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정부는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과의 협력을 미국·중국·러시아·일본 등 4강 수준으로 격상하겠다고 천명한 최초의 정부다. 우리 외교의 지평을 넓혀온 문재인정부는 신남방정책을 실천하기 위해 오는 11월 25~26일 다자 정상회의인 ‘2019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를 부산에서 개최한다. 2009년, 2014년에 이어 국내에서 열리는 세 번째 회의다. 브루나이, 캄보디아, 인도네시아, 라오스, 베트남 등 아세안 대화 상대국 10개국 가운데, 아세안 밖에서 세 번째 정상회의를 여는 국가는 한국이 처음이다. 한국과 아세안은 2004년 ‘포괄적 동반자 관계’를 거쳐 2010년 아세안이 대화 상대국과 설정한 최고 단계인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격상됐다. 서정인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 준비기획단장을 4월 23일 만났다.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가 7개월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현재 준비 상황은 어떤가요?
=특별정상회의를 성공적으로 개최하려면 실질적 성과와 의전이 수레의 양 바퀴처럼 맞물려 돌아가야 합니다. 기획단은 수레의 한 바퀴에 해당하는 의전을 책임지고 있습니다. 정상회의 홍보 노력도 병행하고 있는데 4월 22일부터 5월 10일까지 슬로건 공모전을 진행 중입니다.
처음으로 한국서 아세안 밖 세번째 개최
-문재인정부는 아세안과의 협력을 4강 수준으로 격상하겠다고 천명한 최초의 정부입니다. 배경은 무엇인지요?
=문재인 대통령은 아세안의 성장잠재력을 언급하면서 △신남방정책은 대한민국 국가발전 전략의 핵심이고 △국가의 발전에 따라 외교와 경제의 다변화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이며 △아세안은 우리의 미래라고 강조한 바 있습니다. 우리의 외교와 경제 공간을 더욱 확대한다는 의미도 있습니다. 아세안은 생산기지와 소비시장으로 전 세계가 주목하는 지역입니다. 아세안은 총인구 6억 4000만 명, 국민 평균연령은 30세로 젊고 역동적인 성장 지역입니다. 아세안에는 이미 8000개 이상의 우리 기업들이 진출해 있는데 우리 정부는 신남방정책을 통해 기업의 애로 사항을 해소하고 정부 차원의 적극적인 지원을 추진해나가고 있습니다.
-아세안 대화 상대국 10개국 가운데 아세안 밖에서 세 번이나 정상회의를 개최하는 국가는 한국이 처음입니다. 의미하는 바는 무엇인지요?
=아세안은 기존 관행을 깨고 처음으로 한국에서 세 번째 특별정상회의 개최를 동의한 것인데요, 이는 문재인 대통령이 한·아세안 관계를 4강 협력 수준으로 격상하겠다는 신남방정책에 아세안이 호응해온 것으로 평가하고 있습니다. 문 대통령은 취임 직후 정부 출범 최초로 아세안 특사를 파견한 바 있고 임기 중 10개국 방문 약속도 확실히 이행하고 있습니다. 10개국 중 태국, 미얀마, 라오스 3개국만 아직 방문하지 않았는데 이들 국가 또한 방문 우선순위에 두고 추진 중입니다.
-세번째 특별정상회의에 임하는 우리 정부의 전략이 중요할 것 같습니다. 지난 두차례 회의와 이번 회의의 차별점은 무엇이며 어떤 점에 주안점을 두고 정상회의를 준비하는지요?
=이번 회의는 문재인정부 들어 열리는 최대의 정상급 국제행사이자 우리 신남방정책에 추동력을 부여하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입니다. 장학생 교류, 비자, 자유무역협정(FTA), 항공 분야 등에서 한·아세안 간 사람과 물류 이동이 더욱 활발해질 수 있는 실질적 방안이 논의될 예정입니다. 아울러 4차 산업혁명 시대가 가져올 디지털 경제에 대응하는 방안도 논의할 것입니다.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와 별개로 아세안 10개국 중 발전 정도가 뒤처진 메콩 국가들과 최초의 정상회의인 ‘제1차 한·메콩 정상회의’도 열 예정입니다.
특히 이번 정상회의가 △우리 정부의 신남방정책 추진 동력을 강화하고 △아세안 국가들과의 관계를 획기적으로 발전시키는 계기가 되도록 준비해나가고 있습니다. 한·아세안 관계는 1989년 ‘부분 대화국 관계’ 수립 이후 30년이 지나 청년 시대로 접어들었습니다. 이번 특별정상회의를 통해 △한·아세안 관계의 새로운 30년의 비전을 제시하고 △신남방정책의 3P(사람 People, 상생 번영 Prosperity, 평화 Peace) 기조 아래 경제를 넘어 정치·안보, 사회문화 등 분야에서의 협력관계를 균형적으로 강화할 수 있도록 준비해나갈 것입니다.
‘한·아세안 3.0’시대 세 가지 제안
-한·아세안 3.0 시대의 구체적인 협력 분야는 무엇인지요?
=‘한·아세안 1.0’은 한국이 1989년 아세안과 부분 대화 관계를 수립하기 전까지의 시기로, 한국이 개별 회원국과 양자관계에 집중하던 때입니다. ‘한·아세안 2.0’은 탈냉전 후 약 30년간의 시기로, 2004년 포괄적 동반자 관계를 거쳐 2010년 아세안이 대화 상대국과 설정한 최고 단계인 ‘전략적 동반자 관계’에 이른 기간입니다. ‘한·아세안 3.0 시대’는 문재인정부가 아세안과의 협력을 4강 수준으로 격상하겠다고 천명한 이후부터의 시기인데, 미래 변화에 부응하는 한·아세안 협력 방안을 고민해야 하는 현재진행형의 시대입니다. 저 개인적으로는 ‘한·아세안 3.0 시대’의 구체적인 협력 분야로 세 가지를 제안하고 싶습니다.
첫째, 정치·안보 분야에서 한반도 평화 체제의 지속성 확보를 위해 북한의 아세안 참여 확대 등으로 아세안의 건설적이고 적극적인 역할을 모색해볼 수 있을 것입니다. 둘째, 경제 분야에서는 모바일, 인터넷, 빅데이터,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등 4차 산업혁명 시대에 필요한 디지털 경제 분야 협력과 더불어 서비스 시장으로의 진출 방안을 적극 준비할 필요가 있습니다. 셋째, 사회문화 분야에서 한·아세안 청소년 미래 세대들이 동남아와 동북아 구분을 넘어 동아시아라는 큰 틀에서 운명공동체 의식을 함양할 수 있도록 구체적·장기적인 방안을 모색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 서울에 자리한 한·아세안센터, 부산의 아세안문화원과 방콕 소재 아세안문화센터, 자카르타의 아세안재단이 그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봅니다.
2018년 교역액 1600억 달러로 최고
-한·아세안 경제협력 수준에 대한 평가는 어떤지요?
=한국과 아세안은 서로에게 중요한 경제 파트너입니다. 우선 아세안은 한국의 제2위 교역 상대이자 투자처이고 한국 관광객이 가장 많이 찾는 관광지이며 한류의 거점입니다. 한국을 방문하는 외국인 중 아세안 관광객이 두 번째로 많습니다. 아세안은 한국으로부터 중간재를 수입해 전 세계로 최종재를 수출하는 교역 구조를 갖고 있으며 동아시아 지역에 거대한 공급망을 구축하고 있습니다. 2007년 한·아세안 FTA 발효 이래 아세안 회원국들에 대한 한국 기업의 투자가 증가해왔으며 2018년 교역액이 역대 최고치인 1600억 달러를 기록했습니다. 아울러 한국의 대(對)아세안 투자액은 2008년 이후 이미 대중국 투자액을 넘어선 상태인데, 이는 중국의 최저임금 상승과 자국 기업 선호 등으로 인해 노동집약산업과 제조업 등이 아세안 지역으로 많이 이전된 상황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한국은 아세안에게 교역과 투자 측면에서 다섯 번째로 중요한 파트너입니다.
-최근 아세안 시장의 성장세가 주춤해졌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향후 아세안 시장의 성장세를 어떻게 전망하는지요?
=미·중 간 무역 분쟁으로 불확실성이 가중되고 세계경제가 둔화하면서 아세안도 일정 부분 영향을 받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럼에도 아세안은 2018년에도 5%가량의 성장률을 기록했고, 매년 5% 이상의 건실한 성장세가 전망되고 있습니다. 각종 연구기관의 전망에 따르면 아세안은 2030년 세계 4위, 2050년에는 세계 3위의 경제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동아시아 지역의 평화 안정을 위해 4강 외교를 넘어서 아세안과도 평화와 안보 문제를 함께 고민해나가야 할 시기다. 아울러 정부는 2015년 12월 31일 출범한 아세안경제공동체(AEC)의 동향도 면밀히 관찰하면서 아세안 각 나라의 특성과 아세안 전체를 하나의 단일 경제권으로 보는 종합적·장기적 안목을 갖춰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 동남아판 유럽연합(EU)을 꿈꾸며 하나의 시장, 하나의 생산 거점으로 묶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출범한 아세안경제공동체는 2030년 지역 경제 규모 5조 달러로 세계 4위의 경제 규모를 달성하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한 바 있다.
글 박유리 기자
사진 곽윤섭 기자
▶문재인 대통령 부인 김정숙 여사가 3월 6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아세안 3개국 유학생 초청 행사에 앞서 참석자들과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청와대사진기자단
“미래는 아시아의 시대… 새로운 30년 시작”
2019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제1차 한·메콩 정상회의
2019년 11월 25~26일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에 이어 27일 한·메콩 정상회의가 한국에서 개최된다. 이는 2018년 싱가포르에서 열린 제20차 한·아세안 정상회의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제안하며 이루어졌다. 문 대통령은 2018년 11월 14일 한·아세안 정상회의 모두발언에서 “한·아세안의 새로운 30년, 대한민국의 새로운 100년을 시작하고 싶다”며 ‘2019년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와 ‘한·메콩 정상회의’ 개최를 공식 제안했다. 당시 아세안 10개국 정상은 모두 적극적인 지지와 절대적인 환영의 뜻을 밝히며 개최에 합의했다. 또 한·아세안 간 협력의 수준이 획기적으로 격상되기를 바란다고 입을 모았다.
특히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은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에 북한의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초청하자고 제안하기도 했다. 조코 위도도 대통령은 “한국과 북한이 함께 특별정상회의에 참석하게 되면 특별정상회의의 의미가 더 살아날 것이라고 평가하고, 이러한 노력이 가시화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올해 한·아세안 대화관계 수립 30주년을 기념해 열리는 이번 행사는 현 정부 들어 우리나라에서 열리는 최대 규모의 국제회의다. 이번 행사를 통해 지난 30년간의 한·아세안 관계 발전 현황을 평가하고, 새로운 30년의 미래발전 비전을 제시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정부는 신남방정책의 각 분야별 성과를 점검하고, 신남방정책을 더욱 호혜적으로 추진해나가기 위한 동력을 강화하는 계기로 삼을 예정이다.
한편 문 대통령은 한·아세안 정상회의 당시 급성장하고 있는 메콩 국가들과의 협력을 강화하고, 아세안 내 개발 격차 완화 노력을 지원하기 위해 2019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와 연계해 최초로 한·메콩 정상회의를 11월 27일 개최한다. 이를 통해 캄보디아·라오스·미얀마·베트남·태국, 5개 메콩강 유역 국가들과의 협력도 획기적으로 강화해나갈 예정이다.
김청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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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K-공감누리집(gonggam.korea.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