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혁명 등 산업변화에 따라 로봇 관련한 자격들도 신설됐다. 사진은 서울 성북구 하월곡동 KIST 인지로봇센터 가사도우미 로봇 시연회가 열린모습│한겨레
경기도 구리시에 사는 50대 후반 김철영 씨는 퇴직 후 할 일을 찾고 있다. “나중에 드론 이용해서 농사짓는 일 해보면 어때.” 얼마 전 친구들이 해준 이야기 덕에 요즘 드론 관련 자격 정보를 찾느라 바쁘다. 김 씨처럼 노후 대비용뿐 아니라 취업 스펙용 등으로 자격증을 취득하려는 이들이 많다. ‘여기 가면 하루 이틀 만에 자격증 나온다더라’ ‘요즘 이 자격증이 잘나간다던데…’ ‘이거 있으면 공무원 시험에서 유리하다던데…’ 등 소문만 듣고 자격증 취득을 준비했다간 돈과 시간 낭비하기 쉽다.
자격증 취득의 첫 단추는 내가 그 자격증을 어떻게 활용할지를 먼저 생각해보는 것이다. 한국직업능력개발원 김상호 박사는 “의외로 ‘장롱 자격증’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 그 자격증이 얼마나 효용 가치가 있는지, 취득하기까지 시간과 돈이 얼마나 드는지, 어떤 목적으로 사용할지 꼼꼼히 따져보고 도전했으면 한다”고 충고했다.
목적과 효용 먼저 꼼꼼히 따져야
현재 우리나라 자격의 종류가 어떻게 구분되는지 등 자격에 대한 기초 정보를 알아두는 것도 필수다.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자격이라고 하면 ‘국가자격’만 떠올리지만 자격의 종류는 꽤 다양하다. 우리나라 자격의 종류는 크게 ‘국가자격’과 ‘민간자격’으로 나뉜다. 국가자격은 ‘국가기술자격법’ 등에 따라 국가가 관리·운영하고, 민간자격은 국가 외 법인·단체·개인이 스스로 만들어서 등록 후 운영한다. 드론 관련 자격증의 경우, 국가자격으로는 한국교통안전공단이 시행하는 ‘초경량 비행장치 조종자’ 자격이 있다. 국가자격을 취득하고자 한다면 이 자격에 대한 공부를 하면 된다. 그 밖에 ‘드론 촬영 전문가’ ‘드론 정비사’ 등은 모두 민간자격에 해당한다.
국가자격은 ‘국가자격’과 ‘국가기술자격’으로 나뉜다. 국가자격은 자격별 개별 법령에 따라 전문 인력 공급을 목적으로 국가가 관리·운영하는 자격이다. 의사, 변호사, 공인중개사, 자동차운전면허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국가기술자격은 ‘국가기술자격법’에 따라 고용노동부가 총괄 운영하는 자격으로 기술사, 기능장, 기사, 산업기사, 기능사 등을 말한다. 건축구조기술사, 항공기사 등이 국가기술자격에 해당한다.
민간자격에서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게 ‘등록 민간자격’이다. 등록 민간자격은 ‘자격기본법’에 따라 국가 외 법인·단체·개인이 신설해 관리·운영하는 자격을 말한다. 등록관리기관의 등록대장에 자격의 종목명 및 등급, 자격 관리 운영기관에 관한 사항 등을 기재하고 등록 절차를 거치는 등 일련의 행정 절차를 통해 등록 민간자격으로 등록할 수 있다. 결혼상담사, 바리스타, 요가지도사 등이 대표적인 등록 민간자격이다. 2018년 3월 기준 등록 민간자격은 2만 9000여 개에 이른다.
등록 민간자격 중 국가가 공인해주는 자격도 있다. ‘공인 민간자격’이다. 정부가 민간자격에 대한 신뢰를 확보하고 사회적 통용성을 높이기 위해 1년 이상 3회 이상 검정 실적(자격 발급 실적)이 있고, 법인이 관리·운영하며, 민간자격 등록관리기관에 등록한 자격 중 우수한 자격을 자격정책심의회 심의를 거쳐 공인한 경우를 말한다. 행정관리사, 자산관리사, TEPS, 한자능력 급수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대한상공회의소 인천인력개발원 운동장에서 드론 실기수업 교육생들이 비행 전 드론을 점검하고 있다.│한겨레
‘수강료 환불’ 허위 땐 1372로 전화
내가 취득하려는 자격이 국가자격인지, 민간자격인지 그리고 민간자격에서도 등록 민간자격인지 국가공인 민간자격인지 알아보려면 국가자격은 한국산업인력공단의 큐넷(www.q-net.or.kr), 민간자격은 한국직업능력개발원 민간자격정보서비스(www.pqi.or.kr) 누리집을 참고하면 된다. 직업 관련 전문가들은 정보를 탐색할 때 현재까지 누적된 자격 취득자 수, 최근 응시자 추이, 자격 활용률 등 통계를 확인하라고 강조한다. 자격증 관련 기관을 확인하는 것도 필수다. 자격증은 되도록 발급 기관이 비영리로 운영하는 종목일수록 좋다.
자격 종류가 다양하다 보니 자격에 대한 오해도 많다. 대표적인 예가 공인 민간자격을 국가자격으로 오해하는 경우다. 김 박사는 “국가가 공인한 민간자격증은 다른 민간자격증과 비교해 신뢰성은 높지만 공인 민간자격증 상당수가 직업자격증이 아닌 교양이나 직무기초 자격증이기 때문에 실제 취업에는 큰 도움이 되지 못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민간자격 광고에 공인 여부 표시가 없어 등록 민간자격을 공인 민간자격으로 오해하는 경우도 다반사다. 2월 교육부는 “실제 한국소비자원이 자격증을 보유한 20∼30대 300명을 대상으로 2015년 조사한 결과, 자신이 취득한 등록자격을 국가자격 혹은 공인자격으로 잘못 알고 있는 경우가 무려 61.3%에 달했다. 잘 모른다고 답한 이도 16.8%였다”고 했다. 이런 탓에 교육부는 올해 3월 5일부터 등록자격을 광고할 때 ‘공인자격이 아니라는 점’을 정확히 표시하도록 의무화했다. 민간자격 광고에 공인 여부 표시를 하지 않는 등 개정된 시행령을 어길 경우 3000만 원 이하 벌금을 물린다. 등록자격을 공인자격으로 광고하거나 공인 효력이 있는 것처럼 광고하면 3년 이하 징역이나 3000만 원 이하 벌금형을 받는다. 또한 광고에 자격 취득에 드는 총비용만 표시하게 돼 있어 환불 등 비용 관련 분쟁이 자주 일어나는 탓에 총비용뿐 아니라 내용별 비용까지 세부적으로 표기하도록 했다.
소비자 보호를 위해 민간자격 표시 의무가 강화되긴 했지만 실제 자격증 관련 교육을 들으려고 한다면 수강료, 교재비, 응시료, 환불 조건 등을 스스로 꼼꼼히 살펴봐야 한다. 한 예로 ‘언제든 환불’이라고 했다가 안 해주는 경우도 있다. 이럴 땐 국번 없이 1372로 전화하면 상담받을 수 있다.
꼭 1급까지 아니라도 가산점 주기도
취업 준비생들의 경우, 취업을 준비하는 회사에 따라 우대하는 자격증을 취득하려고 애쓴다. 자격증에 따라 꼭 1급이 필요하지 않은 경우도 있으니 1급, 2급 등 어느 수준의 자격까지 가산점을 부여하는지 정확히 파악하고 준비하는 게 좋다. 최근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이른바 ‘공시생’ 사이에선 직업상담사, 사회조사분석사 등이 주목받고 있다. 직업상담사는 노동시장에서 발생하는 직업에 대한 일반적, 법적 등 구인·구직 상담, 창업 상담, 경력개발 상담, 직업전환 상담, 은퇴 후 직업 상담 등을 한다. 일부 공무원 행정직, 직업상담직 등에서 채용 시 직업상담사 1, 2급 자격증 보유자에게 일정 부분 가산점을 부여해 공시생들에게 인기가 있다.
직업상담사의 경우, 퇴직 후 프리랜서로 활동할 수도 있다. 한 취업 관련 기관에서 프리랜서 직업상담사로 일하는 50대 최정순 씨는 “고령화 사회인 데다 평생직장이 사라지고 있어서 직업·진로에 대해 고민하는 이들이 많은데 그 수요에 맞춰 기관 등에서 프리랜서 직업상담사를 뽑기도 한다”고 했다. 또한 “내 경우 경력 단절 여성, 고령자 등을 대상으로 상담하는데 오랜 기간 사회생활을 해왔고 연륜이 있다는 게 이 일을 하는 데 오히려 장점으로 작용한다”고 했다.
빅데이터 처리 등 여러 자료와 정보를 다루는 능력이 중요해지면서 공공기관뿐 아니라 민간기업에서는 사회조사분석사 자격증 취득자를 선호하는 분위기도 두드러진다. 사회조사분석사는 기업, 정당, 지방자치단체, 중앙정부 등 각종 단체의 시장조사 및 여론조사 등에 대한 계획을 세우고 조사를 수행해 그 결과를 분석하는 전문가를 말한다. 큐넷 정보에 따르면 각종 연구소, 연구기관, 국회, 정당, 통계청, 행정부, 지자체, 용역회사, 기업체, 사회단체를 비롯해 특히 향후 지자체에서 수요가 클 것으로 전망된다.
신규 자격은 직업지도 변화 가늠자
기존에 없던 신규 자격의 경우, 앞으로 직업지도가 어떻게 달라질지를 가늠하게 해주는 중요한 정보다. 신규 자격 중 내 적성과 흥미에 맞는 자격이 있다면 과감하게 도전하는 것도 좋다. 최초 시행 자격증은 원활한 인력 수급을 위해 비교적 쉽게 출제하는 경우가 많다는 장점도 있다.
최근 등장한 신규 국가기술자격으로는 4차 산업혁명이라는 변화를 반영한 자격이 많다. 정부는 2018년 ‘제4차 산업혁명 대비 국가기술자격 개편 방안’에 따라 산업현장 수요를 반영해 국가기술자격 신설·개편을 추진하면서 총 12개 자격을 신설하기로 했다. 최근 산업 변화와 직접적으로 관련 있는 대표적인 자격으로는 로봇기구개발기사, 로봇소프트웨어개발기사, 로봇하드웨어개발기사 등이 있다. 소관 부처는 산업통상자원부로 필기·실기 시험을 통과해야 한다. 로봇기구개발기사는 로봇 구조와 주변 장치 등 로봇의 외형과 관련된 장치를 설계·제작하고 시험·평가할 수 있는 능력을 평가한다. 로봇하드웨어개발기사는 로봇 센서 신호처리 설계 등 로봇 기구를 작동시키기 위한 하드웨어를 설계하고 유지·보수하는 능력 등을 평가하는 자격이다.
산업통상자원부 소관으로 바이오 화학제품을 제조하는 실무 인력을 양성하기 위해 바이오화학제품제조산업기사 자격도 신설하기로 했다. 바이오화학제품제조기사(현 생물공학기사)의 하위 자격이며 바이오 화학제품의 품질관리 등에 대해 평가한다.
곡류, 두류, 과채류 등의 재료를 사용해 빻기, 찌기, 치기 등 공정을 거쳐 각종 떡류를 만드는 직무 능력을 평가하는 자격인 떡제조기능사 자격도 신설하기로 했다. 떡 제조 관련 전문 인력을 육성하고 전통 산업의 계승·발전을 위해서다. 또 보석 감별과 다이아몬드 감정의 전문성을 강화하기 위해 보석감정산업기사와 보석디자인산업기사 자격도 신설하기로 했다. 이 밖에 가구제작산업기사, 화훼장식산업기사, 버섯재배산업기사, 방재기사, 환경위해관리기사 등 총 12개 국가기술자격이 새롭게 등장할 예정이다.
김청연 기자
참고 자료: <취업이 잘되는 특성화고, 마이스터고 진로 전략>(노란우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