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차 북미회담 성사되나 비핵화 방법론 이견 극복이 관건

2019.07.01 공감 최신호 보기


l▶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가 6월 27일 서울공항에서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일본으로 출국하고 있다.│청와대사진기자단

2019년 2월 말 베트남 하노이 2차 북미정상회담 이후 답보 상태를 보이던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 정착을 위한 북미 대화가 재개될 것으로 보인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6월 20~21일 방북 때 접수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메시지를 6월 28~29일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만나 전달했다.
G20 정상회의 직후인 6월 29~30일 한국을 방문한 트럼프 대통령은 문재인 대통령과 북핵 문제를 놓고 긴밀한 협의를 했다. 최근 북·중, 미·중, 한·미 간의 북핵 문제를 둘러싼 릴레이 정상외교는 물론, 북미 정상 간의 ‘친서 외교’도 북미 대화 전망을 밝게 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6·12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 1주년을 하루 앞둔 6월 11일 김 위원장으로부터 ‘아름다운 친서’를 받았다고 공개했다. 북한 매체들도 같은 달 23일 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의 친서를 받고 만족을 표하면서 “흥미로운 내용을 심중히(깊고 중요하게) 생각해볼 것”이라고 일제히 보도했다. 답신 성격으로 추정되는 트럼프 대통령의 친서에 포함된 ‘흥미로운 내용’이 무엇인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지만, 북미 비핵화 대화 재개를 위한 새로운 제안이 담겼을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됐다. 2차 북미정상회담이 비핵화 방법론을 놓고 양측이 현저한 견해차를 드러내면서 결렬된 이후 북한은 2019년 말을 시한으로 제시하며 ‘새 계산법’을 미국 측에 요구해왔다.

하노이 담판 당시 북한은 영변 핵시설 폐쇄와 북한 경제를 옥죄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 결의 상당수의 해제를 맞바꿀 것을 제안했다. 그러나 미국은 영변 이외 북한 핵시설 관련 정보를 제시하면서 영변 핵시설 폐쇄만으로는 핵심 대북제재의 해제가 곤란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북한은 단계적 비핵화를 선호했지만, 미국 측은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와 대북제재의 전면 해제를 향한 ‘빅딜’을 추구한 것으로 당시 해석됐다.
미국은 1994년 ‘북미 제네바 합의’나 2005년 6자 회담의 결과물인 ‘9·19 공동성명’과 같은 과거 단계적 비핵화 합의는 모두 실패로 끝났기 때문에 북한이 최소한 완전한 비핵화를 위한 로드맵을 제시해야 한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한발 물러서면 북미 대화 ‘물꼬’
이런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의 기대 수준에는 못 미치더라도 기존의 ‘빅딜’에서 한발 물러나 유연한 입장을 보인다면 북미 대화의 물꼬가 트일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관련, 스티브 비건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가 6월 19일 워싱턴D.C.에서 열린 싱크탱크 행사에서 ‘유연한 접근’을 언급한 것도 미국의 태도 변화 가능성과 맞물려 주목되는 대목이다.
비건 특별대표는 당시 “북미 양측 모두 협상에 있어 유연한 접근의 필요성을 이해하고 있다. 협상의 문은 활짝 열려 있다”며 조속한 실무협상 재개를 촉구한 바 있다.
북미 대화가 본격화하면 양국은 ‘톱다운’ 방식에 의존했다가 실패한 하노이 담판을 반면교사로 삼아 정상회담에 앞서 충분한 실무회담을 통해 구체적 성과를 담보하려고 할 것으로 예상된다.

3차 북미정상회담은 실무협상에서 마련된 합의안을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서명하는 자리가 될 공산이 크다. 더 이상의 정상회담 실패는 양국 지도자에게 큰 부담이 되기 때문이다.
3차 북미정상회담이 성사되기 위해서는 실무협상을 통해 비핵화 방법론을 둘러싼 북미 간 이견이 해소돼야 한다.
미국이 하노이 담판 때 빅딜을 시도했다고 해도 북한 비핵화가 짧은 기간에 단숨에 이뤄질 수 없다는 점은 알고 있다. 실제 리비아, 남아프리카공화국, 카자흐스탄 등의 사례를 보면 비핵화는 2~3년이 소요되는 복잡한 절차를 거쳐 이뤄졌다. 게다가 북한 비핵화는 원자로 및 플루토늄 재처리 시설, 우라늄 농축시설 등 핵물질 생산시설과 함께 보유 핵물질은 물론 어디에 배치했는지도 알기 어려운 핵탄두까지 모두 제거해야 완성된다.

“북한, 단계적 비핵화 조치 제시해야”
북한이 핵무기를 보유하지 않았던 제네바 합의나 9·19 공동성명 때보다 북한 비핵화는 몇 배 더 복잡한 작업이 됐다. 복잡하고 시간이 걸리는 작업일수록 로드맵이 필요한 법이다.
미국의 북핵 전문가들은 3차 북미정상회담이 성공하려면 북한이 미국에 비핵화 시간표와 함께 단계적 비핵화 조치를 구체적으로 제시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크리스토퍼 힐 전 미국 6자회담 수석대표는 6월 24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북한이 비핵화를 수용하고 비핵화를 위한 시간표를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미국 역시 북한 비핵화는 단계적 절차에 따라 이뤄질 수밖에 없다는 점을 인식하고 북한의 비핵화 조치에 따른 상응 조치를 구체적으로 제시해야 한다. 미국의 상응 조치로는 6·25 전쟁 종전선언 및 평화협정 체결, 연락사무소 개설 및 국교 정상화, 대북제재 해제 및 북한 체제 안전보장 등을 꼽을 수 있다. 북한의 단계적 비핵화 조치와 미국의 상응 조치 간 최적의 조합은 북미 실무협상을 통해 구체화할 수 있다. 북미 실무협상이 원활히 이뤄지면서 3차 북미정상회담에선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 정착을 위한 역사적인 이정표가 마련될 것으로 기대된다.

김호준 <연합뉴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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