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못 올 길 어머니 가신 날

2019.05.13 공감 최신호 보기


ㅣ▶게티이미지뱅크

지난 주일에 94세를 일기로 어머니가 돌아가셨다. 어머니 상태가 좋지 않다는 병원 측 연락을 받고 부리나케 갔으나 7분이 늦어 임종을 보지 못했다. 2014년 4월 말에 입원한 이후 만 5년 동안 병상에서 제대로 움직이지도 못한 채 고통스럽게 살아오시다 이제 다시는 못 올 곳으로 가신 것이다. 나는 평소 눈물이 별로 없는데, 두 눈을 꼭 감고 아무 시름 없는 듯 편안한 어머니의 모습을 보니 그간 참았던 눈물이 한꺼번에 쏟아졌다.
처음에 치매 증상이 있어 노인 요양병원에 입원하셨는데, 어느 날 새벽 홀로 힘들게 침대를 내려와 화장실까지 가서 볼일을 보고 침실로 돌아오다가 다리에 힘이 빠져 그대로 주저앉으면서 엉치뼈에 골절상을 입었다. 처음엔 치료만 받으면 나을 수 있겠지 희망을 가졌지만 석회질이며 골다공증이 있는 노모의 회복은 힘든 일이었다. 결국 끝까지 걷지 못하시고 갑갑한 병상에서 그 많은 세월을 보냈으니 얼마나 한스러웠겠는가. 수술도 생각해보았지만 워낙 연세가 많아 마취에서 깨어나기 힘들다는 이유로 병원 측에서 권장하지 않았다.

그래도 수년간 정신만은 맑고 식욕도 좋아 잘 버텨오시다 2개월 전부터 기력과 소화력이 떨어져 죽을 드시다 마지막에는 미음을 들었는데, 그것마저 자주 토한 데다 말씀이 없어져서 더욱 안타깝게 했다. 게다가 한 달 전에는 엑스레이를 찍었는데 왼쪽 폐 기능이 매우 떨어져 호흡에 이상이 생기기 시작했다. 결국 오랜 병상 생활이 소화력을 떨어뜨리고 폐 기능까지 약화시켜 몇 차례 산소호흡기를 대기도 했다.
이윽고 담당 의사에게서 더 이상 사시기 힘들다는 말을 들었을 때, 그래도 잘 버텨온 5년을 마감하며 다시는 볼 수 없는 곳으로 떠나신다 생각하니 아무리 연세가 많아도 슬픔과 안타까움이 밀려왔다. 그간 바쁜 틈틈이 잠깐이라도 병원에 들러 물수건으로 얼굴과 몸을 닦아드리고 팔다리도 주무르며 드실 수 있는 것을 챙기고 돌아왔는데 이제 그렇게 할 분마저 사라져 마음이 너무 아프다.
의사의 사망 진단을 받고 장례식장으로 이동해 영안실에 어머니 시신을 안치하고 문상받을 준비를 했다. 끼니때마다 상을 올려 절을 하고 생전 어머니 모습을 그리며 사흘간을 지내면서 왜 좀 더 효도하지 못했는지 부끄럽고 한스러웠다. 이튿날 입관하기 직전, 이제는 정말 못 볼 어머니의 마지막 모습을 눈에 가득 담고 볼까지 비벼대며 북받쳐 오르는 눈물을 주체하기 힘들었다. 수의를 입히고 온몸을 염포로 꽁꽁 묶어 자그마해진 모습을 보니 너무나 서글프고 인생무상을 실감했다.

자식 여섯을 낳아 보릿고개 시절을 겪으며 힘들게 살아오셨는데 인생의 마지막 5년을 병원에서 아무것도 못 하시며 보냈으니 얼마나 한스러웠겠는가. 마지막 날 아침상을 올리고 영안실에서 발인제를 하고 영락공원에 가서 화장해 뼛가루를 받고서 이젠 어머니 형체조차 없어진 사실에 서글픔이 차올랐다. 어머니의 뼛가루를 향나무 유골함에 담아 장의차로 이동해 아버지가 묻히신 고향 선영으로 모셔 하관하고, 가족들이 부드러운 흙을 삽으로 떠서 함 위에 뿌리고 평토제를 지낸 뒤 장례를 마쳤다.
이틀 뒤 가족들이 모두 산소 앞에 모여 삼우제를 지내며 마지막 어머니 모습을 그리고 슬퍼했다. 비록 어머니는 돌아가셨지만 우린 어머니가 낳은 영원한 아들·딸로 우애 있게 잘 지내고 1년에 몇 차례씩 꼭 만날 것을 기약했다. 이제 부모님을 모두 잃은 ‘고아’가 되어 씁쓸하지만 먹고살기 어렵던 시절 당신은 꽁보리밥이나 누룽지를 드시면서 자녀들 도시락에 흰밥을 싸주시고 반찬도 다른 학생들이 싸올 수 없는 오징어볶음과 달걀말이 등을 해주셨던 기억이 새롭다. 그토록 자식들에게 애정을 쏟고 정작 당신은 먹을 것 제대로 못 먹고 입을 것 못 입으며 시골 오두막집에서 힘들게 살아오시다 마지막에는 병상에서 생을 마감하게 한 우리 자식들이 불효자가 아닌가 싶다. 부디 하늘나라에서는 온갖 시름 다 잊으시고 아무런 고통 없이 잘 지내소서!

우윤숙 대구 달서구 죽전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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