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 날 매주 하루 더‘꿈의 직장’ 꿈꾼다

2019.06.17 공감 최신호 보기


l▶에듀윌 본사 로비

선제적으로‘주 4일 근무제’ 에듀윌
2018년 ‘워라밸 시대’ 막이 열렸다. 국회는 2018년 2월 주당 법정근로시간을 52시간(법정근로 40시간+연장근로 12시간)으로 단축하는 내용의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노사 합의를 하면 법에 정해진 연장근로시간을 넘겨 일할 수 있는 ‘근로시간 특례업종’의 경우 기존 26개에서 5개(노선버스를 뺀 육상운송업, 수상운송업, 항공운송업, 기타 운송서비스업, 보건업)로 대폭 줄었다. 이에 따라 노선 버스업을 포함해 방송업, 교육서비스업, 숙박업 등 300인 이상 21개 업종은 7월 1일부터 ‘주 52시간 근무제’를 지켜야 한다. 특례업종으로 분류됐던 교육서비스업, 대학 중에는 주 52시간 근무제 시행 전부터 선도적으로 근로시간 단축 등을 시행해온 곳들도 있다. 교육기업·대학 사례를 만나봤다.

“저는 금요일에 쉬기로 했습니다. 자격증 취득 관련 공부를 해볼까 생각 중입니다.”(총무팀 임성준 매니저)
“저는 수요일이요. 아이가 둘 있는데 저녁에 제가 돌봐주려고 합니다. ‘주 4일 근무제’를 실시하는 유럽 기업 사례를 기사에서 본 적 있는데 수요일에 쉬었을 때 업무 효율이 더 높다는 조사 결과도 있더라고요.”(고객센터 안국성 매니저)
종합교육기업 에듀윌의 두 직원이 이번 달부터 매주 하루씩 늘어난 ‘빨간 날’에 대한 계획을 이야기했다.
직원 수 500여 명. 공무원·자격증·취업 교육 기업으로 이러닝과 오프라인 학원, 평생교육원, 종합출판 분야 사업을 하는 에듀윌은 2월 ‘주 4일 근무제’를 도입하기로 발표했고, 6월 1일 일부 부서부터 시범 운영을 시작했다. 9월까지 순차적으로 전체 부서의 80%까지 주 4일 근무제를 확대한 후 2020년부터는 고객 접점 부서 등도 예외 없이 이 제도를 도입할 예정이다.
부서 상황에 따라 직원 개개인은 자율적으로 쉬는 날을 지정할 수 있다는 게 이 회사 주 4일 근무제의 특징 가운데 하나다. 단, 한 달 전 부서별로 휴무 계획 등을 미리 제출해야 한다.

l▶직원들이 휴식시간을 이용해 사내 직원 전용 쉼터 ‘에듀윌역’에서 다트게임을 즐기고 있다.

직원 스스로 업무 개선해 효율 높여
사실 에듀윌에는 직원 본인의 생일과 결혼기념일에 퇴근 시간을 2시간 당겨 오후 4시에 퇴근하는 ‘축하한Day’ 등 직원들 삶에 밀착한 제도가 다양하게 있다. 매일 오후 4시부터 4시 30분까지는 ‘집중 휴식시간’이다. 6월 10일 4시 10분경 에듀윌이 있는 건물 지하 1층 사내 직원 전용 쉼터 ‘에듀윌역’에선 직원들이 삼삼오오 모여 다트, 전자오락 등을 즐기며 수다를 떠는 모습이 보였다. 안쪽에는 직원들이 이용할 수 있는 안마 의자 39대가 놓여 있었다. 최근엔 안마 시설, 수면실, 수유실이 갖춰진 ‘힐링큐브’도 문을 열었다.
2018년 초부터는 출근 시간을 8시 30분에서 9시 30분으로 1시간 늦췄다. 오후 4시부터 4시 30분까지 있던 집중 휴식시간과 6시 퇴근은 유지했으니 사실상 하루 7시간 근무하는 셈이다. 회사 측은 “출근 시간 조정은 2018년 직원들에게 가장 만족도가 높은 제도였다”며 “특히 어린 자녀가 있는 직원들은 아이를 유치원 등에 보내고 출근하거나 좀 더 여유로운 아침 시간을 보낼 수 있게 돼 매우 좋아한다”고 했다.

출근 시간 조정, 집중 휴식시간과 퇴근 시간 유지 등으로 직원 한 명당 하루에 1시간꼴로 근무시간이 줄었지만 회사 전체로 봤을 땐 매일 500시간(총 직원 500명 대비)이 줄어든 셈. 회사 측은 “그런 점에서 부담이 적지 않았는데 지난 1년간 운영해보니 근무시간 조정으로 오히려 업무 성과는 더 증가했고, 직원 만족도 또한 높아졌다”고 했다. 직원들 스스로 기존 8시간 동안 하던 업무를 7시간 안에 끝내기 위해 업무 효율화 방법을 고민하고 프로세스를 개선하는 등 긍정적인 변화도 나타났다. 지각도 줄었다. 이 경험을 바탕으로 주 4일로 근무일을 줄이는 게 가능하다는 판단이 섰다.
이에 힘입어 더 나은 사내 문화를 만들자는 취지의 ‘에듀윌-꿈의 직장 프로젝트’도 기획하게 됐다. 회사 측은 “우리 회사처럼 사람이 가장 큰 자산인 기업에서는 우수한 인재들이 모여 성과를 만들면서 회사와 개인이 함께 성장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판단해, 제대로 일하고 제대로 쉬는 조직을 만들고 싶었다”고 했다. 또한 “주 4일 근무제는 목적이 아니라 ‘꿈의 직장’으로 가기 위한 방법이자 과정”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l▶경영지원본부 회의실. 딱딱한 분위기를 탈피했다.

임금·복지 포인트 등은 그대로 유지
회사 창립기념일이던 2월 25일 ‘주 4일 근무제’ 시행을 최초 발표했을 때는 직원들 사이에서 “에이~ 설마” “월급 깎는 거 아냐?” 등의 반응도 나왔다. 이후 주 4일 근무제 시행과 관련해 여러 구체적인 준비 과정을 거쳤다. 부서장 워크숍을 통해 세부 방향성을 수립하고, 각 본부 단위 워크숍 진행 뒤 부서 상황에 맞는 실행 방안을 정교하게 세워나갔다. 전사적으로 업무 효율화를 위한 프로세스 개선과 인프라 개선 작업도 병행했다. 주 4일 근무제에 필요한 인원도 채용했다. 이런 일련의 과정을 거치면서 “진짜로 하는구나!”라는 말이 나오기 시작했다. “우리가 적극적으로 준비해야겠구나” “주 4일 근무를 위해 내가 해야 할 일은 뭘까?” “우리 부서 준비 상황은?” 등 직원들도 구체적인 고민을 해나가기 시작했다.
주 4일 근무제를 시행하지만 임금을 비롯해 복지 포인트 등 기본적인 복지제도는 그대로 유지하기로 했다. 회사 측은 “당장 채용이 늘어나기 때문에 인건비가 큰 폭으로 증가할 수밖에 없고, 특히 인사를 총괄하는 입장에서 보면 혹시라도 고객 서비스에 문제가 생기거나 매출이 감소할 경우에 대한 부담도 있다”며 “그래서 직원들에게 주 4일 근무의 근본적인 취지를 끊임없이 설명하고 공감대를 형성해가고 있다”고 했다. 또한 “모든 직원이 성과 중심으로 일한다면 근무일 수 문제는 극복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고도 했다. 주 4일 근무제 시행 전 워크숍 등에서 직원들 사이에서도 업무 효율을 높여보자는 생산적인 이야기가 많이 나왔다. 임성준 씨는 “하루를 더 쉬지만 성과는 더 내야 한다. 한마디로 어떻게 하면 스마트하게 일할 수 있느냐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던 기억이 난다”며 “알게 모르게 버려지고 있던 시간을 효과적으로 쓸 방법을 고민하게 됐다”고 했다. 그는 “주 4일 근무제가 잘 안착하려면 업무 프로세스 개선, 사내 커뮤니케이션 활성화 등이 필수라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l▶사내에 마련된 여성전용 수면실│곽윤섭 기자

“이젠 화두는 웰빙에서 워라밸로”
회사 측은 “이제 막 주 4일 근무제를 시작하는 단계이고, 향후 결과를 단언할 수는 없다. 다만, 과거 주 5일 근무제가 도입됐을 때도 걱정과 우려가 있었으나 돌아보면 아무 문제 없이 정착하지 않았나. 주 4일 근무제도 누군가 첫발을 내디뎌야 하고, 언젠가는 그 방향으로 갈 것이라 생각한다”고 했다. 또한 “기업은 주 4일 근무제라는 방법 자체보다 각 조직이 지향하는 목표를 먼저 생각하고, 그에 부합하는 방식으로 근무제도를 만들어가는 것이 적절할 것”이라고 했다.
정부가 주 52시간 근무제를 도입하기 전부터 파격적인 근무시간 제도 등을 경험한 이 회사 직원들은 ‘일과 삶의 균형’이라는 관점에서 정부 제도에 대한 의견도 덧붙였다. 안국성 씨는 “주 52시간 근무제 도입으로 개인의 여가 시간이나 자기계발 시간이 어느 정도 확보되지 않을까 싶다. 이런 시간을 통한 개인들의 성장이 곧 그 개인들이 속한 회사의 성장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임성준 씨는 “15년 전 우리나라의 사회 화두는 ‘웰빙’이었는데 지금은 ‘워라밸(Work & Life Balance)’이다. 정부에서 주 52시간 근무제를 시행하는 게 너무 빠른 것도, 늦은 것도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일만 하는 것보다는 개인 삶을 챙기며 일하면서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이 행복을 좇을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l▶‘PC 셧다운제’ 시행 후 오후 5시 55분에서 6시 사이 경일대학교 사무실 풍경│경일대학교

오후 5시 30분이면 컴퓨터 화면이 바뀐다
지방대학 첫‘PC 셧다운제’ 경일대학교

오후 5시 30분. 컴퓨터 화면에 30분 뒤에 컴퓨터가 꺼짐을 알리는 카운트다운이 시작된다. 30분 뒤인 6시 정각. 컴퓨터 전원이 꺼진다. 5분씩 두 번(총 10분) 다시 켤 수는 있다. 일하던 중 컴퓨터가 갑자기 꺼진 탓에 저장 못한 파일 등이 있을 경우를 대비한 것이다.
경상북도 경산시 경일대학교는 6월 1일부터 대학 내 행정부서 ‘PC 셧다운제’(지정된 업무시간 외에는 PC가 자동 종료돼 본래 근무시간에 집중할 수 있게 하는 제도)를 도입했다. 근무 시작 시간인 오전 8시 50분에 대학 내 행정부서 컴퓨터 전원이 켜지고, 업무 마감 시간인 오후 6시에 전원이 꺼지는 시스템이다. 국내에선 일부 대기업과 관공서가 도입했지만 지역 대학이 시행하는 경우는 처음이다.
근로기준법 개정에 따라 대학도 7월 1일부터 주 52시간 근무제를 적용받는다. 경일대는 주 52시간 근무제를 이보다 한 달 앞서 도입하면서 행정부서 컴퓨터의 전원을 제어할 수 있는 ‘주 52시간 솔루션’ 프로그램을 구입해 테스트 중이다. 근무시간 외 추가 근로가 불가피한 경우에는 탄력적 근로시간제, 선택적 근로시간제, 보상휴가제 등을 도입하기로 했다. 정현태 총장은 “대학부터 앞장서 법정 근로시간 준수를 제도적으로 뒷받침하기 위해 솔루션을 선제적으로 도입했다”며 “교직원들의 워라밸이 삶의 질 향상으로 연결되어 대학 경쟁력을 높이는 데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이 학교는 2018년 3월부터 미취학 아동을 둔 교직원의 출근 시간을 10시로 늦추는 유연근무제도 시행 중이다.

과부하 걸릴 입학 관련 부서 대안 필요
6월 첫 주. 빨간 날이던 6월 6일을 제외하면 총 나흘 실시한 것이지만 제도 실시 전 예상했던 것처럼 업무 집중도는 높아졌다는 게 중론이다. 홍보비서팀 강열석 부장은 “제도 시행 전에 업무를 집중해서 하게 될 거고, 회의 시간 등도 불필요하게 길어지지 않으리라는 예상을 했는데 예상했던 얘기들이 나오는 것 같다”며 ‘오늘 안 되면 야근하거나 내일 해야겠다’는 등의 생각이 바뀌는 것 같다는 반응도 있었다”고 했다.
이런 제도가 잘 안착하려면 학교 내 구성원들에게 제도에 대한 안내와 구성원 간 협의 등이 원활하게 이루어지는 게 관건이다. 관련해 학교 측은 사전에 월 약 2회 팀장 협의체를 통해 PC 셧다운제 관련 공지를 하고, 직원 전체 교육시간 등에 제도에 대한 브리핑 등을 진행했다. 총무팀 이유호 팀장은 “내부적으로 부서별로 어떤 업무가 어떻게 진행되는지 사전에 인지하고 준비하는 과정을 만들고 협의하는 게 중요하고, 이 과정이 잘 이루어지면 도입하는 데 큰 어려움은 없는 것 같다”고 했다. 한편 강 부장은 “각자 본인의 업무량을 스스로 잘 조절하는 것도 제도 정착에 필수불가결한 요소가 아닌가 싶다”며 “부서별로 특정 사람에게 업무가 과중되지 않도록 파악하는 것도 필요한 부분이다”라고 했다.
대학의 경우, 입학 관련 부서 등은 대학수학능력시험 이후 실시되는 정시 관련 업무로 9월부터 다음 해 새 학기 시작 전까지 과부하가 걸리기 일쑤라 주 52시간 근무제와 관련해 대안이 필요한 상황이기도 하다. 이와 관련해 최근 대학 입학처장들은 “대입 업무에 한해 주 52시간 근무제 적용을 배제하거나 탄력근로제 단위 기간이 6개월로 확대될 때까지 계도 기간을 달라”고 교육부에 공식 요청한 상황이다.

글 김청연 기자
사진 곽윤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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