삭제·수사·소송 등 불법촬영물 ‘맞춤 구제’

2019.06.10 최신호 보기


l▶10여 개 여성단체가 2018년 8월 ‘웹하드 카르텔과 디지털 성범죄 산업에 대한 특별수사’를 촉구하고 있다.│한겨레

문재인정부는 출범 이후 ‘나라다운 나라’ ‘모두가 다 함께 잘사는 나라’를 만들기 위해 오직 국민만 바라보고 숨 가쁘게 달려왔다. 국민 삶의 질에는 어떤 변화들이 생겼을까.

디지털성범죄피해자지원센터
‘버닝썬 사태’에서 촉발된 정준영의 몰카와 불법 촬영물 유포는 디지털 성범죄의 사회적 심각성을 다시금 확인시켜줬다. 몰래 촬영한 성관계 동영상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채팅방에 별 죄책감 없이 올리고 공유하는 행태가 사회 전반에 은연중 만연하다는 신호로 해석되어 무섭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따르면, 2015년 3700여 건이던 디지털 성범죄 심의 안건이 2018년에는 1만 7000건을 돌파했다. 3년 만에 5배 가까이 늘어났다. 정부는 갈수록 고도화되고 은밀히 행해지는 디지털 성범죄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 구제를 위해 나섰다.
몰래카메라 등 불법 촬영물 피해자에게 정부가 영상물 삭제를 지원하는 디지털 성범죄 피해 종합 서비스를 시작했다. 2018년 4월 30일 운영을 시작한 ‘디지털성범죄피해자지원센터’다. 정부 차원에서 디지털 성범죄를 전담하는 기관이 생긴 건 처음이다. 여성가족부 산하 한국여성인권진흥원 내 마련된 ‘디지털성범죄피해자지원센터’에서는 디지털 성범죄 피해 상담과 불법 촬영물 삭제 지원, 수사 및 소송 지원, 사후 모니터링 등 종합적인 서비스를 지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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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성범죄는 기존 성폭력과는 달리 온라인상에 불법 영상물이 일단 유포돼 삭제하지 않으면 피해가 지속되고 빠르게 확대된다는 특징이 있다. 그만큼 피해자들의 불안감도 크다. 그럼에도 그동안 피해자들은 자신의 피해 영상물을 검색해 해당 사이트에 직접 삭제 요청을 하거나 자비로 디지털 장의사 업체 등에 의뢰해야 해 정신적 고통뿐 아니라 금전적 부담까지 져야 했다. 지원센터는 이 같은 부담과 불안감을 덜어주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다.
지원센터는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에게 가장 절실하게 필요했던 삭제 지원 서비스를 중점적으로 제공한다. 피해 사례를 수집해 해당 사이트에는 삭제를 요청하고, 경찰 신고를 위한 증거물을 확보하고,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심의 요청 등을 지원한다. 아울러 무료법률서비스와 의료비 지원 등도 연계한다. 피해 촬영물 삭제 비용은 가해자에게 부과하게 했다.
‘디지털성범죄피해자지원센터’에 전화(02-735-8994)나 비공개 온라인 게시판(www.women1366.kr/stopds/)을 통해 상담 접수하면 피해 양상에 따라 맞춤형 지원을 받을 수 있다.

삭제 지원의 경우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심의 요청과 병행되는데, 플랫폼 특성상 불법 촬영물의 재유포가 우려되는 만큼 지원센터는 이를 방지하고자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진행하며 1개월 주기로 삭제 지원 결과 보고서를 피해자에게 제공한다.
1년을 갓 넘긴 지원센터의 운영 결과는 어떨까. 운영 시작을 기점으로 5월 31일까지 13개월 동안 무려 7만 2000건 넘게 지원했다. 이 가운데 삭제 지원은 6만 5169건이다.
피해 유형별로는 유포 피해가 가장 많았고, 불법 촬영(일명 몰래카메라)이 뒤를 이었다. 피해자 대부분이 중복 피해를 입고 있었다. 특히 불법 촬영을 당한 경우 비동의 유포 피해를 입고, 이것이 재유포되는 방식으로 피해가 중복적·지속적으로 발생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가해자는 공공장소 불법 촬영은 모르는 사람인 경우가 많고, 촬영에 동의했으나 동의 없이 유포한 경우의 촬영자나 최초 유포자는 연인 등 ‘아는 사이’가 많았다. 재유포는 모르는 사람이 유포하는 경우가 훨씬 많은데, 이는 가해자가 불특정 다수의 익명인 경우가 대부분인 디지털 성범죄의 특성이다.
디지털 성범죄 피해는 피해 영상이 재생될 때마다 무한히 반복되는 범죄다. 유포는 물론 공유해달라고 요청하는 행위 역시 2차 피해를 야기하는 가해행위로 볼 수 있다는 걸 인지해야 한다.

심은하 기자

“피해자 2차 가해 많아 지원 알려지는 것 꺼려”
류혜진 사업지원팀장 서면 인터뷰

-센터 개소 때와 비교해 인력의 변화는?
=현재 26명 정원으로, 2018 시범사업 결과 사업 확대의 필요성이 판단되어 개소 때보다 10명 증원되었다.

-삭제 지원은 어떤 방식으로 이뤄지나?
=우리가 관리하고 매일 업데이트하는 성인 사이트, P2P(토렌트), 웹하드, 소셜미디어 등 플랫폼 목록의 유포 현황을 매일 검색한다. 유포물을 발견하면 사이트 자체 창구나 이메일 등으로 삭제를 요청한다. 삭제가 완료된 뒤에는 남아 있는 검색 결과(이미 지워진 페이지의 제목이 검색되는 것)를 삭제한다. 또한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피해 영상물에 대한 차단을 요청한다.

-피해자들이 가장 힘들어하는 점은?
=가족과 주변 사람들에게 촬영물의 존재가 알려지는 것을 제일 두려워한다. 가능한 한 빨리 유포물을 삭제해달라고 요청하는 이유다.

-지원센터를 이용하는 데 피해자들이 가장 우려하는 부분은?
=지원받는 사실이 알려지는 걸 두려워한다. 피해자라고 알려지면 2차 가해가 행해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인식이 반드시 개선돼야 한다.

-재유포 가능성이 높다. 어떻게 관리하나?
=키워드 검색으로 유포물과 재유포물을 신속하게 삭제하고 있다. 유포물 검색 시 기존 키워드에서 변형 가능성이 있는 다양한 다른 단어들을 함께 검색한다. 새로운 키워드를 추측해 검색하기도 한다.

-2019년도 운영 계획은?
=시시각각 변하는 디지털 성범죄 유포 양상에 대응해 플랫폼별로 삭제 업무가 원활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유포 방지 대책을 세우고 있다. 또 2018년보다 삭제 인원을 늘려 신속하게 삭제 지원을 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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