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홍석 씨(오른쪽)와 아내 노유미 씨가 벨룬조이 파티갤러리에 있는 풍선아트 작품 앞에서 포즈를 취했다.│김청연 기자
고홍석 ‘벨룬조이’ 대표
1998년부터 ‘풍선아트 작가’로 활동해온 고홍석(48) 씨 이름 앞에는 2018년 말부터 ‘벨룬조이(Valloonjoy) 대표’라는 직함이 하나 더 붙었다.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성남대로 165번지. 고 대표는 지난해 이 공간에 아내 노유미(45) 씨와 함께 벨룬조이(www.valloonjoy.com)라는 이름으로 파티갤러리를 열었다. 지난 2월 15일, 약 10평 규모 오피스텔 안에 들어서자 순백의 신부가 반갑게 맞이했다. 사람이 아닌, 고 대표가 만든 풍선아트 작품이었다.
벨룬조이는 이렇게 고 대표의 풍선아트를 감상하며 파티를 할 수 있는 갤러리다. 단독 룸이라 친구나 연인을 비롯해 편한 사람들끼리 모임을 열기 좋다. ‘벨룬조이’라는 같은 이름으로 이니셜 포일 풍선, 헬륨 부케 등을 판매하는 온라인 매장도 있다.
▶벨룬조이 풍선아트 파티갤러리 내부│고홍석
신사업창업사관학교 체험교육 큰 힘
풍선아트 작가로 활동한 지 20여 년. 고 대표는 <채움과 비움의 미학> <예술은 생각하지 마!> 등 여러 전시로 활발한 작품 활동을 해왔다. 풍선아트 특성상 작가는 전시가 끝나면 늘 풍선을 터뜨리는 해체 작업을 해야 한다. 2018년 미국에서 연 전시에서는 엔딩 퍼포먼스로 관객들과 함께 풍선을 터뜨려봤다. 기대 이상으로 사람들이 즐거워하는 걸 보며 우리나라 사람들도 풍선아트를 즐거운 파티로 만나보면 어떨까 하는 아이디어를 얻었다.
벨룬조이가 일반적인 파티 룸 등과 차별화되는 건 바로 공간에 ‘풍선아트’가 있다는 점이다. 고 대표는 “우리나라 ‘잔치 문화’는 먹고 마시는 게 중요한데 외국 ‘파티 문화’는 공간 연출, 놀이 콘텐츠 등이 더 중요한 포인트”라고 했다. “특히 요즘 젊은 세대들 사이에 이런 파티 문화를 적극적으로 향유하는 경향이 있더군요. 다만 SNS에 사진으로 남기는 등 남에게 보여주려는 데서 그치지 않고, 갤러리 같은 독립 공간에서 편한 사람들과 함께하는 그 순간 자체를 오롯이 즐겼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갤러리를 꾸리기까지는 2018년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신사업창업사관학교(이하 사관학교) 7기로 활동한 게 도움이 됐다. 사관학교는 성장 가능성이 높은 유망 아이템을 중심으로 예비 창업자들이 안정적으로 창업할 수 있게 돕는 프로그램이다. 이 프로그램 중 특히 점포경영 체험교육이 도움이 됐다. “이론교육 후 강남 ‘꿈이룸센터’에서 가점포를 열어봤어요. 실제 고객을 상대하며 제 아이디어가 시장에서 어떤 반응을 얻는지 살펴보며 창업 전략을 다듬을 수 있었죠. 풍선아트 작가로 아무리 오래 활동했어도 사업은 다른 영역이라 경험 쌓는 게 필수더군요. 가점포 체험 기간이 4개월 남짓이었는데 1년 정도로 더 길면 좋았을 것 같습니다.”
공간을 활용한 비즈니스라 어떤 지역에 위치하느냐도 중요한 사항이었다. 고 대표는 “주 활동 근거지가 분당 쪽이기도 하고, 현재 건물과 미금역이 바로 연결돼 있어 수원이나 판교, 강남 등에서 접근하기 쉽다는 점도 고려했다”고 했다.
▶벨룬조이 풍선아트 파티갤러리 내부│고홍석
월트디즈니 같은 테마파크 목표
준비 과정에서 가장 어려웠던 건 홍보·마케팅이다. 고 대표는 “오프라인 매장만 잘 관리하면 됐던 시절과 달리 온라인 홍보 시대가 되면서 소상공인의 경우 사업주 개인이 해야 할 일이 더 많아졌다”며 “가점포를 하면서 풍선아트를 낯설어하는 사람들 반응을 접하며 홍보의 필요성을 절감했다”고 했다. 지원사업에서 받은 지원금 등은 홍보·마케팅에 투자했다. 시간이 지나면 바람이 빠지는 풍선의 속성은 하나의 홍보 포인트가 됐다. 벨룬조이는 2주에 한 번꼴로 새로운 풍선아트를 선보이는데, 재방문해도 새로운 공간처럼 느껴진다는 의미에서 ‘카멜레온’이라는 타이틀로 소개한다.
벨룬조이는 무인 공간이다. 예약은 카톡이나 전화로 하면 되고, 예약 당일 시간에 맞춰 방문하면 사물인터넷(IoT)을 통해 입장 가능하다. 전자레인지로 음식을 데워 먹거나 배달 주문 등을 할 수 있으며 냉장고, 캡슐 커피머신 등도 이용할 수 있다. 보드게임, 코스튬 소품 등도 비치해놨다. 단, 취사나 숙박은 안 된다.
지금까지 고객들의 만족도는 꽤 높은 편이다. 고 대표는 “20~30대 젊은 층이 많이 찾을 거라 생각했는데 의외로 40~50대 중년층의 반응도 매우 좋다는 걸 확인했다”며 “세대를 초월해 사람들이 편하게 즐길 공간을 목말라한다는 걸 알았다”고 했다.
그가 내민 명함에는 ‘Value Balloon Joy, 가치 있는 풍선이 주는 기쁨’이라는 말이 적혀 있다. 벨룬조이는 ‘벨류’와 ‘벌룬’, ‘조이’의 합성어다. 고 대표는 “사업의 궁극적 목적은 풍선아트의 가치를 여러 사람과 나누는 것”이라며 “장기적으로 롤모델인 월트 디즈니처럼 풍선 테마파크를 여는 것이 목표”라고 했다.
김청연 기자
신사업창업사관학교(newbiz.sbiz.or.kr)
성장 가능성이 높은 신사업 아이디어를 가진 예비 창업자를 대상으로 창업 이론교육, 점포경영 체험교육, 멘토링, 사업화 자금 등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 예비 창업자로 최근 3년간 공단에서 발굴한 신사업 아이디어 또는 동등 수준의 신사업 아이디어로 창업하고자 하는 자(단, 음식점업·주점업 등 일부 업종 제외)를 대상으로 하며 사업화 비용 보조금도 일부 지원(총 사업비의 50% 이상 자부담 조건)한다.
▶견주와 반려동물이 함께 입는 커플룩 디자인 및 제작업체 ‘쏘왓’(SoWhat) 소설희 대표│강민진 기자
‘반려견과 커플룩’, 작은 꿈이 큰 성공
소설희 ‘쏘왓’ 대표
“꿈을 잃고 싶지 않았어요. 대학은 물리학과로 진학했지만, 부모님 몰래 의상학과 복수전공을 하며 디자이너의 꿈을 키웠습니다.” 창업 1년 만에 유명 편집숍 입점을 이뤄낸 반려견-견주 커플룩 브랜드 ‘쏘왓’(SoWhat)의 소설희(29) 대표는 자신을 ‘꿈을 포기하지 않는 사람’이라고 소개했다. 꿈을 향한 뚜렷한 목표는 포화상태의 의류시장에서 소비자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알게 해줬다. 직접 디자인한 반려견-견주 커플룩은 꾸준히 입소문을 타면서 팬층을 확보했다. 단순히 판매만 하지 않았다. 제품을 제작하는 과정을 동영상에 담아 SNS 등에 소개했다. 1:1 주문제작 방식이라는 걸 알리기 위해서였다.
참신한 아이디어를 적용한 과감한 창업 뒤에는 ‘생활혁신형 창업 지원사업’(이하 생활혁신형 지원)의 도움도 컸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이 진행하는 생활혁신형 창업 지원은 틈새시장을 겨냥해 생활과 밀접한 참신한 아이디어를 내서 선정되면 2000만 원의 창업 지원금을 주는 지원사업이다.
▶‘쏘왓’(SoWhat)의 반려견-견주 커플룩 제품│쏘왓
2000만 원 지원금 받고 멘토링도
“가까운 일상에 도움이 될 만한 창업 아이템은 없을까?” 지금의 사업 모델을 구현하게 해준 중요한 질문이었다. 소 대표는 “이런 질문에서 시작해 유기견 문제를 떠올렸고, 강아지들이 버림받지 않고 가족들의 사랑을 듬뿍 받을 수 있는 방법을 고민했다”고 설명했다.
초기에는 ‘견주와 강아지 사이의 끈끈한 사랑을 키울 수 있는 옷’이라는 콘셉트로 견주와 반려견의 유대감에 초점을 둔 상품을 출시했다. 이는 소 대표의 경험에서 비롯된 상품이기도 하다. 실제 유기견 보호센터를 통해 갈색 푸들을 분양받아 키우는 소 대표는 “가끔 ‘허니’(강아지 이름)가 사람인 것 같다는 생각을 했는데 그런 내 가족이 나와 똑같은 옷을 입고 산책을 다니는 상상만 해도 괜히 흐뭇해졌다”고 했다.
‘가족같이 지내다 주인 마음에 따라 버려지는’ 유기견이 더는 없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상품 출시로까지 이어졌다. 때마침 유기견 문제가 사회 이슈로 떠올랐고 사람들도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강아지 울 재킷 카디건과 견주의 울 재킷 팬츠는 주문이 쇄도했다. 내 옷과 똑같은 좋은 소재에 귀여운 반려견의 옷 디자인을 접목하니 소비자들 반응이 좋았다.
소 대표는 “단순히 옷을 많이 파는 게 아니라 소비자가 상품을 사고 싶다는 마음이 드는 브랜드를 만드는 데만 집중한다”고 했다. 단가에 맞춰 질 낮은 상품을 대량생산했다면 입점이 까다롭기로 유명한 ‘아이디어스’ 편집숍의 추천작품 카테고리 등에서 상위권에 오르는 일은 없었을 것이라고도 했다. 그는 “내 가족이 입을 옷을 만들자고 생각했다. 그 결과 자연스레 좋은 소재이면서도 편안한 옷에 초점을 맞췄다”고 했다.
소 대표는 “아직은 시작하는 단계여서 작지만, 앞으로는 더 크게 성장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의상 분야에서 일하고 싶어 아동복 회사에 취직해 제작과 패턴을 동시에 익히는 등의 과정도 거쳤다.
해외 진출과 혼성복 제작 계획
막연히 창업을 꿈꾸기보다는 아이템의 사업성에 맞춰 역량을 키우면서 창업을 차근차근 준비했지만 자금 등 현실적인 문제에 부딪히기도 했다. 그는 “생각보다 창업에 드는 비용이 만만치 않았다. 포기하고 싶지 않은데 이제 어떻게 해야 하나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다행히 이 고민은 생활혁신형 창업 지원을 통해 어느 정도 해소됐다. 그는 “예비 창업자들을 위한 융자 지원은 물론 맞춤형 멘토링을 받은 덕분에 창업에 성공할 수 있었다”고 했다.
서울 마포구 망원동에 있는 ‘쏘왓’ 작업실은 한적한 주택가 반지하에 자리를 잡았다. 넓지 않은 공간에 재봉틀과 다리미 등 상품 제작에 필요한 기계들과 각종 원단 및 작업물이 발 디딜 틈 없이 쌓여 있었다. 함께 일하는 동업자는 누리집 관리와 패턴 제작을, 소 대표는 디자인 계획부터 홍보, 영업, 운영 등 경영 전반을 맡고 있다.
쏘왓은 중국 등 해외 진출을 비롯해 여성과 남성이 함께 입을 수 있는 혼성복 제작도 계획하고 있다. 해외 진출은 언어 문제 등 넘어야 할 산이 많은 만큼 차근차근 준비하려고 한다. 혼성복 제작과 관련해 소 대표는 “좋은 소재와 기본에 충실한 디자인의 옷을 그레이딩(한 가지 사이즈의 패턴을 등차적으로 확대하거나 축소하는 작업)을 통해 좀 더 많은 사람에게 선보이고 싶다”고 했다.
“쏘왓을 운영하며 익힌 기술과 경험, 생활혁신형 창업 지원 프로그램에서 받았던 멘토링을 토대로 계속해서 발전, 도전해보고 싶어요. 그리고 과거의 저처럼 창업을 준비하는 예비 창업자들에게도 적극적으로 도움을 주고 싶습니다.”
강민진 기자
생활혁신형 창업 지원사업(idea.sbiz.or.kr)
생활 주변 사업아이템을 참신한 아이디어를 적용해 과감하게 창업화할 수 있도록 사업화 자금을 성공불 융자로 지원해주는 사업. 대상은 ‘신사업창업사관학교’와 같다. 즉시 사업화 가능성이 있다고 평가된 창업자는 성실 실패 시 상환의무가 없는 정책자금 융자를 지원하고, 대출 3년 후 성공·실패를 심사한다. 성실 실패자에게는 대출 상환의무를 면제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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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K-공감누리집(gonggam.korea.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