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신혼·고령·저소득 가구 맞춤형 지원

2019.06.10 공감 최신호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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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거복지

마음 편히 살 수 있는 주거 여건은 모든 국민의 욕구다. 이런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주택은 대부분 민간 시장에서 공급한다. 그런데 민간 시장에서 적절한 주거를 구할 수 없는 사람에게는 누가, 어떻게 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을까? 적어도 문명국가라면 이런 취약계층에게도 최소한의 주거 공간을 보장해야 한다. 정부가 주거복지 정책을 펴야 하는 이유다.
문재인정부 주거복지 정책의 청사진은 2017년 11월에 발표한 ‘주거복지 로드맵’에 담겨 있다. 로드맵에 따른 주거복지 정책은 수요자 맞춤형을 지향한다. 기존 정부의 주택 정책이 공급자 중심의 획일적 지원이었다면 앞으로는 수요자 중심의 입체적 지원과 사회통합형 주거로의 패러다임 전환을 꾀하겠다는 것이다. 최종 목표는 서민 주거 안정이다. 정부는 주거복지 정책의 수요층을 생애주기와 소득수준에 따라 청년층, 신혼부부, 고령층, 저소득 가구로 구분해 각 계층의 여건에 따라 맞춤형으로 세부 정책을 설계했다. 여기에 밑바탕이 되는 것은 무주택 서민과 실수요자가 시세보다 저렴하게 분양을 받거나 임대할 수 있는 주택을 충분하게 공급하는 것이다.

l▶‘3기 신도시 계획’을 발표하는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한겨레

공공임대주택 69만 5000호로 역대 최대
로드맵에서 제시한 공급계획 물량은 2018년부터 2022년까지 5년 동안 100만 호다. 이 가운데 서민들이 장기간 안심하고 살 수 있는 ‘공적 임대주택’의 공급계획 물량이 89만 5000호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광역지방자치단체 산하 공사 등이 제공하는 공공임대주택이 69만 5000호, 민간 소유지만 공공택지 제공이나 도시정비 사업 등 공적 지원을 받기 때문에 임대료와 임대차 보호기간 규제가 적용되는 공공지원주택이 20만 호씩이다. 정부가 책임지는 공공임대주택 69만 5000호(연평균 13만 9000호) 공급 계획은 역대 최대치다. 참여정부·이명박정부·박근혜정부의 연평균 공급 물량과 비교하면 연간 약 4만 5000호가 더 많다. 우리나라의 공공임대주택 재고량은 2017년 말 기준으로 136만 6000호인데, 전체 임대주택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6.7%에 그친다. 이 정도 비중으로는 서민층 임대 수요를 감당할 수 없고 전체 임대차 시장의 안정을 이끌기도 어렵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의 공공임대 비중(8%)과 비교해도 적은 수치다. 그러나 정부의 주거복지 로드맵에 따른 공급 계획이 차질 없이 추진되면 2022년에는 공공임대주택의 비중이 9%로 OECD 평균치보다 높아진다. 공공임대주택의 공급 물량과 비중 확대는 서민과 주거 취약계층의 임대료 부담 완화와 주거 안정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국토연구원이 주거 실태 조사를 토대로 분석한 결과를 보면, 공공임대주택의 재고 증가에 따른 공공임대 입주 가구의 연간 주거비 절감 효과가 가구당 평균 168만 원, 전체적으로는 연간 1조 5000억 원에 이른다. 또 공공임대는 2017년 기준 가구당 평균 거주기간이 5.6년으로, 민간임대주택(3.1년)보다 2배 가까이 길어 주거 안정성이 높다.

청년 임대 8배, 신혼부부 2배로 늘려
주거복지의 생애주기별 지원 정책은 기존 정부보다 좀 더 정교해졌다는 게 특징이다. 청년층에 대해서는 임대주택 공급 규모가 크게 확대될 뿐 아니라 공급 방식과 형태도 다양해진다. 박근혜정부에서는 청년을 위한 공공임대주택이 연평균 7000호씩 공급됐으나, 2018년 이후 5년 동안에는 연평균 5만 4000호(기숙사 등 비주택 거주공간과 방 포함)로 늘어난다. 임대료를 십시일반으로 나눠 절감할 수 있는 셰어하우스, 일자리와 연계된 소호형 주거 클러스터, 산업단지형 주택 및 여성안심주택 등 다양한 형태로 교통이 편리하고 수요가 많은 지역에 집중 공급한다는 게 정부 계획이다.

청년 주거복지는 금융 정책으로도 뒷받침된다. 청년층의 내 집 마련 기회를 확대하기 위한 ‘청년 우대형 청약통장’을 신설하고, 전·월세 보증금이나 임대료 대출 재원을 크게 늘렸다. 창업을 했거나 중소·중견기업에 다니는 만 34세 이하 청년은 2018년부터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신용보증기금·기술보증기금으로부터 연 1.2%의 이자율로 최대 1억 원까지 전·월세 임차보증금을 빌릴 수 있다. 국토교통부와 중소벤처기업부의 집계에 따르면, 올해 4월까지 이 사업을 통해 집행된 대출이 모두 3만 9802건에 금액으로는 2조 7877억 원에 이른다. 이 밖에 만 19∼25세 미만 단독·예비 세대주에 임차보증금의 80% 이내 범위에서 3500만 원까지 빌려주는 ‘청년 전용 버팀목 전세 대출’, 만 35세 미만의 무주택 세대주를 위한 ‘청년 전용 보증부 월세 대출’ 등도 인기를 끌고 있다. 정부는 주택도시기금을 비롯한 공적 재원을 활용해 2022년까지 청년층 40만 가구에 금융 지원을 할 계획이다. 최근에는 금융당국과 13개 시중은행이 공동 협약을 맺어 청년 맞춤형 전·월세 대출 상품도 내놓았다. 부부합산 기준 연소득 7000만 원 이하의 만 19~34세 무주택 청년 세대주에게 시중금리보다 낮은 연 2.6~2.8%로 최대 7000만 원까지 대출해준다. 또 월세자금은 월 50만 원 이내에서 최대 1200만 원까지 연리 2.6%로 빌려준다.
신혼부부에 대한 공공임대주택은 지난 정부에서 연평균 1만 8000호 공급하던 것을 문재인정부에서는 연평균 4만 호로 2배 이상 늘린다. 신혼부부가 부모 도움 없이 내 집을 마련할 수 있도록 좋은 입지에 분양형 공공주택인 신혼희망타운도 연평균 1만 4000호씩 공급할 계획이다. 다른 공공분양주택(15→30%)과 민영주택(10→20%)의 신혼부부 특별공급 비율도 2배 상향 조정했다. 또 그동안 임대주택이나 분양주택 공급에서 신혼부부 요건이 엄격해 혼인과 출산 장려 효과가 미흡했다는 점을 고려해 예비 신혼부부와 무자녀 신혼부부도 지원 대상에 포함시키고, 신혼부부로 인정되는 혼인 기간도 5년에서 7년으로 늘렸다. 자산이 적은 신혼부부를 위해 맞춤형 금융지원 프로그램을 결합하고, 신혼희망타운 등은 육아돌봄센터와 어린이집 같은 육아 특화형 단지를 조성해 보육 서비스를 함께 제공할 계획이다.

l▶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과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을 비롯해 기숙사 입주 학생 및 주요 내빈들이 5월 18일 서울 구로구 기숙사형 청년주택 개관식에 참석해 제막식 후 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 한겨레

취약 고령자 돌봄서비스 연계해 5만 호
취약계층 고령자 가구에 대한 공공임대주택은 어르신 돌봄 서비스와 연계해 2022년까지 5만 호가 공급된다. 지난 정부 때보다 3배가량 늘어난 규모다. 문턱 제거와 높낮이 조절 세면대 등 맞춤형 설계를 하고 홀몸 어르신이 거주하는 주택에는 ‘안심 센서’를 설치해 이상 징후를 조기에 발견할 수 있게 한다. 고령자 자가 점유가구에 대해서는 안전 바 설치 등 편의시설을 확충할 수 있도록 수선유지 급여를 연 50만 원씩 확대할 예정이다. 고령가구를 위한 연금형 희망나눔주택도 주거복지의 일환이다. 고령가구는 자가 점유율은 높지만 소득 창출 여력이 떨어진다는 점을 고려한 지원 프로그램이다. 고령자 가구가 보유 주택을 LH 등에 매각하고 공공임대주택에 입주하면 연금형으로 매각대금을 나눠 지급한다. LH 등은 매입한 주택을 개보수나 재건축으로 세대수를 늘린 뒤 청년·신혼부부 등에게 공공임대주택으로 공급한다.
빈곤층에 대한 주거복지 정책의 핵심 수단은 주거급여다. 기초생활보장제도의 급여 가운데 하나인 주거급여는 2017년 81만이던 수급 가구 수가 2018년 97만 3000으로 늘었다. 주거복지 로드맵에 따라 2018년 10월부터 부양의무자 기준이 폐지된 영향이 컸다. 이에 따라 전체 가구에서 주거급여 수급 비율이 2017년 4.1%에서 2018년 4.8%로 높아졌다. 정부는 올해 주거급여의 소득인정액 기준을 중위소득의 43% 이하에서 44% 이하로 조정해 주거급여 지원 대상을 110만 가구로 더 확대한다. 가구당 평균 주거급여액도 2018년보다 3000원 늘어난 12만 5000원으로 확정했다. 2022년까지 주거급여 지원 대상은 130만 가구, 급여액은 14만 4000원으로 늘릴 계획이다. 사실상 주거 빈곤층인데도 급여 혜택을 받지 못하는 가구가 60만을 넘을 만큼 주거 안전망의 사각지대가 여전히 넓고, 기준임대료 급여 수준도 민간임대료 상승 속도를 반영해 현실화해야 한다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정부가 수립한 주거복지 로드맵은 지금까지 차질 없이 진행되고 있다. 2018년 공공임대주택은 정부 목표치보다 1만 6000호가 더 많은 14만 8000호(준공 및 입주 기준)가 공급됐다. 국토교통부가 전국 6만 가구를 대상으로 실시한 2018년 주거실태 조사 결과를 보면, 국민 주거 수준은 전반적으로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우선 최저주거 기준에 미달하는 가구의 비중이 2017년에는 전체 가구에서 5.9%였는데 2018년 5.7%로 줄었고, 1인당 평균 주거 면적은 31.2㎡에서 31.7㎡로 소폭 증가했다. 대규모 공공임대주택의 공급으로 전·월세 시장이 안정세로 돌아서, 임차(세입자) 가구의 ‘월 소득 대비 임대료 비중(RIR)’이 17%에서 15.5%로 감소했다. 주거복지 로드맵에 따라 맞춤형 지원이 강화된 청년층과 신혼부부의 주거 문제도 개선 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청년 가구 가운데 반지하·옥탑방·고시원 등 이른바 ‘비적정 주거 공간’ 거주 비중이 3.1%에서 2.4%로 떨어졌고, 신혼부부는 내 집 마련 기회가 확대되면서 자가 점유율이 44.7%에서 48.0%로 높아졌다.

l▶청년단체 회원들이 청년 임대주택 사업의 확대를 촉구하며 서울광장에서 펼침막을 들어보이고 있다. | 한겨레

주거복지는 시혜성 정책 아닌 국민 권리
이처럼 주거 여건이 지표상으로 조금 나아지긴 했지만 우리나라의 주거 빈곤 문제는 여전히 심각한 수준이다. 정부가 주거복지 정책을 강화하기는 했으나 시장의 압력에 의한 주거 빈곤의 심화를 제어하기에는 턱없이 모자란다는 지적이 많다. 소폭 줄었다고 하지만, 2018년 기준 법적 최저주거 기준에 미달한 환경에서 사는 가구가 무려 111만이다. 특히 집이 없는 저소득 가구의 과도한 주거비 부담은 빈곤의 악순환과 대물림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국토연구원의 분석에 따르면, 2017년 기준 중위소득 50% 이하의 빈곤층 약 356만 가구는 주거비 지출 부담이 소득 대비 36.1%에 이른다. 한 달에 100만 원을 벌면 36만 원을 전·월세 등 사는 집에 지출한다는 얘기다. 일반적으로 이 비율이 30%를 넘으면 주거비 부담이 과다한 위험 가구로 분류된다. 이들의 과도한 주거비 문제는 주거 빈곤의 원인이자 결과다. 주거 여건이 열악한 상태에서 과도한 주거비 부담으로 적자에서 헤어나지 못하기 때문에 빈곤이 더 깊어지고 더욱 나쁜 주거 환경에 내몰린다는 것이다. 이런 늪에 빠지지 않도록 예방하고 정책 지원을 집중하는 게 바로 주거복지다.
주거복지는 국민에 대한 시혜성 정책이 아니다. 인간다운 삶을 영위할 수 있는 공간을 가지는 것은 모든 국민의 권리다. 내 집이 아니어도 국민 누구나 인간다운 생활을 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 그런 공간을 제공하는 것은 국가의 의무다. 모든 국민이 내 집 마련의 꿈을 실현하는 것은 불가능한 목표다. 하지만 모든 국민에게 적정 주거 여건을 충족시켜주는 것은 우리나라만큼의 경제력을 갖춘 나라에서는 이미 달성했거나 끊임없이 추구하는 목표이며 늘 지상 과제다. 문재인정부의 주거복지 정책은 포용적 성장, 사람중심 경제의 핵심축이기도 하다.

박순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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