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티이미지뱅크
찔끔찔끔 오긴 했지만 올해는 봄비치고 자주 내린 편이라 저수지마다 물이 한가득이다. “봄비가 잦으면 시어머니 손도 커진다”는 속담처럼 올해도 풍년이 들었으면 좋겠다. 이제는 해외여행 한두 번 안 다녀온 사람이 드물 것이다. 해외여행 때마다 놀라는 것 중 하나는 어느 나라 어디를 가든 ‘말이 통하는’ 우리나라 사람을 대부분 만날 수 있다는 점이다. 한때는 먹고살기 바빠서 돈이 있어도 망설이던 시절도 있었는데 참으로 많이 변했고 좋아진 세상이다. 베트남 호이안 가는 길에 장난감 같은 작은 광주리 배를 타려고 몰려드는 관광객들을 보며 ‘저게 다 돈인데, 저런 것이 우리나라에도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라고 하시던 훈이 할머니의 속마음을 헤아리면서 누구나 외국에 나가면 애국자가 된다는 말이 맞는 것 같았다.
언젠가 ‘세계가 다 아는데 한국인만 모르는 것이 세 가지 있다’는 말이 회자된 적 있었다. ‘북핵이 얼마나 위험한지, 일본과 중국이 얼마나 센지, 그리고 한국이 얼마나 부러움을 살 만큼 잘 사는 나라인지’가 그것이다. 그로부터 시간이 한참 흘렀지만 가만 생각해보면 다 옳은 말인 것 같기도 하다. 그중 지금도 기억에 남는 것은 한국이 부러움을 살 만큼 잘 사는 나라인데 정작 한국 사람들만 모른다는 얘기다.
1인당 국민소득 3만 달러에 인구 5000만 명이 넘어야 들어갈 수 있다는 ‘30-50 클럽’에 우리나라가 7번째로 당당히 가입했다는 기사를 보면서 가슴 뿌듯했다. 기존 멤버인 미국, 독일, 영국, 일본, 프랑스, 이탈리아는 모두 서방 주요 7개국(G7)이면서 식민지를 가졌던 나라들인데 유독 우리나라만 아픈 상처이긴 하지만 식민지였던 나라가 이 모임에 가입했다는 사실이 너무도 자랑스러웠다.
또 K-팝과 드라마 등 한류의 영향으로 한 학기에 500명을 모집하는 한국어 수강 공고가 나면 한 시간 안에 모든 수업이 마감될 정도로 인기가 높다는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의 한 공연장에서 현지 고교생 1000여 명이 한국 극단의 공연을 관람하는가 하면, ‘한국 친구들을 사귀고 싶어 어학 강사를 하게 됐다’는 베트남 한 젊은이의 말이 인상 깊었다. ‘체력은 국력’이라는 말처럼 국력이 우리 모두의 자긍심이 된 지금, 나라 안팎으로 불철주야 살기 좋은 대한민국을 위해 애쓰고 있는 모든 분들에게 감사하는 마음뿐이다.
언젠가 “대한민국에 처음 왔을 때 가장 좋았던 점은 무엇인가요?”라는 기자의 질문에 “말이 통하니까…”라고 한 어느 탈북자의 말이 진하게 가슴에 와닿았다. 그 말 한마디 속에 우리는 같은 민족이라는 동질감과 행복을 느끼면서 소통이라는 말이 왜 이토록 좋은지 새삼 깨닫는 순간이었다. 중국 어느 병원에서 300만 원을 찾아준 덕분에 8000여만 원의 병원비를 대신 갚아주었다는 미담이나, 폐지 팔아 번 돈을 장학금으로 기부했다는 우리나라 어느 할머니의 따뜻한 마음이 봄꽃처럼 아름답게 번졌으면 좋겠다. 날마다 눈을 뜨는 아침이면 착하고 자랑스럽고 아름다운 이야기들만 청량한 새소리처럼 우리를 반갑게 맞이하고, 오순도순 지면과 방송에 가득 넘치면 얼마나 좋을까.
핵도 없고, 통일되어 남북이 마음대로 오갈 수 있으며, 이웃 나라들과도 사이좋게 지내고, 국민소득 3만 달러라는 큰돈이 우리 모두에게 실감 나는 세상이 꿈이 아닌 현실로 다가오기를 희망해본다. ‘우리는 말이 통하니까….’
박정덕 경기 안성시 금광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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