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예방사(맨 오른쪽)가 치매 고위험 주민을 대상으로 치매 예방 체조를 시연해 보이고 있다.│한겨레
치유농업사, 유전체 분석가, 의료기기 과학 전문가, 냉매회수사, 공인탐정….
2018년 말, 정부가 발표한 ‘신서비스 분야 중심의 신직업 활성화 방안’에서 손꼽은 미래 신직업들이다. 정부는 신직업 활성화 방안을 통해 이런 직업들이 민간에서 활성화되도록 지원하고, 미래 유망 직업 등을 발굴 및 홍보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방안에서 나온 신직업은 헬스케어, 환경·여가, 정보 수집·관리의 3개 분야에서 총 9개 직업이다.
그동안 정부는 2013년부터 총 3차례에 걸쳐 신직업 육성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이번 방안은 정부가 주도적으로 신직업을 발굴·육성하기보다는 새롭게 등장한 직업이 민간에서 잘 뿌리내리고 활성화할 수 있도록 법·제도를 정비하는 쪽에 방점을 찍고 있다.
헬스케어 분야는 초고령화 사회로 접어드는 국내 사정상 성장 가능성이 큰 시장. 정부가 헬스케어 분야에서 유전체 분석가와 의료기기 과학 전문가, 치매 전문인력, 치유농업사 등을 신직업으로 육성하고 직업 활성화를 위한 제도 정비에 나서는 이유도 여기 있다.
▶한 동물병원에서 수의사가 노령견을 진료한 후 보호자에게 상태를 설명해주고 있다. 정부는 반려동물 인구가 늘어나는때, 수의사를 도와 동물병원 내 동물간호 또는 진료보조 업무를 수행하는 ‘동물간호복지사’ 관련한 법 개정 등을 할 예정이다.│한겨레
유전자 검사 늘어 유전체 분석가 각광
유전자 검사(DTC)가 병원뿐 아니라 연구소, 민간 검사센터로까지 확대되고, 검사 비용은 하락해 시장 수요가 증가하는 이때 관심 가져볼 만한 직업이 바로 ‘유전체 분석가’다. 하지만 현재 우리나라 유전자 검사는 12개 항목, 46개 유전자에 대해서만 허용되는 상황. 정부는 유전자 검사가 확대되고 있는 추세에 맞춰 올해 상반기 DTC 유전자 검사 서비스 인증제 시범사업을 실시할 예정이다. 하반기에는 검사기관에서 직접 실시할 수 있는 검사 허용 항목의 확대도 기대해볼 수 있다.
인구 고령화 등으로 의료기기 제품을 찾는 이들이 늘어나고, 의료기기가 점점 다양화되는 때 정부는 ‘의료기기 산업 육성 및 혁신 의료기기 지원 법안’ 제정을 통해 의료기기 산업이 활성화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의료기기 과학 전문가’ 등의 전문 인력 수요가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의료기기 과학 전문가는 의료기기 시판 전·후에 필요한 인허가, 시험검사, 신의료 기술평가 등 안전관리 및 품질 유지를 수행하는 전문가다.
인구 고령화에 따라 치매환자가 증가하고, 환자 가족의 부담이 가중되는 상황에서 전담 간호사 등 ‘치매 전문인력’ 확보를 위한 제도도 마련된다. 정부는 치매 전문교육 체계를 구축하고, 치매 전담형 요양시설 등 종사자 교육 활성화도 추진하기로 했다. 또한 농업 활동(식물재배, 원예, 동물매개 등)을 통한 정서적·기능적 치유, 재활 등 서비스를 제공하는 ‘치유농업사’와 관련해 치유 농업의 근거 및 활성화 관련 법률을 개정하고, 치유농업사 국가전문자격 등도 도입할 예정이다.
실내공기질 관리사 관심 커져
사회적 관심이 커지고 있는 환경·여가 분야 신직업 육성도 본격적으로 추진한다. 냉매회수사는 오존층 파괴 및 지구온난화를 유발하는 냉매 적정 회수 업무를 담당하는 전문 인력이다. 2018년 11월 29일 등록제가 시행됐지만 아직 인력이 부족한 상황. 정부는 냉매회수업 등록제 등 냉매관리제도를 적극 홍보하고, 관리 대상 냉매 사용 기기를 확대해 냉매회수업 시장을 활성화하기로 했다.
미세먼지 등으로 대기오염이 심각해지면서 지하 역사, 어린이집, 대규모 점포 등 다중이용시설의 실내 공기질을 전문적으로 관리하는 ‘실내공기질 관리사’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실내공기질 관리사 관련 국가전문자격도 추진한다. 올해 상반기에는 쾌적한 실내 공기를 유지하는 시설에 우수 인증을 해주는 제도도 도입할 예정이다.
반려동물 인구 천만 시대. 미국(수의 테크니션, 수의 테크놀로지스트 8만여 명), 영국(수의간호사 1만여 명) 등 일부 선진국에서는 동물간호 분야 전문직 제도가 구축돼 있지만 우리나라는 법률상 동물을 진료하는 건 수의사만 가능하다. 기존 동물간호 민간 자격자는 비진료 업무만 할 수 있어 질 높은 동물 진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동물간호복지사’ 직업의 활성화를 위해 ‘수의사법’을 개정할 예정이다. 법 개정을 통해 동물병원 내에서 수의사 관리 아래 동물간호 또는 진료보조 업무를 수행하는 동물간호복지사 직업군을 정의하고, 자격시험 운영 및 양성(교육)기관 평가·인증 사항 등 제도 도입 근거도 마련할 예정이다.
최근 관심이 커지고 있는 개인정보 관리와 관련해서도 2개의 신직업이 발표됐다. ‘공인탐정’은 이번 활성화 방안에서 가장 눈에 띄는 직업 중 하나다. 현재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5개 국가 중 우리나라만 유일하게 공인탐정 제도가 없다. 실종자·미아 수색, 민사사건 증거 수집 등에 대한 수요가 있지만 국내 탐정업은 관련 법령이 없고, 체계적인 관리감독도 부족한 실정이다. 이와 관련해 정부는 공인탐정 제도 연구 및 공청회 등으로 의견을 수렴하고, 법무부·경찰청·대한변협 등 협의체를 꾸려 사생활 침해 소지 등 부작용 방지에 대한 방안을 마련할 예정이다.
개인정보보호 전문 관리자 도입
2018년 5월부터 유럽연합(EU)에서는 전문 지식을 보유한 ‘개인정보보호 전문 관리자’(DPO, Data Protection Officer)를 기업에서 의무적으로 지정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정보통신망법’에 따라 ‘개인정보보호 최고책임자’(CPO, Chief Privacy Officer) 지정을 의무화하고 있으나, CPO가 업무상 독립성을 보장받는 DPO 업무를 대체하긴 힘든 상황. 이와 관련해 한국형 DPO 제도 도입을 위한 법령과 제도 마련도 추진할 예정이다.
이 밖에 미래 유망 직업 등을 중심으로 하는 직업 정보는 <한국직업사전>에 추가 수록·보완할 예정이다. <한국직업사전>은 산업구조 변화 등으로 급변하는 직업 세계를 조사·분석해 표준화된 직업 정보를 제공하는 정보 창구로, 국민들이 진로 설계나 직업 선택을 할 때 유용하다. 2016년 <한국직업사전> 등재 직업 수는 1만 5715개. 미국(2010년 기준 3만 653개), 일본(2011년 기준 1만 6433개)과 비교하면 적은 편이다. 최영순 한국고용정보원 미래직업연구팀 부연구위원은 “미국보다 우리나라 직업 수가 적은 건 세분화·전문화가 덜 된 때문인데 과거 단순한 서비스였던 분야가 직업화하는 과정이나 흐름, 변화 등을 <한국직업사전>에 시의적절하게 담을 예정”이라고 했다. 올해 <한국직업사전>에 추가될 직업은 4차 산업혁명 관련 블록체인 개발자, 크라우드펀딩 기획자, 개인간 대출서비스 운영자, 스마트팜 컨설턴트, 3D프린터 운영기사, 레저·여가 관련 스포츠클라이밍 강사, 귀농귀촌 설계사, 요리연구가, 애완동물 상담원, 웹툰 기획자, 건강·안전 관련 동물매개 치유사, 모유수유 전문가, 방재시설 설계 기술자 등이다. <한국직업사전>에 등재된 직업 정보는 워크넷(www.work.go.kr)에서 확인할 수 있다.
김청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