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신반의했는데… 가뭄 끝에 단비”

2019.02.18 최신호 보기


l▶제이지인더스트리의 디지털 버스광고 모형│제이지인더스트리

“가뭄 끝에 비를 만났다” “반신반의했는데…”.
정부 규제개혁의 핵심 정책인 ‘규제 샌드박스’ 1호 사업으로 승인받은 4개 업체는 허가 뒤에도 정부가 지속적으로 문제점을 점검해 혁신 산업이 꽃피울 수 있기를 희망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2월 11일 열린 규제특례심의위원회에서 기업들이 신청한 규제 샌드박스 4개 안건을 승인했다.
현대자동차는 국회 등 서울 시내 3곳에 수소차 충전소를 설치하기 위한 실증특례를 부여받았다.
마크로젠은 유전체 분석을 통한 맞춤형 건강증진 서비스 실증특례가 허용됐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도 2월 14일 제1차 신기술·서비스 심의위원회를 열어 기업들이 신청한 규제 샌드박스 3개 안건을 승인했다.
휴이노와 고려대 안암병원이 신청한 ‘손목시계형 심전도 장치를 활용한 심장 관리 서비스’는 실증특례가 허용됐다. 카카오페이와 KT가 신청한 ‘행정·공공기관 고지서 모바일 서비스’는 임시허가를 받았다. 심의위는 올리브헬스케어가 신청한 ‘임상시험 참여희망자 온라인 중개 서비스’에도 실증특례를 줬다.
이들 업체의 대표와 담당자들에게 규제 샌드박스 심의과정에서 느낀 점과 개선 방안 등을 물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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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이지인더스트리 조재만 대표 |
“심의과정 열정적 토론… 디지털 버스광고 공공 정보 제공”

얼떨떨하고 감개무량하다. 법적 규제로 사업을 할 수 없어 큰 어려움에 처했지만 내부의 역량이나 외부의 힘을 빌려 풀어낼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었다. 정부가 결단을 내려준 점에 매우 고무적이다.
국무조정실 등 관계부처와 기관들이 사업 아이템에 대해 격려하고 전향적으로 검토해줬다. 심의과정이 신뢰할 수 있는 방식으로 운영된다는 느낌을 받았다. 이 사업이 경제적 가치를 발현할 것인가, 국민의 안전을 담보해낼 것인가에 초점을 맞춰 전문가들이 열정적인 토론을 하는 걸 지켜보면서 책임감이 많이 들었다.
옥외광고업에 종사하다 취약해진 아날로그 시장에서 혁신을 하지 못한 채 답보 상태에 머물렀다. 경쟁력 있는 매체를 만들어 당당하게 영업을 하면 좋지 않을까 고민하다가 디지털 사업 아이디어를 발굴하게 됐다. 이 아이템 추진에 옥외광고 판매사업자들의 반발이 가장 컸다. 옥외광고협회장을 만나 많은 대화를 나눴다. 그분이 처음에 가졌던 생각이 많이 바뀌면서 이 사업이 옥외광고 시장 전체를 활성화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버스의 단순 광고판 기능보다는 공공의 정보를 제공할 생각이다. 국가적인 인프라에서도 공공을 기반으로 한 사업모델은 사회간접자본(SOC) 분야가 거의 전부라고 생각한다. 지금 화두가 되고 있는 스마트시티가 미래도시의 솔루션을 제시하는 쪽으로 시스템화한다면 거기에서 우리가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지난해 중국, 미국, 프랑스 등을 돌아보고 느낀 점이 많다. 여러 나라에서 버스 광고를 하고 있지만 그 모델이 혁신적이지 않기에 우리가 따라잡아 글로벌 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 다만 선행적으로 상당한 자본이 들어가야 한다. 장기 안목을 가진 전문 분야 기업이나 투자회사들에서 함께 만들어간다는 관점으로 참여해준다면 글로벌 사업모델로 도약해나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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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지인 최영석 대표 |
“맞춤형 지름길 찾아줘… 전기차 충전콘센트 성공 모델로”

반신반의했다. 2018년 4월부터 규제개혁을 요청해왔는데 당시에는 현행 법규로는 안 된다고 해 허가를 받지 못했다. 당시 관계부처와 협의했던 자료와 증빙이 있어서 이번 규제 샌드박스 신청 때 곧바로 접수했다. 마지막까지 힘들었던 게 “법을 만들 테니 1년 기다리면 안 되겠나”라고 해서 통과를 자신하지 못했다. 2018년에는 전력 재판매 법규 전체를 푸는 쪽으로 시도했는데 이번에는 한국산업기술진흥원과 산업부에서 전기차 충전기에 관련된 규정만 개정하는 방법으로 하라고 조언했다. 지름길을 찾아준 덕분에 임시허가를 받을 수 있었다.
허가는 받았지만 한국전력과 세부 협의를 하고 제품에 대한 기본적인 기술 사항도 점검해야 한다. 산업부 장관이 “후속조치 안 되는 것 있으면 직접 전화해달라” 하셨는데(웃음). 1년 안에 새로운 규정을 만들어 입법이 되면 거기에 맞춰 다시 인증받을 예정이다. 다만 새 규정을 만들 때 그동안 발생한 문제점을 전부 보고할 테니 그걸 감안해서 제대로 입법해달라고 부탁했다.

l▶차지인의 전기차 충전콘센트│차지인

어렵게 임시허가를 받은 만큼 규제 샌드박스의 취지에 맞는 성공모델을 만들어보고 싶다. 이 사업은 2017년도 대구시 연구개발 과제로 시작됐다. 제품은 완성됐는데 법이 바뀌지 않아 먼저 해외 영업을 진행해왔다. 이제 국내에서도 풀렸으니 테스트를 잘하겠다. 안 되는 걸 되게 만들어준 것이라 사고 치지 않도록 더 조심스럽게 준비하고 있다.

한광덕 기자

,▶이낙연 국무총리가 경기도 화성시의 현대기아차를 방문해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수석 부회장과 함께 수소자동차 관련 설명을 듣고 있다.│연합

| 현대자동차 문성협 기획실 차장 |
“관련법 모두 바꿔야 하는데 단박 수소 충전소 국회에 설치 상징적”

2018년 내내 수소충전소 부지를 찾아다녔다. 서울 두 곳에 추진했는데 이 넓은 서울 땅에 충전소 하나 지을 부지가 없더라. 변두리 땅 하나를 얻으려는데도 상업지구, 이격거리 같은 촘촘한 규제에 걸렸다. 국토부에서 도와주겠다고 했지만 규제 하나하나를 풀어나가려면 관련 법안이 모두 개정돼야 하기 때문에 시간이 많이 걸린다. 그러던 참에 산업융합 촉진법이 통과돼서 규제 샌드박스 1호로 한번 진행해보기로 했다. 5개 부지를 신청했지만 1~2개만 돼도 다행이라 생각했다. 실제 3개나 돼서 가뭄 끝에 비를 만난 듯 반가웠다.
외국에서는 수소차를 친환경으로 인식하지만 우리는 부정적 시각이 많다. 특히 상징성이 있는 국회의 경우 개별 기업이 접근하기가 어려운 부지였는데 관심 있는 국회의원들이 많이 도와줬다. 요즘은 민간기업이 정부나 지자체를 상대로 뭔가를 요청한다는 게 매우 힘들다. 규제특례심의회가 산업계 의견을 수렴해 막힌 통로를 뚫는 공식적인 창구가 됐다. 신사업 판로를 열어주기 위해 범부처가 적극적으로 나선다는 느낌을 받았다. 다 같이 모여 머리를 맞대고 움직였다.

심의 횟수를 많이 늘리기는 쉽지 않겠지만 좀 더 자주 할 수 있다면 신산업 육성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규제특례 기간이 2년인데 더 늘어나면 좋겠다. 1년 만에 성과가 나는 사업이 있는 반면 2~3년 돌려봐야 성과가 나는 사업도 있다. 큰 설비나 장비의 감가상각 기간을 고려한다면 특례 기간을 늘리는 게 낫지 않을까 생각한다. 정부의 지원으로 수소차량 생산을 늘리고 있다. 서울에 차를 사려는 대기고객이 굉장히 많다. 국회사무처와 논의해 7월 말까지는 충전소를 완공해 운영을 시작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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