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7월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열린 세계수영선수권대회 수구 경기모습
수구(水球) 남북 단일팀은 꿈인가?
2019 광주세계수영선수권대회(7월 12~28일) 수구 종목에 한국 남녀 팀이 개최국 자격으로 출전권을 얻으면서, 단체 종목인 수구에서 남북 단일팀이 이뤄질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수구는 국내 선수층이 얇고 팀도 빈약해 어느 종목보다 남북 단일팀 시너지 효과가 커질 수 있다. 단체 경기여서 남북 선수들이 힘을 합쳐 뛰는 모습은 상상만 해도 감동적이다. 2018 평창동계올림픽에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이 있었다면, 7월 광주세계수영선수권대회에서는 남녀 수구 단일팀이 그런 몫을 할 수 있다.
북한은 아직 광주수영대회에 선수단 파견 여부를 밝히지 않았다. 하지만 광주세계수영선수권대회조직위원회는 희망을 놓지 않고 있다. 국제수영연맹(FINA)에서도 북한의 참가가 광주대회 흥행에 기폭제가 될 것으로 보고 적극적인 지원을 약속하고 있다. 물론 전망은 낙관적이지는 않다.
‘수중 핸드볼’로 불리는 수구는 국내에서는 낯선 종목이다. 기본적으로 팀 엔트리가 13명에 이르는 등 규모가 있고, 7명의 출전 선수(골키퍼 1명, 플레이어 6명)는 물속에서 쉴 새 없이 움직일 수 있는 체력과 공을 다루는 기술을 갖춰야 한다. 경영과 아티스틱 수영 모두를 잘할 수 있어야 한다. 수영 인구 등 저변과 경기를 할 수 있는 인프라 등 시설 기반이 없으면 발전할 수 없는 종목이다. 전통적으로 수영 인기가 높고 환경이 조성된 유럽과 북미, 호주가 수구에서 강세를 보이는 이유다.
▶2017년 7월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열린 세계수영선수권대회 수구 경기모습
남녀 모두 최하위권, 강팀과 같은 조
광주세계수영선수권대회 수구는 7월 13~27일 남부대학교에 마련된 임시 풀에서 열린다. 주로 한국체육대학교 출신으로 구성된 한국 남자대표팀 선수들은 진천 국가대표선수촌에서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여자대표팀은 남자팀보다 자원이 더 열악한데, 대한수영연맹은 경영 선수를 중심으로 대표팀을 구성할 계획이다.
남자 수구의 경우 남한이 북한보다 경험 면에서 앞서는 것으로 평가받는다. 하지만 국내에 수구팀이 하나도 없는 여자부는 전문팀에서 훈련한 북한 선수의 가세가 전력 면에서 큰 도움을 줄 수 있다. 이민수 광주세계수영선수권대회조직위 수구 담당관은 “여자팀의 경우 세계 최강팀인 미국과 유럽 팀에 비해 중등학교 선수 수준이다. 남자 대표팀도 외국의 강팀들과 비교하면 고교·대학생 수준이다. 단일팀이 구성되면 경기력 면에서 긍정적인 요소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2019 광주세계수영선수권대회에서 수구가 열리는 남부대 시립국제수영장│광주세계수영선수권대회조직위원회
문제는 북한의 태도다. 광주시와 국제수영연맹은 언론 등을 통해 여러 차례 북한의 광주세계수영대회 참가를 요청해왔다. 하지만 북한은 일절 응답하지 않고 있다. FINA가 국제축구연맹(FIFA)처럼 국제 스포츠 단체로서 위상이 높지 않은 것이 북한의 무관심의 배경일 수도 있다. 일부에서는 광주시 등이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섰어야 한다는 비판도 나온다. 어떻든 국제수영연맹은 북한의 선수단 파견이나 막판 극적인 단일팀 구성이 이뤄질 경우를 대비해 엔트리 확대 혜택 등을 고민하고 있다.
단일팀이 불발되더라도 광주세계수영대회는 수구에 대한 관심을 확산시킬 것이 확실하다. 4월 7일 크로아티아 자그레브에서 이뤄진 조 추첨에서 한국은 남자부 A조(한국·세르비아·몬테네그로·그리스), 여자부 B조(한국·헝가리·캐나다·러시아)에 속하게 됐다. 남녀 각 16개 나라가 참가해 4개 팀씩 조별리그와 순위 결정전을 통해 메달을 가린다. 특히 한국 남자가 조별리그에서 만나는 세르비아와 몬테네그로는 세계 최강의 팀이고, 여자부에서도 한국의 상대인 헝가리와 캐나다, 러시아는 우승 후보다.
한국을 제외한 아시아 국가로는 일본이 남녀 D조에 편성됐고, 중국은 여자 D조에서 경쟁한다. 중국은 2011년 세계수영대회 여자부에서 은메달을 딴 적이 있다.
▶4월 24일 서울 서초구 JW메리어트호텔에서 열린 광주세계수영선수권대회공식 유니폼 및 메달 공개 행사에서 모델들이 시상요원 유니폼을 선보이고 있다.
남 30m·여 25m 풀 쉼없이 오가 박진감
‘수중 럭비’라고도 불리는 수구는 1900년 파리 올림픽 때부터 남자부 정식종목이 됐고, 여자 수구는 2000년 시드니 올림픽 때부터 도입됐다. 물속에서 벌이는 몸싸움과 물 밖의 공 다툼이 치열하고, 공수 전환 때 모든 선수가 30m(여자 25m) 길이의 풀을 빠르게 오가는 등 박진감이 넘친다.
패스나 드리블을 통해 높이 0.9m, 너비 3m의 골문 안으로 공을 던져야 해 동료와 약속된 움직임이 중요하다. 공격제한 시간은 30초이고, 쿼터별 8분씩 4쿼터로 이뤄진다. 2m 깊이의 풀 바닥에 발이 닿아서는 안 된다. 짧은 시간에 경기가 끝나는 경영 경기에 비해 오랫동안 물속에서 버텨야 하기 때문에 지구력과 함께 폭발적인 파워를 갖춰야 한다. 벤치까지 13명의 선수는 수시로 교대하면서 힘을 비축한다.
▶남부대 시립국제수영장 내부│ 광주세계수영선수권대회조직위원회
축구의 오프사이드, 핸드볼의 페널티스로, 아이스하키의 파워플레이 등과 유사한 경기의 규칙도 눈길을 끈다. 공격팀 선수는 골대 앞 2m에 그려진 선 안으로 상대 선수보다 먼저 들어가 공을 받으면 오프사이드 반칙이 된다. 골대 앞 2~6m 공간은 위험 구역으로 수비수가 공격수에 반칙을 하면 자칫 페널티스로(골문 앞 5m 지점)를 내줘야 한다. 주심은 반칙을 범한 선수에게 20초간 풀 한쪽으로 물러나도록 페널티를 주는데, 이럴 경우 공격 팀은 수적 우세를 앞세워 파워플레이를 할 수 있다. 상대 반칙 선수가 두 명이면 더 강력한 파워플레이를 할 수 있다. 주심 2명과 골 판정관 2명 등 심판들이 물 밖의 거친 행위에 대해서는 휘슬을 불지만, 선수들은 심판의 눈을 피해 상대 옷을 잡아 내리거나 물속에서 발로 차는 등 거친 행위를 다반사로 한다. 여자 수구는 격렬한 경기로 상반신이 노출되는 경우도 나와 생방송을 하지 않기도 한다.
개최국 대회여서 출전권을 얻은 한국은 객관적 전력에서 최하위권으로 분류된다. 실제 한국은 남녀 통틀어 그동안 세계수영선수권대회 수구 본선에 나가본 적이 없다. 올림픽 무대에서는 개최국 자격으로 1988년 서울올림픽 때 한 번 출전했다. 실력 차가 워낙 커 한국이 이번 대회에서 20-1, 30-1 식으로 대량 실점할 가능성도 있다. 다만 국내에 덜 알려진 수구가 이번 대회로 대중적 관심을 받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민수 담당관은 “국내에는 수영장이 많지 않고, 수영장의 많은 면적을 사용해야 하기 때문에 수구가 활성화되지 못했다. 하지만 직접 경기를 보면 치열한 몸싸움과 소리, 다양한 전술 등의 매력에 빠지게 된다. 광주대회를 통해 국내에서도 수구의 재미가 많이 알려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창금 <한겨레> 기자
도쿄올림픽 출전권 43% 배정 세계적 선수들 몰려와 ‘전초전’
2019 광주세계수영선수권대회에는 2020 도쿄올림픽 출전권의 43%가 배정돼 있다. 세계적인 선수들의 올림픽 전초전을 국내에서 볼 수 있는 기회다. 광주세계수영대회 조직위는 온라인 입장권 판매 사이트(https://tickets.gwangju2019.com)나 고객센터(1599-7572), 전국 20개 주요 철도역 등을 통해 올 초부터 입장권을 팔고 있다.
평균 입장권 가격은 3만 원으로 인기 종목인 경영·다이빙·아티스틱 수영 예선전은 B석 1만 원~결승전 S석 7만 원에 관람할 수 있다. 수구·하이다이빙·오픈워터는 예선전 A석 1만 원~결승전 S석 5만 원으로 책정했다. 개막식 입장권은 4만~15만 원이다. 국가·독립유공자, 5·18 유공자, 특수임무수행자, 장애인, 65세 이상 경로자에게 50%를 할인해준다. 청소년도 40% 싸게 살 수 있다. 25세 이상의 수영 동호인 마스터즈 국제대회(8월 5~18일) 관람은 무료다.
여름철 남해안 휴가지와 광주수영대회를 하나로 연결하려는 계획도 추진 중이다. 대회조직위원회는 대회 기간 광주로 향하는 차량에 대한 고속도로 통행료 면제 방안을 한국도로공사와 협의 중이다. 조직위는 주변의 목포, 여수 등 관광지에서 휴가를 즐기다가 아이들과 함께 국제대회 직접 관람을 경험하는 것도 좋은 추억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조선대에서 열리는 27m 높이의 하이다이빙은 절벽에서 뛰어내리는 듯한 아찔함으로 한여름 더위를 날려버릴 볼거리가 될 수 있다.
기존 대회에 불참한 적이 없는 북한 선수단의 참가 여부도 관심거리다. 국제수영연맹(FINA)은 엔트리 등록 마감인 6월 24일까지 북한의 참가 소식을 기대하고 있다. 수구 단일팀이 구성되지 못하더라도, 북한의 메달권 선수들이 팬들의 시선을 모을 것으로 보인다. 북한 남자 다이빙의 현일명(25)은 2017년 부다페스트 대회 남자 10m 혼성 싱크로나이즈드 플랫폼에서 동메달을 따냈고, 여자부의 김미래(18)와 김국향(20)도 같은 대회 10m 싱크로나이즈드 플랫폼에서 은메달을 차지했다. 이번 광주대회에서 금메달을 노릴 수 있는 역량을 갖추고 있다.
김창금 <한겨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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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K-공감누리집(gonggam.korea.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