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 하던 일과 관련된 일 해야 실패 안하죠”

2019.06.17 공감 최신호 보기


l▶건강나눔 사회적협동조합을 설립한 김정현 이사장(오른쪽)이 어르신들의 발 마사지를 직접 하고 있
다.

건강나눔 사회적 협동조합 김정현 이사장

경로당은 언제 가도 친근하다. 다들 어머니 같고 아버지 같다. 또 누님 같고 형님 같다. 항상 환하게 웃으면서 반겨주신다.
오늘 건강 프로그램은 경침 운동이다. 반달형의 나무로 만든 딱딱한 베개가 주인공이다.
방법은 어렵지 않다. 누운 채로 경침을 머리와 목, 척추와 꼬리뼈에 차례로 받치며 좌우로 몸을 흔들면 된다. 두 손은 쥐었다 펴는 ‘잼잼’을 하며, 발은 서로 부딪친다. 특히 경추(목뼈) 주변의 혈자리가 강한 자극을 받으며 노인성 질환 예방과 치료에 좋다. 언어장애와 두통, 어지럼증, 뻣뻣한 목에 효과가 있다. 경침이 딱딱하기에 굳은 근육과 신경이 자극받으면 많이 아프다. “어르신, 너무 아프면 그 자리는 건너뛰세요.”
경침 운동은 김정현(63) 건강나눔 사회적 협동조합 이사장이 어르신들에게 역점 사업으로 전파하는 우리 민족 고유의 건강법이다.

l▶김정현 이사장이 대전광역시 유성구의 한 주민센터에서 어르신들을 상대로 치매예방 교육을 하고 있다.

경침 운동과 소쿠리 뜸, 발 마사지 봉사
처음엔 좌우로 도리도리를 200번 하지만 점차 횟수를 1000번까지 늘린다. “경로당에서만 하지 말고 집에서도 하셔야 해요. 아침에 잠자리에서 일어난 뒤, 저녁에 주무시기 전, 그리고 낮에 한 번 등 최소한 하루 세 번은 하세요. 약속하실 거죠?” 김 이사장이 큰 소리로 부탁하자, 누워서 경침 운동을 하던 어르신들이 초등학교 학생들처럼 “네” 하고 큰 소리로 답한다.
이번엔 엎드려 경침을 배에 깐다. 갈비뼈 아래쪽에 경침을 놓고 엎드린 채 허리와 엉덩이를 좌우로 흔든다. 장운동이다. 대부분 노화하면서 소화 능력이 줄어든 어르신들의 막힌 대장과 소장을 원활하게 만든다.

87세의 한 할머니가 심한 천식으로 고생하시다 경침 운동 덕분에 호전된 것을 본 김 이사장이 고집스럽게 어르신들에게 권유하기 시작했다.
경침 운동과 함께 김 이사장이 어르신들에게 제공하는 건강 비책은 ‘소쿠리 뜸’이다. 소쿠리 뜸은 얇고 가늘게 쪼갠 대나무나 싸리로 만든 작은 소쿠리를 뜸 기구로 이용해 쑥뜸을 하는 것이다.
손발이 차갑고 혈액순환이 원활하지 않은 어르신들이 특히 뜸 효과를 본다.
“90을 바라보는 한 할머니는 손발이 차서 평생 고생하셨어요. 그 할머니 배꼽 주변에 소쿠리 뜸을 한 달간 놓아드렸더니 거짓말처럼 손발이 따뜻해지셨어요. 그래서 뜸의 효과를 실감했어요.”
은퇴한 직후부터 대전시와 금산군 논산시 등의 경로당을 돌며 어르신들에게 다양한 건강 프로그램으로 봉사활동을 해온 김 이사장의 세 번째 주특기는 발 마사지다. 어르신들의 발을 정성 들여 마사지해주는 봉사다.

l▶건강나눔 조합원들이 대전시 한 주민센터에서 발마사지 봉사를 하고 있다.

“첫 발마사지 봉사를 잊을 수 없어요. 요양원에 누워 계신 어르신의 앙상한 발이었어요. 아무런 희망도 없이 눈을 감고 있는 어르신께 조금이라도 즐거움과 용기를 주고 싶었어요. 처음에는 차갑던 그 앙상한 발이 마사지를 하면서 점차 따뜻해지고, 어르신의 표정도 밝아졌어요. 지금도 가슴이 찡해옵니다. 봉사는 늘 마음을 설레게 하는 에너지원입니다.”
김 이사장은 대학에서 금속공학을 전공했다. 공무원시험 준비를 3년 하다가 의료보험조합에 취직했다. 1988년부터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근무하며 대전충남지역 본부장, 공공연맹 대전충남북본부장, 대전참여연대 작은권리찾기 집행위원, 금산참여연대 집행위원장 등 시민사회 운동을 해왔다.
2014년 말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정년퇴직했다. 그리고 어르신들에게 건강을 나눠주는 사회적 협동조합을 만들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정년퇴직하기 전에 7년 동안 어르신들의 건강 운동과 건강검진, 만성질환자(고혈압과 당뇨) 업무를 맡으며 느낀 것 때문이다. 예산이 투입됐으나 효과가 나타나지 않고, 강사료 등 관련 예산이 낭비된다고 판단했다.

l▶대전시 한 주민센터의 어르신들이 경침 운동을 하고 있다.| 건강나눔 사회적협동조합

조합원 23명 모두 실버 건강 전문가
“실질적으로 어르신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방안을 고민했어요. 지속적으로 만성질환자가 늘어나면 의료비가 증가하잖아요. 혈압과 당뇨병은 현행 의료 체계상 근본 치료보다 약으로 수치 조절만 하는 한계가 있어요. 경침 운동과 소쿠리 뜸 등 대체의학의 방법이 의료비를 줄이는 데 효과적이었어요.”
퇴직 후 바로 사회적 협동조합 설립에 착수했다. 대전지역 사회적 경제기업을 대상으로 사무실 무상 제공에 대한 공모에 응모, 사무실도 마련했다. 조합원은 모두 23명. 실버체조 지도사, 레크리에이션 강사, 웃음 지도사, 발건강 관리사 등 실버 건강 관련 전문가들이 대부분이다.

“은퇴 후에 무엇을 할지 일찍부터 결심하고 준비했어요. 평생 하던 일과 관련 있는 일을 하는 것이 실패할 확률이 적잖아요.”
처음 2년간은 너무 힘들어서 포기하고 싶었단다. “주변에서 만류했어요. 편히 살아도 되는데 왜 그리 힘든 일을 하려 하느냐고…. 하지만 뭔가 이 사회에 도움을 주면서 제2의 인생을 살고 싶었어요.”
김 이사장은 존엄사 관련 ‘사전연명의료 의향서’ 등록기관으로 지정받는 것을 추진 중이다. “죽음을 앞둔 어르신들이 의미 없는 수명연장 치료를 포기할 수 있도록 미리 의향서를 발급하는 민간기관이 되면 어르신들의 의료비를 절감하는 데 도움을 줄 것 같아요.”
건강을 보급하는 김 이사장의 목소리에 단단한 건강함이 묵직하게 묻어난다.

이길우 기자

관련기사

페이지 맨위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