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이 ‘탈원전’이라고?

2019.05.20 공감 최신호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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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승전–탈원전’이란 말이 나올 정도로 에너지 분야 이슈를 탈원전 문제가 집어삼키고 있습니다. 깨끗하고 안전한 에너지전환의 일환으로 원전 비중을 줄이겠다는 정부의 에너지전환 정책을 놓고 잘못된 근거나 자료를 인용해 에너지전환 정책의 본질을 왜곡하고 있습니다. 에너지전환 정책이 원전 가동의 전면적 중단을 의미하는 것처럼 몰아가고 있지만 이는 사실이 아닙니다.

태양광 패널이 중금속 덩어리?
태양광발전을 하는 패널이 중금속 덩어리이며, 이로 인해 토양이나 수질 오염을 일으킬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또한 태양광발전이 핵발전보다 독성 폐기물이 300배나 많다는 주장까지 덧붙여지면서 이런 이야기는 태양광발전을 반대하는 근거로 많이 사용됩니다. 이는 결론부터 말하면 전혀 사실이 아닙니다.
태양전지 중에 카드뮴 등을 사용한 패널이 있기도 하지만, 전 세계 태양전지 생산량의 2.3%에 불과한 매우 적은 양입니다. 국내에서는 아예 제조와 판매가 되지 않는 제품입니다. 현재 국내외에서 널리 사용되는 태양광 패널은 실리콘 결정을 이용한 것입니다. 실제 국내 시판되고 있는 태양광 패널에 대한 조사에서도 구리, 납, 비소, 수은, 카드뮴 같은 유해 물질이 모두 지정폐기물 미만으로 용출됨이 확인되었습니다. 또한 태양광이 핵발전보다 300배나 유해 폐기물이 많다는 주장 역시 미국의 어느 찬핵 단체 블로그에 올라온 기사를 근거로 한 것으로, 별도의 연구·조사 자료가 없는 일방적인 주장에 그칩니다. 그런데도 이 이야기는 일부 언론과 유튜브, 인터넷을 통해 광범위하게 퍼졌고, 일부 지역에서는 태양광 패널을 반대하는 근거로 활용되기도 합니다.

너무 급진적인 에너지전환 정책?
이와 비슷한 이야기로 현재 에너지전환 정책이 너무 급진적으로 진행되고 있으며, 이로 인해 국내 핵산업이 급격히 무너지고 있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외국에서는 수십 년 걸려 진행된 에너지전환 정책이 국내에서는 대통령이 영화 한 편 보고 독단적으로 결정했다는 식의 글이 인터넷에는 차고 넘칩니다. 이 역시 사실과 다릅니다. 우리나라는 중국(11기), 인도(7기), 러시아(6기) 다음으로 전 세계에서 핵발전소를 많이 짓는 나라입니다. 현재 우리나라는 신한울(신울진) 1, 2호기와 신고리 5, 6호기 등 4기의 핵발전소를 건설하고 있습니다. 2009년 우리나라가 건설 공사를 수주한 UAE 핵발전소 역시 우리나라 업체가 건설을 진행하므로 이것까지 합하면 모두 8기의 핵발전소를 한국 핵산업계가 건설하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더 많은 건설 물량이 없으면 산업 생태계가 붕괴할 것이라고 이야기하는 것은 핵산업계의 지나친 욕심입니다. 참고로 미국(2기)과 프랑스(1기), 일본(2기) 등 핵발전 종주국들도 우리나라와 비슷하거나 더 적은 수의 핵발전소를 건설 중입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운영 중 핵발전소의 숫자가 늘고 있습니다. 고리 1호기와 월성 1호기 폐쇄가 결정되었지만, 얼마 전 신고리 4호기가 가동을 시작했고, 건설 중인 핵발전소 4기도 수년 내로 완공될 것이므로 문재인정부 임기 동안 운영 중 핵발전소 수는 계속 늘어날 전망입니다. 노후 핵발전소의 설계수명이 끝나는 2020년대 중반부터 핵발전소 수가 줄어들기는 하지만, 현재 정부 계획대로라면 2080년대까지 핵발전 운영은 계속될 예정입니다. 반면 미국과 일본은 운영 중 핵발전소 수가 급격히 줄고 있습니다. 2010년 104기에 이르던 미국의 핵발전소 수는 현재 98기로 줄었습니다. 미국은 2기의 핵발전소를 건설하고 있지만, 가동 중인 핵발전소의 35%가 경제성이 없거나 폐쇄를 계획하고 있어서 운영 중 핵발전소는 계속 줄어들 전망입니다. 후쿠시마 사고가 일어난 일본은 더 급격히 핵발전소 수가 줄고 있습니다. 후쿠시마 사고 이전 54기의 핵발전소가 운영되던 일본은 현재 운영 중 핵발전소 수가 39기로 줄었습니다. 사고가 난 후쿠시마 핵발전소 이외에도 안전 규제가 높아지면서 노후 핵발전소를 폐쇄하는 경우가 많아졌기 때문입니다. 추가 비용을 투자해 안전 설비를 보강하는 것보다 폐쇄하는 것이 더 경제적이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건설 중인 핵발전소 수나 폐쇄된 핵발전소 수 등을 따져볼 때 미국이나 일본의 핵산업이 더 급격한 변화를 겪고 있습니다. 이는 전 세계적으로 일어나는 현상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이런 이야기는 빼놓은 채 한국 핵산업계만 어려움을 겪는 것처럼 설명하는 것은 지나친 왜곡입니다.
한전 적자가 ‘탈원전’ 탓?
최근 한국전력의 영업적자가 에너지전환 정책 탓이라는 주장이 퍼지고 있습니다. 한전의 1분기 영업적자는 6299억 원으로 2018년 동 기간 1276억 원에 비해 늘어난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같은 기간 핵발전 비중은 18.9%에서 25.8%로 6.9%포인트 늘었습니다.
2018년의 경우 핵발전소 격납건물 철판 부식, 콘크리트 구멍 발견 등 핵발전소 부실시공 문제로 핵발전소 가동을 멈춘 일이 많았기 때문에 핵발전소 전력생산이 줄었지만, 올해는 평년 수준으로 회복되었기 때문입니다. 핵발전량이 늘었지만 전력 판매량이 감소해 수익이 줄었고, 발전용 LNG 가격이 13.4% 상승하면서 한전의 적자가 늘어난 것입니다. 과거 한전의 적자를 둘러싼 논란이 있을 때도 이런 사실에 대해 충분히 설명했는데도 일부 언론은 한전 적자와 에너지전환 정책을 연결하는 일을 계속 반복합니다.
전기요금 변동에는 다양한 변수가 있습니다. 특히 국제 연료비 변동 폭이 크기 때문에 이를 고려하지 않고 단순히 에너지전환 정책 때문에 전기요금이 올라갈 것이라고만 보는 것은 사실을 지나치게 단순화한 것입니다.

이헌석 에너지정의행동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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