냈다. 오픈워터와 여자 수구에서는 최초의 팀이 구성돼 세계적인 선수들과 맞붙는 소중한 경험을 했다. 남자 수구 팀이 마지막 순위결정전에서 뉴질랜드를 꺾고 세계대회 사상 첫 승을 거둘 때 팬들은 열광했다. 아티스틱 수영에서도 한국 대표팀이 팀 프리 콤비네이션 결선에 오른 것은 투혼의 결실이었다. 김서영은 경영 개인혼영 200m에서 유일하게 본선에 올랐다. 주로 계영 부문이지만, 5개의 한국 신기록을 생산한 것은 고무적이다. 하지만 박태환 이후 경영에서 세계의 높은 벽을 실감하면서 도쿄올림픽을 준비하는 대표팀의 고민은 커졌다.
▶7월 28일 오후 광주 동구 국립아시아문화전당에서 열린 폐막식 문화 행사에서 ‘아름다운 순환’을 주제로 공연이 펼쳐지고 있다.
‘쑨양 패싱’·‘KOREA’ 없는 유니폼 ‘흠집’
경기 외적으로도 화제가 많았다. 중국 수영의 자존심 쑨양은 자유형 400m에서 4연패를 일궜고 200m까지 석권해 2관왕에 올랐지만 호주의 맥 호턴과 영국의 덩컨 스콧이 ‘도핑 검사 회피 의혹’ 등을 이유로 쑨양과 함께 시상대에서 사진 찍기를 거부해 상처를 입었다. 쑨양은 “개인을 무시해도 좋지만, 나는 중국을 대표해서 나왔다. 중국을 존중해달라”는 말을 남겼다. 국제수영연맹은 이 사건을 계기로 “시상대에서 부적절한 행동을 하면 징계를 받는다”는 새 규정을 신설했다.
대회 막판, 호주 여자 선수가 광주세계수영선수권대회 직전 도핑 양성반응으로 귀국했다는 사실이 뒤늦게 밝혀지면서 호주 대표팀의 이중 잣대가 도마에 오르기도 했다. 자기 선수의 도핑 사실을 감추는 듯한 호주 대표팀의 행위가 위선적이라는 비판이다.
▶7월 26일 열린 여자 수구 시상식에서 금메달을 차지한 미국 대표팀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이 밖에 시리아 출신의 남녀 경영 선수 라미 아니스, 유스라 마르디니가 ‘국제수영연맹 독립 선수’로 참가했고, 저비용 경제대회로 사후 관리비용의 부담을 없앤 대회 조직위의 전략도 특징적이었다.
다만 대한수영연맹의 행정 난맥으로 다이빙 대표팀 선수들에게 ‘KOREA’가 새겨지지 않은 유니폼을 배부하고, 오픈워터 선수가 수영모에 매직으로 ‘KOR’을 직접 써 출전하는 일이 벌어진 것은 ‘옥에 티’였다.
광주시는 이번 대회에 국비와 지방비를 합쳐 2240억 원가량의 예산을 사용했다. 비교적 적은 비용으로 모든 시설을 완벽하게 준비했고, 선수촌 아파트 환경과 식당, 수송, 훈련 서비스를 접한 선수들은 엄지를 치켜세웠다.
이용섭 조직위원장은 “이번 대회를 계기로 수영진흥센터 건립 등을 추진하고 주요 수영대회를 개최하는 등 ‘수영 도시’로서 광주의 도시 브랜드를 더 강화해나갈 것”이라고 약속했다.
광주·여수/ 글 김창금 <한겨레> 기자
사진 광주세계수영선수권대회조직위
아직 잔치는 끝나지 않았다
동호인 참가 마스터즈 대회
엘리트 선수들이 경쟁하는 2019 광주세계수영선수권 대회는 끝났지만, 동호인들이 참여하는 2019 광주세계마스터즈수영선수권대회(8월 5~18일)는 새로운 물결로 다가온다.
선수가 아닌 일반 수영 애호가들이 참여하는 마스터즈 대회는 그야말로 ‘물과 노는’ 독특한 수영 잔치다. 자기 성취와 만족을 위한 대회로 100세가 넘은 할아버지가 나온 예도 있다. 관람은 무료다.
각국 수영연맹에 등록된 클럽·동호회 소속 회원으로 25세(수구 30세) 이상이면 참가할 수 있다. 5세 단위로 끊어 그룹별로 경쟁한다. 다만 어느 정도 실력을 갖춰야 하기 때문에 국제수영연맹(FINA)이 정한 나이별 기준 기록을 넘어야 한다. 이번 대회엔 84개국 6000명 안팎의 선수가 참가한다.
마스터즈 대회는 엘리트 선수들이 사용한 시설에서 고스란히 열린다. 동호인들에게는 다소 위험한 하이다이빙을 제외한 경영, 다이빙, 아티스틱, 오픈워터, 수구 등 5개 종목 59개 세부 영역이 무대다.
시상도 1~6위까지 폭을 넓혀서 한다. 경영의 경우 개인 최대 5개 종목, 1일 최대 2종목으로 참가에 제한을 두고 있다. 등록비, 참가비 등을 내야 한다.
마스터즈 대회 기간에 개최국의 자연이나 문화를 탐방하는 것도 참가자들의 빼놓을 수 없는 재미다. 조직위원회는 광주의 멋과 맛과 흥을 즐길 수 있도록 시티투어, 국악 상설 공연, 5·18사적지 관광 등 다양하고 풍성한 문화 행사를 마련할 계획이다. 또 남부대에 설치돼 큰 인기를 모았던 홍보관, 체험존, 푸드존, 특설 무대 등 마켓 스트리트를 그대로 운영하기로 했다. 원활한 대회를 위해 자원봉사자 1303명과 시민 서포터즈 5000여 명이 투입된다.
8월 5일 대회가 시작되지만 개회식은 경영 경기를 앞둔 8월 11일 오후 7시 30분 남부대 우정의 동산에서 ‘플레잉 워터(Playing Water)’를 주제로 열린다. 폐회식은 8월 18일 오후 7시 30분 국립아시아문화전당에서 ‘빛의 축제’로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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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K-공감누리집(gonggam.korea.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