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장표 소득주도성장특별위원회 위원장이 2월 26일 서울 종로구 서울글로벌센터에서 열린 소득주도성장특별위원회 연속토론회 ‘포용국가로 한걸음 더, 주거비 경감 및 주거복지 확대’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소득주도성장특별위원회
대통령직속 정책기획위원회 소득주도성장특별위원회가 ‘주거 복지’ 정책 토론회에서 ‘전월세 신고제’의 도입 필요성이 제기돼 주목된다. 주거비 등 가계 부담 완화 정책을 통해 소득주도성장의 외연을 넓히고 포용국가 실현에 한발 다가가려는 의지로 풀이된다. 소득주도성장특별위원회는 2월 26일 서울글로벌센터에서 ‘포용국가로 한걸음 더, 주거비 경감 및 주거복지 확대’를 주제로 토론회를 열었다. 이날 토론회 참석자들은 가계지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 주거비가 줄어들면 가계의 가처분 소득 확대와 소비 활성화로 이어질 것이라고 보고 주거비 부담 경감 방안 등을 심도 있게 논의했다.
이제민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은 축사를 통해 “주거비는 가계지출의 큰 비중을 차지하며 주거의 질과 안정성은 국민 삶의 질과 직결되는 문제”라며 “주거비 경감과 주거복지 확대는 소득주도성장 정책의 매우 중요한 과제”라고 말했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도 “주거비 부담이 커질수록 소득불평등 문제를 불러오고 교육과 의료, 편의시설 등에 대한 불평등으로 확대될 수밖에 없지만, 반대로 주거비 부담이 완화되면 가계의 실질적인 소득을 증가시켜 내수 소비를 촉진하고 경제 전반에 선순환을 가져올 수 있다”며 주거복지 정책과 소득주도성장의 연관성을 강조했다.
▶변창흠 세종대 교수가 ‘포용국가로 한걸음 더, 주거비 경감 및 주거복지 확대’ 토론회에 참석해 도시 내 주거 실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연합
정부도 입법 적극 추진
토론회에서는 주거비 경감 방안의 하나로 임차인과 임대인의 정보 격차로 세입자가 불이익을 받는 상황을 타파하기 위해 전월세 신고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정부도 전월세 신고제 도입 방침을 세우고 의원입법 등을 통한 방안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변세일 국토연구원 부동산시장연구센터장은 토론회에서 ‘주거 안정 정책 인프라 구축 방안’을 발표하며 전월세 신고제의 도입 필요성을 제기했다. 변 센터장은 “주택 임대차 계약은 신고 의무가 없어 전체 거래 규모와 계약 내용을 파악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한국감정원 자료를 보면, 2018년 8월 기준으로 전체 임대차 거래는 약 673만 건으로 추산되는데 이 중 23%만 확정일자나 세액공제 등 공부상 임대 현황 파악이 가능하고 나머지 77%는 알 수 없다.
변 센터장은 “임대차 계약의 경우 매매 거래와 같은 실거래 정보가 구축돼 있지 않아 정보 습득에 시간 비용이 많이 들고, 임차인이 임대인을 상대로 대등한 조건에서 협상하기도 어렵다”면서 “맞춤형 임대차 정책을 수립하는 데 필요한 통계정보 구축과 임차인과 임대인 사이 정보 격차 해소를 위해 임대차 거래 신고제도를 도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주요 참석자들도 전월세 신고제의 필요성에 공감했다. 홍장표 소득주도성장특별위원회 위원장은 인사말에서 “오랫동안 주택임대 시장은 기울어진 운동장이었다. 세입자는 집주인이 나가라면 나가야 했고, 임대료를 올려달라는 대로 올려줘야 했다”면서 “이제 집주인과 세입자 간 정보 격차를 완화하고 거래의 투명성을 제고하기 위한 인프라 구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현미 국토부 장관도 축사에서 “주택 임대차 시장은 아직도 임대료와 임대 유형 등에 관한 정확한 실태 파악도 안 되고 있다”며 “더 나은 국민의 삶을 위해 정부와 공공이 앞장서서 이런 숙제들을 풀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국토부는 자발적인 임대사업자 등록 활성화 정책이나 임대시장 정보 시스템 구축 등으로는 임대시장 전반의 정보를 파악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본다. 임대사업자 등록은 최근 세제 혜택을 대폭 축소해 신규 등록자 증가세가 주춤해진 상태다. 정부가 구축 중인 임대차 시장 정보 시스템도 국세청 자료 등 다른 부처 자료를 취합해 간접적으로 정보를 파악하는 방식이어서 충분하지 못하다. 따라서 국토부는 전월세도 매매처럼 실거래 내역을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도록 신고제를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임대인이 전월세 계약을 맺으면 계약 기간과 임대료 등 계약 내용을 신고하는 의무를 지워, 그 내용이 투명하게 공개되도록 하는 것이다.
주택 매매는 분양권까지 실거래가 정보를 신고하게 하면서 굳이 임대차 거래를 신고 대상에서 제외할 이유가 딱히 없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날 토론자로 참석한 김흥진 국토부 주택정책관은 “임대료 등 임대차 시장의 정확한 정보를 임차인이 확보할 수 있으면 임대인과의 임대료 협상이나 임대차 분쟁을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목소리가 많다”고 말했다. 김 주택정책관은 “정부도 임대차 신고제의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다”며 “다만 세밀한 검토가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다른 국토부 관계자는 “임대차 정보 시스템이 정부 내에서 활용하는 자료라면, 전월세 신고제를 통해 축적되는 자료는 국민에 공개돼 활용될 수 있다”고 봤다.
노후주택 대책도 촉구
이밖에 취약계층의 주거비 경감을 위한 다양한 제언이 나왔다. 강미나 국토연구원 주택토지연구본부장은 “주거급여 대상자와 금액을 확대하고 공적 임대주택 공급 내실화를 위해 호당 주택 규모를 현재보다 20% 늘리는 방안을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 사장을 역임한 변창흠 세종대 행정학과 교수는 “정부의 꾸준한 주거복지 정책에도 여전히 도시 내 주거 실태는 열악하고 주거비는 과도한 측면이 있다”고 지적하고 노후주택 밀집 지역과 노후 연립주택 단지 등에 대한 대책을 촉구했다.
전문가들은 임대차 시장을 중심으로 한 주거비 경감 등 세밀하고 다양한 정책들이 소득주도성장의 근본 취지를 다시 부각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가 세입자를 보호하기 위한 강력한 대책을 내놓으며 전월세 시장이 조금이나마 평평한 운동장으로 바뀔 것이라는 기대도 나온다.
한광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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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K-공감누리집(gonggam.korea.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