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진-강정호 동갑내기 친구의 엇갈린 6년

2019.05.13 위클리 공감 최신호 보기


ㅣ▶피츠버그와 다저스는 5월 25~27일 다시 만난다. 두 동갑내기 친구가 이번엔 또 어떤 이야깃거리를 만들지 궁금하다.│MBC 스포츠플러스

어느덧 7년 전 이야기다. 2012년 10월 4일 대전구장에서 열린 한화 이글스와 넥센 히어로즈의 경기. 한화의 시즌 마지막 경기에 에이스 류현진이 선발 등판했다.(넥센은 1경기가 더 남아 있었다.)
이듬해 메이저리그 진출을 선언한 류현진에게 이 경기 승리가 간절한 이유가 있었다. 류현진은 데뷔 첫해이던 2006년 18승(6패, 평균 자책 2.23)을 올리는 등 2011년까지 6년 연속 두 자릿수 승리를 기록 중이었다. 그런데 2012년에는 이 경기 전까지 9승(9패)에 머물고 있었다. 1승만 보태면 데뷔 이후 7년 연속 두 자릿수 승리라는 이정표를 세운 뒤 기분 좋게 미국행 비행기를 탈 수 있었다.
팀의 시즌 마지막 경기이자 자신의 시즌 마지막 등판, 아니 어쩌면 국내 무대 마지막 등판이 될지도 모르는 이 경기에서 류현진은 혼신의 역투를 이어갔다. 7회 1사까지 매 이닝 삼진을 빼앗으며 무려 10개의 삼진을 기록 중이었다. 안타는 내야안타를 포함해 고작 2개만 내줬고, 사사구도 하나 없었다. 그사이 팀 타선이 1회 선취점을 뽑아 1-0으로 앞서갔다. 류현진은 7회 1사 후 강정호와 만났다. 앞선 두 타석에서 모두 삼진을 잡아내 자신감이 있었다. 그런데 세 번째 타석에선 달랐다. 강정호는 류현진의 포심 패스트볼을 밀어쳐 오른쪽 담장을 넘기는 동점 솔로홈런을 터뜨렸다.

“내 공 잘 쳤다”-“나보다 늘 앞서” 기억
이후에도 류현진은 연장 10회까지 무려 129구의 공을 던지며 팀 타선이 앞서가는 점수를 뽑아 승리 투수 요건을 갖추길 희망했다. 연장 10회 초에는 선두타자 강정호에게 또다시 좌익수 쪽 2루타를 맞고 무사 2루의 위기에 놓였지만 천신만고 끝에 실점하지 않았다. 그러나 한화 타선은 끝내 추가점을 뽑지 못했다. 넥센 선발 앤디 밴 헤켄이 8이닝 4안타 1실점으로 잘 던졌고, 한현희-박성훈-손승락으로 이어진 불펜진도 실점하지 않았다. 한화 불펜도 류현진에 이어 연장 11회 박정진, 연장 12회 송창식이 올라와 무실점으로 막았지만 경기는 야속하게도 1-1로 끝났고, 류현진은 7시즌 연속 두 자릿수 승리 달성에 결국 실패했다.
류현진은 국내 무대에서 강정호를 상대로 34타수 6안타(0.176)로 강했다. 홈런 1개와 2루타 3개를 내줬지만, 삼진은 11개를 빼앗으며 강세를 보였다. 그러나 그 홈런 1개가 너무나 치명적이었다. 이 홈런 한 방의 잔상이 남아 있는 야구팬들 사이엔 얼핏 류현진이 강정호에게 약한 것으로 비쳐지기도 한다. 류현진은 이 홈런 탓에 “강정호가 내 공을 잘 쳤다”라고 기억한다. 강정호는 “류현진은 늘 나보다 앞서 있었다”고 칭찬한다.

류현진(32·로스앤젤레스 다저스)과 강정호(32·피츠버그 파이어리츠)는 1987년생 동갑내기 친구다. 고교 시절 청소년 대표팀에서 만나 절친한 사이가 됐다. 류현진이 2013년 메이저리그에 진출했고, 강정호도 2015년 류현진의 뒤를 이어 미국 무대를 밟았다.
그런데 둘은 메이저리그에서 묘하게 엇갈렸다. 류현진은 2013년과 2014년, 두 시즌 연속 14승을 거두며 클레이턴 커쇼와 잭 그레인키의 강력한 ‘원투 펀치’에 이어 다저스 3선발로 자리매김했다. 강정호는 그 시기 국내에서 부러운 눈으로 류현진을 바라보며 빅리거의 꿈을 키웠다.
마침내 강정호가 2015년 미국 무대에 진출했지만 류현진은 그해 어깨 수술로 그라운드를 밟지 못했다. 류현진은 2016년에도 부상 여파로 1경기만 등판했다. 그사이 강정호는 최고의 활약을 이어갔다. 메이저리그 신인이던 2015년 126경기에 나서 타율 0.287(421타수 121안타), 15홈런, 58타점으로 주전 3루수 자리를 꿰찼다. 시즌 막바지이던 그해 9월, 시카고 컵스와의 경기에서 수비 도중 크리스 코글란의 거친 슬라이딩에 왼쪽 무릎 내측 인대가 파열돼 시즌을 조기 마감한 뒤 재활 탓에 이듬해인 2016년에는 시즌 중간에 그라운드에 복귀했다. 그해 103경기에서 타율은 0.255(318타수 81안타)로 떨어졌지만 21홈런, 62타점을 올리며 소속팀 ‘해적 군단’에 거포 이미지를 각인시켰다.

ㅣ▶로스앤젤레스 다저스 류현진(오른쪽)이 4월 27일(한국시각)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피츠버그 파이어리츠와의 홈경기에서 6회초 강정호(왼쪽)에게 좌전 안타를 허용한 뒤 웃음짓고 있다.│연합

5월 25~27일 다시 만나면 어떤 승부?
류현진은 2017년 재기에 성공했고, 2018년 월드시리즈 무대까지 밟았다. 그러나 이번에는 강정호가 2016년 12월 음주운전 파동으로 2018년 9월 막바지에 빅리그로 돌아올 때까지 류현진과 맞대결이 이뤄지지 않았다.
무려 6년 동안 묘하게 엇갈렸던 ‘코리안 몬스터’ 류현진과 ‘킹캉’ 강정호의 정면 승부는 마침내 올해 4월 27일(한국 시각) 성사됐다. 다저스와 피츠버그의 3연전 첫 경기에 류현진이 선발 등판했고, 강정호가 선발 라인업에 이름을 올렸다.
류현진은 5번 타자 3루수로 출전한 강정호를 상대로 삼진(2회), 3루 땅볼(4회)로 처리했지만 6회 세 번째 대결에선 좌전 안타를 맞았다. 첫 번째와 두 번째 대결에선 체인지업을 결정구로 삼았지만 세 번째 대결에선 풀카운트 끝에 컷 패스트볼(커터)을 던졌다가 직구 계열에 강한 강정호에게 타구 속도 111마일(약 179㎞)의 총알 타구를 허용했다.
결국 둘의 첫 대결은 무승부였다. 이날 삼진을 10개나 잡으며 7이닝 2실점으로 승리투수가 된 류현진은 경기 뒤 강정호와의 맞대결에 대해 “승부는 냉정하다. 난 친구에게 안타 맞는 건 싫다”며 자존심을 세웠다. 반면 강정호는 “(류현진의) 체인지업에 대비해 타석에 들어갔지만 생각했던 것보다 공이 훨씬 좋았다. (세 번째 타석에선) 운이 좋아 안타가 됐을 뿐 수 싸움에서는 완패했다”고 몸을 낮췄다.
피츠버그와 다저스는 5월 25~27일 다시 만난다. 이번 무대는 피츠버그 홈구장 PNC 파크다. 앞서 5월 8일 류현진은 메이저리그 통산 두 번째 완봉승을 거두며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깊은 친분에 사연까지 많은 두 동갑내기 친구가 이번엔 또 어떤 이야깃거리를 만들지 궁금하다.

김동훈_ <한겨레> 스포츠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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