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개혁위 공정위 수준 부처로”

2019.02.25 최신호 보기


l▶2월18일오후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 소에서 ‘혁신성장 과 규제개혁 대토론 회’가 열렸다.

정부가 지난 2월부터 시행하는 ‘규제 샌드박스’ 제도와 관련해 국내 규제개혁 학계와 연구계 및 업계 전문가들의 다양한 제언을 만날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됐다. 한국규제학회·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혁신벤처단체협의회가 2월 18일 오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개최한 ‘혁신성장과 규제개혁 대토론회’다. ‘혁신성장을 위한 규제개혁의 현실’ ‘혁신성장을 위한 규제개혁 방략 토론회’ 두 개의 세션으로 진행한 토론회는 혁신성장을 견인할 수 있는 규제개혁이 무엇인지에 대해 고민해본 자리였다.

규제 샌드박스란, 새로운 기술이나 서비스가 산업 발전이나 일자리 창출, 삶의 편리성을 높여주는 등 사회적으로 편익이 크지만 기존 법령·제도에 걸려 상용화나 안정성 테스트 등이 어려운 경우 예외적으로 일단 해볼 수 있게 해주는 제도로 1월 17일부터 시행 중이다.
1세션 ‘혁신성장과 규제개혁-방향과 원칙’을 주제로 발제한 곽노성 한양대학교 과학기술정책학과 특임교수는 “혁신성장의 3대 요소(우수 인재(교육), 좋은 기술(R&D), 스마트 규제)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게 ‘규제’”라고 정리하면서 “뛰어난 기업가와 우수한 기술도 규제에 막혀 사업화를 못하면 말짱 도루묵이다. 규제개혁은 혁신성장에 절대적인 영향을 끼친다”고 강조했다.

‘선허용-후규제’ 제안
곽 교수는 혁신성장과 규제개혁의 원칙으로 ‘선(先)허용, 후(後)규제’를 제안하며 “규제의 ‘시점’과 ‘강도’가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현재 규제 샌드박스 실효성과 관련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산업통상자원부·중소벤처기업부·금융위원회 등이 동일한 제도를 각각 운영하면 책임 소재가 모호해지고, 운영 혼란이 불가피하다”며 “사업자 입장에서는 우호적인 부처를 찾아다녀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한 “규제 샌드박스가 실효성 있으려면 제도가 아닌 실천력이 중요하다”며 “국무총리가 직접 샌드박스 제도를 운영하고 책임져야 한다”고 제안했다. 총리의 부처 감독권을 적극적으로 행사해 규제특례심의위원회 등의 영향력을 높이고, 신청 창구(국무조정실)와 심의 기능(규제개혁위원회)을 일원화해야 한다는 의견이었다.
곽 교수는 국내 기업만 규제하는 것을 두고 ‘신(新)갈라파고스 규제’라 칭하기도 했다. 한 예로 ‘신의료기술 평가제도’ 등 선진국에 없는 규제는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는 의견도 덧붙였다. 또한 “정보 공유야말로 좋은 규제의 전제 조건”이라며 “미국 통합사이트(regulations.gov)처럼 한 곳에서 규제 논의 초기부터 제정까지 이력을 확인할 수 있도록 ‘규제정보 시스템’을 통합해 수요자 중심의 정보제공 체계를 구축할 것”도 제안했다.

규제개혁위원회를 공정거래위원회 수준으로 격상시키고 실질적으로 합리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4차 산업혁명기 규제개혁 정치경제학’ 주제로 발제한 김태윤 한양대학교 정책과학대학 행정학과 교수는 “규제개혁위원회가 법정 기본 임무에 충실하면서도 각종 특례법 모니터링, 포괄적 사전적 규제 대폭 정비, 규제 강도 모니터링 등 더 도전적인 규제개혁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그는 빅데이터, 바이오, 공유경제 관련 개인정보보호 규제 등 4차 산업혁명 관련 규제개혁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특히 “현행 개인정보보호법이 개인정보를 지나치게 포괄적으로 정의해 대다수 4차 산업혁명 신기술이 가로막힌 상황”이라며 “해외 사례를 벤치마킹해 우리나라 개인정보보호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했다. 또한 “4차 산업혁명기에 부응하는 경제사회 전략 차원에서 규제개혁 프로그램의 정교한 설계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를 위해 신뢰를 기반으로 한 자기 책임주의와 사후 처벌 방식 도입, 부작용에 즉각 반응하는 센싱 기능과 지속적인 모니터링 및 효율적인 대응 방안 마련, 객관적·과학적 분석에 기반한 정보의 생산 및 제공과 리스크 커뮤니케이션 등을 정부 혁신 과제로 제시했다.

구태언 테크앤로 대표 변호사는 ‘혁신성장과 규제혁신 사례 연구 및 추진 방안’을 통해 정보보호 규제·전통산업 규제·온라인 규제 등 플랫폼 산업을 옥죄는 규제가 너무 많다고 진단했다. 그는 “디지털 경제는 도시에 필요한 인적·물적 자원의 공급이 디지털 플랫폼을 통해 자율 조정되는 경제”라며 “금융, 의료, 교통, 법률, 숙박 등 공유경제와 관련한 업종의 디지털 변환을 위해 기존 진입규제를 대폭 완화하고 우선 허용하는 전면적인 규제혁신으로 신산업을 조기 육성하는 게 해답”이라고 했다.

규제개혁 10대 과제 선언
2세션은 이민화 창조경제연구회(KCERN) 이사장 겸 카이스트 교수가 좌장을 맡아 전문가들과 규제개혁 전략을 위한 토론과 질의응답을 진행했다.
패널로 참석한 송보희 청년정책학회 회장은 “2019년 규제개혁은 이전에 비해 파괴적이며 그야말로 혁신적인 규제개혁이 되기를 바란다”며 “규제개혁을 통해 혁신성장을 이뤄내고, 청년들이 자신이 원하는 다양한 분야에서 꿈을 펼쳐나갈 수 있게 해주셨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이광호 과학기술정책연구원(STEPI) 연구위원은 “규제개혁에서는 통시적 접근이 요구되며 규제와 규제개혁에 대해 선악의 개념을 가져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또한 “규제개혁 과정에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참여할 수 있는 도구를 개발하고 이를 확산하는 노력도 필요하며, 혁신친화형 규제개혁을 위해선 시장경합성 제고와 위험과 편익의 공정 배분이 전제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민화 KCERN 이사장은 “KTX 탈 때 입구에서 표를 검사하지 않지만 전자 좌석 시스템 때문에 표 안 사고 탄 사람은 바로 걸려 30배를 물어내야 한다. 네거티브 규제 시스템이 실시되려면 이런 사후 감시 시스템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패널 의견을 종합해 ‘혁신성장을 위한 규제개혁 10대 과제’도 선언했다. 10대 과제에는 규제개혁위원회를 공정위 수준의 실질적 규제개혁 부처로 승격, 위헌 소지가 크고 방만하게 운영되는 고시 등 하위 행정 규정의 법령화를 통해 규제 법률주의 확립, 시장경제 왜곡하는 진흥법 폐기, ‘기타, 그 밖의, 등’과 같은 예외 조항 문구를 법령에서 삭제, 모든 부문에서 ‘사전 허용 후 규제 검토’ 도입 원칙을 적용하는 등의 내용이 담겨 있다.

글·사진 김청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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