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성-인사 효율성 두 축으로 같이 가야

2019.04.15 최신호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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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선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


‘주 최대 52시간 근무제’가 계도기간을 마치고 본격적인 시행에 들어갔다. 4월부터 법정근로 40시간과 연장근로 12시간을 더해 주 최대 52시간을 넘기는 사업장은 처벌을 받게 된다. ‘주 최대 52시간 근무제’가 바꾼 노동환경의 변화와 지난 9개월 동안 제도 정착을 위해 어떤 준비를 했는지, 그리고 앞으로 남은 과제는 또 무엇인지 짚어 봤다. 4월 5일 오전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 7층 한국노동연구원 회의실에서 김기선 연구위원을 만났다.

-먼저, 2018년에 시행된 근로기준법 개정의 의의와 제도적인 취지의 변화를 짚고 시작하자.
=2018년 근로기준법 개정에 있어 주요 핵심은 두 개다. 하나는 일주일에 52시간을 넘겨 일하는 것은 위험하다. 그전까지는 주 68시간까지 근로가 가능하다고 인식했다. ‘주 최대 52시간 근무제’는 근로자 건강이든 생활의 양립이든 사회·경제적으로든 지속가능하지 않다는 것을 확인한 것이란 점에서 상징적인 의의가 있다. 또 하나는 아직까지도 부각되지 않은 내용인데 ‘관공서의 공휴일에 관한 규정’이다. 2020년부터는 유급휴일이 관공서뿐만 아니라 민간기업에도 확대 적용된다. 300인 이상 기업 대상으로 우선 시작한다. 이 개정에 더 주목하고 싶다. 왜냐면 민간기업에게도 휴일을 보장하라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일반 사업장의 근로자도 공휴일을 유급으로 쉴 수 있게 하여 근로자의 휴식권을 더욱 공고히 한 것이다. 잘 지켜지기만 한다면 근로시간 단축의 효과는 폭발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생각한다.

사업장 규모 작을수록 숙제 많아
-실제 적용 기업들의 근로시간 실태조사를 나가보면 어떤가.
=지금까진 300인 이상 기업 대상이었다. 이 기업들은 큰 무리 없이 정착되어 가고 있는 것으로 보여진다. 사무직 근로자인 경우는 집중근무제를 하고 있었다. 회의를 자제하고 일과시간 안에 일을 끝내도록 하고 ‘PC 오프’를 시행해 실질적으로 사업장 내에 머무르는 시간을 줄이려는 노력들을 한 것으로 조사된다. 물론 효과성 측면에서 엄밀하게 검증까지는 어렵다. 고용노동부가 근로시간 단축에 따라 임금이 삭감된 부분을 보전하는 지원 사업들을 꽤 많이 했다. 그런데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지원사업의 효과는 300인 이상의 기업에서는 두드러지게 나타난 것 같지 않다. 돌려 말하면 300인 이상 기업의 경우에는 근로시간이 기존에도 그 정도 수준에서 유지되었다고 볼 수 있다. 즉 300인 이상 기업들은 인사 관리 역량이나 인력 채용 또는 근로시간 관리 측면에서의 역량이 이미 그 정도 있었다고 보여지는 상황이다.
-그렇다면 이후 적용 대상 기업들의 경우는 어떤가.
=사업장 규모가 아래로 내려갈수록 어려운 숙제들이 있다. 당장 오는 7월 1일부터 특례 적용을 받던 업종들이 모두 ‘주 최대 52시간제’ 안으로 들어오게 된다. 이 업종들에 대한 점검이 필요하다. 대표적으로 보면 육상운송업에 해당하는 광역노선버스 같은 것이다. 광역노선버스 업체에서는 주 52시간으로 단축하면 어쩔 수 없이 노선을 줄이거나 폐지할 수밖에 없다고 하소연했다. 그 뒤인 2020년(50~299인), 2021년(5~49인)은 더 큰 문제다. 이들 사업장 대상으로 ‘주 52시간’ 적용이 문제없는지 잘 살펴봐야 한다. 파격적인 지원제도도 있는데 이 제도가 얼마나 활성화 되어 있는지도 확인해봐야 한다. 작은 규모로 갈수록 이런 제도의 필요성이 중요하다.
-적용 대상인 300인 이상 기업에서 문제가 됐던 쟁점은 없었나.
=사업장에서 근로시간 여부를 두고 다툼의 소지가 있다는 애로사항을 토로했다. 근로시간 관리와 관련해서도 정부에서 기준을 제시해주면 좋겠다고 말한다. 기업들도 ‘주 52시간’ 관리 시스템을 만들고 싶은데 필요적으로 고려해야 할 사항이 뭐가 있는지 고민스럽다는 입장이다.

다양한 근무 시스템 적극 활용
-포괄임금제 폐지의 목소리가 높다. ‘공짜 야근’을 야기하는 제도라는 비판도 받아왔다.
=300인 이상 기업은 포괄임금제를 하지 않으려는 분위기가 크다. 일한 대로만 주겠다는 인식이다. 그러나 300인 이하 기업의 경우는 사정이 다르다. 포괄임금제를 실제로 적용하고 있는 기업이 상당수다. 대체로 사무직이 많은데 연봉제란 이름으로 초과 근로수당을 급여에 포함한 방식이다. 일을 더 시키면서도 초과 수당을 주지 않고 근로시간 관리를 하지 않은 경우가 다반사다. 이를테면 ‘PC 오프’를 했는데도 불구하고 사업장에 남아 있게 하는 근거가 포괄임금제 같은 것이다. 보이지 않는 노동, 대가 없는 노동이 여전히 벌어지면 근로자 입장에선 52시간을 단축했음에도 불구하고 실제 체감 효과가 반감된다. 근로시간 단축 효과를 저해하는 하나의 요소가 포괄임금제이고, 또 다른 요소가 스마트폰이나 카카오톡을 통한 근로시간 연락이다.

-‘주 52시간’ 정착을 위해 다양한 근무 시스템들이 논의되고 있다. 근무 형태는 어떻게 변해야 한다고 보나.
=시대 흐름에 따라 앞으로 근무 형태의 다양화는 불가피하다고 본다. ‘9 to 6’라는 대공장 시대의 정형화된 근로시간 시스템을 가져가야 할 사업장도 있지만 이는 크게 공무원과 제조업 정도다. 나머지는 간주시간근로제, 재량근로제, 재택근무제, 선택근로제 등을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 근로자에겐 근로시간 주권을 실질적으로 행사하는 방법일 수도 있고 기업에겐 인력 활용에 유연성 내지 탄력성을 부여할 수 있는 제도라고 본다. 실제로 지금 활용 비율은 엄청 낮은 것으로 통계청 조사에 의하면 나타난다. 이렇게 근로시간 형태의 다양한 제도를 두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현재 우리사회에서는 여전히 경직적인 근로시간 시스템에 적용받으려는 관성들이 굉장히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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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인 이하 사업장’이 남은 과제
-남은 과제가 더 있을까.
=상시 4인 이하 사업장의 근로시간을 적용해야 하는 문제가 있다. 이 기업 비율이 우리나라 기업의 70%를 차지하고 있다. 이건 장기적인 과제이다. 여기까지 가야 한다. 이번 근로시간 개정에는 아예 빠져 있다. 식당 사업장 경우 80시간 일을 시키든 100시간 일을 시키든 아무 문제가 없다. 여기까지 가야 하는 게 추가적인 숙제다.
-보다 빠른 정착을 위해 근로자는 어떤 노력을 해야 할까.
=근로자들도 사업장에 머무르는 시간을 가급적이면 줄이려고 노력해야 한다. ‘주 52시간’이 잘 정착되어야 대한민국 근로시간이 좀 더 빠른 시간 내에 목표치인 1800시간에 접근할 것이다. 그리고 이를 국민에게 체감하게 하려면 불필요하게 하는 요소들, 포괄임금제나 쉴새없이 울려대는 카톡이나 쓸데없이 사업장에 남아있는 근로자들의 행태 등을 제거해야 한다. 근로시간 단축은 근로자의 집중력과 생산성, 그리고 기업의 인사관리 효율성 이 두 축이 같이 가야 달성될 수 있는 문제다. 불필요한 야근 줄이기는 양쪽의 노력이 있어야 가능하다.

글 심은하 기자,
사진 곽윤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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