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업의 메카’ ‘제조업의 꽃’으로 불렸던 지역들이 산업 변화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모두 국가 경제 한 축을 담당했던 지역들이다. 정부는 이런 지역의 경제 상황 등이 심각하게 위축될 것을 우려해 ‘산업위기대응특별지역’(이하 특별지역) 제도를 통해 다각적인 지원을 하고 있다.
현대중공업 조선소와 한국지엠(GM) 공장 폐쇄 등으로 위기를 맞은 전라북도 군산은 2018년 4월 첫 특별지역으로 지정됐고, 이후 정부는 5월 말 경남 거제, 통영·고성, 창원 진해구와 전남 영암·목포·해남, 울산 동구 등 5곳을 특별지역으로 추가 지정했다. 올해 4월 이 5곳 지역은 지정 기간을 2년간 연장하기로 했다.
정부는 여러 제도를 마련해 특별지역으로 지정된 지역들이 새로운 돌파구를 찾을 수 있게 지원하고 있다. 특별지역으로 지정된 지역들 중에는 지역 역량을 살려 대체, 보완 사업 등을 검토하고 추진하는 사례들도 있다. 경상남도 창원, 전라북도 군산 등을 찾아가 새로운 해법을 모색하고 있는 현장을 만나보고, 특별지역 관련 정부의 지원 정책 등도 살펴봤다.
경남 창원
경남 창원시는 한때 ‘한국 제조업의 메카’로 불리며 국가 경제의 한 축을 담당했다. 기계와 전자, 중공업 등 관련 제조업 공장만 해도 2700여 개가 밀집했다. 창원국가산업단지(이하 창원산단)와 마산자유무역지역 수출을 중심으로 IMF 외환위기도 비켜갈 만큼 안정된 성장을 거듭해왔다. 하지만 2012년 이후 자동차와 조선, 기계 산업이 쇠락하면서 지역 경제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STX그룹 해체와 한국지엠의 판매 부진, 두산중공업의 실적 부진 등은 고용과 내수를 크게 위축시켰다.
정부는 2019년 4월 STX그룹 본사가 자리한 창원시 진해구에 대해 산업위기대응 특별지역과 고용위기 지역으로 각각 2년과 1년씩 지정 연장했다. 범정부 차원의 지원과 함께 시에서도 장기 침체를 벗어날 자구책을 마련했다. 허성무 창원시장은 “2019년을 창원경제 부흥의 원년으로 선포하고, 모든 행정력을 경제 살리기에 집중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패키지형 수소충전소는 ‘컨테이너’에 탱크, 압축기 등 수소 충전에 필요한 기계를 갖춘 것으로 구축과 이동을 편리하게 한 미니 충전소다.”
국내 최초 도심 패키지형 수소충전소(이하 미니 충전소) 공사현장을 찾은 5월 23일 오후 1시 30분 무렵. 노란 비닐에 칭칭 감겨 우뚝 선 주유기 한 대만이 이곳이 충전소라는 걸 알리는 듯했다. 충전소 한쪽에 생경하게 들어선 컨테이너 앞에서는 용접 작업이 한창이었다. 창원산업진흥원 수소산업육성팀 강영택(사진) 박사는 “우리 목표는 중장년을 고용하고 기존 산업을 지키되, 성장력이 높은 새로운 산업을 만드는 것이다. 여기에 친환경적이면서도 국민, 그리고 시민들이 반기는 산업이어야 한다. 그런 면을 종합했을 때 ‘수소’는 엄청난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창원시 성산구 중앙동 중앙체육공원에 자리한 국내 최초 도심 패키지형 수소충전소의 공사가 한창이다. | 창원시
도심 패키지형 수소충전소 곧 문 열어
친환경 에너지로 주목받는 수소차의 보급 확산을 위해서는 수소충전소 구축 확대가 필수적이다. 하지만 고가의 수소충전소 구축비용 발생과 수소충전소 대지 확보 문제, 장기간 사업 기간 소요 등 어려움이 있다. 미니 충전소는 이를 해결한 새로운 개념의 도심 패키지형 수소충전소다. 실제 이날 찾은 창원시 성산구 중앙동 중앙체육공원에 있는 미니 충전소는 약 990㎡(300평)로 기존 수소충전소 규모의 절반 수준이었다. 수소충전소 구축 소요 기간인 5~6개월보다 공사 기간을 상당히 단축한 것도 특징이다. 미니 충전소는 5월 말까지 충전소 구축을 완료하고, 6월부터 패키지형 수소충전소 준공 및 운영 개시를 할 예정이다.
▶창원시 성산구 중앙동 중앙체육공원에 자리한 국내 최초 도심 패키지형 수소충전소의 공사가 한창이다. | 창원시
창원시는 수소산업 직·간접 제품 및 부품 기업만 해도 100개사 이상 밀집해 있다. 국내 수소충전소 전문 기업이 모두 창원에 위치할 정도로 수소산업의 집적지이다. 또 환경부 선정 기초지자체 유일의 ‘수소차 및 충전소 중점 보급도시’이기도 하다. 이렇듯 창원시가 ‘수소’ 도시로 다시 성장할 수 있었던 데는 과거 제조업의 흥망성쇠에 따라 얻은 교훈도 한몫했다. 창원산단에 입주한 업체는 약 3000개소로 이 중 50% 가까이가 자동차 부품산업과 연계돼 있다. 그러나 대부분 내연기관 자동차 주요 부품과 관련돼 있어, 내연기관 자동차의 판매 및 수출에 따라 관련 기업체의 매출도 크게 좌우된다. 이에 창원시는 관내 자동차 부품업체가 친환경 자동차 시대에서 경쟁력을 가질 수 있도록 내연기관 자동차 수준으로 많은 부품과 장비가 요구되는 수소차의 주요 장비 및 부품을 개발하고 기술적으로 진보할 수 있는 지원 정책을 세웠다. 아울러 수소차 보급 및 충전소 구축 국비 지원으로 관련 사업도 적극적으로 추진했다. 수소차 보급 활성화 추진을 시작한 2016년 당시에는 수소차가 대당 8500만 원의 비싼 가격으로 인해 민간 보급이 어려운 실정이었다. 이에 창원시 관용 차량을 중심으로 2017년까지 관용 수소차 40대를 보급했다. 현재 전국 2위 규모인 수소차 330여 대(관용 수소차 57대+관내 수소차 269대, 2019년 4월 10일 기준)를 보급했고, 수소충전소 2개소를 운영하면서 1일 평균 50대 상당의 수소차를 충전하고 있다.
▶창원시에 시범운행 중인 친환경 수소버스 ㅣ 강민진 기자
중장년 재고용·기술력 발전 일석이조
관용차로 지급된 수소차를 직접 타고 미니 충전소에 이어 실제 운영 중인 수소충전소 2곳도 둘러보기로 했다. 일반 자동차와 수소차의 차이점을 묻자, 강 박사는 “지금 창원산단을 보면 ‘스마트 산단’으로 인해 기존 굴뚝에서 시꺼먼 연기가 올라오는 게 별로 없다”며 “그런데 여기서 더 나아가 수소로 넘어가면 연기를 없애는, 즉 ‘미세먼지를 많이 만드는 공장에서 아예 안 만드는 공장’이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올해부터 보급되는 대중교통용 수소 버스는 미세먼지 저감 등 도시환경 개선 효과도 거둘 것으로 전망한다”고 밝혔다. 친환경 에너지인 ‘수소’는 미세먼지를 줄일 수 있는 장점이 있다는 말이었다. 설명을 들으면서 도착한 수소충전소는 미니 충전소와 약 10분 거리에 떨어진 창원시 성산구 성주동에 자리했다. 2018년 11월에 준공된 창원시 2호 수소충전소로 실제 운영하고 있는 곳이라 충전 중인 수소차도 쉽게 볼 수 있었다. 아울러 시범운행 중인 수소 버스의 모습도 눈에 띄었다. 창원시는 올해 수소충전소 2기(마산합포구 덕동동, 진해구 죽곡동) 구축과 함께 수소차 550대, 수소 버스 5대를 추가로 보급할 계획이다. 2022년까지 수소 버스 100대를 포함해 총 5000대의 수소차(누적)를 보급하고, 충전소는 10기까지 구축할 계획이다. 이와 관련해 허성무 창원시장은 5월 7일 “창원시는 미세먼지 저감 대책으로 수소차를 보급하고, 미래 신성장동력 산업으로 수소산업을 적극적으로 육성하고 있다”며 “이번에 유치한 수소 생산기지 구축사업을 비롯해 지속적인 인프라 확대와 수소에너지 생산·활용 관련 신산업 기술 육성 및 기업지원 사업을 집중적으로 추진해 명실상부한 수소산업 특별시로 거듭날 것”이라고 포부를 밝힌 바 있다.
▶패키지형 수소충전소에는 탱크, 압축기 등 수소 충전에 필요한 기계를 갖춘 컨테이너가 들어서 있다. 사진은 컨테이너 내부 모습
마지막 수소충전소가 있는 의창구 팔용동으로 가기 위해 다시 한 번 수소차에 올랐다. 가는 길에 차창 밖으로 창원산단의 모습이 보였다. 강 박사는 “지금 창원 지역은 많은 가장이 직장을 잃어버린 상황”이라며 “그분들은 대부분 조선업 등 제조업에 종사했기 때문에 기계 가공 등에 특출난 인재들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런 분들이 신규 산업으로 다시 유입된다면 노하우를 지닌 중장년층의 재고용은 물론, 산업의 기술력도 더욱 발전하는 일석이조 효과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강 박사는 또 1단지, 2단지로 확장한 창원산단에 수소산업특화단지를 조성해 기업들을 유치하고 전폭적으로 지원할 방침이라는 계획도 밝혔다. 이를 위해 비싼 국가산업단지 땅에 기업이 투자하기 쉽지 않다는 점을 고려해 사회간접자본(SOC) 사업의 정부 지원을 요청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개발 사업을 정부와 함께 해서 개발비를 낮춰 입주 기업에 혜택을 주자는 건데, 여기에 더해 광주형 일자리처럼 ‘창원형 일자리’ 제도를 도입해 기업이 투자할 수 있는 좋은 여건을 만들어주자는 게 목적”이라고 말했다.
▶2017년 3월 준공 당시 경남 유일의 수소충전소였던 팔룡 충전소 ㅣ 창원시
수소연료전지 발전, 100조 사업으로
창원산단의 모습이 시야에서 사라질 때쯤 마지막 충전소인 의창구 팔룡동 충전소에 도착했다. 창원시는 수소차 보급 활성화를 위해 연료공급 시설인 수소충전소 구축을 2016년 2월부터 추진해 2017년 3월에 경남 유일의 수소충전소인 팔룡 충전소를 준공했다. 이곳에서 만난 백정한 창원산업진흥원장은 “현재는 수소자동차가 수소산업의 대표 주자라고 할 수 있으나 이 역시도 일부일 뿐”이라고 말했다. 백 원장은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의 수소연료전지 발전 분야는 2040년까지 100조 원이 넘는 사업으로 또 다른 축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를 통해 “원자력발전 산업의 쇠퇴 탓에 어려움에 부닥친 두산중공업과 연관 기업이 원전 대체산업으로 연료전지 발전 시장을 키워간다면 충분한 경쟁력을 갖출 것”으로 내다봤다.
창원시 진해구의 산업·고용 위기지역 지정 연장으로 ▲보급형 표준 제조로봇 기술개발 지원장비 구축사업 ▲고효율 저공해 자동차 부품 기술 고도화 테스트베드 구축사업 등 국비 지원 각종 R&D 사업 추진에 가속도가 붙을 것으로 기대한다. 또 창원의 산업체질 개선을 위해 심혈을 기울여 준비 중인 ▲핵심 소재·부품산업 육성 플랫폼 구축 ▲강소 연구개발 특구 지정 ▲한국기계연구원 부설 재료연구소의 연구원 승격 ▲진해 연구자유지역 등 대형 프로젝트 추진에 탄력이 붙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와 함께 ▲직업훈련 참가 시 구직급여 지급 ▲생활안정자금 대부 요건 및 한도 확대 ▲재취업 및 직업훈련 참가 지원 확대 ▲사업주 지원을 위한 고용유지 조치 ▲청년추가고용장려금 ▲고용촉진장려금 등 범정부 차원의 지역 대책도 받을 수 있다.
창원/강민진 기자
수소 액화·저장장치 개발 실증사업 추진
창원시는 두산중공업, 창원산업진흥원과 함께 국내 첫 ‘수소 액화 및 저장장치 개발 실증사업’에 나선다. 청정 에너지원인 수소는 -253℃의 극저온에서 액화되고, 이 액화 수소는 기체 상태의 수소에 비해 부피가 800분의 1로 대폭 감소해 저장 및 운송이 쉬워진다. 또 수소충전소의 저장탱크 크기가 작아져 충전소 건설 대지를 줄여주는 등 운영비를 절감시키는 장점이 있다. 현재 수소 액화 플랜트는 전 세계에서 30개의 상용급 플랜트가 운영 중이다. 세계적으로 미국, 유럽, 인도, 중국 등은 수소 액화 플랜트를 상용 운영 중이나, 국내에는 수소 액화 플랜트가 없어 핵심기술 국산화 추진이 시급한 실정이다.
창원시 수소에너지 순환시스템 실증단지 구축과도 연계된 이 사업은 지역 내 관련 수소산업을 활성화하고 관련 기존 지역기업은 물론 유망 기업을 유치해 지역 경제 기여도가 클 것으로 기대된다.
K-공감누리집의 콘텐츠 자료는 「공공누리 제4유형 : 출처표시 + 상업적 이용금지 + 변경금지」의 조건에 따라 자유롭게 이용이 가능합니다.
다만, 사진의 경우 제3자에게 저작권이 있으므로 사용할 수 없습니다.
콘텐츠 이용 시에는 출처를 반드시 표기해야 하며, 위반 시 저작권법 제37조 및 제138조에 따라 처벌될 수 있습니다.
[출처] K-공감누리집(gonggam.korea.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