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과 빛으로 지은 ‘노출 콘크리트’ 대가

2019.04.11 최신호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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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출 콘크리트(Exposed Concrete). 별도의 마감재 없이 콘크리트의 물성을 그대로 드러나게 한 건축 기법을 지칭한다. 분위기 있는 카페나 레스토랑에서 한 번쯤은 본 적 있을 것이다. 시멘트가 가진 질감을 그대로 드러내 차갑고 거친 느낌을 내면서 현대적인 감각으로 재해석한 인테리어 스타일이 유행하고 있는 탓이다. 건물의 내·외부, 벽면, 바닥 그리고 천장까지. 상황과 공간에 맞는 연출이 가능하며, 빛이나 주변 인테리어를 어떻게 활용하고, 어떤 방식으로 구현하는지에 따라 느낌이 달라진다. 요즘 대세 ‘인더스트리얼 스타일’에 효과적인 건축 기법 중 하나가 노출 콘크리트인 것이다. 근래엔 일반 가정집에서도 응용한 사례를 볼 수 있다.  

ㅣ▶안도 다다오

노출 콘크리트의 시작은 어떻게 될까. 1950년대 영국의 건축가 스미슨 부부에게서 탄생한 건축 기법이다. 세계적인 건축가 르 코르뷔지에(1887~1965)가 노출 콘크리트 기법을 사용하면서 본격적으로 알려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노출 콘크리트를 설명할 때 절대 빼놓을 수 없는 한 명. 노출 콘크리트의 꽃을 피운 건축가, 바로 안도 다다오(Ando Tadao)다.
콘크리트에 자연의 숨결을 불어넣어 우아한 건축을 쌓아 올린 안도 다다오. 아름다우면서도 절제된 건축 미학이 담긴 그의 건축물이 일본의 사무라이와 닮았다 하여 ‘사무라이 건축가(Samurai Architect)’라고도 불린다.
현대 건축에 혁신을 불러일으킨 안도 다다오의 세계가 스크린에 펼쳐진다. 4월 25일 개봉하는 영화 <안도 타다오>다. 영화에서 보여주는 안도 다다오의 주요 건축물을 통해 그의 건축적 특징을 읽어본다. 차가운 콘크리트 속 자연과 인간의 공생은 어떻게 이뤄지고 있을까를 살펴보는 자리이기도 하다.

ㅣ▶우츠보 공원의 집

자연과 교감하다 우츠보 공원의 집, 오사카(2007~2010)
“일본인의 미의식은 사계절을 표현하는 데서 나온다. 일본인 특유의 감성을 형태로 표현하는 게 우리의 일이다. 그런 감성이 녹아든 현대 건축을 하려 했다.” _ 영화 <안도 타다오>에서
안도 다다오가 우츠보 공원 근처에 건축했던 집의 내부 모습(옆 페이지 오른쪽 위)이다. 현관을 열고 들어선 순간부터 공원과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는 이 집은 자연과 하나가 되어 생활할 수 있게 설계되었다. “건축이란 터를 읽는 일이에요. 이 터를 본 순간 공원을 어떻게 집어넣을까 생각했어요.” 공원 쪽으로 터가 나 있는 이 집을 본 안도 다다오의 말이다. 계절에 따라 자연의 분위기와 함께 집의 분위기도 달라지는 안도 다다오만의 독자적인 건축 세계를 보여준다.

ㅣ▶빛의 교회

빛을 연출하다 빛의 교회, 오사카(1987~1989)
“롱샹 성당 내부로 들어가면 빛으로 홍수가 난 듯했다. 르 코르뷔지에가 빛을 추구하기만 해도 건축이 가능하다고 가르쳐주는 듯했다.”
_ 영화 <안도 타다오>에서
안도 다다오의 건축물 중에서도 가장 상징성을 뽐내는 ‘빛의 교회’ 내부 모습이다. 오사카의 작은 마을에 지어진 교회 내부에는 십자가가 없다. 일반적인 십자가 장식 대신 교회 내벽의 십자 틈새를 통해 십자가를 설계했다. 빛이 십자 틈새로 들어오면서 교회 한쪽 벽면에 큰 십자가를 만든다. 빛을 건축적으로 설계하여 교회의 성스러운 느낌을 더해준다. 교회 목사의 “두세 사람이 내 이름으로 모인 곳에는 나도 그들 중에 있느니라. 이 성경 말씀을 형태로 표현해달라”는 주문을 ‘빛과 콘크리트’로 최고의 아름다움을 구현했다. 영화는 재밌는 에피소드도 들려준다. 현재 ‘빛의 교회’ 십자가에 유리가 들어 있는데, 안도 다다오는 처음부터 유리를 빼고 싶어 했다. “아직 포기하지 않았어요. 언젠가 저 유리를 빼려고요.”

ㅣ▶물의 절│©Ando Tadao

건축을 뒤집다 물의 절 혼푸쿠지, 아와지시마(1989~1991)
“내가 꿈꾸는 건축은 내가 바라는 대로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사람들이 내 의도대로 사용하면서 ‘건축이 이렇게 재밌는 거구나’ 느낄 수 있게 만드는 것이다.” _ 영화 <안도 타다오>에서
안도 다다오의 건축은 건축물의 목적과 재료, 공간, 주변 환경과 관계 맺는 방식을 새롭게 이해한다는 점에서 특별하다. 그의 독특한 작품 중에 ‘물의 절’이 있다. 지상에는 연못처럼 물만 있고 지하에 절을 지은 독특한 구조다. 사진 속 장소가 바로 물의 절 ‘혼푸쿠지’의 바깥 풍경이다. 가장 먼저 나무가 보이고 나무를 지나면 벽이 나온다. 벽을 지나면 하얀 돌이 깔린 정원이 펼쳐진다. 미로 같은 정원을 빠져나오고 나서야 연못이 보인다. 그 연못 사이 지하 계단으로 내려가면 본당이다. 주홍빛으로 칠해진 본당은 석양이 질 때면 실내 전체가 빨간빛으로 물든다. 안도 다다오는 공간의 마술사 같다. 독특한 외관과 공간 구조로 방문자를 감동시킨다.

ㅣ▶현대미술관

콘크리트를 노출하다 현대미술관, 미국 포트워스(1997~2002)
“콘크리트 건축을 고집하는 것은 그것이 내 창조력 한계를 시험하는 ‘도전’이기 때문이다.” _ 자서전 <나, 건축가 안도 다다오>에서
노출 콘크리트는 안도 다다오 건축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다. 안도 다다오의 대부분 건축물에 사용된다. 그중 미국 포트워스 현대미술관은 안도 다다오가 구현한 콘크리트의 매력을 잘 드러낸다. 이미 사막화가 진행되어 작은 숲이나 연못도 찾아보기 힘든 포트워스에 콘크리트 건물을 세운다고 했을 때 많은 건축가들이 황폐화가 심화된다는 이유로 강하게 반발했다. 하지만 안도 다다오는 5개의 직사각형 이중 콘크리트 상자를 유리로 둘러싸고 넓은 정원을 만들어 풍부한 녹지와 물을 끌어들였다. 또한 순수 기하학 형태를 선호하는 그의 취향도 강하게 드러난다.
안도 다다오의 건축은 자연과 동떨어져 두드러지는 법이 없다. 주변 환경을 충분히 탐색하며 건축과 자연의 조화부터 고민하기 때문이다. 오히려 건축물을 최대한 낮추어 자연 속에서, 또 주변 환경과 하나의 덩어리로 인식되게 한다. 그의 건축물에서 그 또한 자연을 그리며 사는 사람일 거라는 생각을 해본다.

심은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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