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열린 2017 세계수영선수권대회에서 하이다이빙 선수들이 공중 곡예를 펼치고 있다.│광주세계수영선수권대회 조직위원회
27m의 고공에서 순간 최고시속 90km로 수직 낙하하는 기분은 어떨까?
2019 광주세계수영선수권대회(7월 12~28일)에서 최고의 인기 종목은 단연 하이다이빙이다. 워낙 높은 곳(남자 27m, 여자 20m)에서 도약하는 ‘공포의 스포츠’는 보는 이들뿐 아니라 선수들도 움찔하게 만든다.
세계적인 하이다이빙 선수인 영국의 게리 헌트(35)는 “플랫폼에서 점프하는 순간 의심하면 안 된다. 입수 뒤 수면 위로 올라올 때의 기분은 믿기 힘들 정도다”라고 했다. 3초의 체공 시간 동안 자세가 흔들리지 않게 온 신경을 모아야 하고, 물속 깊이 들어갔다 나올 때 ‘살았다’라는 느낌을 주기 때문이 아닐까?
선수가 되는 과정도 만만치 않다. 고병진 대한수영연맹 다이빙 이사는 “국제수영연맹에서도 오랜 테스트를 거쳐 선수에게 뛸 기회를 준다. 한국엔 아예 선수가 없다”고 말했다. 실제 국제수영연맹에 등록된 하이다이빙 선수는 100명이 안 된다고 한다.
클리프(절벽) 다이빙 행사를 상업적으로 활용하는 음료기업 레드불은 10m 다이빙 선수를 대상으로 1m씩 높이를 올려가며 하이다이버를 육성하는데, 보통 한 명의 선수를 만드는 데 1년 정도 걸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4번째 세계대회, 올림픽종목 포함 안 돼
10층 이상의 아파트에서 뛰어내리는 듯한 하이다이빙은 고도의 집중력을 요구한다. 단련된 선수라도 방심하면 균형이 무너진다.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일반 다이빙과 달리 발끝으로 입수하는데, 자칫 자세가 흔들려 복부나 가슴으로 떨어지면 기절할 수도 있다. 풀에 잠수복을 입은 경기 요원이 대기하는 이유다. 심장박동기와 구급상자 등도 갖춰놓고 있다. 선수들은 다이빙 뒤 수면으로 올라서자마자 “이상 없다”는 사인을 보낸다.
하이다이빙의 짜릿함은 팬들을 끌어당기는 마력이 있다. 7월 22~24일 3일간 조선대학교 축구장 가설무대에서 펼쳐지는 광주 세계대회 하이다이빙 티켓은 이미 매진됐다. 입장하지 못한 국내외 팬들은 경기장 주변이나 텔레비전에서 선수들의 스릴 넘치는 묘기를 볼 수밖에 없다.
하이다이빙은 도약 준비부터 입수까지 설정한 연기를 정확한 자세로 실행했는지를 따져 점수를 준다. 남녀 모두 총 4번의 연기를 펼치는데 라운드별 7명의 심판이 점수를 준다. 최하점 2개와 최고점 2개를 뺀 나머지 3개를, 난도와 곱해 총점을 산출한다. 가령 1라운드에 9.5 8.0 8.5 9.0 9.0 8.5 8.5를 받으면 중간치 점수 3개(9.0+8.5+8.5)를 합친(26점) 뒤, 난도(2.4, 2.6 등)를 곱해 1라운드 총점을 매긴다. 금메달은 남녀 각 하나씩 2개가 걸려 있다.
2013년부터 국제수영연맹 종목에 편입된 하이다이빙은 이번 광주에서 네 번째 세계대회 경연을 벌인다. 올림픽종목이 아니어서 세계대회가 최고 권위의 대회다. 당연히 내로라하는 세계적 하이다이버들이 몰려든다. 이종희 광주 세계대회 하이다이빙 담당관은 “역사는 짧지만 팬 관심도가 매우 높은 게 하이다이빙이다. 레드불 월드 시리즈의 상위권 선수들이 광주 대회에서 메달을 노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남자부에서는 세계 최강 헌트와 미국의 스티븐 로뷰(34), 멕시코의 조나단 파레데스(30)가 각축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175cm, 68kg의 헌트는 2013 바르셀로나 세계대회 은메달과 2015 카잔 세계대회 금메달을 따냈고, 2016·2017년 국제수영연맹 월드컵 2연패를 일궜다. 161cm, 63kg의 로뷰는 2017 부다페스트 세계대회 금메달, 2017 국제수영연맹 월드컵 은메달리스트다. 파레데스는 2017 레드불 월드시리즈 정상에 올랐다.
여자부에서는 호주의 리아난 이플랜드(28)와 멕시코의 아드리아나 히메네스(34)가 돋보인다. 167cm, 60kg의 이플랜드는 2017 부다페스트 세계대회 금메달과 2017 국제수영연맹 월드컵 은메달의 주인공이다. 158cm, 48kg의 히메네스는 2017 부다페스트 세계대회에서 은메달, 2017 국제수영연맹 월드컵에서 금메달을 수확했다.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열린 2017 세계수영선수권대회에서 하이다이빙 선수들이 공중 곡예를 펼치고 있다.│광주세계수영선수권대회 조직위원회
도시 전경 잡혀 개최 도시 알리는 수단
하이다이빙은 개최 도시를 알리는 중요한 수단이 되기도 한다. 중계 카메라가 높은 위치에서 선수들을 포착하면서 배경이 되는 개최 도시의 전경이 전 세계로 타전된다. 국제수영연맹도 하이다이빙 시설물 설치 장소와 점프대의 방향 등에 대해 각별히 신경을 쓰고 있다. 2017 부다페스트 세계대회는 다뉴브 강변에서 열려 주변의 오래된 건축물들이 배경으로 잡혔다.
광주 조직위원회에서는 하이다이빙 선수의 도약을 쫓아가는 카메라가 대회 장소인 조선대 구내 건물뿐 아니라 광주 시내는 물론 멀리 무등산까지 잡아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다만 지름 15m, 수심 6m의 물을 담는 수조가 지상에 만들어지고, 관람 스탠드도 따라서 올라가 경기장 외관의 짜임새는 만족스럽지 못하다. 멀리서라도 경기를 지켜볼 수 있는 공간이 많지 않은 것도 아쉬움을 준다.
하이다이빙은 아득한 ‘높이’와 ‘스피드’, ‘공포’와 ‘모험심’을 앞세워 국내 스포츠 팬들을 사로잡을 태세다. 위험천만한 묘기는 한여름 더위를 한 방에 날려버릴 것이 분명하다.
이종희 광주 세계대회 하이다이빙 담당관은 “하이다이빙은 워낙 위험하고 어려운 종목이어서 선수들도 경쟁하기보다는 서로 격려하고 걱정해준다. 그만큼 긴장감이 넘치고 열성 팬도 많이 확보하고 있다. 국내 팬들은 다이빙과는 전혀 다른 세계를 경험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창금 <한겨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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