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구 팁스타운 회의실에서 벤처기업과 벤처펀드 운영사 관계자들이 공동 투자상담을 하고 있는 모습 | 한국벤처캐피탈협회
투자환경 변화
문재인 정부의 벤처 정책은 벤처 생태계의 자생력 강화를 추구한다. 벤처기업을 지원과 육성의 대상으로만 여기면 정책 효과가 제한적일 수밖에 없고 자칫 특혜 시비나 비리 문제를 야기할 수도 있다. 벤처 생태계의 자생력을 키우려면 무엇보다 시장을 통한 민간의 벤처투자가 활발해야 한다. 투자 대상 기업의 선별에서부터 형태와 기간, 회수 방식 등이 투자자의 자율적 선택으로 이뤄져야 건강한 벤처 생태계가 구축된다.
역동적인 벤처투자 생태계 구축을 위해 정부가 2018년부터 적용하는 세 가지 기본 원칙이 있다. 민간 선도, 시장 친화, 자율과 책임이라는 원칙이다. 이런 원칙에 따라 정부는 먼저 모태펀드 운영 방식에 손을 댔다. 모태펀드는 실제 투자 목적으로 결성되는 벤처펀드(창업투자조합 및 벤처투자조합)에 종잣돈을 보태는 ‘어머니 펀드’다. 모태펀드 출자금은 중소벤처기업부와 문화체육관광부 등 정부 부처의 벤처 지원 예산으로 조성된다. 이를 한국벤처투자가 위탁 운영하며 다시 수많은 개별 벤처펀드(모태 출자 자펀드)를 선정해 모태펀드가 출자한다. 이러다 보니 벤처펀드 운영사들은 투자 분야와 조건, 방식 등을 결정하는 데 제약이 많았다. 최초 모태펀드 출자 주체인 정부 부처에서 ‘톱-다운’ 방식으로 전달되는 가이드라인을 따라야 하기 때문이다. 결국 민간 벤처펀드 운영사(창업투자회사, 벤처캐피탈)들은 유망 벤처의 적극적인 발굴보다는 안전한 투자처를 찾아 관리보수로 연명하려는 경향이 있었다.
민간 출자 60.9%에서 66.5%로 커져
이에 따라 정부는 모태펀드를 통한 시장조성 역할에만 치중하고 민간이 투자를 선도할 수 있도록 운영 체계를 개편했다. 우선 2018년 처음으로 민간제안 펀드제도를 도입했다. 민간이 투자 분야를 자유롭게 제안하면 모태펀드가 정책 목적과 취지에 맞는 자금을 연계 출자하는 방식을 채택한 것이다. 또한 민간 출자자 모집이 끝나 펀드 결성이 완료된 경우라도 정책 목적에 맞는 벤처펀드라면 모태펀드가 나중에 더 출자할 수 있는 근거도 마련했다. 모태펀드와 KEB하나은행이 공동출자한 1100억 원 규모의 ‘민간 벤처모펀드’를 처음으로 설립하고, 모태펀드 출자 없는 벤처펀드 결성도 허용했다. 아울러 펀드 운영사의 보수체계도 자율적으로 결정할 수 있도록 했다.
이처럼 민간의 모험자본이 투자를 선도하고 정부의 모태펀드는 후원하는 방식을 채택하면서 벤처펀드의 출자 구조가 많이 달라졌다. 2018년 한 해 동안 국내 벤처펀드 출자액은 모두 146개 조합에서 4조 6868억 원이 조성되면서 2017년 4조 6087억 원에 이어 역대 최고치 기록 경신을 이어갔다. 그런데 모태펀드를 중심으로 한 정책금융의 펀드 출자액은 2017년보다 2314억 원 줄고 민간 출자액은 3095억 원이 늘었다. 이에 따라 전체 벤처펀드 조성액에서 정책자금 출자 비중이 2017년 39.1%에서 2018년 33.5%로 축소되고, 민간 출자 비중은 60.9%%에서 66.5%로 커졌다. 민간자금의 활발한 유입이 벤처투자 기반의 확대에 기여한 것이다.
정부는 올해도 벤처투자 시장에 민간자금 유입이 더 가속화할 것으로 기대한다. 중소벤처기업부는 올해 업무보고에서 모태펀드에 대한 출자 예산은 2017년 9420억 원에서 2019년 9980억 원으로 5.9% 증가에 머물겠지만, 모태펀드가 출자하는 벤처펀드의 조성 목표액은 1조 8659억 원에서 2조 3000억 원으로 23.7% 상향 조정했다고 밝혔다. 민간자금이 전체 벤처투자 시장의 확대를 주도하도록 유도하고, 모태펀드는 시장이 자체적으로 투자하기 어려운 정책 영역에 집중한다는 게 중기부의 방침이다.
이를 위해 중기부는 민간제안 펀드의 조성 목표를 2018년 7600억 원에서 올해 9333억 원으로 대폭 확대했다. 대기업과 대형 금융기관의 출자가 선행되는 경우나 4차 산업혁명을 대비한 미래 신성장산업 전용 펀드, 지방 연구개발특구에서 특화산업 추진을 위해 조성되는 펀드 등이 민간제안 편드의 주요 유형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민간제안 펀드에 대한 모태펀드의 최대 출자비율 한도는 40%에서 10%로 낮췄다. 다만 제조업 중소벤처기업의 스마트공장 구축 투자와 같이 정책적 필요성이 높은 분야는 출자비율 한도를 60%로 높인다.
지방기업·M&A 전용 펀드 신설
모태펀드의 마중물 구실이 강화되는 쪽은 비수도권 지역에 대한 투자다. 벤처투자의 지역 간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 모태펀드의 600억 원 출자로 1000억 원 이상의 지방기업 전용 벤처펀드가 새로 만들어질 예정이다. 또 창업 3년 내의 초기벤처 투자 목적의 펀드는 지방기업 투자 의무 비율 20%가 부여되고, 올해 신설하는 기술사업화촉진펀드는 60% 이상을 지방의 벤처펀드 운영사에 맡길 방침이다. 전체 신규 벤처투자 대비 지방 소재 벤처기업에 대한 투자 비중은 최근 5~6년 동안 16~17% 선에 머물고 있다. 중기부는 올해 20% 이상, 중장기적으로는 30% 이상으로 높인다는 목표를 세웠다.
벤처기업 투자 이후 회수 기간의 장기화에 따른 부담은 민간의 벤처투자를 꺼리는 주요 이유다. 이런 부담을 해소하기 위해 중기부는 올해 처음으로 모태펀드 출자액이 중심이 된 3000억 원 규모의 인수합병(M&A) 전용 펀드 결성을 추진한다. 또 기존 벤처펀드의 일반투자자(LP) 지분의 유동화를 지원하는 펀드도 500억 원 규모로 조성된다. 벤처창업에 투자하는 개인 엔젤투자자와 소규모 투자클럽이 참여할 수 있는 엔젤펀드도 지난해 400억 원에서 올해 1133억 원으로 크게 늘린다. 대기업의 전문 인력이나 선배 벤처기업인의 자금을 유치해 엔젤투자 전용 모펀드 결성을 추진하고, 대학과 연구기관이 보유한 첨단 기술을 기반으로 창업한 기업에 투자하는 전용 펀드도 신설된다.
민간의 벤처투자 참여를 촉진하려면 벤처기업과 예비 창업자, 벤처펀드 운영사와 출자자 간의 원활한 정보 교류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 중기부는 벤처투자 시장의 정보비대칭 문제를 완화하는 방안도 적극 추진한다. 우선 한국벤처투자와 기술보증기금, 중소기업진흥공단 등 산하기관에서 생산해온 모태펀드 운용 노하우와 투자, 회수 정보 등을 정기적으로 분석해 벤처캐피털과 벤처펀드 출자자 등에게 맞춤형으로 제공할 계획이다. 또 벤처투자 유치 희망 기업이 적합한 벤처펀드 정보를 쉽게 찾을 수 있도록 벤처캐피탈협회·벤처기업협회와 협업해 ‘온라인 펀드 찾기 서비스’를 제공한다.
박순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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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K-공감누리집(gonggam.korea.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