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통합실태조사로 본 신뢰 수준
‘사회통합실태조사’는 한국행정연구원에서 주관해 생산하는 국가승인통계(제417001호)로 전국의 성인 남녀(만 19~69세) 8000명을 대상으로 조사를 실시하고 있다. 매년 실시되는 조사에서는 다양한 영역에 걸쳐 우리나라 국민들의 의견을 측정하고 있다. <위클리 공감>은 여러 항목 중 사회 신뢰 수준, 제도에 대한 신뢰 수준, 기관에 대한 신뢰 수준, 사회 내 소수자에 대한 인식, 사회의 공정성 정도 등을 통해 우리나라의 사회 신뢰 수준을 파악해보았다. 앞서 언급했듯 다른 누군가를 믿는다는 것은 제도적 뒷받침 없이는 어려운 일이다. 신뢰를 저버린 사람에 대해 제도적으로 확실한 제재가 가해진다고 굳게 믿어야 사회 전반의 신뢰도가 향상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사회통합실태조사 데이터를 통해 우리 사회의 신뢰 수준을 파악해보고, 사회적 신뢰의 기반이라 할 수 있는 제도에 대한 신뢰, 기관에 대한 신뢰, 사회의 공정성에 대한 인식 등을 알아보았다. 그리고 소수자 배제 인식 변화를 추적해봄으로써 사회의 포용도 변화를 살펴보았다.
가족 3.6 최고… 이웃보다 지인 높아
먼저 개인에 대한 신뢰를 파악해보았다. 설문을 수행한 결과, 가족에 대한 신뢰는 4점 만점에 3.6점을 기록해 이웃, 지인, 타인(낯선 사람), 외국인보다 매우 높은 수준을 보였다. 흥미로운 것은 지인에 대한 신뢰도가 이웃에 대한 신뢰도보다 높았다는 것이다. 농업이 주된 산업이었던 전통사회에서는 일터가 곧 거주지이기 때문에 이웃 사람은 직장 동료이자 친한 친구, 오랜 시간 봐온 공동체의 일원이었다.
따라서 전통사회에서는 이웃 사람에 대한 신뢰도가 높을 수밖에 없다. 반면 산업화 이후의 도시에서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집에서 멀리 떨어진 직장에서 오래 머무르기 때문에 직장 동료나 친구가 이웃 사람보다 친밀한 개인이 될 수밖에 없다. 생활 패턴이 이웃 사람과 전혀 다른 경우에는 서로 얼굴도 모르고 몇 년을 지내기도 한다. 따라서 그래프에 나타난 가족-지인-이웃-타인 & 외국인 순의 신뢰도는 당연한 결과라 볼 수 있다. 즉, 개인적 친밀도와 신뢰도가 어느 정도 비슷하게 분포해 있다고 이해할 수 있다.
의료·교육·금융기관 ‘보통 이상’
제도에 대한 신뢰가 담보되어야만 추상적 신뢰가 높아지고, 사회 전반의 포용도도 향상될 수 있는 만큼 각 기관에 대한 신뢰, 그리고 그 기관의 공정성 인식은 사회의 신뢰도와 큰 연관이 있는 지표다. 하지만 제도에 대한 우리 국민의 신뢰는 대체로 낮은 경향을 보인다. 4점 만점으로 조사한 결과 의료기관, 교육기관, 지방자치단체, 금융기관에 대한 신뢰도는 2.5점으로 보통 이상을 보였다. 중앙정부 부처에 대한 신뢰도는 최근 몇 년 사이 지속적으로 상승해 2.4점을 나타냈으며, 국회의 경우 1.9점으로 낮은 수준의 신뢰도를 기록했지만 지속적으로 상승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선관위 신뢰도 다른 기관보다 높아
정부에 대한 신뢰도와 별개로 정부의 공정성에 대해서도 파악해볼 필요가 있다. 정부가 하는 역할이 공정하지 못하다고 여기는 사람이라면 제도 자체를 신뢰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한국의 정부기관 공정성 인식은 높지 않지만, 최근 몇 년 사이 꾸준히 개선되고 있는 모습이 관찰되었다. 행정기관에 대한 신뢰는 2.8점(4점 만점)으로 여타 정부기관에 비해 높았으며, 국회에 대한 신뢰도는 2.0점으로 다소 낮은 수준을 보였다. 행정기관 외 정부기관 중에서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대한 공정성 인식이 다른 기관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나 선거제도의 운영에 대한 믿음이 드러났다.
교육 기회 공정성 인식 가장 높아
사회 전반을 관리 감독하는 기관과 제도에 대한 인식도 중요하지만, 사회 구성원들이 규칙을 지키면 모두가 공평한 기회를 부여받는다는 믿음 역시 사회 신뢰도 제고에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우리 사회에서 기회의 균등이 어느 정도 보장돼 있는지를 여러 영역으로 나눠 파악해본 결과 대체로 공정성 인식이 낮은 편이지만, 최근 다소 개선되고 있는 모습이 발견되었다. 특히 사회 전반적으로 교육에 대한 관심이 높은 우리나라에서 교육 기회의 공정성 인식이 가장 높다는 점은 주목할 만한 결과다.
연령 낮을수록 소수자 전향적 포용
각 개인에 대한 신뢰도 변화가 미세한 수준인 것에 비해 사회적 소수자에 대한 인식은 좀 더 포용적으로 변해가고 있다. 제시된 그래프를 보면, 사회 전반적으로 소수집단에 대한 배제 인식이 감소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특히 동성애자, 전과자와 같은 집단에 대한 배제 인식은 최근 큰 폭으로 줄어 사회가 좀 더 포용적으로 변화해감을 알 수 있다.
대체로 연령이 낮은 집단에서 소수자에 대해 더 전향적으로 포용하는 경향을 보이는데, 세계화 및 소통이 강조되는 현 상황에 발맞춘 변화로 보인다. 남성에 비해 여성의 소수자 배제 인식이 다소 낮은 것으로 나타난 점도 재미있는 결과다.
한국이 민주화를 이룩한 것이 1987년, 경제적으로 선진국이라 평가받기 시작한 것이 2000년대부터다. 우리 사회는 짧은 기간 동안 압축적으로 많은 성과를 거둬왔고, 성과에 비례해 부작용도 많이 겪었다. 한국의 물질적 수준에 비해 사회적·정치적 수준은 다소 낮다는 평가도 있었지만, 최근 사회적 인식도 많이 개선되었음을 ‘사회통합실태조사’ 데이터를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 우리 사회는 소수자에 대해 더 포용적으로 변화했으며, 사회적 공정성 인식도 개선되었고, 정부 주요 기관에 대한 신뢰도도 나아지고 있다. 고신뢰 사회는 타인을 무턱대고 믿는 사회가 아니라, 누구나 규칙에 맞게 거래 한다면 손해를 볼 일이 없다고 믿는 사회다. 그런 면에서 한국 사회는 다소 느리지만 옳은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김상현_서울시립대학교 도시사회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한국행정연구원 사회조사센터에 재직 중이다. 지난 3년간 SSCI, KCI 논문을 포함한 총 9개의 연구 논문을 발표했고, 서울과 경기도 화성지역 연구, 미디어 연구, 거버넌스 연구 등을 주제로 7권의 보고서와 4권의 단행본을 출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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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K-공감누리집(gonggam.korea.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