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티이미지뱅크
따뜻한 봄볕이 팝콘처럼 마구 쏟아지는 구봉산 공원에 떠들썩한 동심들이 줄지어 찾는 걸 보니 오늘은 미세먼지 농도가 옅은가 보다. 상큼한 날씨라는 걸 엄마들은 물가(物價)처럼 마음 졸이며 체크해 알고 있기 때문이다. 아이들이 밖에 나가 마음 놓고 뛰어놀 수 있는 이 봄이 그래서 더욱 소중하다.
많이 나아지긴 했지만 힘든 육아 등으로 인한 저출산 때문인지 요즘 놀이터에선 아이들을 보기 힘들다는데 우리 아파트 주변에는 다행히 참으로 아이들이 많다. 오래된 아파트지만 근처에 학교가 있고, 병원도 30분 거리에 있는 데다 크고 작은 회사들이 가까이 있어 다른 지역보다 젊은 주부들이 많기 때문이리라.
우리는 아이가 한 명이지만 고모네는 사내아이만 둘이라 모일라 치면 쿵쾅쿵쾅 시끄러워 아래층 눈치가 보이지만 그래도 우리 아이가 사촌 형들과 노는 걸 좋아하니 어쩌랴 싶다. 초등학교 2학년인 승우와 1학년인 진우는 그나마 조금 의젓한데 문제는 올해 유치원에 갓 들어간 천방지축 우리 현욱이다.
하지만 ‘파란 무화과는 빨간 무화과를 보고 자란다’는 말처럼, 나이 차이는 있지만 단출한 우리 현욱이에겐 함께 어울리며 보고 배울 형들이 있어 얼마나 다행스러운 일인가. 같은 아파트 단지에 고모네가 살고 있다는 게 그래서 너무나 좋은가 보다. 일주일에 하루, 이틀 빼고는 고모네 집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낸다고 볼 수 있다.
아무래도 실내 활동이 많은 아파트 생활이라 내 집 뉘 집 가릴 것 없이 왕래하다 보면 귀찮을 법도 한데 싫은 내색 한번 보이지 않는 고모와 고모부가 그저 고맙고 가끔은 미안한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런데 고모네 집에 간다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는 현욱이가 고모네를 좋아하는 진짜 이유는 따로 있다.
고모네 집엔 변형되는 로봇 장난감과 여러 나라의 비행기 모형이 많기 때문이다. 한동안 포켓몬에 열광하던 청소년들처럼 아이들도 크나 작으나 변신 로봇을 더 좋아하는 걸 보면 장난감도 유행에 민감하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
그러나 나는 알고 있다. 현욱이가 고모네 집을 좋아하는 진짜 이유는 로봇이 아니라 고모의 따뜻한 사랑이라는 것을….
그런데 하루는 현욱이가 ‘나 승우 형아네 안 갈 거야’ 하고 신경질을 부린다.
“아니, 현욱이가 웬일이야. 형들하고 싸웠니? 아님 형이 때렸어?” 아무리 물어도 대답이 없다.
“샘이 많은 승우가 비행기 조종사는 자기가 될 거라고 찜해놓았으니 현욱인 꿈 깨라고 했단다”는 얘기를 고모한테 듣고서 혼자 웃었다.
‘마냥 어린 줄만 알았는데, 현욱이 마음속에도 풋풋한 봄빛 같은 꿈이 자라고 있었구나. 사랑한다. 우리 아들 현욱아, 너의 꿈을 이 엄마도 응원할게. 간절기의 봄 날씨처럼 변하는 너희의 꿈이 그래도 어른들이 생각하던 정형화된 꿈이 아니라는 게 엄마는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다. 한 가지 더 엄마로서 욕심이 있다면, 너의 꿈이 무엇이든 건강해야 한다는 거란다. 엄마는 너의 꿈도 소중하게 존중하지만, 언젠가 친구가 주었다는 사탕 하나를 내 손에 꼭 쥐어주며 이거 엄청 맛있어 하던 너의 따뜻한 마음이 얼마나 더 좋은지 모른단다. 사랑해!’
박희진 경기 화성시 경기대로
<위클리 공감>의 ‘감 칼럼’은 모두에게 열려 있습니다. 살아가면서 느끼는 바를 적은 수필을 전자우편(gonggam@hani.co.kr)으로 보내주세요. 실린 분들에게는 소정의 원고료를 드립니다.
K-공감누리집의 콘텐츠 자료는 「공공누리 제4유형 : 출처표시 + 상업적 이용금지 + 변경금지」의 조건에 따라 자유롭게 이용이 가능합니다.
다만, 사진의 경우 제3자에게 저작권이 있으므로 사용할 수 없습니다.
콘텐츠 이용 시에는 출처를 반드시 표기해야 하며, 위반 시 저작권법 제37조 및 제138조에 따라 처벌될 수 있습니다.
[출처] K-공감누리집(gonggam.korea.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