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TS와 90년대생, 그들이 사는 법

2019.04.08 위클리 공감 최신호 보기


l▶방탄소년단은 유튜브, 브이앱 등 마이크로 미디어를 적극 활용하는 그룹이다.│ 차우진

지금 대중문화계의 가장 큰 이슈는 방탄소년단(BTS)이다. 이들의 성공에 대해선 여러 전문가가 다양한 관점으로 분석했으니 더 이상의 설명은 생략해도 좋을 것 같다. 다만 여기서는 BTS의 성공을 이해하는 데 반드시 필요한 전제 조건으로 ‘90년대생의 감수성’을 언급하고 싶다. 요컨대 지금의 20대는 누구인가?
BTS의 성공에는 미디어와의 연결 고리가 중요하다. 애초에 매스미디어와 밀착되면서 탄생한 대중음악은 20세기 내내 라디오, 텔레비전, 영화와 함께 성장하며 막강한 영향력을 얻었다. 그리고 마이크로 미디어가 보편화된 21세기에 그 밀도는 더 높아졌다. 미디어가 복잡해지면서 양보다 질이 중요한 시대가 온 셈이다.

BTS는 마이크로 미디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그룹이다. 트위터, 유튜브, 브이앱, 그리고 사운드 클라우드(음악가가 직접 음원을 공개하는 플랫폼)를 매우 잘 활용한 덕분에 지구적인 규모의 팬덤을 얻을 수 있었다. 20세기에는 음악을 들으려면 무조건 라디오나 텔레비전, 음반 외엔 방법이 없었다. 하지만 21세기 디지털 환경에 이르러서는 이런 구조가 무너진다. 물건(=음반)이 팔리지 않는 대신 라이브 공연과 뮤직비디오가 다른 가능성을 열어줬다. 음악에 대한 경험은 점점 더 입체적으로 바뀌는 중이다.
마이크로 미디어로 지구적 팬덤
BTS의 콘텐츠는 플랫폼에 따라 모두 다른 형태와 구조를 가진다. 트위터, 인스타그램, 브이앱, 사운드 클라우드가 모두 다른 목적으로 운영되는데 멤버들은 영어를 열심히 하지도 않는다. 왜일까? 두 가지 이유라고 본다. 하나는 ‘아시안 쿨’이라고 부를 수 있는 문화 현상과 ‘자동번역/실시간 업데이트’가 일상화된 미디어 환경 때문이다. 이곳은 21세기의 테크놀로지와 미디어가 주도하면서 기존에 인종과 언어로 나뉘던 경계가 흐릿해지는 곳이자, 지금 BTS가 뛰어놀고 있는 경기장이다. 밀레니얼 세대가 주도하는 뉴 노멀(new normal) 라이프스타일의 장.
소위 밀레니얼 세대는 1980년대 초반부터 2000년대 초반에 출생한 세대를 가리킨다. 이보다 젊은 세대는 제트 세대로, 위 세대는 88만 원 세대와 그보다 위에는 엑스 세대가 있다. 이들은 세부적인 영역에선 차이가 있지만 대체로 정보 기술과 서비스에 익숙하고, 대학 진학률이 높다는 특징을 공유한다. 현재의 20대는 밀레니얼의 끄트머리에 있는 세대다. 이들은 밀레니얼과 제트 세대의 특징을 부분적으로 공유하는 과도기적인 세대다.

‘대학내일 20대연구소’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밀레니얼-제트 세대(만 19~34세)는 하루 평균 2시간 이상 온라인 영상 콘텐츠를 시청하는데, 특히 유튜브와 같은 1인 미디어를 선호하고 짧지만 설득력이 있는 콘텐츠에 열광한다. 뉴미디어에 가장 빨리 접근하고 SNS에 익숙한 세대인 이들은 대중문화의 창작과 소비의 주체로 자리 잡으면서 기존의 창작, 마케팅, 유통 구조 전반에 균열을 일으키고 있기도 하다.
사실 21세기의 미디어 환경에서 중요한 건 콘텐츠다. 이때 콘텐츠는 ‘자기 목소리’를 담은 것이다. 매스미디어의 시대에도 이것은 중요했지만, 현재처럼 모두가 자신의 미디어를 가진 시대에 ‘목소리’는 더더욱 중요해진다. 이 ‘자기만의 목소리’는 사람들을 연결해준다. 그래서 플랫폼과 콘텐츠는 상호 보완적일 수밖에 없다.
최근 몇 년 동안 미디어는 이 세대를 다소 부정적인 이미지로 다룬 게 사실이다. 이들은 대체로 많은 것을 포기했거나, 진지한 걸 싫어하거나, 결혼 대신 현재를 즐기는 세대다. 하지만 지난 몇 년간 내가 직접 만난 20대들은 조금 달랐다. 2014년 즈음부터 현재까지 나는 평균연령이 27세, 30세 정도인 스타트업에서 일하며 그들과 직접 소통할 기회가 많았는데 그때마다 받은 인상은 1) 제약과 한계 안에서 개인의 선택지를 넓히기 위해 적극적으로 애쓰고 2) 타자를 배려하는 감수성이 충만하고 3) 경험과 실증을 기반으로 판단하고 결정하며 4) 작은 성공을 중요하게 여기고 5) 높은 자존감을 가진 세대다.

l▶저마다 스마트 기기에 빠져 있는 밀레니엄 세대│게티이미지뱅크

제각각 다른 대답 하는 세대
이에 대해 29세인 지인은 자기 또래를 ‘행복의 기준을 피버팅(pivoting)한 세대’라고 표현했다. 몸의 중심축을 한쪽 발에서 다른 쪽 발로 이동시킨다는 뜻의 피버팅은 비즈니스 분야에서 사업의 방향을 다른 쪽으로 전환하는 것을 말한다. 그렇게 보자면 현재 2030 세대는 결혼을 포기한 게 아니라, 결혼이란 무엇인가라고 되물으며 ‘관계’의 개념을 재설정하는 중이라고 할 수 있다. 직업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이들은 돈 버는 방법이 취직만은 아니라는 점을 알고 있다. 여기서 중요한 건 좀 더 본질적인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조직원이든 프리랜서든, 자기 일은 알아서 선택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싶다는 게 그것이다.
그래서 나는 이들이 어렵고 곤란하고 미래가 불투명해서 절망하는 세대가 아니라, 긍정적이고 생산적인 고민을 하려고 ‘애쓰는’ 친구들이라고 생각한다. 능동적으로 자신의 삶을 설계하는, 혹은 그럴 수 있는 기회를 정말 엄청나게 노력해서 찾고 있는 친구들. 밀레니얼은 “너는 누구야?”라는 질문에 모두 제각기 다른 대답을 하게 되는 세대다. 그 과정에서 우리는 자신이 누구인지, 무엇으로 구성되어 있는지, 자기 정체성을 들여다보고 그걸 긍정적으로 더 넓은 관점으로 이해하고 상상하게 될 것이다. 미디어 환경은 지금보다 더 세대와 밀착되고, 이들은 이제까지와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미디어를 가지고 놀면서 자기 목소리를 켜켜이 쌓아갈 것이다. 그렇다면, 중요한 질문은 바로 이런 것이 아닐까. 저성장시대 젊은이들이 추구하는 삶의 가치를 과연 기존의 관점으로 이해할 수 있을까?

l차우진_ 음악평론가. 미디어 환경과 문화 수용자들의 라이프스타일 변화에 특히 주목하고 있다. <청춘의 사운드> <대중음악의 이해> <아이돌: H.O.T.부터 소녀시대까지…> <한국의 인디 레이블> 등의 책을 썼고, 유료 콘텐츠 플랫폼 ‘퍼블리’에서 <음악 산업, 판이 달라진다> 리포트를 발행했다. 현재는 ‘스페이스 오디티’라는 스타트업에서 팬 문화, 콘텐츠, 미디어의 연결 구조를 고민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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