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꾸똥꾸야”는 과학적인 욕

2019.04.08 위클리 공감 최신호 보기


l▶어미 꾀꼬리가 새끼에게 먹이를 주고 있다. 꾀꼬리는 새끼의 배설물을 먹어 치우는 것으로 알려졌다.│연합

아내: “당신, 양말 아무 데나 벗어놓을래요? 자꾸 이러면 나 빵꾸똥꾸라고 그럴 거예요.”
남편: “어릴 때 쓰던 말버릇 아직도 못 고쳤어?”(이어서 아내에게 딱밤을 놓는다.)
아내: “왜 때려! 이 빵꾸똥꾸야!”

혹시 이 대사 기억나십니까? 2009~2010년 MBC에서 방영된 시트콤 <지붕 뚫고 하이킥>의 한 장면입니다. 빵꾸똥꾸는 극중 해리가 주로 신세경과 신신애 자매에게 하던 욕이었죠. 위 장면은 자라서 가정을 꾸린 해리가 남편과 티격태격하는 모습입니다. ‘빵꾸똥꾸’라는 표현에 대해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비속어이니 쓰지 말라고 권고했지만 시청자들은 재미있게 받아들였습니다. 원래 엉덩이, 똥구멍, 방귀는 모든 어린이가 가장 재밌어하는 말이고, 아이들이 쓰는 경우 어른들도 딱히 불쾌감을 느끼지는 않거든요.
하지만 이걸 어른들끼리 쓰면 큰일 납니다. 완전히 욕이거든요. 영어권 나라에서 ‘Asshole!’, 독일어권에서 ‘Arschloch!’라는 소리를 들었다면 일단 멱살부터 잡고 봐야 합니다. 그 나라에서 들을 수 있는 최악의 욕이니까요. 멱살 잡을 기운이 없으면 우리말로 쌍시옷 들어간 욕이라도 해서 정확히 자신의 기분을 표현해야 합니다. 크게 잘못한 일이 없는데 이런 소리를 듣고도 멍하니 있으면 바보 취급 받죠.

항문 빗댄 욕 정당할까?
그건 그렇고요. 과연 항문을 빗댄 욕이 정당한지는 살펴봐야 합니다. 사람들이 엉덩이, 항문, 방귀를 욕에 사용하는 이유는 이것들이 더럽고, 가까이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서였을 겁니다. 어릴 때부터 위생 관념을 키워주려는 것이었지요.
먹으면 나올 수밖에 없는 것이 배설물입니다. 정착 생활을 하는 동물은 배설물 처리에 꽤 공을 들입니다. 성체 새들의 배설물은 거의 액체 수준입니다. (도시에 살다 보면 비둘기 똥 한두 번은 맞아보지 않나요?) 하지만 어린 새들의 배설물은 얇은 막으로 둘러싸여 있습니다. 어미가 부리로 물어서 처리할 수 있도록 생리학적 진화를 한 것이죠. 먹이는 새끼의 장을 자극합니다. 먹이를 받아먹은 새끼는 엉덩이를 살짝 둥지 바깥쪽으로 돌려서 금방 배설을 하죠. 어미는 그것을 부리로 받아서 가능한 한 멀리 가져다 버립니다. 두 가지 이유가 있지요. 첫째는 새끼들에게 깨끗한 환경을 마련해주기 위해서고, 둘째는 천적에게 새끼의 냄새를 노출시키지 않고 따돌리기 위한 것입니다.

그런데 꾀꼬리는 새끼의 배설물을 먹어 치웁니다. 꾀꼬리 새끼는 아직 소화 능력이 뛰어나지 않아서 배설물에 영양분이 많거든요. 꾀꼬리는 새끼 똥으로 허기진 배를 채우는 셈입니다. 대신 자기가 먼 곳을 날아다니면서 묽은 똥을 배설하죠.
사람이 개와 살게 된 데도 똥이 한몫했습니다. 늑대는 사람과 함께 살게 된 첫 번째 동물입니다. 늑대는 자신의 의지로 인간을 동반자로 선택하고 개가 되었죠. 개는 놀기만 해도 먹고살 수 있었습니다. 가끔 인간들이 사냥할 때 재미 삼아 거들기만 하면 되었죠. 인간의 입장에서도 나쁘지 않았습니다. 다른 가축을 지켜주기도 했고 무엇보다 아이들이 아무 데나 누어놓은 똥을 집어 먹었거든요. 정착 생활을 하는 인간에게는 아주 유용한 위생 도구였던 셈입니다. 인간을 반려자로 정한 개의 선택은 정말 탁월했습니다. 요즘은 인간의 똥을 먹어 치우는 게 아니라 자신의 똥마저 인간들이 알아서 치우도록 인간을 훈련했으니 말입니다.

입이 먼저 생겼을까요, 아니면 항문이 먼저 생겼을까요? 당연히 입이 먼저겠죠. 일단 먹은 게 있어야 배설을 할 테니까요. 그런데 처음에는 입과 항문의 구분이 없었습니다. 초기에 진화한 말미잘, 산호, 해파리 같은 강장동물은 아직도 입과 배설기관이 구분되어 있지 않습니다.
항문이 없다고 알려진 생명체가 있기는 합니다. 바로 빗해파리죠. 그런데 이게 가능할까요? 먹이를 100% 소화해서 자기 몸의 구성 성분과 에너지로 전환하는 게 가능할까요? 그럴 리는 없습니다. 빗해파리도 배설을 해야 할 때는 항문이 생깁니다. 장이 충분히 부풀면 장과 연결된 피부에 구멍이 생겨서 배설을 하고 다시 막히는 겁니다. 일생의 90%는 항문이 없는 셈이죠. 따지고 보면 우리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우리도 거의 닫고 살잖아요.

l▶오징어 같은 연체동물은 먼저 생긴 구멍이 입이 되고 나중에 생긴 구멍이 항문이 되는 선구동물이다.│한겨레

인간은 항문 먼저 생긴 후구동물
동물은 크게 2배엽성 동물과 3배엽성 동물로 나눕니다. 쉽게 말하면 신경과 근육이 없는 동물은 2배엽성 동물이고 신경과 근육이 있으면 3배엽성 동물입니다. 해면동물과 강장동물이 2배엽성 동물이죠. 2배엽성 동물은 입이 곧 항문이고 항문이 곧 입이죠. 우리가 알고 있는 대부분의 동물은 3배엽성 동물로 신경과 근육이 있습니다. 3배엽성 동물은 다시 선구(先口)동물과 후구(後口)동물로 나눕니다.
수정란이 배아로 발생하는 과정에 표면에 구멍이 생겨서 반대편으로 나오는 관이 만들어집니다. 이 관이 나중에 창자가 되는 것이죠. 그런데 이때 먼저 생긴 구멍이 입이 되는 동물을 선구동물이라고 합니다. 오징어 같은 연체동물과 곤충들이 선구동물입니다. 후구동물은 먼저 생긴 구멍이 항문이 되고 나중에 생긴 구멍이 입이 되는 동물입니다. 등뼈가 있는 척추동물이 여기에 속하죠. 그러니까 우리는 후구동물입니다.

생각해보죠. 인간의 수정란이 발생하기 시작할 때 가장 먼저 생긴 구멍이 항문이 됩니다. 그러니까 수정란이 인간이 되는 어느 순간에는 우리에게 항문만 있는 셈이죠. 한때 우리는 모두 항문 그 자체였던 셈입니다. 우리는 모두 빵꾸똥꾸였던 것이죠. 그런데 왜 이게 욕이 되었을까요?
정자와 난자가 수정된 순간부터 출생에 이르기까지, 출생한 이후 성인이 되기까지, 그리고 성인이 된 다음에도 인간은 꾸준히 성장합니다. 몸이 성장하고 지능이 성장하고 인격이 성장하지요. 그런데 몸과 지능은 충분히 성장했는데 인격의 성장이 멈춰버린 사람들이 있습니다. 적절한 성장을 멈추는 데 그치지 않고 오히려 퇴행해서 세상 사람들에게 피해를 줍니다. 기차 객실이 마치 개인 사무실이나 되는 듯 큰 소리로 전화하면서 업무를 보기도 합니다. 아무 데나 침을 뱉고 담배꽁초를 버립니다.
정상적으로 성장한 사람들은 참아야 합니다. 하지만 때로는 참지 못하고 자신도 모르게 욕이 튀어나오죠. Asshole! Arschloch! 야, 이 빵꾸똥꾸야! 참으로 과학적인 욕입니다.

l이정모_ 현재 서울시립과학관 관장으로 재직 중이다. 생화학을 전공하고 대학교수를 거쳐 서대문자연사박물관장을 지냈다. <250만 분의 1> <저도 과학은 어렵습니다만> <내 방에서 콩나물 농사짓기> 등 읽기 편하고 재미있는 과학 도서와 에세이 등 60여 권의 저서를 냈고 인기 강연자이자 칼럼니스트로도 맹활약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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