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길게 보고 하고 싶던 일 차분히 준비”

2019.06.17 공감 최신호 보기


l▶평범한 은행원에서 전문 상담가로 변신에 성공한 이기춘씨.

은행원에서 상담가로 변신한 이기춘 씨

육체의 질병은 의사가 치료한다. 영혼의 질병은 종교인이 치료한다. 그럼 마음의 질병은 누가 치료하지? 마음은 내 것이지만 내 의지대로 안된다. 슬프고 싶지 않지만 한없이 슬퍼진다. 항상 기쁘고 즐겁고 싶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마음은 도대체 어디서 오고 무엇에 좌우되는 것일까?
이기춘(55)씨는 평범한 은행원이었다. 대학에서 사학을 전공하고 졸업한 뒤 은행에 취직했다. 애초 꿈은 목사가 되고 싶었다. 종교인의 삶을 살고 싶었지만 직장인의 일상에 매몰됐다. 은행원의 삶을 살던 그는 어느날 우연히 인터넷 검색을 하다가 상담이라는 단어에 마음이 꽂혔다. 마흔의 나이를 앞두고 있었다. 비록 속세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지만 무언가 의미있는 일을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대학원에 진학했다. 청소년 상담학을 전공했다. 내친김에 박사과정에 들어갔다. 청소년 진로 상담을 파고 들었다. 명상에도 빠졌다. 은행원 생활을 하면서 5년간 하루 4시간 이상 잠을 자지 않았다. 토요일과 일요일에는 전국의 유명한 명상가와 상담가의 강연을 들으러 다녔다.
45세에 은행에 사표를 던졌다. 전문 상담사의 길로 들어섰다. “인생을 길게 봤어요. 은행원의 길도 의미있지만 어릴 때부터 하고싶던 일은 아니었어요. 그래서 차분하게 준비를 했어요. 전문 상담가의 길을….” 은행에서 나와 대학 선임연구원과 대기업 직원 상담실장을 하며 경험을 쌓았다. 헤드헌터 생활도 했다. 대기업 채용담당자로도 일했다.

l▶이기춘 상담가가 여성을 상대로 상담관련 교육을 하고 있다.

병영생활상담관으로 진로도 상담
그리고 2013년 마침내 오래 전에 그리던 자리를 찾았다. 그 자리는 젊은이들의 고민을 들어주고 해결방안을 찾는 자리이다. 젊은이들의 진로 상담도 해 줄 수 있는 자리이다. 일반적인 정년의 나이 제한에서 벗어나 오랫동안 일을 할 수도 있다. 오랜 준비 끝에 찾은 자리는 바로 ‘병영생활전문상담관’이다. 경남 진해의 해군교육사령부소속 계약직 근로자이다. 6급 공무원에 상당한다. 군에 근무하는 군무원인 셈이다.

l▶진해 해군본부 수병들이 그룹을 지어 집단 상담을 하고 있다. 집단 상담은 병사간 소통의 장이 된다.

“가장 중요한 일은 군 생활이 어려운 사병을 상담 치료해주고 현역복무 부적합 심사를 합니다. 지휘관에게 심사 결과를 조언합니다. 두 번째는 계급사회인 군대에서 벌어질 수 있는 인권 침해 사례를 상담하고 해결 방안을 찾습니다.” 개인상담과 집단 상담, 그리고 직업교육과 진로 상담 등을 한다.
이씨가 경험한, 군대 생활에 가장 적응하기 어려워하는 부류는 해외 유학파 젊은이들이다. 자유로운 생활을 하다가 규제가 많은 생활을 하면서 겪는 정신적 갈등이 심하다. “정신적 질환이 심하다고 판단되면 절차를 밟아 대체복무의 길을 열어줍니다. 시기를 놓치면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할 수 있으니까요.” 이씨는 군대의 자살률은 일반 사회의 3분의 1일 정도로 관리가 잘되고 있다고 한다. 특히 군의관과 가까이 근무해서 긴밀한 협진이 가능하다고 한다.
제대 이후의 진로 상담도 이씨의 특기다. 진로 고민을 하는 병사들에게 정신분석을 통해 하고 싶은 직업을 찾아준다. “어릴 때 무언가 하고 싶은 꿈이 있어요. 그 꿈은 자라면서 희미해지고 잊혀져요. 부모의 바람과 다르면 더욱 쉽게 잊혀지죠. 그 잃어버린 꿈을 찾아주면 자신이 가장 잘하는 분야를 알게 되고 사회에서 하고 싶은 일을 찾게 됩니다.”

l▶해병들이 두명씩 마주보고 앉아 이야기를 하고 있다.| 이기춘씨

아내도 같은 길 걸어 서로 큰 힘
청소년 진로 상담 경험과 각종 명상기법, 정신 분석 등이 적절히 결합되면 이씨 나름의 해결책이 마련되는 셈이다. 이씨는 인지치료와 초월명상을 결합시켜 심리상담을 한다고 한다. “인간의 경험은 생각, 행동, 신체 감각, 감정의 네 가지 요소로 나뉠 수 있고 이 요소들은 서로 영향을 주고 받아요. 감정과 신체 감각은 우리가 직접 조절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생각과 행동을 변화시켜서 감정이나 신체 감각도 편안한 쪽으로 변화시키려는 방법을 찾아요. 생각을 변화시키는 것이 바로 인지치료입니다.”
초월명상은 요가 수행법에서 시작된 명상법으로 1959년 인도의 요가 지도자인 마하리시 마헤시에 의해 미국에 전해져 많은 연구가 이루어졌다. 초월 상태란 수면이나 꿈과 같이 인간의 생명 유지에 절대 필요한 생리학적 상태로, 스트레스나 긴장, 두려움으로부터 벗어나게 한다. 초월명상은 이런 초월 상태에 이르도록 해주는 수단이다.
이씨는 자신의 낙관적이고, 긍정적인 사고와 어릴 때부터 주변에서 따뜻한 마음을 지녔다는 평가가 상담사의 역할을 하는데 큰 도움을 줬다고 스스로를 평가한다. 부인도 같은 길을 걷고 있는 것이 큰 힘이 된다고 한다. “수입은 은행에서 일할 때와 비교할 수 없이 적어요. 하지만 매일 매일이 행복합니다. 제가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있잖아요.”

이길우 기자

관련기사

페이지 맨위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