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친화 강소기업
청년 취업난의 구조적 요인 가운데 하나는 기업과 구직자 간의 일자리 미스 매칭이다.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은 청년들이 갈 만한 중소기업 일자리가 늘어나는 것이다. 고용노동부는 지난 2016년부터 ‘청년친화 강소기업 인증제’를 시행하고 있다. 청년친화 강소기업이란 임금, 일·생활 균형, 고용안정 부문에서 우수해 작지만, 경쟁력이 있는 중소기업을 말한다. 올해 청년친화 강소기업에는 총 1127개 기업이 선정됐다. 그 가운데 5개 기업 성과를 들여다봤다.
▶넷앤드 사내
IT 인프라 보안관리 ‘넷앤드’
IT 인프라 보안관리 업체 ‘넷앤드’는 직원 7명으로 시작해 현재 100여 명의 직원이 함께하는 중소기업으로 성장했다. 그사이 국내외 500여 개 고객사를 확보했고, 조달청 나라장터에서 5년 연속(2014~2018) 판매 1위를 기록했다. 또 현재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R&D 연구소를 설립하고, 필리핀 등 동남아시아를 중심으로 글로벌 시장에서도 발 빠르게 성장하는 중이다.
성과만 좇아 달린 건 아니다. 넷앤드는 중소기업 중에서도 임금은 낮고 야근은 잦을 거라는 IT업계에 대한 편견이 무색하게 직원들의 일과 생활 균형을 중시한다. 평소 정시 퇴근을 지향하고, 매월 마지막 주 수요일은 ‘가족 사랑의 날’로 정해 오후 5시에 퇴근한다. 연차 사용 역시 적극적으로 권장해 평균 연차 소진율이 매년 80% 이상이다.
지난 2017년 가족친화 인증기업으로, 2019년 서울시 우수 기업브랜드에 이어 2년 연속 청년친화 강소기업으로 선정됐다. 비결이 뭘까. 서울시 영등포구 여의도동에 있는 넷앤드를 찾았다.
2007년 초 넷앤드를 설립한 엔지니어 출신 신호철 대표는 회사를 매개로 평생 동료를 만나고 싶었다. 좋은 아이디어와 뜻이 맞는 사람들이 있다면 반드시 성공할 수 있을 거라는 믿음도 있었다. 설립 당시 30대 초반. 당시만 해도 기업을 차리기엔 ‘어린’ 나이라는 인식이 있었던 때. ‘좋은 사람들이 모여 모두 행복할 수 있는 세상을 만들고 싶다’는, 어떻게 보면 무모하고 순진한 바람으로 넷앤드를 차렸다. 창립 멤버 가운데 한 사람인 윤정민 이사도 같은 열정을 품고 합류했다.
▶넷앤드 윤정민 이사
청년 비율 50% 안팎, 복지 등 ‘사람 중심’
편안한 복장으로 출·퇴근이 가능하고, 수평적인 분위기로 야근이나 회식을 강요하지 않는 회사. 윤 이사는 회사를 이렇게 소개했다. 넷앤드는 전 임직원 평균연령이 30대 초·중반인 젊은 기업이다. 회사 전반적인 분위기와 모토도 ‘열심히 일하고 신나게 즐기자’다. 이는 회사 창립 이후 쭉 이어져온 분위기이기도 하다.
이런 분위기를 위해 개발, 엔지니어, 영업 등 부서 간 벽을 허물고 소통을 강화하려 애썼다. 대표적인 문화 중 다양한 사내 활동 운영이 손꼽힌다. 윤 이사는 “직원들 간 산악, 게임 동호회 등의 친목 활동을 통해 일과 관련된 관계로만 서로를 대하지 않게 무작위로 사조직을 운영해 꾸릴 수 있게 한다”고 설명했다. 2년마다 한 번 열리는 2박 3일짜리 워크숍 등도 독특한 사내 행사다.
넷앤드의 복지 문화는 한마디로 ‘원 이즈 올(One is All)’. 신 대표는 “임직원 개개인이 회사 전체를 대표한다는 마음가짐으로 함께 발전해나가는 것”을 목표로 실제 회사 주식의 30%를 직원에게 제공하고, 다양한 복지 혜택으로 ‘통합 문화’를 실천해나가고 있다.
부서별로 유연 근무제를 적용해 업무 효율성을 높이고, 매월 마지막 주 수요일은 ‘가족 사랑의 날’로 정해 직원들이 7시간만 일하고 퇴근할 수 있게 하고 있다. 야근을 지양하지만 부득이한 경우, 교통비와 저녁을 지급한다.
각종 포상제도도 풍성하다. 승진 시 직급별로 50만~1000만 원의 승진 상여금을 제공한다. 매년 연말 우수사원 포상을 통해서는 500만~1000만 원의 포상금을 제공한다. 근속 5년 이상 시 2주의 유급휴가와 200만 원을, 근속 10년 이상 시 감사패와 4주의 유급휴가 및 500만 원의 상여금을 지원한다. 연구 포상제도가 있어 특허를 출원했을 경우 100만 원을 포상한다. 신입사원 및 재직자까지 청년내일채움공제 프로그램에 가입해 운영 중이며, 인재를 추천해 3개월 이상 근무 시 해당 경력자 총연봉의 10%를 인사 상여금으로 지원한다.
직원 가족 대상 복지도 다양하다. 자녀 출산 시 축하금 100만 원을 지급하고, 근속 5년 이상 임직원에 한해 자녀 교육비를 지원한다. 재직자를 포함해 부모님, 배우자 등 2인에 대한 종합검진도 지원한다. 이 밖에도 재직자의 자기계발을 위한 도서 구입비 전액, 외부 세미나·강연 참가 시 교육비 일부를 지원한다. 제휴한 교육과정 선택 시 무료 수강도 할 수 있다. 관련 자격증을 취득할 경우 취득 비용 전액을 준다.
회사 내 복지도 빠질 수 없는 장점이다. 넷앤드는 회사 공간을 쾌적한 카페처럼 꾸며 편하게 일할 수 있게 했다. 각각 안마 의자와 게임기, 화장대 등을 구비한 남·여 휴게실도 따로 있다. 회사 카페에서는 각종 음료와 다과를 무상으로 제공한다.
마케팅팀 이희연 과장은 “다양한 복지 혜택과 상여 체계가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직원들끼리 친목모임 활동비를 전액 지원해주는 것이 가장 좋다”고 말했다. 이 과장은 “밥을 먹든, 영화를 보든 어떤 활동에 써도 비용 제한이 없다”며 “타사와 비교했을 때 우리 회사만의 차별화된 강점이면서 ‘넷앤드’를 가장 잘 표현하는 복지제도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대기업 못지않은 기술과 성장 가능성
넷앤드는 2018년 기준 19명을 신규 채용했다. IT 계열 기업이지만 다양한 전공자를 채용하고 있다. 채용 평가를 할 때 스펙의 양보단 지원자의 주관과 목표 의식이 뚜렷한지를 중요하게 여긴다. 즉, 얼마나 이 분야에 관심을 두고 공부해왔는지를 가장 높게 평가한다.
윤 이사는 “중소기업 취업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이 높은 것을 알고 있다”며 “그러나 넷앤드처럼 대기업과 비교해도 뒤지지 않을 높은 기술력과 성장 가능성, 우수한 근무 환경과 복지 혜택을 갖춘 중소·중견기업도 많다”고 했다. 또한 “조금 더 열린 마음으로 본인의 성장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목표를 이뤄나갈 수 있는 기업을 만나시길 바란다”며 “넷앤드도 청년들이 좀 더 좋은 환경에서 일하며 역량을 최대한 키워나갈 수 있도록 더욱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했다.
▶대두식품 전시회
팥앙금 제조 ‘대두식품’
대두식품 조성용 대표는 전북 군산의 빵집 이성당을 운영하다 식품회사를 설립했다. 이성당을 대표하는 단팥빵의 주원료인 팥앙금을 직접 생산하면서, 균일한 품질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이것이 대두식품의 첫 시작이었다. 1988년 설립한 대두식품은 올해로 설립 31년 차를 맞았다. 근로자 수는 261명, 매출액은 773억 원에 달한다. 30여 년 전, 작게 시작한 앙금 제조업체는 이제 최첨단 자동화 설비를 갖춘 중소기업으로 성장했다.
지역 인재 우선 채용…정규직 98.5%
대두식품은 근로자들의 복지 향상을 위해 4대 보험 및 장기근속자 포상, 명절 선물과 크리스마스 선물, 생일 선물, 사내식당 운영, 사이버학습 지원, 체력단련실, 휴게실 운영, 군산 및 익산 통근버스 운행, 근무복 지급 등 다양한 복리후생을 제공하고 있다. 특히 지역 인재를 우선 채용하고 있다. 정규직 비율은 98.5%에 이른다. 이 가운데 청년 비율은 44.11%(35세 미만 근무자 50%). 그만큼 회사 분위기는 대체로 밝고 힘차다.
대두식품 인사 관계자는 “대두식품은 선진기술 도입으로 ‘스마트 팩토리’(Smart Factory)를 지향하고 있다”며 “4차 산업혁명을 비롯한 제조업 전반의 변화와 발전 가능성을 체험하고 싶다면 우리 회사가 적격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학력과 전공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열정을 가지고 도전하는 인재가 성장한다고 본다”며 “일에서 삶의 가치를 발견할 줄 알고, 배우는 자세로 노력하는 인재라면 우리 대두식품은 최고의 경험을 쌓을 수 있는 현장이 되어줄 것”이라고 말했다.
▶마크로밀 엠브레인 홈커밍데이
리서치 기업 ‘마크로밀엠브레인’
마크로밀엠브레인은 1998년 온라인 조사 기업으로 시작해 현재는 마케팅·사회 여론 조사, 온라인·오프라인 조사, 정량·정성 조사 등 모든 형태의 조사 수행 능력을 갖춘 종합 리서치 서비스 기업으로 성장했다. 2018년 기준 근로자 수는 224명으로 이 가운데 청년 비율은 52.92%에 달한다. 엠브레인은 기업의 성장만큼 직원의 성장과 행복을 중요하게 여긴다. 매일 아침 사내 카페에서 호텔식 조식을 무료로 제공하며 치맥 파티, 홈커밍 파티, 루프톱 파티, 송년 파티 등 여러 형태의 파티도 자주 연다.
호텔식 무료 조식에 파티, 파티, 파티
특히 임직원의 스트레스와 건강관리를 위해 업무시간 언제든 이용 가능한 사내 마사지실과 수면실을 운영하고 있다. 이 밖에도 사내 리크루팅 포상, 복지카드 제공, 경조사 지원(경조 휴가, 경조금), 패밀리 데이(월 1회 4시 퇴근), 이벤트 데이, 어학 지원 등 다양한 복지제도도 있다.
엠브레인 인사 관계자는 “신입사원 채용에서 능력과 역량만큼 중요한 것이 인성”이라며 “리서치에 대한 열정을 기반으로 회사 구성원들과 협력하고 배려할 줄 아는 지원자라면 분명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엠브레인이 적극적으로 참여·지원하는 고용노동부 주관 청년취업아카데미 ‘마케팅 리서처 양성과정’에 참여하는 것도 권하고 싶다”고 했다.
유영제약은 1981년 설립한 치료제·전문의약품 제조회사다. ‘직원이 행복한 기업’을 이념으로 ‘일한 만큼 인정받는 회사’ ‘회사와 개인이 함께 성장하는 회사’를 지향한다. 2018년 기준 매출액은 918억 원, 근로자 수는 363명이다. 이 가운데 정규직 비율은 97.6%에 달한다. 청년 비율도 55.95%다.
▶유영제약 포상식
전문의약품 제조 ‘유영제약’
유영제약은 성장 가능성이 무한한 젊은 인재들에게 다양한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바이오마이스터고, 약대 실무실습 등 청년 인재를 위해 실무역량 향상 지원 프로그램을 도입했고, 취업 연계를 통한 채용도 확대하고 있다. 아울러 청년 일자리 사업인 청년내일채움공제 사업, 2+1 청년 추가고용 장려금제도, 취업 청년 인재들의 성장을 돕는 일학습병행제 지원사업, 청년 근로자의 장기근속을 돕는 충북행복결혼공제 등에도 참여하고 있다.
입사부터 퇴사까지 맞춤 복지
입사부터 퇴사까지 생애주기별 맞춤 복지 혜택도 다양하다. 일과 삶의 균형을 제공하는 다양한 휴가제도를 시행해 ‘워라밸 우수기업’으로 인정받기도 했다. 전반적으로 가족적인 분위기로 직원들 간 유대관계도 좋다. 임직원의 경조사 시 경조금 및 유급휴가를 제공하고, 직원들의 상부상조와 복리후생을 위해 ‘유영 사우회’도 운영한다. 사내 가족적인 분위기 덕인지 이직률도 상당히 낮은 편. 이 밖에도 자녀 학자금 지원, 정기 검강검진, 해외연수 지원, 사내 헬스장, 기숙사, 통근버스, 식당 등 다양한 복리후생을 제공한다.
유영제약 인사 관계자는 “청년들 중에는 기계 속 작은 부품처럼 일하는 것보다 개인의 가능성을 펼치고 성장할 기회가 많은 중견·중소기업에 취업하는 게 좋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있다”며 “그렇지만 무엇보다 기업의 규모가 아닌 내가 정말 좋아하고 잘할 수 있는 ‘내 일’을 찾기 위해 고민하고, 다양한 경험을 해봤으면 한다”고 했다.
▶지니언스 사내문고
IT 정보보안 플랫폼 ‘지니언스’
지니언스는 2005년 설립한 IT 정보보안 플랫폼 기업이다. 2018년 기준 매출액 208억 원이고, 근로자 수는 113명이다. 정규직 비율은 98% 이상이며, 이 가운데 청년 비율은 46%다. 특히 지니언스는 1년에 5~10명의 신입사원을 지속해서 채용하고 있다.
출퇴근 시간 따로 없고 야근 삼가
지니언스는 직원들이 유연하게 역량을 펼칠 수 있는 분위기의 회사다. 전반적인 근무 환경도 자유롭다. 출퇴근 시간을 따로 정하지 않으며 야간 근무를 지양한다. IT 기업이고 개발 직군이므로 규제가 없어야 자유롭게 아이템이 나온다고 생각하기 때문. 이와 관련해 연간 130만 원의 자기계발비와 80만 원 상당의 건강검진비, 월 20만 원의 도서 구입비, 동호회비 등을 지원한다. 이 밖에도 가족이 화목해야 직원도 행복하다는 이념으로 가족을 생각하는 복지 및 제도를 다양하게 지원하고 있다.
지니언스 인사 관계자는 “회사와 같이 성장하고 싶은 인재에게 지니언스의 문은 언제든 열려있습니다”라고 말했다.
강민진 기자
청년친화 강소기업이란?
임금, 일·생활 균형, 고용안정이 우수하고 작지만, 경쟁력이 있어 청년들이 근무하기 좋은 요건을 갖춘 중소기업을 말한다. 청년 및 구직자는 청년친화 강소기업 누리집의 기업 정보를 통해 양질의 일자리 정보를 받을 수 있다. 기업은 고용노동부에서 선발한 서포터스의 현장 방문 취재를 통해 맞춤 홍보의 기회를 얻을 수 있다. 또한 재정금융 지원과 선정선발 우대, 병역특례 지원도 받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