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체-지적장애-비장애인 서로 빈 곳 채우며 강한 하나로

2019.05.13 공감 최신호 보기


l▶취업준비생 미현과 장애인 형제는 함께 밥 먹고 웃고 울면서 서로에게 힘이 되어준다. 그렇게 가족이 되어 간다.│NEW

몇 년 전에 화제가 되었던 배우 제니퍼 로런스의 사진 한 장이 문득 기억난다. ‘절친’과 함께 찍은 사진이었다. 주목을 끈 이유는 그 친구가 다운증후군을 앓고 있었기 때문이다. 미담 사례로 당시 둘의 아름다운 우정을 소개하는 기사가 쏟아졌다. 이는 장애인 이웃과 장애인 친구를 가진다는 게 자연스러운 일인데도 주위에서 쉽게 찾기 어렵다는 현실을 반영한다. 장애인들은 장애인끼리 살아가고, 이들을 돕거나 지원하는 소수 비장애인의 헌신으로 돌봄 센터가 운영되는 방식이 흔하다.
이로 인해 우리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어울려 살아가지 못하는 환경을 그냥 내버려두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이기주의와 냉소주의로 분열된 현대사회에서 함께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하는 영화가 5월 1일 개봉했다. <나의 특별한 형제>다. 이 영화를 통해 함께 바라보는 방법을 다시금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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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존 인물 토대로 인간 승리 그려
영화 <나의 특별한 형제>는 실존 인물과 사건에서 출발했다. 지체장애인 최승규 씨와 지적장애인 박종렬 씨는 광주의 한 장애인 시설에서 만나 서로 부족한 점을 채우며 친해졌다. 최승규 씨는 머리를, 박종렬 씨는 몸이 되어 두 사람이 한 사람처럼 호흡을 맞추며 대학을 졸업하고 사회복지사 자격증도 따서 세간의 관심을 받은 ‘인간 승리’의 이야기다. 이 특별한 콤비는 영화 속에서 비상한 두뇌를 가진 지체장애인 세하(신하균)와 수영 실력이 뛰어난 지적장애인 동구(이광수)의 모습으로 재탄생했다. 서로의 머리와 몸을 대신하면서 20년을 한 몸처럼 살아온 특별한 형제는 그들을 보살펴준 ‘책임의 집’을 운영하던 신부님(권해효)이 돌아가시자 모든 지원금이 끊기면서 각자 다른 기관으로 흩어져야 하는 상황에까지 이른다. 영화는 장애인을 둘러싼 다양한 문제를 이야기로 엮어서 흥미를 얹어 효과적으로 전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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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종 사건의 전개 속에서 장애인에 대한 그리고 함께 살아간다는 것에 대한 여러 주제와 교훈들이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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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실제 인물인 최승규 씨가 <나의 특별한 형제>를 관람하고 “장애인뿐 아니라 비장애인에 대한 편견도 없어서 좋았다”는 소감은 특별히 생각할 거리를 던진다. <레인맨> (1988), <말아톤>(2005), <언터처블: 1%의 우정>(2012), <형>(2016), <그것만이 내 세상> (2018) 등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관계를 다루는 영화는 꽤 있다. <나의 특별한 형제>는 장애인과 장애인의 관계에 주목했다는 점에서 새롭다. 여기서 장애를 장애로 보지 않는 관점은 <나의 특별한 형제>의 가장 큰 미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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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의 폭력 버리고 장애를 장애로 보지 않기
지체장애는 비장애인들이 보면 안다. 지적장애는 가만히 있으면 잘 모른다. 지체장애와 지적장애에 대한 편견은 그래서 시간 차이가 있다. 시선의 폭력이기도 하다. <나의 특별한 형제>에는 그런 시선의 폭력이 거의 드러나지 않는다. 영화 속 캐릭터들은 장애 유형과 세하의 똑똑함, 그리고 동구의 순수함으로 묘사될 뿐. 영화는 장애의 특수한 면을 강조하지도, 편견으로 분노나 웃음을 유발하는 장치도 거의 없다. 대신 서로가 서로의 빈 곳을 채워주는 두 주인공의 관계에 초점을 맞춘다. 그럼으로써 영화는 장애인을 주인공으로 코미디 영화를 만들면서 자칫 희화화하거나 신파로 빠질 수 있는 오류를 범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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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음은 둘이 처한 상황에 맞춰 자연스레 딸려올 뿐이다. 휠체어에 앉아 있는 세하와 그런 그를 대신해 립싱크로 주문을 하는 동구의 모습이 담긴 장면이라든지, 동구가 세하에게 라면을 먹여주는 장면이 대표적이다. 둘의 상황이 빚어낸 코미디를 통해 두 주인공의 일상은 ‘장애인의 불편한 삶’이 아닌, 아픔이 있지만 웃음과 행복 역시 존재하는 ‘보통의 삶’으로 표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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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장애를 가진 둘보다는 비장애인이 도와주는 것이 좋을 거라는 편견을 보기 좋게 무너뜨린다. 어떻게든 자신의 힘으로 살아가기 위해 나선 세하와 동구. 영특한 세하가 묘수를 내놓는다. 수영 실력이 뛰어난 동구를 수영 대회에 출전시키면서 매스컴의 도움으로 독립 자금을 마련하려는 계획을 세운다. 이를 위해 수영 코치로 구청 수영장 알바생 미현(이솜)을 영입한다. 그리고 ‘봉사활동 증명서 발급’이란 야무진 아이디어도 실행한다. 이때 세하는 적당히 속여서 이득을 얻는 방법을 아는 처세술에 능한 사회인이고, 동구는 그 옆에서 제 몫을 다하는 사회인이다.
“사람은 누구나 태어났으면 끝까지 살아갈 책임이 있다”는 세하와 동구의 보금자리 ‘책임의 집’의 의미대로 두 남자는 어렵지만 자신들의 힘으로 열심히 인생을 굴려간다.
장애를 부족한 것, 극복해야 할 것으로 여기는 사람들에게 세하와 동구는 돌봐야 하는 부담스러운 짐이다. 하지만 인간으로서 이들은 스스로를 짐짝이 되도록 내버려두지 않는다. 형제는 ‘장애는 극복의 대상이 아니라 갖고 살아가는 것’이란 걸 보여주고 있다. 형제는 스스로를 바라보고, 장애가 있는 두 사람이 하나가 되어 세상을 살아가는 방법을 터득해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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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는 극복 대상 아니라 갖고 살아가는 것
형제가 만드는 세상은 허술하고 소박해도 풍성하다. 신부님의 지론처럼 사람에게는 “누구나 태어났으면 끝까지 살아가야 할 책임”이 있고, “약한 사람은 서로 도울 수 있어 더 강하다”는 것을 생활로 증명하고 있기 때문이다. 영화는 약자를 배려하는 시스템만 제대로 갖춰진다면 서로 간의 연대를 통해 충분히 강해질 수 있는 존재라고 외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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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약자는 비단 장애인만을 지칭하진 않는다. 장애인과 비장애인, 영화 속 등장인물 누구나 약하고 부족한 부분이 있다. 그런 부분들을 타인인 서로가 주거니 받거니 채워나가며 연대한다면 모두가 ‘어벤져스’가 될 수도 있다는 희망을 보여준다. 생각해보면 살면서 우리에게 힘을 주었던 건 곁에 있는 사람들의 작은 지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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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에는 두 형제를 바라보는 다른 시선이 있다. 가장 대표적인 인물이 수영 코치로 영입된 취업 준비생 미현이다. 장애인 형제를 바라보는 미현의 시선은 전혀 특별하지 않다. 미현에게 형제는 도움을 주어야만 하는 대상이거나 부담되는 짐이 아니다. 함께 어울려 밥 먹고 이야기하면서 서로가 서로에게 힘을 얻는다. 그렇게 함께 성장한다. 이것 또한 가족의 모습 아닐까. 비록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았더라도 말이다.

글 심은하 기자
사진 N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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