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단기술 활용, 초지능·초연결·친환경 도시로

2019.07.01 공감 최신호 보기


l▶서울시 ‘상암 자율주행 페스티벌’에서 시민들이 자율주행차를 타보고 있다.| 한겨레

또 하나의 성장 동력 ‘스마트시티’

새로운 성장 동력은 꼭 특정 산업에서만 나오는 게 아니다. 기업이 뛰어들어 대규모 자본이나 인력을 투입하지 않더라도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고 국민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이 있다. 지리적 공간의 변형인 스마트시티가 바로 그런 경우이다. 스마트시티는 정부가 선정한 8대 핵심 선도사업 가운데 하나이기도 하다.
스마트시티란 ‘똑똑한 도시’이다.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가상현실(VR), 자율주행차 등 첨단 기술을 활용해 초지능·초연결·초고속·친환경의 인프라를 구축하면 스마트시티가 될 수 있다. 세계 각국에서 조성되는 스마트시티의 형태는 다양하지만 목적은 대체로 같다. 행정, 방범·방재, 교통, 에너지, 주거, 교육, 의료 등의 도시 기능을 좀더 효율화 하면서 새로운 산업과 일자리 창출 효과까지 얻기 위해서이다. 궁극적인 목표는 경제적, 사회적, 환경적 측면을 두루 고려한 시민 삶의 질 향상, 도시 생태계의 경쟁력 강화와 지속가능성 증진에 둔다. 대통령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 주관으로 국토교통부 등 관계부처 합동으로 마련한 ‘스마트시티 추진 전략’ 보고서에는 목표가 이렇게 되어 있다. “정보통신기술(ICT)을 활용하여 도시 문제를 해결하고 삶의 질을 높이며, 4차 산업혁명에 대응하는 미래 성장동력으로 스마트시티 정책을 추진한다.”

스마트시티 조성은 도시를 대상으로 한 거대한 실험이다. 막대한 재원이 투입되는 만큼 전국 동시 추진은 애초에 불가능하다. 특정 지역의 일부 기능만 바꾸더라도 스마트시티를 조성하는 프로젝트는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 새로운 모델이 얼마나 성과를 낼 수 있을지, 어떤 방식으로 적용하는 것이 맞는 방향인지 사전적으로 판단하기 어렵다. 그래서 목표와 성과 기준을 우선 세우고 그에 따라 실증 실험을 먼저 거친 뒤 성공 모델로 검증된 사업 형태를 확산하는 방식으로 추진하는 게 바람직하다. 정부는 스마트시티 조성 사업을 도시 성장 단계와 지역별 특성에 따라 세 가지 유형으로 나눠 추진한다. 국가적 차원의 시범도시 또는 지역 거점으로 육성하기 위한 신규 개발형, 기존 도시의 스마트화를 위한 도시 운영형, 노후 도심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도시재생형 등이다.

부산 에코델타시티, 로봇·수자원 초점
스마트시티 신규개발 유형인 ‘국가 시범도시’로는 부산 에코델타시티(세물머리 지구)와 세종시의 5-1 생활권이 2018년 1월 선정됐다. 시범단지는 지금까지 민관 공동작업으로 마련해온 국가 시범단지 시행계획을 바탕으로 2019년 안에 실시설계와 민간사업자 선정, 사업 시행기구인 특수목적법인(SPC) 발족 등을 끝내고 곧바로 조성 공사에 들어간다. 두 곳 모두 2021년 말 주민 입주를 시작한다는 일정으로 추진된다. 지금까지 사업 추진 과정에서 민간 전문가인 마스터플래너(MP) 주도로 민간기업과 시민 참여 기반의 협의 과정을 통해 시행계획을 마련하는 등 기존 방식과는 다른 혁신적인 시도를 이어오고 있다.
부산 에코델타시티 조성 계획은 급격한 고령화와 일자리 감소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로봇과 수자원(물) 관련 신산업을 육성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일상 생활에서 로봇과 함께 호흡하며 시민 삶을 더 효율적이고 안전하게 만드는 도시를 지향한다. 예컨대 웨어러블 로봇, 주차 로봇, 물류이송 로봇이나 의료용 로봇을 이용한 재활센터(헬스케어 클러스터) 등을 도입해 시민들이 일상생활에서 다양한 로봇 서비스를 경험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로봇통합관제센터(플랫폼)와 로봇지원센터를 운영하고, 관련 기업의 연구개발과 사업화를 지원하기 위해 로봇에 최적화 된 인프라와 데스트베드용 시설도 구축한다.

l▶부산시 세물머리 지구에 조성될 예정인 스마트시티 조감도 | 부산시

세종, AI-빅데이터-블록체인 기반
에코델타시티는 또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한국형 물 특화 도시’의 최초 모델을 지향한다. 강우-하천-정수-하수-재이용까지 도시 내 물순환 전 과정에 첨단 스마트 기술과 서비스를 적용하겠다는 것이다. 초정밀 소형 강우레이더 등을 상시 관리하는 통합관리시스템 운영, 국내 최대 규모(11만㎡)의 에코필터링 및 물 순환 공원 조성, 스마트 정수장 시범사업, 100% 물 재이용 시스템 구축 등이 세부 계획이다. 60㎿급 수소연료전지 발전소 구축과 하천수를 이용한 수열에너지시스템을 세계 최초로 도입해 에너지 100% 자립 도시로 조성한다는 계획도 흥미롭다.
세종 스마트시티는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 블록체인 기술 등을 기반으로 시민 일상을 획기적으로 바꾸는 세계 최초의 도시를 표방한다. 공간구조 설계도에서부터 도시 내 교통·물류체계(모빌리티) 전반의 혁신을 읽을 수 있다. 자율주행과 공유 기반의 첨단 교통수단 전용도로와 개인소유 차량의 진입제한 구역 등이 설정되고, 자율차 전용도로 구역에서는 개인 소유차의 통행과 주차를 제한한다. 자율차 셔틀이나 공유차 이용을 유도해 도시 내 개인 소유차의 운행 비중을 대폭 줄이려는 장치다. 또 스마트 횡단보도나 스쿨존 안전서비스 등 보행자를 위한 요소도 공간 구상에 반영해 자동차 중심이 아닌 사람 중심의 걷기 좋은 도시를 만들 계획이다.

시민의 생명과 안전을 선제적이고(예방) 신속하게(응급) 지켜나기 위한 ‘헬스케어’ 서비스도 눈길을 끈다. 응급상황 발생 시 스마트 호출과 응급용 드론 활용, 응급센터까지 최적경로 안내, 응급차와 병원 간 화상연결을 통한 환자 정보 전달시스템 등이 세부 계획에 들어 있다. 맞춤형 의료서비스를 위해 개별 병원이 축적된 개인 건강데이터와 네트워크로 연결되록 하고, 환자 상태(위치, 질병종류, 대기시간 등)에 따른 최적병원 연계서비스도 제공하는 등 도시 전체가 하나의 ‘확장된 병원’으로 조성된다. 이밖에도 세종 5-1 생활권은 모빌리티와 헬스케어, 교육, 일자리 등 7대 혁신요소별로 수집되는 시민 개인정보 데이터를 블록체인 서비스와 인공지능(AI)으로 관리·운영하는 세계 최초의 스마트시티가 될 전망이다.

l▶황종성 부산시 스마트시티 마스터플래너가 철도경찰로봇과 함께 국가 시범 도시 사업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광주, 인천, 대전 등 6곳 시범사업 선정
스마트시티 시범 사업은 중앙 정부가 지자체를 지원하는 방식이 아니라 지역 주민과 민간 주도로 추진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이런 원칙에 따라 국토교통부는 올해 처음으로 ‘스마트시티 챌린지 공모’를 실시해 5월 초 광주, 인천, 대전, 경기 수원과 부천, 경남 창원 등 6 곳의 제안을 시범 사업으로 최종 선정했다. 국가 시범도시 계획과 마찬가지로, 이번 공모에서 선정된 각 자자체의 사업 계획에서도 스마트시티가 몰고올 변화의 흐름을 엿볼수 있다.
인천시는 현대자동차와 손잡고 영종국제도시의 대중교통 취약지역에서 ‘수요응답형 교통시스템(Mobillity on Demand)’을 도입해 시범운영한다. 기존 버스노선과 무관하게 승차 수요가 있는 정류장을 탄력적으로 운행함으로써 시민 불편을 해소하면서도 버스 운영의 재정지원 지출을 절감하는 데 목적을 두고 있다. 시민의 자율적 택시 합승 및 위치기반 광고 서비스, 공유형 전동킥보드, 버스 및 지하철 연계 서비스 등도 함께 제공한다. 부천시는 한전KDN, 카카오모빌리티와 함께 신흥동 원도심 주거지 일원에서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공영·민영주차장 정보 제공, 전기차 및 전동킥보드 운행, 차량공유 서비스 등을 제공한다. 주민 주도의 사회적 마을기업을 설립해 청년·공공주택 공급, 신재생에너지 인프라를 연계한 공동체 수익사업을 벌이는 것도 시범 사업에 포함됐다.

수원시는 삼성전자와 삼성SDS가 제공하는 5G 기반의 디지털 트윈 기술을 활용해 원도심 활성화와 시민 편익 개선을 모색한다. 이 기술을 적용한 스마트폰 앱은 시민의 행정서비스 인지도를 높이고 의사결정 참여 기회를 넓혀준다. 또 우리나라 최초의 계획도시인 화성 일대에서 ‘내 손안의 행궁동’ 솔루션을 제공하는 한편, 공기 질 개선 및 빗물을 이용한 물 관리, 주차난 해소를 위한 공유차·공유자전거 서비스도 실험해 본다. 대전시는 LG CNS, KT와 함께 도심의 주차난 해소를 위해 중앙시장 일원에서 공공과 민간의 주차시설을 모두 연결하는 맞춤형 주차공유시스템을 도입한다. 상인회, 건물주가 함께하는 시민참여형 협력체계를 구축하고, 전자 주차쿠폰 도입 및 포인트 대체 결재 등을 통한 주변 상권 활성화 전략도 추진한다.

l▶문재인 대통령이 2월 13일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에서 열린 ‘혁신의 플랫폼 함께 만드는 스마트시티 혁신전략 보고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지역주민과 민간기업 머리 맞대 협력
광주광역시는 지역 중소기업들과 함께 블록체인 기반의 ‘데이터·리워드 플랫폼’을 구축해 지역 혁신과 함께 충장로 일대 상권 활성화에 나선다. 블록체인 기술을 적용한 개방형 데이터 플랫폼을 구축해 상권 활성화 분석, 유동인구 분석, 교통흐름 분석 등에 공동으로 활용한다. 광주시는 이번 플랫폼 운영 사업이 성과를 내면 시민주도의 잘 짜여진 상생협의체가 더 확산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경남 창원시는 LG CNS와 제휴해 일반 산업단지와 낙후된 주거지역을 중심으로 에너지 기반의 지속가능한 수익사업 모델을 공동개발하고, 발생한 수익은 다시 환경과 안전 등 공익형 서비스에 투자하는 사업을 추진한다. 이를 위해 ‘스마트 지원센터’ 라는 이름으로 특수목적 법인(SPC)를 설립하되, 산업단지 내 중소기업에게 우선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주기로 했다.

스마트시티 챌린지 공모에 선정된 지자체 사업들은 대부분 시민들이 일상생활에서 겪는 지역의 문제 해결을 고려하고 있다. 대부분 시민의 실제 수요를 반영한 사업들이다. 그만큼 시민들의 관심이 높아 사업이 가시적인 성과를 내면 파급 영향이 클 수 있다. 참여하는 기업들도 새로운 기술의 검증 기회를 얻고 체험형 홍보를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사업 의지가 강하다.
국토부는 이번에 선정된 지자체에는 사업계획 수립, 기술적 솔루션의 실증비용 등으로 각각 국비 15억 원과 전문가 컨설팅 제공을 지원하고, 내년에는 우수 지자체 1~2 곳을 선정하여 본 사업 비용까지 지원할 계획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스마트시티 시범 사업은 도시 문제 해결을 위해 지자체와 주민, 민간기업이 함께 머리를 맞대고 협력한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며 “민간기업의 적극적 참여를 통해 다양한 분야에서 지속가능한 솔루션들을 시장에 소개하면 스마트시티 산업생태계 활성화에도 크게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순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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