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련 정책 9번, 공급 촉진보다 수요 관리 방점

2019.06.10 최신호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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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기 신도시 후보지가 발표된 뒤로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둘러싼 논란이 뜨겁다. 신도시에 대한 찬반 여론이 엇갈리고 있고, 심지어 문재인정부의 중장기 주택 수급계획에 의구심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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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정책은 경제적 파장을 넘어 사회·정치적 쟁점으로 떠오르기도 한다. 주택정책에 대한 시장과 여론의 반응에 정부는 늘 민감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단기적 성과에 급급하거나 시장 흐름을 쫓아가서는 곤란하다. 기조와 방향에 대한 일관성 유지는 정책의 생명이다. 문재인정부는 지난 2년 동안 서민과 취약계층의 주거 안정을 꾀하고, 집값 안정과 수급 관리를 위해 세제·금융·규제·공급 등을 망라한 주택정책을 펴왔다. 이에 따라 주택시장은 2018년 11~12월부터 하향 안정세를 유지하고 있다. 투기적 수요는 줄어들고 실수요자 중심의 시장 재편이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정부 정책이 성공했다고 단정하기에는 아직 이르다. 문재인정부 주택정책의 목표와 방향, 중요 대책의 성과를 중간 평가하고 보완 과제를 살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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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기 수요 근절, 맞춤형 대책, 실수요자 보호.
정부가 2018년 ‘9·13 주택시장 안정 대책’(9·13 대책)을 발표하면서 표방한 3대 원칙이다. 이 원칙은 문재인정부 출범 후 지금까지 지켜온 주택정책의 핵심 기조이기도 하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집을 투기 수단으로 전락시키는 일을 결코 용납하지 않겠다”고 강조했고,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부동산 가격이 오를 기미가 보일 때에 대비해 정부는 더 강력한 대책을 주머니에 많이 넣어두고 있다”며 투기 억제에 대한 강한 의지를 보였다. 대통령의 의지는 말에 그치지 않았다.
문재인정부는 출범 한 달여 만에 부동산 대출 규제와 투기과열지구의 분양권 전매 금지를 핵심 내용으로 한 ‘6·19 부동산 대책’을 발표하면서 정책 패러다임의 전환을 예고했다. 그 뒤 ‘8·2 부동산 종합대책’부터 2019년 5월 9일 ‘수도권 신규택지(3기 신도시) 공급 계획’에 이르기까지 굵직한 부동산 관련 정책을 9차례나 발표했다. 평균 3개월에 한 번꼴로 새로운 정책을 쏟아낸 셈이다. 이명박정부(5년, 16차례)나 박근혜정부(4년 2개월, 12차례)와 비교해도 더 자주 정책을 내놓고 있다. 부동산 시장과 주택 문제에 대해 이전 정부보다 더 강력하고 적극적으로 대응한다는 방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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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 수요 억제하고 전월세 시장 안정
정책 목적과 방향의 차이도 뚜렷하다. 국토연구원이 역대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수요 관리(투기 억제), 서민 주거 안정, 주택경기 활성화의 3가지 유형으로 구분해 비교 분석한 보고서를 보면, 참여정부에서 발표한 정책 12건 가운데 수요 관리와 서민 주거 안정 유형이 각각 6건씩으로 분류됐다. 경기 활성화 유형은 한 건도 없었다. 반면 이명박정부에서는 16건의 정책 가운데 11건이 주택경기 활성화 유형으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박근혜정부에선 수요 관리 2건, 서민 주거 안정 5건, 주택시장 활성화가 5건씩이다. 이명박정부 때보다는 덜하지만, 건설투자 촉진과 거래 활성화에 방점을 둔 정책이 적지 않은 비중을 차지했다.
문재인정부의 주택정책은 참여정부 때와 마찬가지로 경기 활성화 유형이 한 건도 없다. 대신 이명박, 박근혜정부를 거치면서 후퇴하거나 흐지부지된 참여정부의 정책들을 복원한 경우가 많다. 예컨대 박근혜정부가 ‘빚내서 집 사라’는 식의 정책을 추진하며 주택법,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법, 도시 및 주거 환경 정비법 등 이른바 ‘부동산 3법’의 규제를 완화했는데, 문재인정부는 2017년 ‘8·2 부동산 종합대책’ 등을 통해 사실상 원상태로 돌려놓았다. 아파트 분양권 전매 제한, 다주택 보유자에 대한 양도소득세 강화, 종합부동산세 인상, 공시가격 현실화를 통한 부동산 세제의 형평성 강화 등도 참여정부 정책을 이어받은 것들이다. 투기 억제와 시장 안정을 위한 규제는 더욱 정교해졌다. 특히 주택담보대출의 총부채상환비율(DTI)과 주택담보인증비율(LTV)을 강화하고 적용 대상 지역을 확대하는 금융 규제는 주택시장 안정뿐 아니라 빠르게 늘어나는 가계부채의 위험을 완화하는 효과를 내고 있다. 2018년부터 적용된 신DTI와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은 투자 목적의 주택 매매 수요를 억제하고 전월세 시장의 불안 확산을 막았다.

문재인정부에서 가장 강력하고 종합적인 주택정책으로는 9·13 대책이 꼽힌다. 고가주택에 대한 종부세 세율 인상, 3주택 이상 보유자에 대한 추가 과세, 비거주 목적의 고가주택 구입에 대한 주택담보대출 금지, 과세 기준이 되는 공시가격의 실거래가 반영 비율 단계적 상향 조정, 주택임대사업자의 대출 용도 점검 등 다방면의 정책 수단을 망라했다. 중장기 주택 수급에 대한 시장의 불안 심리를 잠재우기 위해 주택 공급 대책도 내놓았다. 수도권을 중심으로 공공택지와 신도시 30곳을 조성해 총 30만 호의 주택을 공급한다는 게 핵심이다. 상업지역 주거비율과 준주거지역 용적률 상향 조정 등을 통해 도심의 주택 공급도 확대하기로 했다. 5년 동안 85만 호가 넘는 공적 임대주택은 청년, 신혼부부, 고령자, 저소득층 등 생애주기와 소득 계층별 특성에 따른 맞춤형 공급이 준비돼 있다.
문재인정부의 주택정책은 공급 촉진보다 수요 관리에 방점을 두고 있다. 이런 정책은 정치적 부담을 감수해야 한다. 대중적 인기만 고려한다면 주택시장은 ‘심심한 안정’으로 가기보다 ‘불안한 활기’를 띠는 게 더 낫다. 주택시장은 연관 산업이 많고 고용 파급 효과도 크다. 내수경기에 흥청망청하는 바람을 불어넣으려면 주택시장만 한 곳이 없다. 그러나 주택시장을 경기 부양 수단으로 활용하는 것은 서민과 중산층의 주거 불안 심화를 넘어 경제 전반의 거시건전성과 지속가능성을 위협한다. 거품 붕괴와 대규모 금융 부실 발생 등 심각한 부작용이 뒤따를 수 있다는 얘기다. 우리나라는 국내총생산(GDP)에서 건설투자가 차지하는 비중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가장 높다. 박근혜정부가 주택경기 활성화 정책을 편 2015년과 2016년에는 건설투자의 비중이 더 커졌다. 2015년과 2016년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이 2.8%, 2.9%였는데 건설투자 증가율은 각각 6.1%, 10.0%였다. 건설투자 증가 속도가 총생산보다 2~3배 빨랐던 것이다. 특히 2016년에는 건설투자의 GDP 성장기여도가 1.6%포인트로 과도하게 높았다. 이는 건설투자의 증가를 배제할 경우 2016년 경제성장률은 2.9%가 아니라 1.3%에 그쳤다는 뜻이다.

국가 단위의 총생산이나 국민소득이 일정 수준을 넘어서면 건설투자의 성장기여도는 떨어지는 게 자연스러운 흐름이다. OECD 회원국들이 우리나라와 같은 소득 구간에 있을 때 건설투자 성장기여도는 평균 0.1%포인트였다. 이에 견주면 2016년의 건설투자 성장기여도는 무려 16배나 높을 만큼 기형적이었다. 이런 경우 건설투자 비중을 낮추는 방향으로 정책 조정 역량을 모아야 하는데 박근혜정부는 거꾸로 갔다. 박근혜정부의 정책이 빚은 후유증은 문재인정부가 떠안았다. 산이 높으면 골이 깊은 것처럼 과열한 건설 경기는 1년여 시차를 두고 급랭 흐름으로 돌아섰다. 2018년 건설투자 증가율은 -4.3%를 기록했고, 올해도 -3% 안팎의 침체 국면을 벗어나기 힘들다는 게 국내외 연구기관의 전망이다. 그러나 정부는 이런 침체 국면을 아랑곳하지 않고 주택시장 안정화 정책을 유지할 방침이다. 그동안 발표해온 주택정책의 원칙과 기준을 유지하기 위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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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3 대책 이후 7개월간 매맷값 -0.3%
정부의 주택정책에 대한 시장 반응이나 여론의 평가는 대체로 긍정적이다. 한국감정원의 월별 주택가격 동향 조사 결과를 보면, 전국 주택종합(아파트, 연립, 다세대, 단독) 매매가격 지수가 2018년 12월부터 하락세로 돌아서 올해 5월까지 6개월 연속 하향 안정세를 유지하고 있다. 특히 9·13 대책 전후의 가격 변동 폭에 눈길이 쏠린다. 9·13 대책 이전 7개월(2018년 3~9월) 동안에는 전국 매매가격이 0.4% 오른 반면, 이후 7개월(2018년 10월~2019년 4월)은 -0.3%를 기록했다. 서울과 수도권 시세는 9·13 대책 이전 7개월간 각각 3.7%, 1.7%의 상승률을 보이다 이후에는 변동이 없다. 감정원은 “정부의 정책 기조 유지, 대출 규제, 세제 강화, 공급 확대 등 다양한 하방 압력 요인이 작용해 주택 매매시장의 하향 안정세는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 분석했다. 주택시장의 심리적 과열 양상도 뚜렷한 진정 기미를 보인다. 9·13 대책 이후 주택 매매시장 소비심리지수 평균치는 이전 7개월과 비교해 전국은 14.2포인트, 서울은 27.8포인트나 떨어졌다. 가계대출 증가세의 둔화도 의미 있는 변화다. 9·13 대책 이후 은행의 가계대출은 이전 5개월 동안보다 2조 8000억 원이 줄었다. 특히 서울과 수도권의 감소 폭(2조 2000억 원)이 상대적으로 컸다.
정부의 주택 수요관리 정책에 대한 일반 국민과 전문가의 인식도 우호적이다. 국토연구원이 2018년 12월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일반 가구 표본 2000, 전문가 86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주택시장 정책 인식도 조사를 보면, 일반 가구에서는 정책의 ‘효과가 있다’는 응답이 40.7%로 ‘효과가 없다’는 응답률(36.2%)보다 높았다. 전문가의 경우 ‘효과가 있다’가 61.7%로, 반대 응답 19.8%보다 3배나 많았다. 시장 안정을 위한 효과적인 정책 수단에 대한 질문에는 일반 가구의 경우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강화(59.3%)를, 전문가는 주택담보대출 규제 강화(91.9%)를 가장 많이 꼽았다. 국토부 관계자는 “흔들림 없이 추진해온 실수요자 중심의 주택시장 안정 대책이 어느 정도 성과를 내고 있고 정책 수요자들의 반응도 좋다”고 평가하면서도 “집이 없는 실수요자들이 집을 살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되려면 주택시장 안정세가 좀 더 오랜 기간에 걸쳐 더 견고하게 유지돼야 한다”고 말했다.

l▶참여연대와 경제정의실천연합 등 12개 시민사회단체회원들이 2018년 10월 10일 오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부동산 불평등 해소를 위한 보유세강화시민행동’ 출범 기자회견을 열고 보유세 강화를 요구하고있다. | 한겨레

공공성과 편의성 중시 경향 확산
하지만 지속적이고 일관된 정책 추진을 위한 후속 과제가 아직 많이 남았다. 저출생·고령화의 심화, 인구구조와 가구 구성의 변화, 주택시장 외부의 사회·경제적 환경 변화에 대한 장기적이고 적극적인 대책도 부족하다. 서순탁 서울시립대 총장은 최근 국토연구원 주최로 열린 정책 세미나에서 “서민 주거 안정과 주거복지 확대에 최우선 가치를 부여하고, 집을 투자가 아닌 거주의 대상으로 확실히 인식되도록 해야 한다”며 앞으로 3년 동안 꾸준히 추진해야 할 주요 과제를 제시했다. 무주택 실수요자 위주로 주택청약 및 공급제도 지속 개편, 주거급여 수급 대상의 점진적 확대와 기준임대료 단계적 인상, 전월세 계약갱신청구권과 인상률 제한 등을 통한 세입자(입차인) 주거안정 기반 강화, 다주택자에 의한 주택 소유 편중 해소 등이다.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주택을 보는 관점은 많이 달라졌다. 시장성 못지않게 공공성과 편의성을 중시하는 경향이 점차 확산되고 있다. 집값은 시장 안팎의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끼쳐 오르고 내린다. 정책 변수도 그런 여러 요인 중 하나다. 다만 주택정책의 목적은 상수여야 한다. 시장의 활성화나 투자 이익보다 서민 주거 안정에 두는 게 원칙이다. 헌법이 그 이유를 명확히 제시한다. 헌법 제35조 3항은 ‘국가는 주택개발정책 등을 통하여 모든 국민이 쾌적한 주거생활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하여야 한다’고 돼 있다.

박순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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