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픽스 0.27%p 내리는데 내 대출금리는 그대로?

2019.02.18 최신호 보기


k▶서울 여의도 국민은행 본점 주택자금대출 창구에서 한 시민이 은행 직원과 주택자금 상의를 하고 있다.│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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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에서 기존 금리보다 낮게 돈을 빌릴 수 있게 된다는 정부 발표가 나왔습니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없이 어떻게 대출금리가 낮아질 수 있을까요? 일부 언론에서는 은행권의 말을 빌려 실제로는 대출금리가 내려가기 어려울 것이라고 어깃장을 놓았습니다.
금융위원회는 새로운 대출 기준금리가 오는 7월부터 적용된다고 1월 22일 밝혔습니다. 은행의 자금조달비용을 나타내는 코픽스(Cost of Funds Index)보다 금리가 0.27%포인트 정도 낮은 새로운 코픽스가 도입되면 이에 연동하는 대출금리도 그만큼 낮아지리라는 게 금융위 설명입니다.

과거에는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가 은행 대출 기준금리로 사용됐죠. 하지만 CD 금리가 거래 감소 등으로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자 은행권은 시장금리를 적절히 반영할 수 있는 새 대출 기준금리 지표로 코픽스를 지난 2010년 2월 도입했습니다. 이후 코픽스는 변동금리 가계대출의 주요 기준금리로 활용됐고 현재 변동금리 대출의 약 60%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현재 코픽스 금리는 국내 8개 은행이 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하는 정기 예·적금, 상호부금, CD, 기업어음(CP), 환매조건부채권(RP), 금융채 등 8개 상품의 비용을 가중평균해 산정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현행 코픽스 금리도 은행이 대출을 위해 실제 조달하는 자금의 비용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한다는 지적이 제기돼왔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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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원가성 자금, 코픽스 계산에 포함
은행이 실제 대출재원으로 활용하는 보통예금 등 요구불예금과 수시입출식 저축성 예금, 정부·한국은행·지방자치단체에서 빌린 자금 등이 코픽스 금리 산정에서 빠져 있기 때문입니다. 이들 자금이 은행의 전체 대출재원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34%에 이릅니다. 금융당국은 이번에 이런 자금을 코픽스 계산에 집어넣기로 했습니다. 이러한 저원가성 자금이 포함됨에 따라 새로운 대출 기준금리는 0.27%포인트 하락하는 것으로 추산되었습니다.
코픽스 금리는 해당 월까지 이미 보유하고 있는 자금을 기준으로 한 잔액 기준 코픽스와, 매달 새로 조달한 자금을 기준으로 한 신규 기준 코픽스로 나뉩니다. 7월부터 시행되는 대출 기준금리는 잔액 기준 코픽스로 새로 대출받는 사람부터 적용하기로 했습니다. 신규 기준 코픽스의 금리 산정은 현행대로 유지됩니다. 기존 잔액 기준 코픽스 대출을 받은 경우 3년이 경과하면 중도상환수수료 없이 새로운 잔액 코픽스로 갈아탈 수 있습니다. 3년이 지나지 않았더라도 오는 4월부터 중도상환수수료가 0.1~0.3%포인트 인하되면서 수수료 비용과 금리 인하분을 저울질해 유리한 쪽을 선택할 수 있습니다. 중도상환수수료는 대출 시점과 견줘 금리가 낮아질 경우 은행이 중도에 상환된 자금을 다른 대출로 재운용할 경우 입게 되는 이자 손실 등을 보전하기 위해 부과합니다. 하지만 고정금리 대출과 달리 시중금리의 변화를 바로 반영하는 변동금리 대출은 중도에 상환돼도 은행의 이자 손실이 거의 발생하지 않아 중도상환수수료를 내리기로 한 것입니다.

금융위의 ‘은행권 대출금리 산정 개선방안’ 발표 직후 일부 언론은 “새 코픽스를 도입해도 실제 대출금리는 변동이 없을 것”이라는 은행 담당자들의 주장을 그대로 전했습니다. 코픽스(기준금리)가 낮아지더라도 가산금리가 높아지기 때문에 최종 대출금리는 내려가지 않는다는 것이죠.
이러한 주장의 맥락을 이해하려면 은행의 대출금리 구조를 살펴봐야 합니다. 은행들은 코픽스를 대출 기준금리로 삼고 여기에 개인 신용도 등을 반영한 가산금리를 더하고, 주거래은행 우대 등에 따른 가감조정금리를 더하거나 빼서 최종 대출금리를 산출합니다. 금융당국이 금리를 낮춘 새 코픽스 기준금리를 도입해도 은행들이 가산금리나 가감조정금리를 올리면 실제 대출금리를 원상 복귀시킬 수 있는 구조로 되어 있습니다.
가산금리는 개별 은행이 대출을 취급할 때 발생하는 인건비 등 업무 원가, 각종 리스크 관리비용, 세금 등 법적 비용, 목표 이익률 등을 반영해 산정합니다. 이 가운데 리스크 관리비용은 4가지로 나뉩니다. 먼저 리스크 프리미엄은 은행의 조달금리와 대출 기준금리 간 차이를 말합니다. 유동성 프리미엄은 기준금리 변동주기(1개월)보다 만기가 더 긴 대출에 적용되는 위험 관리비용을 뜻합니다. 신용 프리미엄은 차주의 신용등급과 담보에 따라 향후 발생할 수 있는 예상 손실 비용을 가리킵니다. 끝으로 자본비용은 예상치 못한 손실에 대비해 보유함에 따라 발생하는 자본의 기회비용을 뜻합니다.

l▶서울 시내 한 은행에 대출상품 안내 현수막이 걸려 있다.│한겨레

금융당국, 은행 가산금리 인상 집중 점검
언론이 문제 삼는 것은 리스크 프리미엄(은행의 조달금리-대출 기준금리)입니다. 은행의 자금조달 비용이 대출 기준금리보다 높아지면 그만큼 소비자에게 전가되는 가산금리를 높여 상쇄할 수밖에 없다는 논리죠. 다시 보도를 보면 “새 코픽스를 기준으로 삼는 대출상품은 요구불예금과 한국은행 차입금 등이 감안되기 때문에 리스크 프리미엄이 자동으로 상승한다”는 은행 관계자들의 진단이 인용되었습니다.
이에 대해 금융위는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습니다. “새 코픽스는 은행이 실제 조달한 자금의 금리를 좀 더 정확히 반영함에 따라 낮게 산정된 것이고, 저원가성 자금을 포함할 경우 은행의 조달금리 역시 낮아진다”는 것이죠. 같은 현상을 놓고 일부 언론은 코픽스가 조달금리보다 낮아져 그만큼 가산금리가 올라갈 것이라고 주장한 반면, 금융당국은 실제 낮은 조달금리에 맞춰 코픽스를 조정해서 가산금리를 올릴 이유가 없다고 본 것입니다.
금융당국은 새 코픽스 금리를 도입하는 시점에 시중은행들이 가산금리를 올리는 행위를 집중 점검하기로 했습니다. 새 코픽스 도입에 따른 금리 인하 효과를 가산금리 인상으로 상쇄하는 행위를 좌시하지 않겠다는 의지죠. 금융위 관계자는 “은행의 가산금리 인상은 누구나 인정할 수 있는 합리적 근거를 갖춰야 용인할 수 있는 것”이라며 선을 그었습니다.

가산금리에는 또 다른 함정이 숨어 있습니다. 현재 은행연합회는 은행 대출금리를 기준금리에 가산금리를 더하는 형식으로 공시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대출 기준금리인 코픽스가 1.8%인데 여기에 1.7%의 가산금리가 더해지면 총대출금리는 3.5%로 책정됩니다. 여기서 착시 현상이 발생하죠. 가산금리에 가감조정금리가 가려 있기 때문입니다. 가감조정금리에는 급여이체, 자동이체, 신용카드 이용 실적 등에 따라 금리를 깎아주는 우대금리와, 본부·영업점장이 영업 상황을 감안해 재량으로 적용하는 전결금리가 있습니다. 가산금리가 1.7%로 공시됐지만 금리를 감면해준 가감조정금리(-0.3%로 가정)를 제외하면 실제 가산금리는 2%로 높아집니다. 해당 은행에 실적이 없는 고객이 가산금리 공시만 보고 자신의 대출금리도 3.5%(1.8%+1.7%)가 될 것으로 판단하고 대출을 신청했지만 실제 이율은 3.8%(1.8%+2%)로 높아질 수 있다는 얘기죠. 이에 따라 금융당국은 은행연합회의 대출금리 비교 공시 때 가감조정금리(우대금리+전결금리)를 가산금리와 구분해 별도 항목으로 공시하게 해 금리 결정의 투명성을 높이도록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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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자부담 절감 연 1000억~1조 원 대 예상
새 코픽스를 둘러싼 논란의 본질은 은행의 과도한 수익성 지키기에 있는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습니다. 지난해 국내 은행의 대출금리와 예금금리 간 차이는 5년 만에 최대로 벌어져 은행들의 이자수익이 사상 최대에 이를 전망입니다. 한국은행 자료를 보면 은행의 지난해 대출금리는 3.71%, 수신금리는 1.40%로, 예대금리 차이가 2.31%포인트를 기록해 2013년 이후 가장 큰 격차를 보였습니다. 금리 상승기를 맞아 대출금리가 예금금리보다 큰 폭으로 오른 탓입니다. 예대금리차 확대로 국내 은행의 2018년 3분기 누적 이자수익은 30조 원에 달해 관련 통계가 발표된 2008년 이후 최대를 기록했습니다.

새 코픽스 도입과 관련해 은행권 관계자는 “지표가 변할 뿐 실제 조달 상황이나 비용이 바뀐 게 아니라서 은행의 영업 마진 축소가 불가피하다”고 말했습니다. 금융연구원은 코픽스 금리 인하분을 그대로 떠안을 경우 은행들이 보는 손실이 최대 1조 3000억 원에 달할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반면 KB증권은 “8개 시중은행의 원화 대출(1177조 원) 중 잔액 기준 코픽스 금리를 적용하는 대출(62조 4000억 원)은 5.3% 수준으로 이 대출 모두에 새 코픽스 금리가 한꺼번에 적용된다고 가정해도 은행 이익에 미치는 영향은 2% 미만에 불과하다”고 진단했습니다.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도 “앞으로 1년 동안에는 새로운 대출금리가 은행 이익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는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새 코픽스가 도입되면 금융소비자의 이자 부담 절감 효과가 연간 1000억~1조 원 이상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이는 문재인 대통령이 1월 23일 공정경제추진전략회의에서 “금융위가 기준금리를 산정하는 기준을 바꿔서 저도 변동금리가 약 0.2% 혜택을 볼 거라는 보도를 봤는데 굉장한 것”이라며 국민이 체감할 수 있게 자세한 설명을 해줄 것을 주문한 데 따른 것이죠. 최 위원장은 “새로운 코픽스를 도입하면 은행의 이익이 줄어들 수 있다는 불만이 있지만 장기적 관점에서 보면 은행에 대한 금융소비자의 신뢰가 올라가 지속가능한 이익 창출에 기여하는 효과를 낼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한광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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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출금리 산정내역서 꼼꼼히
올해 1분기부터 은행에서 대출을 받을 때 본인의 대출금리가 어떻게 결정됐는지 ‘대출금리 산정내역서’를 함께 받는다. 대출자는 자신의 소득, 담보, 신용정보 등이 정확히 반영됐는지를 산정내역서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제까지는 은행에서 대출받을 때 소득 등 자신의 정보가 금리 산정에 제대로 반영됐는지 알기 어려웠다. 2018년 6월 금융감독원이 대출금리 산정체계 운영을 점검한 결과, 일부 은행 지점에서 부당하게 금리를 산정해 부과한 사례가 적발됐다. 3개 은행에서 대출자의 소득이 있는데도 없거나 작게 입력했고, 2개 은행에서는 고객이 담보를 제공했는데 없다고 작성해 대출금리는 높아지고 한도는 축소되는 어이없는 사례가 발생했다. 여신심사시스템에서 산출된 금리를 임의로 바꿔 최고 금리를 부과한 경우도 있었다.
이에 금융당국은 소득, 담보, 신용 등 핵심 사항이 포함된 대출금리 산정내역서를 작성해 어떤 정보와 계산식으로 금리가 매겨졌는지를 소비자가 정확히 파악할 수 있게 했다. 대출자 관련 정보를 고의로 빠뜨리거나 바꿔 입력하는 것을 ‘불공정 영업행위’로 간주해 금지하도록 은행법 시행령 개정을 추진한다. 여신심사시스템에서 산출된 대출금리를 바꾸려면 합리적인 근거를 갖춰 내부 승인을 받도록 의무화했다.

금리인하 요구 처리 결과 통보
대출자가 은행에 금리를 낮춰달라고 요구할 수 있는 ‘금리인하 요구권’의 실효성이 높아진다.
가계대출의 경우 취업, 이직, 승진, 소득 증가, 은행이 인정하는 전문자격증 취득 때 금리인하를 요구할 수 있다. 금리인하 요구는 영업점의 신용평가시스템 평가와 본점 승인을 거쳐 인정된다.
금감원 검사 결과, 금리인하 요구가 접수됐을 때 어떻게 처리할지에 대한 은행의 내부 기준이 없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금리인하 요구가 수용되지 않는 경우에 소비자는 그 사유를 알 수 없어 권리행사가 제약받았다. 신용도가 개선돼 금리인하 요건에 해당되는데도 다른 항목을 조정해 실제 금리인하가 되지 않는 경우도 있었다. 신용 상승에 따라 가산금리가 0.2%포인트 인하됐지만 우대금리를 0.4%에서 0.2%로 축소해 대출금리의 변동이 없게 된 것이다.
이에 금융당국은 대출자의 신용 개선 효과만큼 가산금리를 인하하는 규정을 둬 금리인하 요구권이 실질적으로 작동될 수 있게 했다. 금리인하 요구 처리 결과는 구체적 사유와 함께 통보하도록 했다. 예를 들어 “승진은 했지만 연봉 상승이 없으므로 신용도가 오르지 않아 금리가 인하되지 않았다”고 설명하는 것이다. 금리인하 요구 신청이 들어오면 은행이 업무처리 기준과 절차를 마련하고 처리 내역을 보관하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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