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레이시아를 국빈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가 3월 12일 오후 말레이시아 최대 쇼핑센터인 원우타마 쇼핑센터에서 열린 ‘한·말레이시아 한류-할랄 전시회’에서 참석자들과 함께 할랄 비빔밥을 만들고 있다.│연합
문재인 대통령이 3월 12일, 아세안 3국 국빈방문 중 말레이시아에 도착하자마자 달려간 행사는 말레이시아 최대 쇼핑센터인 ‘원우타마’(1 Utama)에서 열린 ‘한류·할랄 전시회’였다. 전시회장은 우리 기업 23개사가 내놓은 150여 가지 한류 콘텐츠와 식품, 화장품 등으로 가득했다.
이 중에서도 할랄 인증을 받은 K–푸드와 K–뷰티 제품에 대한 관심이 매우 뜨거웠다. 할랄이란 ‘신이 허용한 것’이라는 뜻의 아랍어로 이슬람 율법에 따라 생산·도축·처리·가공된 식품과 공산품을 의미한다. 할랄 인증기관은 전 세계적으로 200여 개에 이르며, 우리나라는 한국이슬람교중앙회에서 할랄 인증서(KMF)를 배부하고 있다.
▶2017년 한국을 방문한 중동·인도네시아·말레이시아 지역 무슬림 언론인들이 서울의 한 식당에서 할랄 한식을 먹고 있다.│한국관광공사
할랄 인증 K–푸드 중에서도 라면의 인기는 가히 폭발적이다. 사람들 사이에서 “한국을 대표하는 매운 라면이 현지에서 대박이 났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신세계푸드와 현지 식품기업 마미더블데커가 50 대 50으로 설립한 신세계마미의 첫 브랜드 ‘대박라면’이 이른바 ‘대박’의 대표적인 케이스다. 대박라면은 2018년 3월 출시 후 지금까지 월평균 30만 개씩 팔리고 있다.
신세계마미는 수개월간 노력 끝에 2018년 3월 대박라면을 출시했다. 1년 만에 400만 개의 누적 판매량을 달성할 정도로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말레이시아에서의 인기에 힘입어 한국으로 역수출하는 성공 신화를 쓰는 중이기도 하다.
이달 초 등장한 대박라면 후속작 ‘고스트페퍼 스파이시 치킨 맛’에 대한 관심도 뜨겁다. 이 제품의 특징은 혼이 나갈 정도로 맵다는 ‘고스트페퍼’(Ghost Pepper, 인도산 고추 부트 졸리키아)를 사용했다는 점이다. 현지 라면보다 가격이 3배가량 비싸지만 페이스북, 유튜브 등에선 대박라면 신제품을 즐기는 사람들의 영상들이 꾸준히 올라오고 있다.
▶말레이시아 현지 소비자를 대상으로 방영 중인 대박라면 온라인 광고│신세계푸드
현지 공장 짓고 한국으로 역수출도
2014년 KMF 할랄 인증을 시작으로 동남아시아 공략에 나선 농심은 ‘할랄 신라면’으로 2018년 말레이시아에서 매출 360만 달러를 올렸다. 2017년(310만 달러)보다 16%가량 증가한 수치다.
삼양식품 ‘불닭볶음면’도 인기 상품 중 하나다. 불닭 시리즈는 이른바 ‘Fire noodle Challenge’라는 타이틀로 유튜브 등의 채널에 ‘먹방’이 올라오는 등 젊은 층 사이에서 ‘불닭볶음면 먹기 도전’이 일종의 유행 현상이 됐다. 덕분에 2016년 65억 원이었던 말레이시아 수출액은 2017년 140억 원, 2018년 170억 원으로 늘어났다. 불닭 시리즈 성공에 힘입어 삼양식품은 2018년 10월 수출 전용 브랜드 ‘삼양80G’도 론칭했다. 최근에는 말레이시아 국영 팜오일 업체인 FGV 그룹과 손잡고 현지에 할랄 라면 공장을 짓는 작업에도 착수했다.
▶삼양식품의 ‘불닭볶음면’│삼양식품
한국 라면은 특히 말레이시아 젊은 층에게 선풍적 인기를 끌고 있다. 대박라면을 비롯해 우리 라면의 인기 비결과 관련해 업계에서는 ‘품질의 우수함’을 먼저 손꼽는다. 면발이 현지나 일본산 라면보다 더 쫄깃쫄깃하고, 잘 퍼지지 않는다는 게 중론이다. 현지 라면의 중량이 70g가량인 것과 비교해 한국 라면이 110g으로 푸짐하다는 점 역시 장점으로 손꼽히고 있다. 여기에 동남아시아에 불고 있는 한류 열풍, 유튜브 등을 통한 입소문 마케팅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할랄 라면 상품의 성공은 말레이시아 내 K–푸드 중 라면의 입지와 가능성을 보여준다. 관세청에 따르면 2018년 2000억 원 규모인 말레이시아 라면 시장에서 한국산 제품은 약 12%의 점유율을 기록했다. 2014년 1%에도 못 미쳤던 점유율은 4년 만에 무려 12배나 상승했다.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이슬람교 서울중앙성원에서 열린 신세계푸드 대박라면 시식 행사에 참여해 ‘대박라면’을 먹고 엄지를 든 무슬림│신세계 푸드
현지 수요가 늘면서 말레이시아는 한국의 주요 라면 수출국으로 부상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2018년 국내 업체들이 말레이시아에 판매한 라면은 2000만 달러어치다. 중국·미국·일본·대만 다음으로 한국 라면을 많이 소비한 나라가 말레이시아다.
지난 수년간 K–팝(한국 대중음악), 드라마 등 한류 문화가 전파되면서 ‘한국식 문화’는 동남아시아 사람들에게 큰 사랑을 받았는데 이젠 여기에 ‘먹거리’가 하나 더 추가된 셈이다. 특히 라면은 할랄 인증제도에 맞춰 비교적 쉽게 만들 수 있는 상품이라 더욱 주목을 받고 있다. 할랄 인증제도에 따라 특히 육류는 반드시 자비하(Zabihah)라는 이슬람 종교의식에 따라 도살된 것이어야 하는데, 라면은 육류 성분 대신 콩단백질과 같은 효소를 사용해도 맛과 품질에 차이가 없어 시장 진출이 쉬운 편이다.
▶2016년 아모레퍼시픽의 글로벌 프리미엄 브랜드 라네즈의 <뷰티로드>가 말레이시아에서 성황리에 열리던 모습│아모레퍼시픽
탈렌트화장품 150여 종 출시
라면 인기에 힘입어 다른 K–푸드도 말레이시아 시장에 진출하고 있다. 교촌치킨은 2014년 말레이시아 갬머라이트 그룹과 마스터프랜차이즈(MF) 계약을 체결하며 할랄 시장에 첫발을 내디뎠고, 2018년 직영 매장을 7개 마련했다. 이슬람 국가에선 소고기나 돼지고기가 아닌 닭고기 선호도가 높다는 점에 주목한 교촌치킨은 특히 매우면서도 달콤한 맛을 내는 소스로 인기를 얻고 있다.
한류 영향으로 말레이시아 여성들에게 K–뷰티도 큰 인기다. 특히 동물 유래 성분, 합성 계면활성제, 합성색소 등을 사용하지 않는 등 이슬람 율법인 코란 기준에 따라 만든 할랄 화장품이 주목받는다.
▶우리나라 최초로 할랄 인증을 받은 탈렌트화장품의 선우코스메 브랜드│탈렌트화장품
아모레퍼시픽은 2006년 말레이시아의 젊은이들을 타깃으로 ‘라네즈’를 처음 선보였다. 가두점 위주인 국내와 달리 백화점, 쇼핑몰에 입점해 해외 유명 화장품 브랜드와 경쟁하는 프리미엄 브랜드로 자리를 잡았다. 이후 2013년 한방 화장품 브랜드 ‘설화수’, 2014년 자연주의 화장품 ‘이니스프리’, 2016년 ‘마몽드’를 차례로 선보였다. 말레이시아의 매출도 꾸준히 상승세다. 아모레퍼시픽의 말레이시아 법인의 최근 3년간 매출은 2015년 179억 원, 2016년 285억 원, 2017년 384억 원으로 연간 30% 이상 성장률을 기록했다. 아모레퍼시픽은 말레이시아 할랄 인증 화장품을 생산하기 위해 2020년 완공을 목표로 조호르바루에 공장과 상품 연구 및 개발을 위한 통합센터를 구축할 예정이다.
탈렌트화장품의 선우코스메 브랜드는 지난 2014년 국내 최초로 기초, 색조, 마스크팩 등에 대해 할랄 인증 마크를, 립스틱 부문에선 세계 최초로 인증 마크를 획득한 바 있다. 이번 전시에도 참여한 탈렌트화장품은 총 150여 종의 제품이 말레이시아에서 출시돼 현지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 중이다. 최근에는 무슬림 여성의 사회 진출이 늘면서 미용, 건강, 웰빙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어 할랄 시장에서 한국 화장품과 K–뷰티의 미래는 더욱 밝아 보인다.
▶탈렌트화장품의 선우코스메 비타민 큐텐 에센스 마스크팩 등이 말레이시아의 유명 홈쇼핑인 LAKUmall TV에 방송되고 있다.│탈렌트화장품
원우타마 쇼핑센터 ‘한류타운’ 곧 선보여
문 대통령이 국빈 방문한 말레이시아는 세계 할랄 시장에서 가장 두각을 나타내는 이슬람 국가로 손꼽힌다. 말레이시아 정부가 직접 관리하는 엄격한 할랄 인증 시스템은 세계적으로 공신력을 인정받고 있다. 게다가 육로로 태국과 싱가포르 접근이 용이해 말레이시아에서 한국 할랄 상품이 사랑받을 경우, 다른 이웃 나라로 전파되기도 쉽다.
청와대는 문 대통령 아세안 3국 중 말레이시아 순방에서 한류·할랄 전시회 의미를 곱씹으며 “한류 관련 기업 입장에서 보면 말레이시아는 인구가 3200만 명에 이르는 데다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1만 달러를 넘는 아세안 시장 선도국으로, 한류 소비재의 아세안 진출을 위한 ‘테스트 베드’로 협력 가치가 크다”고 했다. 또한 “세계 할랄 시장 규모는 약 2조 달러에 달하고 2022년에는 3조 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되는 등 잠재력이 크다”고 했다.
앞으로 할랄 시장에서 한류 바람도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 아세안 3개국 순방 때 한·말레이시아 양측은 할랄산업 확산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해 글로벌 할랄 시장에 공동 진출하기 위해 협력했다. 문 대통령은 3월 14일 한·말레이시아 비즈니스포럼 기조연설을 통해 “전 세계 인구 25%가 무슬림이고, 글로벌 할랄 시장 규모도 2조 달러가 넘는다”며 “말레이시아는 아세안 국가 중 가장 열정적으로 한류를 받아들이고 있다”고 했다. 또한 “한국의 한류와 말레이시아의 할랄이 접목되면, 더욱 큰 경쟁력으로 거대한 세계 할랄 시장에 함께 진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올해 7월에는 원우타마 쇼핑센터 안에 ‘한류타운’(K-town)도 완공한다. 문 대통령은 이에 대해 “한류 할랄을 위한 두 나라 기업의 협력을 실현하고, 글로벌 할랄 시장 창출을 이끌어가는 플랫폼이 되길 기대한다. 우리 정부도 적극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김청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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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K-공감누리집(gonggam.korea.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