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과 베르디무하메도프 투르크메니스탄 대통령이 4월 18일 오전(현지시간) 키얀리 가스화학플랜트를 방문해 노동자들과 함께 기념 촬영한 후 박수 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후 첫 중앙아시아 3개국 국빈 방문을 마무리하고 4월 23일 귀국했다. 7박 8일 일정의 투르크메니스탄·우즈베키스탄·카자흐스탄 3개국 순방을 통해 신북방정책에 대한 공감대를 확인하는 한편, 한국 기업이 중앙아시아에 진출하는 교두보를 마련했다는 평가다. 지난 3월 동남아 순방을 통한 신남방외교에 이어 외교의 지평을 넓히고 한국 기업의 시장을 확대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역대 정부 가운데 최초로 해외에서 대통령이 독립유공자의 봉환식을 주관해 고국은 독립유공자들을 잊지 않는다는 사실을 확인시켜준 순방이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귀국길에 오르기 직전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오랜 역사적 인연을 가진 투르크메니스탄·우즈베키스탄·카자흐스탄 3국과 함께 철의 실크로드 시대를 여는 것이 우리의 미래”라며 “순방의 성과가 우리 경제의 활력으로 이어지도록 챙기겠다”고 밝혔다. 한반도와 유라시아 대륙을 철도·도로로 연결해 물류가 이동할 수 있는 ‘철의 실크로드’는 남북한 협력사업 구상 중 하나로 꼽힌다. 신북방정책이 평화와 번영의 한반도를 위한 역할도 할 것으로 기대된다.
▶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가 4월 21일 오후 카자흐스탄 알마티 국립아카데미 고려극장을 방문해 전통 북 공연을 보고 있다.
고려인 800명 무국적 해결 확답 받아
한국 기업의 수주 활동과 애로 사항 해소를 지원한 점 또한 성과로 여겨진다. 총 24개 프로젝트(투르크메니스탄 5개, 우즈베키스탄 15개, 카자흐스탄 4개), 130억 달러 규모의 프로젝트 수주를 지원했고 한국 기업인에 대한 편의 제공도 약속받았다. 우즈베키스탄은 120억 달러, 카자흐스탄은 32억 달러 등 상당 규모의 협력사업을 한국에 제안하기도 했다. 아울러 투르크메니스탄 정부는 최초의 대규모 가스화학 플랜트인 ‘키얀리 가스화학 플랜트’가 우리 기업 참여로 2018년 성공적으로 완공됐다고 평가하고, 에너지 플랜트 분야의 협력을 지속해나가기로 했다.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연 7억 달러 규모의 ‘키얀리 가스화학 플랜트 생산물 판매법인 설립 양해각서’도 체결됐다.
▶문 대통령과 김 여사가 4월20일 오전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 시내 한국문화예술의 집 개관행사에 참석해 샤프카트 미르지요예프 대통령과 부인 지로아트 미르지요예바 여사와 함께 고려인세 화동으로부터 꽃다발을 받고 있다.│연합
구르반굴리 베르디무하메도프 투르크메니스탄 대통령은 “앞으로도 키얀리 같은 대규모 프로젝트를 한국 기업과 추진하고 싶다”면서 한국 기업인들의 비자발급 기간 단축 등 각종 편의 제공을 약속했다. 샵카트 미르지요예프 우즈베키스탄 대통령은 신뢰를 바탕으로 방위산업 분야에서 한국과 적극적으로 협력해나가기를 희망하면서 800여 명의 고려인 무국적자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확답을 했다. 문 대통령은 앞서 2018년 6월 21일 러시아 모스크바 시내 숙소 호텔에서 열린 한·러 우호 친선의 밤 행사에서도 “무국적 고려인들이 안정적으로 러시아에 체류해 생활할 수 있도록 하는 법률지원 사업도 지속해나갈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문 대통령과 김 여사가 4월 23일 오전(현지시간) 카자흐스탄 누르술탄 국제공항에서 출국을 위해 이동하고 있다.
한국 발전 모델 시스템 전수 요청
김현종 국가안보실 2차장은 4월 22일 카자흐스탄 누르술탄에서 기자들과 만나 “3개국 정상 모두 ‘한국을 발전 모델로 삼고 싶다’면서 한국식 시스템 전수를 강력히 희망했고, 이는 신북방정책을 추동하는 엔진 역할을 할 것”이라고 순방의 의미를 알렸다. 그는 이어 “이번 순방에서 중앙아시아 3개국 정상으로부터 신북방정책에 관한 확고한 지지를 확보했다”며 “미르지요예프 우즈베키스탄 대통령은 동포 간담회를 빼고 모든 일정에 동행하는 등 ‘브로맨스’ 수준이었다”고 덧붙였다.
고국은 독립유공자들을 잊지 않는다는 사실을 각인시킨 순방이기도 했다. 역대 정부 가운데 최초로 대통령이 해외에서 독립유공자의 봉환식을 주관해 카자흐스탄에 묻힌 계봉우, 황운정 지사의 유해가 고국의 품으로 돌아오게 됐다. 특히 카자흐스탄 누르술탄 국제공항에서 열린 봉환식에서는 두 애국지사뿐 아니라 배우자까지 모두 4위의 유해를 유가족과 함께 대통령 전용기로 모셨다. 문 대통령은 추모사에서 “계봉우 지사님과 배우자 김야간 님, 황운정 지사님과 배우자 장해금 님, 이제야 모시러 왔다”며 “우리 정부는 머나먼 이국땅에서 생을 마감하신 독립운동가들의 정신과 뜻을 기리고, 최고의 예우로 보답해나가겠다”고 다짐했다.
▶문 대통령이 4월 22일 오후 나자르바예프 센터에서 누르술탄 나자르바예프 카자흐스탄 초대 대통령과 회담하고 있다.
계 지사는 함경남도 영흥 출신으로 1919년 중국 상하이에 임시정부가 수립되자 북간도 대표로 임시의정원 의원으로 활동했다. <독립신문>에 글을 게재하며 독립운동을 장려했고, 1937년 중앙아시아로 강제 이주된 뒤 <조선 문법> <조선 역사> 등을 집필하며 한글학자로서의 길을 걸었다. 황 지사는 함경북도 온성 출신으로 1919년 함경북도 종성과 온성 일대에서 3·1운동에 참가했다. 러시아 연해주에서 무장부대의 일원으로 선전 공작을 통한 대원 모집과 일본군과의 전투에 참여하기도 했다.
이날 봉환식은 문 대통령 내외를 비롯해 카자흐스탄 정부 관계자, 유가족 등이 참석한 가운데 카자흐스탄 군악대의 장송곡 연주로 시작됐다. 카자흐스탄 군 의장대가 유해를 운구해 우리 군 전통의장대에 인계하고, 우리 군악대가 아리랑을 연주하자 문 대통령이 계 지사에게 건국훈장 독립장을, 황 지사에겐 건국훈장 애족장을 헌정했다. 우리 군 의장대가 유해를 대통령 전용기로 운구하는 순간 군악대는 한국 가곡 ‘님이 오시는지’를 연주하며 두 지사의 넋을 기렸다. 계 지사의 증손녀인 이리나 씨는 “할아버지께선 고국으로 돌아가는 게 살아생전의 꿈이셨다”며 “꿈을 이루지 못하고 돌아가셨는데 이렇게 꿈이 이뤄져 기쁘다”고 전했다. 황 지사의 외손자 리 베체슬라브 씨는 “항일투쟁을 벌인 한인들에 대한 정치적 박해가 심해서 중앙아시아 고려인 사회 내에서도 이들에 대해 아는 사람이 적었다”며 “한국 정부의 노력으로 이제 고려인들 중에도 많은 이들이 독립유공자들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이 4월 21일 오후 누르술탄 국제공항에서 열린 독립유공자 계봉우·황운정 지사유해 봉환식에서 계봉우 애국지사 유골함에 건국훈장 독립장을 헌정한 뒤 묵념하고 있다.│연합
3·1운동 및 임정 100돌 일환으로 추진
카자흐스탄 애국지사 유해 봉환 사업은 2017년부터 3·1운동 및 대한민국임시정부 수립 100주년 기념사업의일환으로 추진됐으며, 이번 중앙아시아 3개국 순방을 계기로 대통령 주관 행사로 치르게 됐다. 문 대통령은 광복절을 하루 앞둔 2017년 8월 14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독립유공자 및 유족 초청 오찬 행사에서도 “해외 독립유공자 유해 봉송 의전을 격상하고 지원도 확대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는 고려인 동포를 격려하고 위로하기도 했다. 김 여사는 우즈베키스탄의 고려인 1세대 요양시설인 아리랑 요양원을 방문해 할머니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고생들을 너무 많이 하셨다”고 울먹였다. 김 여사는 “이제는 옛날 떠나오듯 배고픈 나라가 아니다. 정상회담을 하면서 우리도 줄 것이 있다는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게 너무 뿌듯했다”고 덧붙였다.
박유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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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K-공감누리집(gonggam.korea.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