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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라밸(Work & Life Balance)은 직장인들에게 중요한 이슈입니다. 예전에는 대부분 그러려니 하면서 회사를 다녔지만 요즘 사람들은 달라졌지요. 회사는 회사고 나는 나다, 회사 생활만 하다 청춘을 버릴 수는 없다고 생각하는데 전 그게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삶에서는 균형이 필요합니다. 균형이 깨진 삶은 다리가 하나밖에 없는 의자와 비슷합니다. 어느 순간 무너집니다. 건강을 해칠 수도 있고 가정에서 문제가 생길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여러분이 생각하는 워라밸은 어떤 건가요? 어떤 이슈를 다루든 가장 먼저 해야 할 게 있습니다. 그 이슈에 대해 정확한 재정의를 내리는 겁니다.
여러분이 생각하는 워라밸이란 무엇입니까? 워라밸은 글자 그대로 일과 삶의 균형을 말합니다. 일만 해서도 안 되고 삶에만 초점을 맞춰도 안 된다는 겁니다. 그래서 대부분 사람들은 하루를 삼등분해서 생활하는 걸 워라밸로 생각합니다. 8시간 일하고, 8시간 잠자고, 나머지 8시간 자기만의 시간을 갖는 걸 워라밸로 여깁니다. 여기서 질문 하나 합니다. 그런데 그게 가능할까요? 만약 집안에 일이 생겼는데 회사 일이 손에 잡힐까요? 반대로 회사에 급한 일이 생겨 밤을 새워 물건을 만들거나 자료를 작성해야 하는데 퇴근 시간이 됐다고 나갈 수 있을까요? 내가 퇴근하면 회사에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그 일로 불만을 품은 고객이 앞으로 이 회사와 거래하지 않겠다고 해도 퇴근 시간이 됐으니 난 가야겠다고 우길 수 있을까요?
구분, 할 수 없는 것과 해서는 안 되는 것
세상에는 구분할 수 없는 것과 구분해서는 안 되는 일이 참 많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몸과 정신의 문제입니다. 몸과 정신은 분리할 수 없습니다. 정신적으로 힘든 일을 많이 겪고 이를 해소하지 못하면 몸에 문제가 생깁니다. 반대로 몸을 튼튼하게 하면 정신적 문제가 해결되는 경우도 많습니다. 몸과 정신은 구분할 수 없습니다. 다른 것 같지만 사실은 연결돼 있지요. 그래서 ‘건강한 육체에 건강한 정신이 깃든다’는 격언이 생긴 겁니다. 배우는 것과 가르치는 것도 구분할 수 없습니다. 가르치는 것이 배우는 것이고, 잘 배우는 최선의 방법이 가르쳐보는 겁니다. 여당과 야당도 그렇습니다. 여당이 있어야 야당이 존재하고, 야당 덕분에 국가는 발전하는 겁니다. 장점과 단점도 그렇습니다. 장점과 단점은 오목과 볼록의 관계와 같습니다. 오목 없이 볼록 없고 볼록 없이 오목은 존재할 수 없습니다. 세상만사 다 그렇게 연결되고 서로가 서로에게 영향을 주기 때문에 전체적으로 사물을 봐야 합니다.
일과 삶의 균형도 그렇습니다. 일이 있어야 삶이 있고 삶이 있어야 일도 있습니다. 둘은 분리할 수 없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그 분리할 수 없는 걸 자꾸 분리하려 합니다. 그래서 일은 지겹고 짜증나는 것, 일 외의 것은 즐겁고 흥미로운 것으로 생각합니다. 주말은 즐겁고, 한 주가 시작되는 일요일 저녁만 되면 머리가 아픕니다. 제발 계속 쉬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만약 삶에서 일이 사라지면 어떨까요? 일이 없는 사람, 회사에서 잘린 사람들이 부러운가요? 일이 없고, 1년 내내 해외여행을 다니고, 요트를 타고 바다를 누비면 행복할까요? 물론 단기적으론 행복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일 없이 매일 노는 생활을 얼마나 할 수 있을까요? 얼마 후에는 일이 그리울 겁니다. 출근해 일하고 동료들과 점심을 먹으며 수다를 떠는 생활이 생각날 겁니다. 매일 쉬는 건 휴식이 아닌 고통입니다. 휴식이 소중한 이유는 일이 있기 때문이고, 주말이 즐거운 건 주중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 면에서 워라밸은 시간 배분이 아닌 몰입의 문제입니다. 하루를 삼등분해서 놀고, 일하고, 잠을 자는 게 아닙니다. 또 그렇게 될 수도 없습니다. 그때그때 상황에 맞춰 시간을 보내되 몰입하는 겁니다. 일이 몰릴 때는 더 일을 해야 합니다. 고객이 이번 주말까지 일을 마쳐달라는데 워라밸을 주장할 수는 없습니다. 일단 고객이 원하는 걸 해야 합니다. 내가 일을 마치지 못해 사업계획 보고를 못하는데 퇴근할 수는 없습니다. 그런 찜찜한 상태로 퇴근하면 제대로 쉴 수도 없습니다. 반대로 집안에 일이 생기면 회사에 사정 이야기를 하고 일찍 퇴근할 수도 있습니다. 며칠은 집안일에 몰두하고, 어느 정도 마무리되면 그간 밀린 일을 하는 게 진정한 의미의 워라밸입니다. 여러분의 생각이 궁금합니다.
어려운 일 쉽게 하는 방법은 사랑
시간과 성과가 늘 비례하는 것은 아닙니다. 일을 오래 한다고 잘하는 건 아닙니다. 공부를 오래 한다고 잘하는 것도 아닙니다. 가정에서 오래 시간을 보낸다고 가정이 행복해지는 건 아닙니다. 그 시간을 어떻게 보내는지가 관건입니다.
CEO는 어려운 자리입니다. 어려운 일을 쉽게 하는 방법은 한 가지뿐입니다. 바로 사랑입니다. 일이 그렇습니다. 일을 싫어하면 몇 시간만 일해도 몸과 마음이 피곤합니다. 일을 사랑하면 밤을 새워 해도 별로 힘들지 않습니다. 몸도 그렇습니다. 몸을 사랑합니까? 사랑하면 몸이 좋아하는 행동을 해야 합니다. 몸을 사랑하는 사람이 매일 밤 폭탄주를 마시고 담배 연기를 내뿜는 행동은 하지 않습니다. 그건 사랑이 아니라 학대입니다. 가족을 사랑합니까? 그럼 사랑을 행동으로 보이면 됩니다. 눈 맞추고, 그들의 얘기를 잘 들어주고, 그들을 안고 그들이 원하는 것을 하면 됩니다. 그러면 일과 사랑, 건강을 모두 얻을 수 있습니다.
첫째, 우리에게 가장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 생각할 필요가 있습니다. 분명 일은 아닙니다. 죽을 때 “좀 더 일하는 데 많은 시간을 쓸걸”이라며 후회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내게 가장 소중한 건 가정에서 성공입니다. 배우자의 사랑과 자식들의 존경을 받는 사람이 되는 게 가장 중요합니다. 건강하게 살다 죽는 것도 중요합니다. 가정을 희생해서 얻은 돈과 직위는 아무 의미가 없습니다. 돈 많은 독거노인이 되는 건 내가 원하는 일이 아닙니다. 건강을 희생해서 얻은 돈도 싫습니다. 부자로 1인실에 누워 있는 것보다는 돈이 없어도 건강하게 돌아다니길 원합니다. 조금만 생각해보면 누구나 그럴 것입니다. 내게 가장 소중한 것을 다시 한번 생각해야 합니다. 소중한 것에 시간과 비용을 쓰고 있는지도 점검해야 합니다.
둘째, 일과 가정이 양립할 수 없다는 생각을 버려야 합니다. 참 위험하고 유치한 생각입니다. 둘은 취사선택의 대상이 아닙니다. 하나를 얻기 위해 다른 것을 버리거나 희생할 필요가 없습니다. 물론 성공하기 위해 어느 정도 일에 몰입하는 것은 필요합니다. 하지만 일만 한다고, 일에 올인한다고 꼭 성과가 나는 것은 아닙니다. 전 가정을 배터리 충전소로 생각합니다. 밖에 나가 일하고 사람 만나고 뛰어다니다 보면 배터리가 방전됩니다. 가정에 돌아와 가족과 밥을 먹고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면 방전된 배터리가 충전되는 걸 느낍니다. 전쟁에서 승리하려면 최전방에서 전투를 열심히 하는 것 못지않게 병참이 중요합니다. 제대로 보급품이 전달되고 병사들 상태가 좋아야 전쟁에서 승리할 수 있습니니다. 가정은 그런 면에서 병참기지 역할을 합니다.
한근태_ 핀란드 헬싱키대학에서 경영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한국리더십센터 소장을 역임하고 기업 경영자, 청년들을 상대로 리더십과 성공 노하우를 주제로 강의하고 있다. 삼성경제연구소 세리CEO의 북리뷰 칼럼을 15년 넘게 연재했고 《DBR》 <머니투데이> 등에 칼럼을 쓰고 있다. 주요 저서로는 <누가 미래를 주도하는가> <한근태의 인생 참고서> <경영의 최전선을 가다> <청춘예찬>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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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K-공감누리집(gonggam.korea.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