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19일 서울 코엑스홀에서 열린 서울국제도서전 내 한국문학번역원 부스에서 이윤영 팀장이 포즈를 취했다.
인터뷰/이윤영 한국문학번역원 팀장
‘문학 한류’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한국문학이 세계 독자들에게 사랑받는 시절이다. 실제로 해외 출판가에서 우리 문학의 위치는 어느 정도일까. 한국문학 작품이 세계 독자들에게 더 알려지기 위해 필요한 건 뭘까. 번역원 문학향유팀 이윤영 팀장에게 물어봤다.
-한국문학번역원 그리고 문학향유팀에서 하는 일들을 소개해주세요.
=한국문학번역원은 한국의 문학과 문화를 세계 여러 독자들과 나누기 위해 설립한 공공기관입니다. 2001년에 설립했고요. 제가 속해 있는 문학향유팀에서는 ‘서울국제작가축제’ ‘한국문학 쇼케이스’ 등 해외 그리고 국내 출판인과 작가들을 위한 국내 다양한 교류 행사를 진행합니다. 국내외 출판 관계자와 작가들뿐 아니라 시민 대상으로도 문학을 향유·체험할 기회를 확대하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최근 해외 출판시장에 부는 한국문학 붐을 어떻게 바라보세요?
=정말 ‘한류’라는 말을 붙일 수 있을 정도로 반향이 큽니다. 과거 일본 문화가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친숙하게 다가왔던 과정을 살펴보면 J-팝 등 대중문화가 먼저 관심을 끌었죠. 그 후 무라카미 하루키 등 문학 분야가 사랑을 받았고요. 해외에서 우리 문화가 소개되는 양상도 비슷한 것 같습니다. K-팝, 드라마 등 대중문화 중심으로 먼저 알려졌고, 이를 통해 한국 문화에 친숙해진 사람들이 문학 등으로 관심을 옮기기 시작하는, 어떻게 보면 자연스러운 흐름 같기도 합니다.
“국제 문학상 수상 늘어 관심 커져”
-‘문학 한류’라는 말이 얼마나 체감되고 있나요?
=제가 문학원에 입사하던 10여 년 전만 해도 뉴욕에 있는 출판사 쪽과 미팅을 하면 한국 작가를 알고 있다는 사람 만나기가 어려웠어요. 한국문학에 대해 정확히 아는 이도 별로 없었고요. 미팅 잡는 것조차 힘들었죠. 그런데 우리나라 작품들이 국제 문학상 등을 수상하는 사례가 늘다 보니 ‘그때 그 작품이 경쟁력 있는 거였구나. 다시 잘 살펴봐야겠다’ 이런 생각들을 하는 것 같아요. 이젠 우리가 해외 출판사 측에 미팅을 제의하면 환영받는 분위기죠. 일하면서 분위기가 많이 달라졌다는 걸 요즘 많이 느끼고 있어요.
-최근 ‘해외 출판사 번역출판 지원사업’을 통해 한국문학이 해외에 소개되는 사례가 늘어나는 이유는 뭘까요?
=우리나라 책을 번역 출판해온 출판사가 여러 곳 있잖아요. 그런 사례가 많이 쌓이면서 다른 해외 출판사들에도 긍정적으로 비춰지는 것 같고요. 현지 편집자 가운데 바이링구얼(bilingual)이 많다는 점도 영향을 줬다고 생각합니다. 영미권에서 번역 출판한 우리 문학 책을 보고 유럽이나 아시아에서 출판을 검토하는 경우는 보편화됐고요. 프랑스에서 번역돼 나온 우리 작품을 접하고 연락해오는 경우도 있죠. 편집자들끼리 다 동료인 셈인데 다른 ‘동료’가 선택한 책에 관심들이 많아요. 유럽 국가들에서 동료 편집자들이 선택해 번역 출판한 책이면 그냥 넘기지 않고 다시 검토해보는 사례도 많은 거 같아요.
-어떤 이유로 한국문학이 세계에서 주목받는다고 생각하세요?
=사실 우리 입장에선 한국만의 특수성이 있기 때문에 주목받는 거라고 생각할 수 있어요. 한데 그건 아니라고 생각해요. 제가 만나본 외국 편집자들 중에 ‘한국문학이기 때문에’ 번역 출판을 원하는 사람은 없었어요. 작품의 개별적 특수성, 즉 콘텐츠 자체를 보고 선택한 거죠. 해외에서 번역 출판된 책 목록을 보면서 고도의 상업적 판단으로 출간을 결정하는 것이지 한국문학만의 특수성이 있어 관심을 갖는 건 아닌 듯합니다. 자국에 출간했을 때 그 나라 독자들에게 얼마나 공감을 얻을 수 있을지 등이 주요 판단 기준이라고 생각해요.
-그 말씀은 최근 우리 문학이 ‘보편성’을 담보하고 있다는 이야기로도 들리는데요.
=그렇죠. 보편성을 갖고 있기도 하고, 주제도 참 다양해지는 거 같아요. 과거에는 한국의 역사 등 특수성이 있는 작품들이 많이 알려졌던 반면 요즘엔 작품 속 화자의 캐릭터도 젠더, 사회적 위치나 계급 등에서 매우 다양해졌어요. 여성, 성소수자를 비롯해서 해외 이민자 등 그동안 많이 다루지 않던 화자 이야기에 주목하는 작품도 많아졌고요. 그동안 주목받지 않았던 이런 주인공들의 이야기에 공감하는 다른 나라 독자들이 많은 거 같아요.
-최근엔 황석영 등 기성 작가들도 주목을 받는 거 같더라고요.
=우리나라의 경우 기성 작가, 신진 작가 등 구분이 있죠. 그런데 해외에선 그런 구분 없이 작품만 보고 평가하더라고요. 황석영, 김혜순 등 한국의 내로라하는 기성 작가들이 영어권에서는 올해부터 주요 문학상을 통해 소개되고 있는 상황이에요. 오히려 배수아, 김영하 등 상대적으로 젊은 작가들은 예전부터 주목을 받아왔어요.
“서울국제작가축제 올해부턴 해마다”
-한국문학이 해외에서 더 큰 사랑을 받게 하려면 어떤 노력이 필요하다고 보시나요?
=해외에서 출판 안 된 한국문학 중에도 좋은 작품이 참 많은데 이를 어떻게 잘 알릴지가 늘 고민입니다. 출간 여부를 떠나 모든 작가, 작품 시놉시스 정보가 올라가 있어서 외국 출판사들이 실시간으로 한국문학에 대한 흐름을 들여다볼 수 있는 창구가 더 늘어나야 할 거 같고요. 외국 출판사들이 색깔이 참 다양한데 그런 출판사들과 스타일이 잘 맞는 국내 작가를 연결할 수 있는 온·오프라인 플랫폼이 늘어났으면 합니다.
-앞으로 계획이 있다면 소개해주세요.
=10월에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열리는 ‘서울국제작가축제’라는 큰 행사를 준비하고 있어요. 그동안은 격년으로 열렸는데 올해부터는 서울문화재단과 협업해 매년 개최하기로 했어요. 올해는 축제 규모도 더 확대했고, 문학과 공연을 결합하는 식의 다채로운 콘텐츠를 만나보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글·사진 김청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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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K-공감누리집(gonggam.korea.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