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프로야구 개막 이틀째인 3월 24일 오후 서울 송파구 잠실구장을 가득 메운 야구팬들이 한화 이글스와 두산 베어스의 경기를 응원하고 있다.│한겨레
매서운 칼바람에 잔뜩 찌푸린 하늘에선 눈과 비가 섞여 내렸다. 그러나 전국 5개 야구장으로 향하는 발길은 끊이지 않았다. 겨우내 야구에 목말랐던 팬들은 2019 프로야구가 막을 올리자 꽃샘추위와 진눈깨비 따위 아랑곳하지 않았다. 야구팬들의 열기는 때늦은 추위를 녹이고도 남았다.
2019 프로야구 개막일인 3월 23일, 전국 5개 구장 중 4개 구장이 매진되면서 프로야구 역대 개막전 최다 관중(11만 4028명) 기록이 세워졌다. 역대 하루 최다 관중이 입장한 2016년 5월 5일의 11만 4085명 기록에서 불과 57명이 모자란 엄청난 열기였다. 일요일인 다음 날에도 잠실구장이 매진되는 등 전국 5개 구장에 10만 312명이 입장했다. 이틀 연속 10만 관중이 들어찬 것은 국내 프로야구 역사상 처음이다.
응원하는 팀은 제각각이어도 우승을 바라는 야구팬들의 마음은 한결같다. 그라운드를 누비는 선수들은 팬들의 우승 희망을 이룰 수 있을까? 올 시즌 판도는 3강(SK, 두산, 키움) 7중(한화, KIA, 삼성, LG, 롯데, kt, NC)이다. ‘7중’ 가운데 삼성이 다크호스로 꼽힌다. 올 시즌 10개 구단의 ‘키포인트’를 살펴봤다.(지난 시즌 성적순)
강력한 우승 후보는 SK 와이번스다. 2018년 한국시리즈에서는 가공할 홈런포로 ‘어우두’(어차피 우승은 두산)라는 말을 무색하게 만들었지만 올해는 전력이 더 좋아졌다. 김동엽이 삼성으로 떠났지만 제이미 로맥과 한동민, 최정 등 거포들은 2018년 팀 홈런 233개를 넘어설 태세다. 특히 한동민은 kt와의 개막 2연전에서 2경기 연속 홈런포를 가동해 2018년 한국시리즈 최우수선수(MVP)다운 활약을 예고했다. 5명의 선발진(브록 다익손, 앙헬 산체스, 김광현, 박종훈, 문승원)도 10개 구단 최고로 평가된다. 2018년 포스트시즌에서 맹활약하며 올해 마무리 보직을 맡은 김태훈의 활약도 기대된다.
역대 개막전 최다, 이틀 연속 10만 관중
두산 베어스 역시 올해도 강력한 우승 후보로 꼽힌다. 2018년 한국시리즈에서는 거포 김재환의 부상과 외국인 타자 공백을 메우지 못해 뼈아픈 패배를 당했지만 올해는 새 외국인 타자 호세 페르난데스가 개막전부터 3타점으로 활약하며 두산 팬들의 기대를 모으고 있다. 조시 린드블럼, 세스 프랭코프, 이용찬 등 선발진도 건재하다. 다만 NC로 떠난 포수 양의지의 공백을 박세혁 등이 얼마나 잘 메워줄지가 관건이다.
넥센 히어로즈에서 간판을 바꿔 단 키움 히어로즈도 ‘3강’으로 꼽히는 데 손색이 없다. 특히 이정후-김하성-박병호-제리 샌즈-서건창으로 이어지는 공포의 타선을 구축하고 있다. 2번 타순에 박병호를 저울질하다가 3년 연속 20홈런 타자 김하성을 기용할 정도로 ‘강한 2번’이라는 새로운 트렌드를 만들고 있다. 포수 박동원과 마무리 투수 조상우가 2018년 성폭력 파문에 휩싸였다가 무혐의 처분을 받고 복귀하면서 주전급 포수 2명과 마무리 투수 2명이라는 뜻밖의 수확도 얻었다.
2018년 정규리그 3위로 선전한 한화 이글스는 시즌 개막도 하기 전에 ‘이용규 파동’으로 팀 분위기가 어수선했다. 게다가 김재영, 박주홍, 김성훈의 3~5선발이 다른 팀에 견줘 너무 약해 보인다. 그러나 새로 가세한 외국인 ‘원투 펀치’ 워릭 소폴드와 채드 벨이 위력적이고, 타선의 핵 김태균과 중견수로 변신한 정근우 등 두 고참이 부활 조짐을 보이는 점이 긍정적이다.
2017년 우승 팀에서 2018년 간신히 포스트시즌에 턱걸이한 KIA 타이거즈는 2018년 팀 평균자책 꼴찌가 말해주듯 마운드 때문에 애를 태웠다. 특히 허약한 불펜진은 김기태 감독의 최대 고민이었다. 그런데 올해는 정반대다. 이준영, 고영창, 문경찬 등 젊은 투수들이 잘 성장하면서 불펜 걱정을 덜었다. 제이컵 터너가 첫 등판에서 대량 실점한 것이 마음에 걸리지만 터너와 조 윌랜드, 양현종, 임기영으로 이어지는 선발진도 다른 팀에 견줘 무게감이 있다. 그러나 타선은 새로 합류한 제러미 해즐베이커가 믿음을 주지 못하고, 이범호도 부상으로 이탈해 걱정이다. 해즐베이커와 최형우의 외야 수비도 불안하다.
삼성 라이온즈는 2018년 기아에 경기 차 없이 승률에서 고작 4모 차이로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한 아쉬움을 새 얼굴들이 풀겠다는 각오다. 공수주에서 모두 가능성을 보이고도 미국 무대에서 마이너리그를 전전하다 결국 국내로 유턴한 유격수 이학주에 거는 기대가 크고, 한 시즌 30홈런을 거뜬히 칠 수 있는 거포 김동엽을 SK에서 영입했다. 현역에 입대하려던 박해민도 아시안게임 금메달로 병역 혜택을 받고 잔류했다. 그러나 팔꿈치 수술로 이탈한 양창섭과 마무리 심창민의 공백 등으로 마운드는 불안하다.
롯데 자이언츠는 신임 양상문 감독의 5선발 ‘1+1 전략’에 관심이 모아진다. 롯데는 타선(이대호, 손아섭, 전준우)과 불펜(오현택, 구승민, 손승락)에 비해 선발진이 빈약하다. 3선발 박세웅은 오른팔꿈치 뼛조각 제거 수술로 이탈했고, 노장 노경은과는 재계약을 포기했다. 롯데는 외국인 투수 2명과 김원중, 장시환에 이어 5선발 자리에 투수 4명(송승준·윤성빈·박시영·김건국)을 번갈아 2명에게 3이닝씩 맡기는 전략을 짜고 있다.
▶SK 와이번스의 제이미 로맥이 3월 24일 인천 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2019 프로야구 kt 위즈전에서 득점에 성공한 뒤 기뻐하고 있다.│SK 와이번스
LG·kt·NC 약점 보강, 반전 노려
LG 트윈스는 2018년 코너 내야수(1루와 3루)가 고민이었다. 1루수 양석환을 3루수에 두고 외야수 김현수를 1루수로 기용했다. 올해는 LG의 희망대로 장타력을 갖춘 1루수 토미 조셉을 영입했고, 군 입대한 양석환의 3루 공백은 키움에서 ‘사인 앤드 트레이드’로 영입한 김민성이 메운다. 마운드에서는 베테랑 장원삼과 심수창, 신인 이정용과 정우영의 활약 여부가 관건이다. 지난 시즌 상대 전적 1승 15패로 굴욕을 당한 ‘잠실 라이벌’ 두산과의 경기도 시즌 내내 관심을 끌 것으로 보인다.
2018년 창단 첫 최하위를 면한 kt wiz는 강력한 타선에 비해 허약한 마운드가 고민이다. 선발진은 해외 유턴파 신인 1순위 이대은과 더스틴 니퍼트, 라이언 피어밴드를 내보내고 영입한 라울 알칸타라와 윌리엄 쿠에바스에게 거는 기대가 크다. 수비에선 새 사령탑 이강철 감독이 부임하자마자 신인왕 강백호를 좌익수에서 우익수로, 황재균을 3루수에서 유격수로 이동시킨 점이 눈에 띈다.
지난 시즌 창단 첫 꼴찌를 경험한 NC 다이노스는 두산에서 영입한 ‘125억 원의 사나이’ 양의지와 메이저리그 포수 출신 크리스티안 베탄코트 두 대형 포수가 위협적이다. 둘은 개막전에서 백투백 홈런으로 올 시즌 활약을 예고했다. 특히 주전포수 양의지는 최근 5시즌 가운데 4번이나 골든글러브를 수상한 현역 최고 포수다. 상대의 허를 찌르는 볼 배합으로 장현식·구창모 등 젊은 투수를 잘 리드해줄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베탄코트 역시 메이저리그에서 포수로 940이닝을 소화한 경험이 있다.
10개 구단 중 올 시즌 마지막에 샴페인을 터뜨릴 팀은 과연 누구일까. 팬들의 눈과 귀가 녹색 그라운드로 쏠리고 있다.
김동훈_ <한겨레> 스포츠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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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K-공감누리집(gonggam.korea.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