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11월 28일 대전지방식약청에 현장 실사를 나온 유럽연합 실무진│식품의약품안전처
문재인정부 출범 2주년. 그간 가장 빛난 정책들을 살펴본다.
국민 생활의 기본인 먹거리 안전부터 재난 대책, 세계시장 활로 모색까지. 문재인정부의 노력은 계속되고 있다.
한국, EU 화이트리스트 등재
국내 바이오·제약 기업들의 해외 진출 길에 청신호가 켜졌다. 유럽연합(EU)이 5월 14일(현지 시각)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이사회에서 국내 제약업계의 숙원인 원료의약품 화이트리스트 등재를 승인했다. 이로써 한국은 세계 7번째로 EU 화이트리스트 국가에 등재됐다. 이는 우리나라가 화이트리스트 등재 신청서를 제출한 지 4년 만의 성과다.
‘EU 화이트리스트’란 유럽으로 원료의약품을 수출하고자 하는 국가에 대해 제조·품질관리기준(GMP) 운영 현황을 직접 평가해 EU와 동등한 수준이라고 판단했을 때 부여하는 자격이다. EU는 부정·불량·위조 의약품의 유통을 방지하기 위해 EU 비회원국으로부터 원료의약품 수입 시 제조처에 대한 해당 국가 정부의 GMP 서면확인서를 의무적으로 요구하고 있다. 화이트리스트 국가로 등재되면 유럽에 원료의약품을 수출할 때 의무적으로 내야 하는 ‘GMP 서면확인서’가 면제되기 때문에 신속한 통관과 수출이 가능해진다. 유럽의약품청(EMA)이 국내 원료의약품에 일종의 ‘프리패스’ 증서를 지급하는 셈이다. 기존 EU 화이트리스트에 등재된 국가는 스위스, 호주, 일본, 미국, 이스라엘, 브라질 등 6개국에 지나지 않는다.
한국이 등재된 것은 국내 원료의약품 GMP 운영체계나 국내 제약사의 원료의약품 품질이 EU뿐 아니라 미국, 일본 등 제약 선진국과도 동등한 수준임을 전 세계적으로 인정받은 것이다. 이로써 EU에 수출하는 원료의약품의 경우, 국내 제약사는 GMP 서면확인서 면제로 수출을 위한 소요 시간이 4개월 이상 단축되는 효과를 얻게 되었다.
수출 소요시간 4개월 이상 단축 효과
원료의약품은 완제의약품의 원료가 되는 성분으로 ‘제약산업의 쌀’로 불린다. 국내 원료의약품 전문기업의 품질 경쟁력이 글로벌 시장에서 인정받으면서 국산 원료의약품의 수출 금액은 2014년 11억 6960만 달러에서 2018년 15억 7970만 달러로 꾸준한 증가세다. 하지만 유럽 시장은 2016년 사상 최대인 4억 4490만 달러를 기록한 후 2년 연속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번 화이트리스트 등재로 직접적으로는 미국 다음으로 의약품 시장규모가 크고 국내 의약품 수출액의 31%를 차지하는 EU를 중심으로 수출이 확대되고, 관련 산업이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EU의 경우 의료보장비용 절감 등을 이유로 제네릭 의약품(합성의약품 복제약)을 확대하는 상황에서, 국내 제약산업에서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제네릭 의약품의 원료의약품 생산업체에 수출 확대의 호재가 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장기적으로 제네릭 의약품을 중심으로 시장이 형성돼 있는 러시아 등 독립국가연합(CIS)이나 최근 의약품 분야 국가 간 협력이 강화되는 베트남 등 아세안 시장으로의 활발한 진출도 기대된다는 것이 식품의약품안전처 설명이다.
한국의약품수출입협회 관계자 또한 “그간 국내 제약업계에서는 일부 바이오 기업을 제외하고는 글로벌 시장에서 블록버스터 제품을 만들어내지 못한 것이 사실”이라며 “유럽 원료의약품 수출을 위한 복잡한 절차가 간소화되면 완제의약품 수출도 크게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이번 화이트리스트 등재가 2014년 가입한 의약품실사상호협력기구(PIC/S·픽스)에 이어 다시 한번 우리나라 제약산업의 글로벌 시장 진출의 기폭제가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실제 픽스가입 후 국산 의약품 수출액은 2014년 24억 400만 달러(2조 8559억 7182만 원)에서 2018년 46억 6600만 달러(5조 5432억 4647만 원)로 94% 상승한 바 있다.
기업과 정부가 함께 이룬 결실
이번 화이트리스트 등재의 일등 공신은 식품의약품안전처다. 실사 대상이 식약처의 GMP 운영 능력으로 EU 실사를 무사히 통과한 것이다. 식약처 관계자는 “이번 EU 화이트리스트 등재가 신청서 제출(2019년 1월) 이후 전담 대응팀을 중심으로 4년여간 치밀하게 현장평가와 평가단 면담 등 심사 절차에 대응한 결실”이라고 밝혔다. 식약처의 운영 능력을 현장에서 그대로 시현해준 국내 7개 기업은 ‘숨은 공신’으로 꼽히고 있다. 7개 기업은 유한화학을 비롯해 한미정밀화학, 엘지화학, 코오롱생명과학, 동국정밀화학(현 동국생명과학), 영진약품공업, 한국바이오켐제약이다.
이번 EU 화이트리스트 등재 성공에 문재인 대통령은 4월 22일 충북 오송에서 열린 국가 바이오헬스 산업 국가비전 선포식 자리에서 “고참 공무원부터 이제 막 임용된 신임 공무원까지 전력을 다해 준비했다. 평가단이 기습적으로 방문한 기업도 흠잡을 데 없이 잘 관리되고 있었을 만큼 기업들도 한마음으로 협력했다”며 “기업과 정부가 한마음으로 뛸 때, 우리가 얼마나 많은 성과를 만들어낼 수 있는지 다시 한번 느낀다”고 격려했다.
의약품 수출에 날개를 달아줄 것으로 평가받는 한국의 EU 화이트리스트 등재는 브라질 이후 두 번째 ‘예외적 케이스’인 것으로 파악됐다. 미국과 일본, 스위스 등이 이미 EU와 의약품 부문에서 상호인정협정(MRA)을 맺고 있는 상태에서 등재된 것과 달리, 우리나라는 EU와 신뢰 관계가 전무한 상태에서 출발해 7번째 EU 화이트리스트 등재 국가가 됐다.
그 과정은 쉽지 않았다. 화이트리스트에 오르려면 1차 관문인 서류 평가와 2차 관문인 현장평가를 거쳐야 했는데 1차 관문도 녹록지는 않았다. 서류 평가를 통과하려면 GMP 법률과정 규정부터 품질관리 실험실관리, 사후관리 프로그램에 이르기까지 78개의 깐깐한 평가 기준을 충족해야 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2014년 7월 픽스 가입 후 EU 화이트리스트 도전을 결정했다. 식약처 관계자는 “픽스 가입으로 국내 의약품 제조·품질관리기준(GMP)이 세계적 수준임을 인정받은 게 계기가 됐다”고 했다.
2015년 1월 EU 집행위원회에 등재 신청서를 제출하면서 긴 도전이 시작됐다. 이듬해 11월 51명으로 구성된 매머드급 ‘전담 대응팀’을 꾸렸다. 인력은 식약처 산하 지방청 및 GMP 실사 대응팀, 본부현장 대응팀, 총괄운영팀 등에서 차출했다. 그다음 달까지 우리 보건 당국이 EU 측에 제출한 자료는 무려 83건에 달했다.
2017년 불합격 이후 2년만에 쾌거
우리 당국은 현장평가 준비를 위해서도 만전을 기울였다. 특히 EU 실사단이 방문하는 2016년 12월까지 한 달이 넘는 기간 동안 원료의약품 제조업체 및 식약처 자체 모의 실사를 진행했다. 2016년 12월 EU 평가단의 현장평가가 진행됐다. 결과는 낙방이었다. 2017년 5월 EU 측으로부터 “원료의약품 GMP 관리 및 집행시스템이 아직 EU 기준과 동등하지 않다”는 불합격 통지서가 날아온 것이다.
EU 측은 불합격 통보를 하면서 2018년 1·4분기에 재평가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재도전의 기회를 얻게 된 식약처는 절치부심했다. EU 측의 지적 사항을 보완하기 위해 2018년 10월 의약품 품목별 사전 GMP 평가 업무수행 편람, 의약품 GMP 조사관 교육훈련 및 역량평가 지침 등을 개정했다. 또한 현장평가 대비 자체 실사를 병행했다.
이윽고 EU는 2018년 11월 27일부터 12월 6일까지 총 3명으로 구성된 EU 측 재평가단을 보냈다. 식약처 관계자는 “현장 실사 후 EU 측에서 2016년 지적 사항들이 충족됐다고 평가했다”고 설명했다. 그 결과 2019년 2월 EU 평가단으로부터 현장 재평가 최종보고서와 이행 결과 완료 통보를 받았고, 이어 5월 14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EU 이사회에서 대한민국의 EU 화이트리스트 등재가 의결됐다. 첫 도전 실패 후 정확히 2년 만의 쾌거였다.
심은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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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K-공감누리집(gonggam.korea.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