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CU)가 11년의 여정을 마쳤다. 지금 극장가를 ‘올킬’한 <어벤져스: 엔드게임>(이하 <엔드게임>)이 그 긴 여정에 마침표를 찍은 것이다. <엔드게임>은 2008년 <아이언맨>으로 시작해 총 22편으로 이어진 MCU의 한 챕터 ‘인피니티 사가’를 갈무리하는 작품이다. 동시에 10년 동안 대중문화 깊숙이 침투한 마블의 영향력을 다시금 확인하는 순간이다. 지난 10년간 마블의 세계관은 어떻게 쌓여왔을까. 그리고 마블이 우리에게 남긴 유산은 뭘까 생각해본다.
MCU, 즉 Marvle Cinematic Universe는 마블 코믹스를 기반으로 마블 스튜디오에서 제작하는 슈퍼히어로 영화와 드라마 등을 포함하는 공통 세계관을 지칭한다. 마블 스튜디오 사장 케빈 파이기를 필두로 한 위원회가 전체적인 스토리를 짜고, 각 단계의 영화를 감독에게 맡겨 제작하는 형식을 취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MCU는 플롯, 설정, 캐스팅, 캐릭터를 공유하며 각 작품마다 다음 작품에 대한 복선 또는 지난 작품과의 연관성이 깔려 있다.
마블은 세계관을 페이즈(phase)로 나눠 스토리를 진행하고 있다. 이를 살펴보려면 지난 10년 동안 나왔던 히어로들의 이야기를 짚고 넘어가야 한다. 이번 <엔드게임>으로 ‘어벤져스 1세대’라고 할 수도 있는 한 챕터가 마무리되면서 새로운 이름인 ‘인피니티 사가(saga·영웅전설)’라는 명칭이 부여되었다. ‘인피니티 사가’는 페이즈 1, 2, 3으로 다시 나뉜다.
22편 모두 플롯부터 캐릭터까지 공유
‘MCU 페이즈 1’은 어벤져스의 결성 전 이야기부터 어벤져스 결성까지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쉽게 어벤져스의 태동기로 보면 되겠다. 먼저 MCU의 기념비적 영화이며 부흥을 이끈 작품인 2008년 <아이언맨>부터 시작한다. 아이언맨에 이어 헐크, 토르, 캡틴 아메리카가 탄생했고, 2012년 <어벤져스>를 개봉하면서 페이즈 1은 마무리된다. 히어로들의 탄생 이야기와 그들이 가진 스토리에 집중할 수 있는 영화들이 대부분이다. 포문을 연 <아이언맨>이 큰 인기를 얻으면서 2편까지 나왔고, 그 열기는 연이어 개봉한 시리즈들의 흥행을 견인하는 역할을 톡톡히 했다.
‘MCU 페이즈 2’는 어벤져스의 이야기들이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2018, 이하 <인피니티 워>)에서 주로 다뤄진 스톤에 대한 이야기도 이때 나온다. 2013년 <아이언맨> 3편을 시작으로 <토르: 다크 월드>와 2014년 <캡틴 아메리카: 윈터 솔져>,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그리고 2015년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과 <앤트맨> 순으로 개봉되었다. 페이즈 2에서는 굉장히 다양한 사건들이 이어진다. 그런 만큼 가장 재미있는 요소들이 많은 시대다. 각각의 솔로 영화에서 다뤄지는 이야기들이 <어벤져스> 2편인 <에이지 오브 울트론>에서 결국엔 모두 모아진다. ‘인피니티 사가’ 전체적으로 봤을 때 이야기의 절정을 위해 전개되는 단계다.
‘MCU 페이즈 3’는 어벤져스끼리의 격돌로 시작해 어벤져스와 MCU 사상 최강 빌런 타노스의 격돌로 끝나는 이야기다. ‘인피니티 사가’ 전체로 봤을 때는 이야기의 절정 단계가 된다. 2016년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를 시작으로 <닥터 스트레인지>, 2017년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VOL.2> <스파이더맨: 홈커밍> <토르: 라그나로크>, 2018년 <블랙 팬서>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 <앤트맨과 와스프>, 2019년 <캡틴 마블> <어벤져스: 엔드게임> 순으로 개봉되었다. 이렇게 마지막인 <엔드게임>이 4월 24일 개봉하면서 MCU 페이즈 1부터 시작한 어벤져스의 이야기는 대단원의 막을 내린다.
<엔드게임>을 아직 안 본, 아니 못 본 사람은 궁금해 미칠 터다. 이야기의 1부 격인 <인피니티 워>에서 ‘닥터 스트레인지’가 사라지기 직전에 한 대사를 기억해보자. “We’re in the Endgame.” 그리고 <앤트맨과 와스프>에 아주 중요한 키워드가 나왔다. 양자역학이다. <인피니티 워>에서 살아남은 반쪽 어벤져스는 갑자기 사라진 소중한 가족, 친구, 연인 등을 되살리기 위해 <엔드게임>에서 그야말로 모든 것을 걸고 싸운다. 이 희생의 결말은 영화관에서 확인하자. 눈치챘다 한들 영화의 감동은 결코 가벼워지지 않는다. 3시간이 살짝 넘는 시간 동안 켜켜이 쌓이는 감동은 직접 확인하기 전까진 느낄 턱이 없다.
스포일러가 안 되는 선에서 총평을 남긴다. 전편 <인피니티 워>가 영화사에 손꼽을 정도로 호화로운 영화였고, 충격적인 결말까지 더해 <엔드게임>은 한없이 부풀어 오른 영화 팬들의 기대치를 만족시켜야 하는 막중한 임무를 짊어진 영화였다. 여기에 제작진은 지난 10여 년간 마블 영화들의 총결산이라는 야심찬 포부까지 스스로에게 부여했다. 그것은 영화 속에서 타노스를 상대하는 것만큼이나 어려운 과제였을 것이다. 그러나 놀랍게도 마블은 팬들의 기대치를 훌쩍 넘는 굉장한 결과물을 만들어냈다. <엔드게임>은 전편 <인피니티 워>와 함께 21세기 할리우드가 만들 수 있는 오락 영화의 최정점에 선 작품이다. MCU의 피날레를 완벽하게 마무리해냈다.
양자역학 키워드… 역대급 기록 쏟아져
11년 전 <아이언맨>이 세상에 나왔을 때 전 세계가 마블 스튜디오에 열광했다. 하지만 이렇게까지 신드롬을 일으킬지 누가 예상했을까. 그 완결판인 <엔드게임>의 열풍을 통해 마블이 우리 대중문화 속에 얼마나 깊게 침투했는지 알 수 있다.
예매창이 열리기 며칠 전부터 국내의 최대 영화 커뮤니티인 ‘익스트림 무비(extmovie.com)’는 마블 팬들로 서버가 다운될 지경이었다. 1분도 안 돼 관련 글들이 여러 페이지를 넘긴다. 운영자인 김종철 편집장은 “어느 정도는 예상했지만 이정도일 줄 몰랐다”라며 그 열기를 실감한다고 말했다. 예매가 시작되자마자 역대급 기록이 쏟아진다. 최다 사전 예매량, 최고 사전 예매율, 최단 100만 관객 돌파, 개봉일 최다 관객 기록 등. 예매 전쟁으로 멀티플렉스의 서버가 다운되는 해프닝이 일어나기도 했다. CGV 극장 관계자는 “반가운 일이지만 한편으론 무섭다”는 반응이다. <엔드게임>은 연일 흥행 신기록을 새로 쓰고 있다. 이같은 흥행 광풍은 전세계 최초 개봉한 우리나라만의 상황이 아니다. 중국의 경우 박스오피스 점유율의 98%를 <엔드게임>이 장악했다. 북미도 역대 최고의 기록을 갱신 중이다. 이런 기세라면, 전 세계 흥행 수익 1위인 <아바타>(2009)를 넘어서는 건 시간 문제일지 모른다.
어벤져스의 인기는 극장 밖으로도 확장되었다. 이번 <엔드게임>의 개봉을 앞두고 금융권은 마블 캐릭터로 디자인한 체크카드와 통장을 출시했다. 식음료 및 의류, 생활용품 등에 접목된 굿즈 상품은 영화 인기를 타고 점점 확대 생산 중이다. 마블 히어로만 소개하는 유튜버도 상당수 생겼다. 중장년층도 미국 코믹스 시장의 양대산맥인 마블과 DC를 더이상 헷갈려하지 않는다. 일부 세대만 즐기던 마블은 이제 남녀노소 모두가 즐기는 콘텐츠로 확장해가고 있다.
새 시대 히어로즈 중 이터널스 주목
MCU의 미래는 어떨까. 지금으로서는 새로운 시대엔 캡틴 마블과 이터널스의 히어로들이 등장하고 세계관이 분리되어 있었던 폭스의 앤트맨과 판타스틱 4 캐릭터들이 합류하는 발판을 만들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현재 개봉이 확정된 영화는 두 편. <스파이더맨: 파 프롬 홈(Spider-Man: Far From Home)>이 2019년 7월에,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Vol. 3>는 2020년 5월에 개봉될 예정이다. 이후 촬영이 예정된 영화로는 <블랙 위도우>와 <호크아이>, <블랙 팬서 2>, <닥터 스트레인지 2>가 거론되고 있다.
케빈 파이기는 새로운 시대를 이끌 히어로들 중에서 ‘이터널스’를 중요한 캐릭터로 꼽았다. 1976년 코믹북을 원작으로 하며, 수백만 년 전 우주적 존재 셀레스티얼이 탄생시킨 불사의 종족이다. <이터널스>는 중국 출신의 여성 감독이 맡으면서 2019년도 가을쯤 런던에서 촬영을 시작할 예정이다. MCU 포에버~.
글 심은하 기자
사진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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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K-공감누리집(gonggam.korea.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