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인 등 2019 FIFA U-20 폴란드 월드컵 한국 대표팀 선수들이 6월 16일 우크라이나와 결승전이 끝난 뒤 팬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그들은 비록 준우승을 차지했지만 이타심과 배려심은 우승감이었다. 선수들은 자신의 공을 드러내지 않았다. 경기에 나오지 못한 후보 선수나 동료를 먼저 배려했다. ‘막내형’ 이강인(18·발렌시아)은 대회 기간 내내 “형들에게 진짜 고맙다”는 말을 달고 살았다. 특히 “벤치에 있는 형들이 있어 더 힘을 내고 뛴다”고 했다. 대회 최우수선수상(MVP) 격인 골든볼 수상자로 선정된 뒤에는 “우승을 목표로 했는데 이루지 못해 기분이 좋지는 않다”면서도 “다들 열심히 뛰었고, 후회는 없다. 골든볼을 받은 건 저에게 잘해주고 경기장에서 하나가 돼 뛰어준 형들 덕분”이라고 강조했다. 각별한 마음 씀씀이를 보여준 그는 골든볼 상에 대해서는 “중요성을 두진 않는다”고 재차 강조하면서 “준우승을 했지만, 저희는 진짜 후회하지 않는다”고 대회를 돌아봤다.
여러 차례 선방을 펼치며 ‘빛광연’이라는 별명을 얻은 골키퍼 이광연(20·강원FC)은 “(동료 골키퍼) 두 선수가 있기에 내가 이 자리에 있는 것”이라며 자신에게 밀려 줄곧 벤치를 지킨 골키퍼 경쟁자 최민수(함부르크)와 박지민(수원 삼성)을 배려했다. 그는 또 “내가 잘했다기보다는 앞에서 선수들이 잘 막아줬기 때문에 선방이 가능했다”고 동료들에게 공을 돌렸다.
▶손흥민이 6월 8일 부산 강서체육공원에서 진행된 오픈 트레이닝 데이 행사에서 팬들과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대한축구협회
“뭘 울어요~” 발랄·경쾌하고 담대
20세 이하라는 나이가 믿어지지 않을 만큼 2019 국제축구연맹(FIFA) U-20 월드컵에 출전한 어린 태극전사들은 담대했고 대견했다. 그들이 국민들에게 전한 감동의 메시지는 진하고 짠했다. 그리고 그들은 발랄하고 경쾌했다. ‘멕시코 4강 신화’를 창조했던 1983년 박종환 감독의 청소년 축구대표팀이 투혼과 정신력을 쥐어짜며 기적을 일궜다면, 2019년의 20세 청년들은 이타심과 배려에서 비롯된 ‘원팀’으로 준우승의 신화를 창조했다. 이들도 투혼과 정신력이 있었지만 1980년대식 강압적 방식과는 거리가 멀었다. 그래서 결승전 아쉬운 패배 뒤에도 그들은 울지 않았다. 이강인은 믹스트 존(공동 취재 구역)에서 기자들과 만나 ‘혹시 경기 끝나고 울지 않았느냐’는 질문을 받고는 “뭘 울어요~”라며 너스레를 떨었다. 그는 이어 “저는 후회 안 합니다”라는 말을 남기고 내일을 기약했다.
20세 이하 축구대표팀의 월드컵 준우승으로 정점을 찍은 한국 스포츠계의 2019년 ‘스포츠 한류’ 열풍은 대단했다.
손흥민(토트넘)의 2018~2019시즌 활약도 대단했다. 손흥민이 2018~2019시즌 소화한 A매치는 무려 17경기(아시안게임 6경기·아시안컵 3경기·A매치 8경기)에 이른다. 소속팀 토트넘 유니폼을 입고도 2018~2019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31경기, FA컵 1경기, 리그컵 4경기,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12경기 등 무려 48경기를 뛰면서 총 20골(정규리그 12골, FA컵 1골, 리그컵 3골, UEFA 챔피언스리그 4골)을 터뜨렸다. 자신이 2016~2017시즌 작성했던 한 시즌 최다 골(21골) 기록을 넘어서진 못했지만 챔피언스리그 무대에서 개인 통산 12골을 쌓아 막심 샤츠키흐(우즈베키스탄·11골)를 제치고 아시아 선수 역대 최다 골 기록을 작성했다. 또 박지성(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 이어 한국 선수로는 역대 두 번째로 ‘꿈의 무대’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서 풀타임을 뛰는 ‘유종의 미’를 거두고 숨 가빴던 시즌에 마침표를 찍었다.
류현진(32·로스앤젤레스 다저스)의 2019년 상반기 기대 이상의 활약도 국민들에게 시원한 청량제가 되고 있다. 류현진은 올 시즌 내셔널리그를 넘어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전체를 호령하는 특급 투수로 발돋움했다. 16일 현재 다승(9승) 2위, 평균자책점(1.36)과 탈삼진을 볼넷으로 나눈 비율(15.40) 부문 1위 등 각종 지표에서 1, 2위를 달린다. 특히 7월 10일 새벽 1시(한국 시각) 미국 클리블랜드 프로그레시브 필드에서 열리는 2019 메이저리그 올스타전에 내셔널리그 선발투수의 영예를 안을 가능성도 점점 높아지고 있다. 후반기에도 전반기와 같은 활약이 이어진다면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에 견줄 만한 메이저리그 사이영상(Cy Young Award) 수상이 결코 꿈같은 얘기만은 아니다.
▶미국 메이저리그 추신수(왼쪽)와 류현진│MLB.com
신기록·최다 기록 묵묵히 차곡차곡
20세 이하 월드컵 대표팀의 선전, 손흥민의 활약, 류현진의 역투 등 엄청난 스포츠 뉴스가 쏟아지는 통에 ‘추추 트레인’ 추신수(37)의 통산 200홈런과 ‘핫식스’ 이정은(23)의 US 여자오픈 골프 우승이 뉴스 가치로 제대로 된 ‘대접’을 받지 못한 감마저 든다.
추신수는 6월 5일(한국 시각), 2006년 7월 29일 시애틀 매리너스전에서 빅리그 데뷔 첫 홈런을 친 이후 4694일 만에 아시아 선수 최초의 개인 통산 200홈런을 터뜨렸다. 추신수는 입버릇처럼 “나는 늘 부족한 선수”라고 몸을 낮춘다.
그 부족함을 성실함으로 채워나가는 동안 기록이 쌓였다. 2009년과 2010년에는 두 시즌 연속 호타준족의 대명사인 2020클럽(20홈런 20도루)에 가입했고, 2015년 7월 22일 평생 한 번 하기 힘든 ‘히트 포 더 사이클(사이클링 히트)’을 작성했다. 만 36세이던 2018년에는 5월 14일부터 7월 21일까지 52경기 연속 출루에 성공했다. 아시아 선수 신기록이자 현역선수 최다 기록이다. 이를 발판으로 데뷔 첫 올스타에 선발되는 기쁨도 누렸다. 그리고 마침내 아시아 선수 최초의 통산 200홈런 달성이라는 금자탑을 쌓았다.
US 여자오픈을 제패한 이정은은 골프선수는 부유할 것이라는 편견을 깼다. 그는 초등학교 2학년부터 3년간 골프를 배우다가 어려운 가정 형편 탓에 그만뒀다. 그 뒤 “고향 순천에 여성 티칭프로가 없으니 세미프로가 되면 먹고살 수 있을 것 같아” 골프채를 다시 잡았다. 고2 때부터 두각을 나타내며 국가대표 상비군에 뽑혔고, 2015년 광주유니버시아드에서 여자부 개인전과 단체전에서 2관왕에 오르며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마침내 세계 최고 권위의 US 여자오픈을 제패하며 세계가 주목하는 스타로 발돋움했다. 전 세계를 누비는 한국 선수들의 ‘스포츠 한류’는 감동과 울림이 있어 더 강한 메시지를 주고 있다.
김동훈_ <한겨레> 스포츠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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