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불망(釣而不綱)’. <논어>의 술이(述而) 편에 나오는 말이다. 조(釣)는 낚시를 말하고, 망(綱)은 굵은 줄에 그물을 달아 고기를 잡는 것을 뜻한다. 낚시질은 해도 그물은 치지 않는 것으로 해석된다. 공자는 낚시를 하곤 했지만 필요한 양만 잡을 뿐 물고기의 씨를 말릴 수 있는 그물까지 치지는 않았다.
2010년 정년퇴직하고 종종 은퇴한 친구들과 낚시 여행을 떠난다. 낚시터에 앉아 고기가 오기를 기다리면서 바다를 바라볼 때면 지나간 시간이 떠오른다. 낚시의 과정은 긴 기다림을 동반한다. 고기가 오지 않으면 수확도 없다. 최근에는 대학 동기 일곱 명과 함께 통영의 연대도로 낚시를 갔다. 이들 가운데 절반은 고기를 잡고, 나머지는 잡은 고기로 요리를 하거나 설거지를 한다. 자연스럽게 해야 할 일들이 나뉜다. 화려한 빛깔을 지닌 용치놀래기(술뱅이)가 많이 잡히고 힘 좋은 감성돔도 가끔씩 낚인다. 더 많이 낚기보다는 오늘 먹을 정도만 잡고,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웃으면 하루가 끝이 난다.
젊은 시절에는 잡은 고기들 사진을 찍고, 말려서 집으로 들고 오는 것이 낚시의 재미였다. 얼마나 더 큰 물고기, 더 많은 물고기를 잡는지가 낚시꾼으로서 자부심이었다. 한번은 섬으로 떠났다가 고기를 많이 잡지 못해 시장에서 생선을 산 뒤 귀가한 적도 있다. 어떻게 낚시로 잡은 고기의 치수가 모두 동일하냐는 아내의 질문에 결국 구매한 사실이 들통났다. 사실 가족들은 얼마나 많은 고기를 잡아 돌아올지 기대한 게 아니었다. 더 많은 고기를 낚아서 집으로 돌아오고 싶다는 나의 욕심에 생선을 산 것이었다. 지금도 아내와 가끔 그 일을 이야기하며 웃는다.
나이가 들면서 하나둘씩 세상을 떠난 친구도 생겼다. 친구 아들, 딸들의 결혼식에 자주 갔던 시절을 지나 친구나 친구 아내의 장례식에 가야 하는 날이 많아졌다. 무릎이나 몸도 예전만큼 좋지 않다. 기억력도 감퇴한다. 하루하루가 달라져간다. 매일 나의 몸이 달라지는 만큼 하루의 소중함도 배우게 된다. 오늘 하루를 즐겁고 기쁘게 사는 것이다. 내일을 위해 오늘 욕심을 부리지 않는 것, 겸손하고 감사히 하루를 사는 것이다. 모래사장을 걷고, 직장을 다닐 때 갖지 않던 또 다른 취미 생활도 하게 됐다. 클래식 음악을 듣거나 저렴한 가격에 즐길 수 있는 공연장을 찾아간다. 염려와 걱정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걱정이 오늘 하루를 개선할 수 없다는 사실만은 완연히 아는 나이가 됐다.
공자는 낚시를 하곤 했지만 필요한 양만 잡을 뿐 물고기의 씨를 말릴 수 있는 그물까지 치지는 않았다. 가진 자가 더 많이 가지려 하는 인간의 습성이 사회를 병들게 할 때를 종종 본다. 결국은 오늘 하루의 소중함, 오늘 하루로 족하다는 걸 느끼지 못해서다. 인생의 황혼이 올 때, 노을이 지는 바닷가에서 낚시를 할 때. 그때가 돼서야 하루의 소중함을 알게 된다. 그것이 노인의 뒤늦은 깨달음이다.
박영욱 부산 해운대구 우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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