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FC 선수들이 3월 9일 새 홈구장 DGB대구은행파크에서 열린 제주 유나이티드전에서 승리한 뒤 홈 팬 앞에서 승리 세러머니를 하고 있다.
득점 기회를 잡으면 만원 관중이 함께 발을 구른 뒤 다 같이 “골”을 외친다. “쿵 쿵 골~” “쿵 쿵 골~” 스탠드의 알루미늄 바닥을 발로 구르는 두 번의 ‘쿵쿵’은 아담한 경기장 전체를 크고 깊게 울린다. K-리그 대구FC의 새 구장 DGB대구은행파크에서만 볼 수 있는 이 응원은 단 3경기 만에 K-리그의 명물로 떠올랐다. 작지만 아름다운 새 경기장에는 뜨거운 열정과 생동감이 넘쳐난다. 관중의 얼굴엔 웃음이 가득하다.
한국 축구의 성지라 불리는 서울월드컵경기장도 요즘 다시 살아났다. 2018년 FC서울이 최악의 부진에 빠지면서 외면했던 축구 팬들이 몰리기 시작했다. 조용했던 상암벌은 다시 서울 팬들의 함성으로 달아오르고 있다. 최고의 축구 도시로 자리 잡은 전주에는 전북 현대를 응원하는 홈 팬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2019 K–리그는 어느 때보다 따뜻한 봄을 보내고 있다. 많은 관중이 찾으며 흥행을 이어가고 있다. 예년과는 다른 분위기다. 그동안에도 개막 후 훈풍을 기대했지만 늘 잠시뿐이었다. 개막전을 치르고 나면 기세는 금세 수그러들었다.
2019년은 개막 이후 3경기째 분위기가 식지 않고 있다. 경기장마다 1만 명 이상의 관중이 모여들고 그라운드에는 흥미로운 경기와 다양한 이야깃거리가 계속 넘쳐난다. 프로야구에 밀리고, 축구에서는 국가대표팀에 치였던 K–리그가 국민 인기 스포츠로 올라설 기회를 잡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1년 전과 확실히 비교된다. 2018년에도 K–리그의 출발은 기대 만발이었다. 2018 러시아 월드컵이 열리는 해여서 축구 팬들의 관심이 뜨거웠다. 실제 1라운드 평균 관중은 9142명이었고, 2라운드에도 9128명으로 1라운드에 뒤지지 않았다. 그러나 12개 팀이 모두 한 번씩 개막전을 치른 뒤 열린 3라운드에서 6208명으로 뚝 떨어졌다. 결국 월드컵이 열린 해였지만 K–리그1(1부 리그) 전 경기 평균 관중은 5444명에 그쳤다.
▶3월 2일 인천 유나이티드와 제주 유나이티드의 경기가 열린 인천축구전용 경기장에 개장 후 가장 많은 관중이 입장하며 올 시즌 흥행을 예고했다.│ 한국프로축구연맹
월드컵 독일전 승리 축구 붐 ‘밑불’
매년 이런 흐름이었다. 개막전에 구단과 프로축구연맹은 모든 힘을 쏟았다. 다양한 팬 서비스를 내걸었다. 겨우내 축구에 목말랐던 팬들도 기대감을 갖고 경기장을 찾았다. 그러나 개막 라운드 이후 K–리그는 동력을 이어가지 못했다. 인기의 저변이 넓지 않은 K–리그의 안타까운 현실이라는 자조적인 목소리만 반복됐다.
이런 분위기에서 2018년 러시아월드컵 이후 한국 축구 팬심에 변화의 분위기가 감지됐다. 세계 최강 독일을 상대로 기적 같은 승리를 거둔 이후 축구 팬들의 관심이 폭발적으로 높아진 것이다. 특히 여성 팬들이 급격히 늘어났다. 손흥민(토트넘), 이승우(베로나) 등 국가대표 선수들은 ‘아이돌 스타급’의 인기를 모았다. 이어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대표팀이 금메달을 따내자 축구 콘텐츠에 대한 관심은 더욱 뜨거워졌다. 파울루 벤투 대표팀 감독이 2018년 9월 부임 이후 무패 행진을 이어가면서 축구 열기는 계속됐다. 2019년 1월 아시안컵에서 8강에 그치며 우려도 있었으나 이후에도 축구 인기는 크게 떨어지지 않았다.
2019 K–리그는 전반적인 축구 붐의 분위기 속에 막이 올랐다. 기대가 컸고, 그만큼 걱정도 있었다. 축구 열기를 바탕으로 흥행을 이어갈 호재가 될 수 있지만 이번 기회를 놓친다면 K–리그는 더 깊은 수렁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았다. 그렇게 기대와 절박함 속에 리그가 시작됐다.
▶2018 시즌 성적 부진에 따라 관중이 급감했던 FC서울은 2019 시즌 기대감이 높아지면서 많은 관중이 찾고 있다. 3월 3일 포항과의 개막전에 많은 관중이 서울을 응원하고 있다.
중계방송 시청률도 대폭 상승
개막 1라운드에서 기대 이상이었다. 평균 1만 3226명이 들어왔다. 2018년보다 44.7%가 증가한 수치였다. 2라운드에서도 1만 1171명으로 역시 1만 명대를 유지했다. 관건은 16·17일에 열린 리그 3라운드였다. 매년 관중이 급락한 게 3라운드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2라운드보다 오히려 증가한 평균 1만 1291명이 경기장을 찾은 것으로 집계됐다. ‘개막빨’의 단발에 그치지 않고 다음 경기까지 열기가 이어진 것이다. 방송 시청률도 2018년보다 크게 상승했다. 2라운드까지 평균 시청률은 0.22%로 2018시즌의 0.11%보다 배로 상승했다. 전북과 대구의 공식 개막전을 중계한 JTBC와 JTBC3의 시청률은 0.85%였다.
K–리그의 봄은 단순히 축구대표팀에서 촉발된 열기만이라고는 설명할 수 없다. 고조된 분위기 속에 구단들이 다양한 흥행 요소를 만들기 위한 노력이 더해진 결과로 봐야 한다. 그중에서도 K–리그 흥행의 1등 전도사는 대구FC로 꼽힌다. 대구는 올해 개장한 새 구장에서 3경기 연속 만원 행진을 이어가며 K–리그 전체 분위기를 주도하고 있다. 그동안 대구는 ‘야구의 도시’로 꼽혀왔다. 대구에 프로축구단이 있는지 모르는 사람도 적지 않았다. 시민구단인 대구FC는 그동안 성적이 좋은 편이 아니었다. 스타도 거의 없었고, 홈 팬도 많지 않았다. 대구의 2018 시즌 평균 관중은 3518명에 그쳤다. 6만 명을 수용하는 홈구장 대구 스타디움은 늘 썰렁했다.
대구는 현실을 받아들이고 역발상으로 새로운 도약 포인트를 찾았다. 대구 조광래 사장은 “우리 현실에서 과도하게 큰 경기장은 축구에 대한 관심만 떨어뜨릴 뿐”이라면서 규모가 작은 축구 전용 구장을 만들기로 했다. 큰 집보다 작은 집이 팬과 구단에게 모두 득이 될 것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대구의 계산은 맞아떨어졌다. 2019 시즌 완공된 대구의 새 홈구장은 1만 2415석 규모다. 작지만 아름답고, 관중석과 그라운드는 코앞에 있어 관람에 최적화됐다. 팬들은 경기를 더욱 생동감 있게 볼 수 있고, 경기장이 꽉 찬 뜨겁고 흥분된 응원 열기를 느낄 수 있게 됐다. 대구의 확실한 팀 컬러와 경기력에 대한 기대감도 팬들을 불러 모았다. ‘역습축구’라는 확실한 색깔로 2018년 FA컵 챔피언에 오른 대구는 올해도 초반에 좋은 경기력을 유지하면서 홈 팬들의 뜨거운 환호를 받고 있다. 안드레 대구 감독은 “구장이 워낙 예쁘고 축구 보기 좋게 지어졌다. 개막 이후 입소문도 타면서 많이들 찾아와주시는 것 같다”면서 “계속 좋은 경기로 팬들이 즐거워하는 결과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대구가 앞장서서 매진 열기로 분위기를 띄우면서 K–리그 전체가 함께 상승하는 시너지 효과를 보고 있다. 각 구단들도 대구의 만원사례에 자극을 받아 홈 관중 유치를 위한 다양한 이벤트와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역시 시민구단인 인천 유나이티드도 1라운드 개막전에서 2012년 구장 개장 이후 최다인 1만 8541명의 관중이 입장했다. 올 시즌 더욱 화끈한 공격축구를 선언한 인천은 베트남 축구스타 콩푸엉을 영입하며 팬들의 관심을 더 모으고 있다.
2018 시즌 11위로 떨어져 승강 플레이오프까지 치르며 자존심이 무너졌던 FC서울은 시즌 초반 달라진 경기력으로 팬심을 돌렸다. 3경기에서 2승 1무를 기록하며 명가 재건의 희망을 보이자 다시 홈 팬들이 경기장을 찾고 있다. 명가 재건을 노리는 최용수 감독의 카리스마와 리더십은 팬들에게도 기대감을 갖게 했다.
포항 스틸러스는 구단 직원들이 포스코 본사와 협력업체를 돌아다니며 팬들을 직접 만나는 세일즈 마케팅에 총력을 기울였다. 인구가 많지 않은 포항에서 2경기 연속 1만 명 이상의 관중을 동원했다.
2018 시즌 챔피언 전북은 최강희 감독이 중국으로 떠나고 구단 사상 첫 외국인 사령탑으로 온 조제 모라이스 감독에 대한 관심과 변함없는 공격축구로 계속 많은 관중을 모으고 있다. 울산 현대는 전북의 ‘1강’ 구도를 깰 팀으로 꼽히며 홈 팬은 물론 K–리그 전체 팬에게도 비상한 주목을 받고 있다.
▶FC서울 박주영이 3월 16일 제주 유나이티드와의 리그 3라운드 경기에서 슈팅을 시도하고 있다.│ 한국프로축구연맹
투자 축소 걸림돌, 경기력 처지면 싸늘
세계 최고의 인기 스포츠 콘텐츠는 축구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국가대표에, 해외 축구에 밀리며 찬밥이었다. 변화의 바람이 불었고 이 흐름을 타려는 K–리그 구단들의 노력이 더해지면서 도약의 기회를 잡은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몇 년째 기업구단을 중심으로 투자를 줄이면서 리그가 축소화되는 추세인 것은 걸림돌이 될 수 있다. 팬들을 잡을 수 있는 가장 큰 경쟁력은 결국 리그의 질, 재미있고 박진감 있는 경기다. 구단의 다양한 마케팅 노력과 그라운드의 스토리 발굴에도 결국 축구 콘텐츠의 핵심인 경기력이 따라주지 못하면 팬심은 다시 사라질 수 있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를 안방에서, 휴대전화로 쉽게 보는 세상이다. K–리그의 콘텐츠를 더욱 단단하게 다지려는 K–리그 모든 구성원의 노력이 쉼 없이 이어져야 한다.
양승남 <스포츠경향> 기자
▶비디오 판독 심판은 30초 안에 주심의 오심을 판단해야 하기 때문에 고도의 집중력이 요구된다. 프로축구연맹의 비디오 판독 차량 안에서 경기 장면을 모니터하 는 모습│한국프로축구연맹
K–리그 비디오 판독아시아권 선두 주자
“비디오 판독과 단순히 화면을 돌려 보는 것은 다르다. 비디오 판독은 명쾌한 해법을 줘야 한다.”
프로축구 K–리그의 비디오 판독(VAR·Video Assistant Referees) 시스템을 제공한 김도영 유엔비즈 이사는 개념 정의부터 명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비디오 판독은 다각도에서 잡은 화면을 동시 통제해 전문적 방식으로 결정하는 솔루션”이라 했다. 프로축구의 경우 경기장에 설치된 10대 이상의 카메라가 케이블로 연결된 서버에 영상을 공급하고, 통제실에서는 3명의 전문 인력이 종합적인 방식으로 판정을 내린다. 속도와 깊이에서 단순히 슬로모션 화면을 앞뒤로 돌려가며 판단하는 초보적 형태와 질적으로 다르다는 얘기다. 프로스포츠에서는 기본적으로 비디오 판독 화면을 방송사에서 받는다. 애초 프로연맹이 중계권을 계약할 때부터 카메라가 포착한 다양한 화면을 받도록 했다. 판정의 정밀도를 높이기 위해 비디오 판독 회사나 경기연맹이 추가로 카메라를 설치하기도 한다.
한국은 아시아권에서 비디오 판독 도입의 선두 주자다. 2017년 7월 1일부터 프로축구 K–리그 1부(클래식) 전 경기에 비디오 판독 시스템을 도입했다. 잉글랜드축구협회는 2018년 초부터 비디오 판독을 부분적으로 도입했다. 일본과 중국은 아직 도입하지 않아, 한국이 동북아에서는 가장 먼저 치고 나갔다.
무엇보다 국내 비디오 판독 시스템이 기술적 가치를 인정받으면서 해외시장에서 국내 시스템을 벤치마킹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최근에는 국내 업체가 세팅한 차량형 비디오 판독 시스템을 보기 위해 말레이시아 축구협회 관계자들이 다녀갔다. 장비와 모니터를 차량에 앉히고 케이블을 연결해 종합 판독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필요한 알고리즘을 국내 업체들은 이미 구축했다. 2018년 러시아 월드컵에서 축구 비디오 판독이 이뤄졌고, 국제 축구의 룰을 정하는 국제축구평의회(IFAB)가 판독 시스템 도입을 승인하면서 동남아나 중국을 대상으로 비디오 판독 시장이 크게 열리고 있다. 이에 따라 국내 업체들은 자체 개발 기술이 경쟁업체로 넘어가지 않게 각별히 신경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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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K-공감누리집(gonggam.korea.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