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FIFA U-20 폴란드 월드컵 한국 대표팀 선수들이 5월 2일 파주트레이닝센터(NFC)에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세윤, 고재현, 이강인, 정호진, 박태준
‘어게인 1983!’ 한국 20세 이하(U-20) 축구대표팀이 2019 국제축구연맹(FIFA) 폴란드 월드컵(5월 23일~6월 15일)에서 1983년 박종환 감독의 ‘4강 신화’를 재현하겠다는 꿈을 밝혔다. 정정용(50) 감독은 5월 2일 미디어데이에서 “팬들이 보기에 속이 시원한 축구를 하겠다. 견고한 수비를 바탕으로 공격적으로 할 것이다. 어게인 1983!”이라고 약속했다. 청소년 대회는 성인 무대와 달리 변수가 많기는 하다. 또 목표는 높게 잡아야 한다. 하지만 한국이 ‘지옥의 조’에 속해 조별 예선만 통과해도 성공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한국이 포함된 F조에는 대륙별 강호가 모두 모였다. 포르투갈은 유럽 예선 우승팀이고, 아르헨티나는 20세 이하 월드컵에서 6번 우승컵을 들어 올린 전통의 강팀이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은 아프리카 예선 3위로 올라왔지만, 2017 한국 대회 때보다 전력이 보강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한국으로서는 모두가 쉽지 않은 상대다. 물론 쉬운 대회는 없었고 힘들수록 저력을 발휘한 게 한국 청소년팀의 역사다. 2017년 한국에서 열린 대회에서 한국팀은 아르헨티나·잉글랜드와 같은 조에 편성돼 ‘악!’ 소리가 나왔지만, 신태용 감독은 팀을 16강으로 이끌었다.
▶한국 대표팀 정정용 감독이 4월 30일 NFC에서 열린 국내 소집 훈련에서 전술 지시를 하고 있다. │대한축구협회
취약한 수비, 조직력으로 보완해야
한국은 1977년 시작돼 2년마다 열리는 20세 이하 월드컵의 단골손님이다. 그동안 14번 출전했고, 이번 폴란드 월드컵이 15번째 대회로 한국은 아시아 국가 중 가장 많이 본선 무대에 올랐다. 이 기간 7차례 조별리그를 통과해 16강 이상에 진출했고, 1983년에는 4위로 최고 성적을 냈다.
이번 대회에는 수비수 최준(연세대)과 미드필더 정호진(고려대)을 제외한 19명의 선수 전원이 프로팀 소속이어서 실전 능력은 더 커졌다고 볼 수 있다. 아마추어와 프로의 차이는 크고, 프로 가운데서도 경기에 출전하느냐 못 하느냐에 따라 기량의 질적 수준이 갈린다. 프로의 경우 2군 리그 등에서도 뛸 수 있는 기회가 있어 경험 측면은 과거보다 훨씬 좋아진 셈이다.
3-5-2 전형을 기본으로 하는 한국팀의 최전방 투 톱인 전세진(수원 삼성)과 조영욱(FC 서울)은 프로에서도 거의 주전급으로 볼 수 있다. 둘은 2018년 아시아축구연맹(AFC) 19세 이하 챔피언십에서 팀이 생산한 12골의 4분의 3인 9골을 합작했다. 전세진이 5골, 조영욱이 4골을 기록했다. 조영욱은 2017년 한국에서 열린 20세 이하 월드컵에서도 뛰었기에 자신감과 의욕이 남다르다. 바이에른 뮌헨의 정우영과 엄원상(광주 FC), 오세훈(아산 무궁화)까지 포함하면 공격진의 면면은 화려한 편이다.
공격과 수비의 중간고리 역할을 해야 하는 미드필드 진영에서는 형들보다 두 살 어린 나이에 합류한 이강인(18·발렌시아)과 김정민(리퍼링) 등 유럽파가 돋보인다. 여기에 김세윤(대전 시티즌), 고재현(대구 FC), 박태준(성남 FC) 등 국내파가 균형을 잡아줄 것으로 보인다.
강팀의 조건은 최전방 골잡이부터 미드필더, 수비수, 골키퍼로 이어지는 중앙 축선에 4~5명의 확고부동한 에이스가 존재하느냐에 달려 있다. 20세 이하 대표팀은 수비의 취약점을 수비형 미드필더의 가세와 전원 압박 등 조직적 플레이로 보완할 것으로 보인다. 최후방 골키퍼에는 박지민(수원 삼성)과 이광연(강원 FC), 독일 교포인 최민수(함부르크 SV)가 3파전을 펼치고 있다.
▶한국 대표팀의 간판스타 이강인이 4월 23일 언론 인터뷰를 하고 있다. │대한축구협회
복병 남아공전이 16강 갈림길
한국팀의 F조 조별리그 일정은 시작부터 가시밭길이다. 한국 시각으로 5월 25일 밤 10시 30분에 열리는 포르투갈전은 한국의 기동력과 포르투갈의 기술축구 대결이 될 것으로 보인다. 루이스 피구, 후이 코스타 등 ‘황금 세대’를 앞세워 1989년 대회 우승을 차지하고 1991년 대회까지 2연패한 포르투갈은 저력의 팀이다. 2018 유럽 예선에서 5골씩을 터뜨린 트린캉 프란시스코와 주앙 필리페는 경계해야 할 선수다.
5월 29일 오전 3시 30분에 치르는 남아공과의 대결에서는 승부를 내야 한다. 남아공은 2017년 한국 대회에서 조 최하위로 탈락했다. 하지만 아프리카 선수 특유의 유연성과 탄력을 자랑하고, 이전과 달리 유럽 프로 무대에서 뛰는 선수 자원이 크게 늘어나 복병이 될 수 있다. 6월 1일 오전 3시 30분에 펼치는 아르헨티나와의 조별리그 마지막 대결은 사활을 건 싸움이 될 전망이다. 6개 조 1~2위 12개 팀뿐만 아니라 조 3위 중 상위 네 팀에도 16강 진출권이 돌아가기 때문이다.
청소년 무대는 ‘미래 스타의 산실’이라 불린다. 잠재력 있는 선수 발굴을 위해 각국의 스카우트들이 현장에서 우수 선수를 낙점하기 위한 전쟁에 들어가기도 한다. 다른 한편 각국 청소년 축구 선수들의 신체적, 기술적 특징이 드러나는 장이다. 그렇다고 청소년 무대에서의 성적이 한 나라의 축구 역량을 보여주는 것은 아니다. 연령별 대회를 바라보는 대륙별, 연맹별 시각 차이도 있다. 가령 유럽 각 축구협회나 연맹의 핵심 목표는 4년마다 열리는 피파 월드컵이나 대륙 챔피언십에 쏠려 있지 청소년 대회가 아니다.
연령별 대회 출전을 위해 프로 클럽이 선수를 협회에 보낼 의무도 없다. 독일과 잉글랜드, 스페인 등에는 프로에서 활약하는 20세 이하의 뛰어난 선수들이 있다. 하지만 세 나라 모두 유럽 예선에서 탈락했다. 워낙 경쟁이 치열한 탓도 있지만, 연령별 대회에 가용할 수 있는 그 나라 축구 자산을 모두 불러들이지는 않는 것도 사실이다. 스페인 프리메라리가의 클럽팀 발렌시아가 한국의 이강인 소집 협조 공문에 떨떠름하게 반응한 것도 연령별 대회를 바라보는 한국과 스페인의 문화적 차이를 보여준다. 아시아권의 일본만 하더라도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 전원 21세 이하 선수들을 내보냈다. 2020 도쿄올림픽 축구대회(23세 이하)에 대비한 것으로, 아시안게임 우승보다는 장기 목표를 향한 전력 강화의 수단으로 활용했다.
“세계적 대회 참가만으로도 영광”
반면 한국은 연령별 대회에도 올인한다. 2018년 아시안게임에 손흥민과 조현우, 김민재 등을 와일드카드로 호출했고, 이번 20세 이하 월드컵에도 협회는 총동원 체제로 지원한다. 정정용 감독은 폴란드로 향하기 전 “대표팀 선발에 선수를 보내준 프로팀 등 구단에 감사하다. 선수들이 성적에 대한 걱정에 매몰되지 말고 즐기면서 축구를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정확한 말이다. 너무 성적 중압감에 눌려서는 안 된다. 더욱이 연령별 대표팀에 발탁됐다고 미래가 보장된 것도 아니다. 2017년 한국에서 열린 20세 이하 월드컵에서 열풍을 몰고 왔던 이승우(베로나)나 백승호(지로나)가 현재 소속팀에서 힘겨운 경쟁을 펼치고 있고,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 안에서 벤치로 밀린 현실은 상징적이다.
대표팀은 5월 5일 전지훈련장인 폴란드 그니에비노로 출국했다. 주포 전세진은 “세계적인 대회에 나가는 것만으로도 영광이다. 축제라 생각하고 선수들과 즐기다 오고 싶다”고 했다. 그렇다. 큰 대회를 통해 하나라도 더 느끼고, 성장의 자극을 받는 것이 중요하다. 그것이 성적보다 더 중요한 연령별 대회의 진짜 의미일지 모른다.
김창금 <한겨레> 기자
▶2019 FIFA 프랑스 여자월드컵 한국 대표팀 윤덕여 감독과 선수들이 5월 7일 NFC에서 훈련 도중 환하게 웃고 있다.│대한축구협회
한국 ‘황금 세대’ 마지막 투혼, 이변 기대
6월 7일~7월 7일 프랑스 여자월드컵
“유럽 선수와의 피지컬 대결에서 버텨야 한다.” 윤덕여 감독이 이끄는 한국 여자축구 대표팀이 2019 국제축구연맹(FIFA) 프랑스 여자월드컵(6월 7일~7월 7일)에서 다시 한번 16강에 도전한다. 한국은 2015 캐나다 여자월드컵에서 처음 16강에 진출했다. 한국(피파 14위)은 개최국 프랑스(4위), 유럽 강호 노르웨이(12위), 아프리카 나이지리아(38위)와 함께 A조에 속해 있다. 김대길 해설위원은 “유럽 선수들과 일대일로 맞붙는 것은 힘에서 밀린다. 최대한 실점을 줄이면서 경기를 마무리한 뒤 나이지리아전에서 이기는 전략을 구사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 시각으로 6월 8일 새벽 4시에 벌이는 개최국 프랑스와의 A조 개막전은 가장 큰 고비다. 프랑스가 워낙 강팀인 데다 안방 관중의 응원까지 등에 업은 터라 한국 선수들이 위축될 수 있다. 자칫 대량 실점을 한다면 일이 꼬이게 된다. 6월 12일 밤 10시 나이지리아와의 대결은 반드시 잡아야 한다.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인 6월 18일 새벽 4시 벌이는 노르웨이와의 대결에서 승리하기는 쉽지 않기 때문이다. 한국이 나이지리아를 꺾는다면 6개 조 1~2위 팀만 아니라 조 3위 가운데 상위 네 팀에도 주어지는 와일드카드를 챙길 가능성은 높아진다.
윤덕여 감독은 5월 7일 파주 대표팀 트레이닝센터에 28명의 선수를 호출하면서 고참 수비수 황보람(32·화천 KSPO)과 김도연(31·인천 현대제철)을 포함시켰다. 둘 모두 2015 캐나다 여자월드컵 때 참가한 노련한 수비수다. 최종 엔트리 23명을 추리게 될 윤 감독은 “선수들이 경쟁의식을 느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은 지난 10년간 지소연(28·첼시)을 비롯해 이민아(28·고베 아이낙), 정설빈(29·인천 현대제철) 등 2010 독일 20세 이하 월드컵에서 동메달을 일군 ‘황금 세대’의 힘으로 버텨왔다. 이번에 소집된 대표팀 28명의 평균연령이 28세이고, 강채림(19·인천 현대제철)과 손화연(22·경남 창녕)을 빼고는 모두 25세를 넘겨 우려하던 세대 간 단층이 현실로 드러났다. 그래도 지소연을 중심으로 한 공격진의 발끝에서 ‘한 방’이 터질 것을 기대하는 팬들은 많다. 이금민(25·경주 한수원), 장슬기(25·인천 현대제철), 이소담(25·인천 현대제철) 등 2010 트리니다드 토바고 17세 이하 월드컵 우승 주역들도 의욕에 넘친다. 소집 훈련과 평가전을 통해 조직력이 보강되고, 선수들이 투혼을 발휘한다면 16강행이 꿈은 아니다.
한국은 1991년 중국에서 첫 여자월드컵이 열린 이후 세 번째로 본선 무대에 올랐다. 태국이 본선 무대에 승선하는 등 후발 국가들도 점점 한국을 위협하고 있다. 만약 월드컵 승전보가 울리는 등 선전을 펼친다면 가뜩이나 침체한 국내 여자축구에 대한 팬 관심이 증폭될 계기를 만들 수 있다. 대표팀은 5월 22일 전지훈련지인 스웨덴으로 떠난 뒤, 6월 2일 결전의 땅인 프랑스에 입성한다.
김창금 <한겨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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