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미세먼지에 대응하고 민생경제를 지원하기 위해 총 6조 7000억 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추경)안을 편성했다. 미세먼지 대응에 1조 5000억 원, 산불 대응시스템 강화 등 국민안전 투자에 7000억 원, 선제적 경기 대응과 민생경제 긴급 지원에 4조 5000억 원이 투입된다.
이를 통해 올해 경제성장률을 0.1%포인트 끌어올리고 미세먼지 7000t을 줄이는 효과를 내며, 직접일자리 7만 3000개를 창출할 것으로 정부는 기대했다.
기획재정부는 4월 2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미세먼지 등 국민안전과 민생경제 지원을 골자로 한 추경안을 의결하고 25일 국회에 제출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미세먼지 등 국민안전과 선제적 경기 대응이라는 두 가지 시급한 과제를 해결하고자 추경안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올 성장률 목표인 2.6∼2.7%를 제시했을 때보다 세계경제 둔화가 가파르고 수출 여건이 어렵다”며 “추경만으로 성장 목표치를 달성할 수 있다고는 전혀 생각지 않으며 추가적 보강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추경 재원으로는 2018년 결산잉여금 4000억 원과 특별회계·기금의 여유자금 2조 7000억 원이 우선 활용된다. 나머지 3조 6000억 원은 적자 국채 발행으로 조달한다.
기재부는 지난해 25조 원 초과세수로 국채 발행 규모가 당초 계획보다 14조 원 줄었고, 부채 4조 원을 조기 상환한 덕분에 추가로 국채를 발행할 재정 여력이 있다고 강조했다. 기재부는 추경 뒤 올해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39.5%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2018년 결산으로 확정된 2018년 국가채무비율(38.2%)에 비하면 1.3%포인트 오르게 됐다. 안일환 기재부 예산실장은 “국가채무비율을 39%대로 예상하다 채무가 12조 원 줄고 국내총생산 전망치도 바뀌어 (지난해) 결산에서 채무비율을 38.2%로 떨어트렸다”며 “이번에 국채 3조 6000억 원을 발행해도 2019년도 예산상 국가채무비율(39.4%)과 비슷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추경으로 인한 부채 증가 영향은 0.1%포인트 정도로, 2년치 재정건전성 관리에는 큰 문제가 없다는 얘기다.
취약계층 시설 309억원 들여 공기청정기 보급
올해는 국가 재난 수준에 이른 미세먼지와 산불 등 위해 요인이 잇달아 발생했다. 특히 미세먼지는 재난안전법 개정으로 사회재난에 포함되는 등 대응체계 강화의 필요성이 제기되었다. 이에 따라 정부는 ‘미세먼지 등 국민안전’과 ‘민생경제 지원’에 중점을 두고 2019년 추경예산안을 마련했다.
먼저 미세먼지와 관련해선, 산업(38%), 수송(28%), 생활(19%) 분야 등 핵심 배출원에 과감히 투자해 배출량 저감을 유도한다. 기재부가 국무회의에 제출한 추경안을 보면, 미세먼지 대책 및 안전 예산에 총 2조 2000억원을 편성했다.
△노후 경유차 25만 대 조기 폐차 △건설기계 엔진 교체 9000대 △소규모 사업장 미세먼지 방지시설 설치 △가정용 저녹스 보일러 27만 대 보급 등 ‘배출원별 저감’에 총 8000억 원이 책정됐다. △전기차·수소차 보급 △신재생 에너지 설비투자 △저감기술 개발 지원 등 ‘친환경 사업’에 4000억 원을, △저소득층 234만명과 야외 근로자 19만명에게 마스크 지급 △학교·복지시설·지하철 등에 공기청정기 1만 6000대 설치 등 ‘국민 건강 보호’에도 2000억 원을 배정했다.
또한 미세먼지 발생 원인과 실태를 과학적으로 측정하고, 드론 등 첨단 장치로 감시하며 미세먼지 정보센터를 신설해 분석하는 시스템을 구축할 계획이다. 정부는 미세먼지 측정망, 한·중 공동 예보시스템 구축 등 ‘미세먼지 대응체계 고도화’에 1000억 원을 쓴다. 기재부는 이번 대책으로 미세먼지 7000t 감축 효과를 볼 것으로 예상했다. 올해 본예산에 반영된 1만t 감축 계획까지 합하면 총 1만 7000t을 감축할 수 있다고 했다.
올해 정부가 예상한 전체 미세먼지 배출량은 28만 4000t이다. 재난재해와 관련해서도 강원 산불 이후 재난대응시스템 강화를 위해 △산불 특수진화대 인력 135명 확충 △강풍·야간에 기동할 수 있는 헬기 1대 도입 △산사태 등 2차 피해 예방 위한 인프라 구축 등에 7000억 원을 배정했다. 홍남기 부총리는 “추경에 반영된 미세먼지 대책 예산은 1조 5000억 원인데 1년(올해) 미세먼지 예산이 1조 9000억 원인 점을 감안하면, 이번 추경의 미세먼지 예산은 작지 않은 규모”라며 “앞으로 3~4년간 이런 수준의 저감 노력이 있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4월 22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기획재정부에서 미세먼지 및 경기대응을 위한 6조 7000억원의 추경예산안 편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연합
선제적 경기 대응 및 민생경제 지원에 4.5조원 투입
우리 경제를 둘러싼 대내외 여건이 악화되면서 하방 위험이 점점 커지는 경기 대응도 서두른다. 정부는 추경을 통해 ‘선제적 경기 대응 및 민생경제 지원’에 4조 5000억 원을 투입한다. 당초 문재인 대통령이 ‘미세먼지 추경’을 검토하라고 지시해 추진됐지만 하반기 경기 전망이 어두워지면서 경기 대응 예산이 더 큰 비중을 차지하게 됐다.
△수출 지원을 위한 금융기관 출연·출자 △벤처창업·성장 지원 △관광 활성화 등 ‘수출·내수 보강’에 초점이 맞춰졌다. 중소기업의 새 수출시장 개척에 필요한 무역금융을 2조 9000억 원 확대하고, 중소 조선사들이 보증(RG)을 발급받지 못해 일감을 놓치는 일이 없도록 2000억 원 규모의 보증 프로그램을 신설한다.
민간자금을 투자받기 어려운 창업 3년 이내 초기 기업에 투자하는 혁신창업 펀드를 1500억 원 규모로 확충하고, 500억 원의 스케일업 전용 펀드를 신설한다. 빅데이터·인공지능(AI)·5G(5세대 이동통신) 등 ‘신산업 촉진’에도 3000억 원을 지원한다. △지진 피해를 본 포항 특별재생사업·국고보조율 인상 △위기·재난지역 희망근로 확대 △지역 사회기반시설(SOC) 조기 투자 등 ‘지역경제·소상공인’에는 1조 원이 배정됐다.
△실업급여 대상자 10만 명 확대 △저소득층 생활안정자금 1400명 지원 △부양의무자 재산소득환산율 인하 조기 시행 △긴급 생계비 지원 7만 명 확대 △에너지 바우처 6만 2000 가구 지원 등 ‘고용·사회안전망’에도 1조 5000억 원을 투입한다. 특히 저소득층 소득기반 확충을 위해 부양의무자 재산의 소득환산율 인하를 당초 2022년에서 올해로 조기 시행하고, 일반·금융·자동차 재산의 소득 환산율을 50% 인하한다.
중장년 일자리 창출을 위해 단계별 취업지원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취업성공 패키지는 79억 원 예산으로 7000명 확대하고 창업 준비자금을 지원하는 예비창업 패키지는 318억 원 규모로 신설한다. 이밖에 △청년추가고용장려금 확대 △신중년 경력형 일자리 확대 △노인 일자리 2개월 연장 및 3만 명 확대 등 ‘취업 애로계층 대상 일자리 창출’에는 6000억 원을 쓴다.
홍 부총리는 “추경안이 차질없이 국회를 통과하고 집행되면 경제성장률 0.1%포인트 상승효과가 있을 것”이라며 “당초 목표인 2.6∼2.7% 성장률을 달성하기엔 쉽지 않은 여건이어서 추경 외에도 정부가 가진 정책역량을 총동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심은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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