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29일 일본 오사카에서 미중 두 정상은 정상회담을 갖고 무역협상을 재개하기로 합의했다. 6월 추가 관세를 서로 부과하는 등 갈등이 고조되던 미중 무역전쟁이 진정 국면에 접어든 것이다. 그러나 앞으로 협상 과정과 결과에 대한 불확실성은 여전하다. 올해 들어 세계 경제는 경기 둔화가 심화하면서 하반기 불확실성도 확대되는 양상이다. 이를 반영해 국제통화기금(IMF)과 세계무역기구(WTO)는 올해 성장·교역 전망을 큰 폭으로 낮췄다.
대외 여건이 악화하면서 투자·수출 중심인 한국 경제의 성장 모멘텀도 떨어지고 있다. 내수 소비는 완만한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지만, 투자 부진이 심화하면서 민간 부문의 활력이 떨어진 상태다. 2018년부터 건설 투자가 계속 줄어드는 가운데 올해 들어 경영실적 악화와 수출 부진 등의 영향으로 기업 투자도 줄어들었다. 그동안 수출 증가세를 이끌어온 글로벌 반도체 시장이 조정기를 맞이하고 세계 교역이 주춤하면서 투자 감소세가 계속되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018년 말(2.6~2.7%)보다 0.2%포인트 낮추고, 경제가 빠르고 힘 있게 반등할 수 있도록 민간과 공공 부문의 투자 여력을 총동원하기로 했다. 7월
3일 오전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경제활력대책회의를 열고 이런 내용을 뼈대로 한 ‘2019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을 확정·발표했다.
15년 이상 노후차 교체 개소세 인하
경제활력 보강 및 리스크 관리 강화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은 점차 확대되는 경기 하방 리스크에 대응하기 위해 경제활력을 보강하는 데 최대 방점을 두고 있다. 경기 하방 리스크 관리를 위해 부동산(부동산 시장 조기경보시스템 고도화 추진), 가계부채(제2금융권에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규제 확대 적용), 미중 통상마찰(관계기관 합동 대응체계) 등 대내외 요인에 대한 모니터링과 대응 관리를 강화한다. 홍 부총리는 “경기 하방 리스크에 대응하려면 투자가 반드시 살아나야 한다”며 “기업이 투자를 미루지 않고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도록 기업 규모, 대상 투자자산 등에 제한을 뒀던 세제 지원의 틀을 한시적으로 보강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기업 투자를 촉진하기 위해 법인세를 깎아주는 ‘민간투자 촉진 세제 3종 세트’를 마련했다. △생산성 향상 시설에 대한 투자세액공제율을 앞으로 1년 동안 대기업은 1%에서 2%, 중견기업은 3%에서 5%, 중소기업은 7%에서 10%로 상향하고 △투자세액공제 적용 대상을 물류산업 첨단시설, 의약품 제조 첨단시설 등으로 확대하고 △자산을 취득한 초기에 감가상각을 크게 해 비용 처리할 수 있는 가속상각제도 인정 범위를 앞으로 6개월 동안 생산성 향상시설, 에너지 절약시설 등으로 확대한다. 홍 부총리는 “3종 세트 도입을 위한 법령 개정을 최대한 서둘러 기업들이 하루빨리 투자를 늘려나갈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10조 원이 넘는 규모의 대형 투자 프로젝트도 추진한다. 화성 복합 테마파크 조성, 대산 산업단지 내 중질유 원료 석유화학단지(HPC) 건설, 양재동 양곡도매시장 부지에 연구개발(R&D) 캠퍼스 조성 등 약 8조 원 규모의 프로젝트가 조기 착공될 수 있도록 지원한다. 공공기관 투자는 공공주택, 사회간접자본(SOC) 확충을 중심으로 2020년 이후 계획을 앞당겨 1조 원 이상 늘리고, 민간투자사업은 옛 도심에 있는 노후·유휴 항만을 인근 도심과 연계해 약 6000억 원 규모의 재개발 사업을 추가로 연내 착공한다.
내수를 살리기 위한 방안도 발표했다. △승용차 구매 때 개별소비세 인하 연장 △15년 이상 노후차를 신차로 교체 때 개별소비세 한시 인하 △수소·전기차 구매 때 개별소비세 감면 일몰 연장 등 자동차 관련 개별소비세 인하를 추진한다. 또 다음 달부터 한국전력공사 복지할인 대상(3자녀 이상, 대가족, 기초생활보장 수급자 등) 가구가 고효율 가전기기를 사면 구매금액의 10%를 환급해준다. 한도는 가구당 20만 원이다. 해외 소비를 국내로 돌리기 위해 내국인에 대한 시내 및 출국장 면세점 구매 한도를 3000달러에서 5000달러로 늘린다. 최근 인천국제공항에 개장한 입국장 면세점에서 600달러까지 구매할 수 있어 총 면세점 구매 한도는 3600달러에서 5600달러가 된다. 단, 면세 한도는 600달러를 그대로 유지한다.
국내 관광산업을 활성화하기 위해 관광 인프라·콘텐츠 확충, 다양한 철도 할인 상품 개발 등 국내 여행 여건을 대폭 개선한다. 코레일 하나로패스(자유여행 3일권)를 각 지역의 맛집·숙박·레저 상품 등과 연계한 지역 특화 패스로 확대한다. 수서고속철도(SRT)도 만 25세 이하 청년이 수서고속철도를 무제한 이용할 수 있는 ‘7일 프리패스’를 신설하고, 가족 단위 여행객을 위해 3세대가 동행하면 운임을 30% 할인한다. 국제관광도시 및 관광거점도시 선정, 관광지원서비스업과 관광안내업 신설 등을 통해 관광산업 전반의 경쟁력을 강화하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외국인 관광객을 적극적으로 유치하기 위해 K-팝 행사와 한식·뷰티 등과 연계한 ‘K-컬처 페스티벌’을 개최한다. 외국인 관광객의 쇼핑 편의를 위해 사후면세점의 즉시 환급 한도를 확대하는 등 제도도 개선한다. 미용·성형 등 외국인 의료 관광객을 위해서는 부가가치세 환급 특례 적용기한을 연장한다.
‘3+1 전략투자’ 로드맵 이행 본격화
경제 체질 개선과 미래 대비 1분기 벤처 투자금액(약 7500억 원)과 신설법인 수(약 2만 7000개)가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세계 최초 5G 상용화, 핀테크 기업 지속 증가, 수소경제·시스템반도체 등 신산업 분야에 대한 대규모 민간투자 유도 등 규제 샌드박스 적용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주요 혁신 과제들이 대체로 정상 추진되면서 가시적 변화가 시작됐다고 판단한 정부는 마련된 혁신 토대 위에 혁신 분위기를 확산시키고 미래 먹거리 발굴을 가속한다는 계획이다.
우선 혁신성장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하고 보다 정교하게 뒷받침하기 위해 ‘혁신성장 2.0 추진전략’을 마련했다. 산업 생태계 혁신을 위해 ‘3+1 전략투자 및 8대 선도사업’을 확대하고, 사회문제 해결에 신기술을 접목해 신산업을 창출한다는 내용이다. 플랫폼 경제 구현을 위해 데이터, 인공지능(AI), 수소경제, 혁신 인재 등 ‘3+1 전략투자’ 분야별 로드맵 이행을 본격화한다. 기존 8대 선도사업을 스마트공장·산단, 미래차, 핀테크, 바이오헬스 등 12대 선도사업으로 확대·개편하고 추동력 확보를 위한 정책 지원을 강화한다.
기업들이 새로운 비즈니스에 도전할 수 있도록 규제 혁신 사례의 추가 창출과 확산을 지원한다. 규제 샌드박스 승인 기업에 대해 과제 심사 간소화, 자금 공급, 컨설팅 등 사업화를 종합 지원한다. 하반기에 규제자유특구를 지정해 산업·경제 혁신의 거점으로 육성한다. 수도권 말고 규제 샌드박스의 필요성이 크고 규제 완화에 따른 사업적 기대효과가 뚜렷한 곳부터 우선 지정한다는 계획이다. 규제정부입증책임제를 모든 부처로 확대해 상반기 500여 개에 이어 하반기에는 1300여 개의 행정규칙을 일제 정비한다.
소상공인·자영업자 경영 부담 완화
포용성 강화 2월부터 일자리 정책, 외국인 관광객 회복 등으로 서비스업을 중심으로 취업자는 늘어나고 있다. 그러나 임시·일용직 일자리 감소 등으로 저소득층 소득은 계속 줄어들었다. 정부는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 일자리 지원, 사회안전망 강화 등은 더 속도를 내고 시장 기대와 달랐던 부분은 보완한다는 방침이다. 최저임금은 시장 수용성 등을 종합 고려해 최저임금위원회에서 합리적 수준으로 결정되도록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우선 취약계층을 중심으로 일자리 창출 지원을 강화한다. 당초 목표보다 한 해 앞당긴 2021년에 노인 일자리 80만 개를 제공하고, 하반기에 공익활동 사업 기간을 현재 9개월에서 11개월로 연장한다는 계획이다. 공익활동 3만 개를 추가 지원하고, 자활사업 일자리를 1만 명 늘린다. 지역 실정에 맞는 맞춤형 청년 일자리 사업과 청년추가 고용장려금도 확대한다.
저소득층·취약계층에 대한 사회안전망도 강화한다. 수급 가구에 중증장애인이 있으면 부양의무자 기준 적용에서 제외하는 등 기초생활보장제도 수급 대상을 확대한다. 기초생활보장제도 수급자 기본재산 공제액과 주거용 재산 상환액을 확대하는 등 취약계층 소득 지원도 강화한다. 취약계층의 적정소득 보장을 위한 고용 안전망을 확충하고, 고용 안전망의 사각지대에 있는 플랫폼 노동자에 대한 보호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주거·교통·교육·의료·통신 등 서민의 핵심 5대 생계비에 대한 부담은 계속 줄여나간다. 임차인을 보호하기 위해 전세 계약 기간 종료 6개월 전까지 보증 가입이 가능하도록 특례 규정을 적용한 전세보증금 반환보증 특례(HUG)를 전국으로 확대한다. 교통비를 최대 30% 절감할 수 있는 ‘광역알뜰교통카드 시범사업’을 추진한다. 9월 고교 3학년에게 우선 실시하는 고교 무상교육을 2021년까지 모든 학년으로 확대한다. 고위험 임산부 진료비 지원을 늘리고, 알뜰폰 전파사용료 감면을 연장하는 등 의료비와 통신료 부담도 완화한다.
제로페이 활성화, 지역사랑상품권 발행 확대 등으로 소상공인·자영업자의 경영 부담은 완화하고, 어려운 처지에 놓인 청년의 희망을 복원하기 위해 주거·교육·자립을 지원하는 ‘청년 희망사다리 강화 방안’을 마련한다. 포용성 강화의 기반이 되는 사회적경제 및 공정경제는 성장 단계별 지원, 포용적 갑을 관계 구축, 독과점 남용행위 감시 강화 등을 통해 기반을 강화한다.
홍 부총리는 “정부는 우리 경제가 빠르고 힘 있게 반등할 수 있도록 확실한 개선 모멘텀을 만드는 데 진력을 다하겠다”며 “국민 여러분께서는 생산과 소비의 주체로서 경제활동에 적극 나서주시고, 국회도 신속한 추가경정예산안 처리와 경제활력 법안 입법으로 함께해주실 것으로 기대하고 또 간곡히 요청드린다”고 말했다.
원낙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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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K-공감누리집(gonggam.korea.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