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의료·돌봄 등 사회안전망 촘촘히

2019.01.28 공감 최신호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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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포용국가’라는 용어를 처음 쓴 때는 지난해 9월이다.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에서 기초연금 인상과 아동수당 지급 등 정부의 복지정책을 언급하며 이를 ‘포용국가 정책’이라고 규정했다. 포용이 국가 비전으로 자리매김한 것이다. 그 전에는 ‘포용적 성장’ ‘포용적 복지’라고만 했다.

포용국가 비전은 지속가능한 공동체를 위해서는 양극화, 저출생, 고령화로 집약되는 구조적 문제에 적극적으로 대처해야 한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포용국가에 도달하기 위한 3대 비전으로 △사회통합 강화 △사회적 지속가능성 확보 △사회혁신 능력 배양을 제시했다. 비전별로 세부 정책 목표를 정해 9대 전략으로 정리했다. 소득불평등 완화, 지역 균형발전, 교육환경 개선, 사회보험 기초소득 강화, 고용 안전망 구축 등의 세부 전략을 망라했다. 이런 비전을 실현하기 위해 국민의 소득보장 강화와 지역 균형발전 등의 정책을 담은 ‘국민 전생애 생활보장 3개년 계획’을 마련하기로 했다.

전생애 생활보장 3개년 계획 마련
소득주도성장, 혁신성장, 공정경제가 ‘포용적 성장’을 위한 3대 ‘경제정책’ 기조라고 한다면, 생애 맞춤형 소득보장을 뼈대로 한 복지정책은 ‘포용국가’ 실현을 위한 ‘사회정책’ 분야 비전인 셈이다. 경제, 교육, 노동 등 전 분야에서 포용이 보편적 가치로 추구될 전망이다.
그렇다면 문재인정부가 추구하는 포용국가는 어떤 모습으로 나타날까? 문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예산안 시정연설에서 “사회안전망과 복지 안에서 국민이 안심할 수 있고, 공정한 기회와 정의로운 결과가 보장되며, 국민 단 한 명도 차별받지 않는 나라가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포용국가 관련 정책은 국민의 전 생애주기별·세대별로 필요한 복지와 일자리에서, 일상생활에 필요한 기반 시설을 확대하는 생활 사회간접자본(SOC)까지 아우른다. 포용국가로 가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소득, 의료, 돌봄 등 삶의 기본적인 영역에서 촘촘한 사회안전망을 마련해야 한다.
사회복지망의 대표 사례로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를 꼽을 수 있다. 아동 입원 진료비 본인 부담을 낮추는 것을 시작으로 특진비 폐지, 2∼3인용 병실비, 간 초음파·뇌 자기공명영상장치(MRI) 건강보험 적용 등이 시행됐다. 실제로 만성신장병·빈혈·갑상선기능저하증 등으로 신장을 이식받은 2세 아이의 경우 당초 환자 부담금이 1243만 원이었으나 397만 원만 내게 되면서 부담이 70% 줄었다고 한다. 치과와 한방 진료 건강보험 적용 확대, 방광 신장 초음파, 머리·복부 MRI 건강보험 적용으로 의료비 부담은 더욱 가벼워진다. 또 치매 국가 책임제로 모든 치매 환자를 요양보험 대상에 포함하고 치매 환자의 연평균 부담을 2033만 원에서 1000만 원 안팎으로 낮췄다.

공공의료를 강화해 필수의료 서비스의 지역 간 격차도 축소한다. 이를 위해 지역 책임의료기관을 지정해 부족한 지역 공공의료 기반 확충에 나선다. 국립대병원 등을 권역 책임의료기관으로 지정해 권역-지역-기초로 이어지는 공공의료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것이다.

한부모·미혼모·양육 지원이 가늠자
촘촘한 안전망 구축을 위해 ‘복지 위기가구’를 발굴하는 보건복지 서비스가 전국으로 확대됐다. 이 제도는 지난해 ‘증평 모녀 사건’을 계기로 생계 곤란, 주거 취약, 건강 문제 등 각종 위험에 노출된 복지 위기가구 지원을 위해 마련됐다. 공공 임대아파트 임대료 체납, 실업급여 미신청 등 빅데이터 정보 분석으로 고위험 대상자를 예측해, 읍면동 복지전담팀이 도움이 필요한 지역 주민을 직접 찾아가 상담한다. 위기가구와 가구원에게는 기초생활보장, 긴급 지원, 돌봄, 민간 후원 연계 등의 서비스를 지원한다.
포용국가의 가늠자라고 할 수 있는 한 부모와 미혼모에 대한 지원 예산과 양육비 지원 대상이 올해 큰 폭으로 늘어났다. 저소득 한부모 가족에게는 아동 양육비와 생활 보조금 등이 지원돼 아동의 건강한 성장과 가정의 생활 안정을 돕는다. 지원 대상은 세대주인 어머니나 아버지가 만 18세 미만(취학 시 만 22세 미만)의 자녀를 양육하고, 가구 소득인정액 기준 중위소득 60% 이하인 경우다.
돌봄 정책도 강화된다. 아이돌봄서비스 지원과 초등학교 온종일 돌봄이 확대돼 학교 돌봄과 마을 돌봄 서비스를 받는 아동이 지난해 36만 명에서 올해 37만 명, 2022년에는 53만 명으로 늘어난다. 공공보육 이용률을 20%에서 40%로 올리는 목표를 조기에 달성하고자 올해 국공립 유치원 1080학급을 확충하고, 여전히 부족한 국공립 어린이집과 직장 어린이집 685곳을 늘릴 예정이다. 아동수당은 지난해 9월 첫 지급됐다. 소득과 상관없이 모든 아동에게 지급되고, 대상은 오는 9월부터 확대된다. 대표적 취약계층인 발달장애인에 대해서는 생애주기별 필요 서비스를 분석해 돌봄, 취업 등 개인의 요구와 특성을 고려한 맞춤형 지원이 이뤄진다.

기초생활보장 생계급여 수급자에 대한 부양의무자 기준의 단계적 폐지가 당초 2022년에서 올해로 앞당겨 시행된다. 이에 따라 소득수준은 기초생활보장 수급자 선정 기준액 이하지만 부양의무자 기준 적용 등으로 수급 자격에서 제외된 ‘저소득 비수급 빈곤층’ 약 7만 명이 신규로 생계급여 지원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기초·장애 연금은 저소득층부터 올해 30만 원으로 인상된다.

경제  ▶성경륭 경제인문사회연구회 이사장이 1월 18일 서울 명동은행회관 뱅커스클럽에서 열린 ‘제1차 포용복지포럼: 한국사회의 소득불평등 해법 찾기’에서 포용국가와 포용성장을 주제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 한겨레

생활 SOC 예산 늘려 삶의 질 높여
근로장려세제(EITC) 예산도 대폭 늘어나 지원 대상이 확대된다. 일은 하지만 소득이 적어 생활이 어려운 노동자나 사업자(전문직 제외) 가구는 거주자를 포함한 가구원 구성과 부부합산 총급여액 등에 따라 산정된 근로장려금을 받을 수 있다. 연령 기준을 없애고, 소득과 재산 기준을 완화해 지원 대상이 166만 가구에서 334만 가구로 늘어난다. 자영업을 하는 115만 가구도 같은 혜택을 받고 최대 지원액도 늘어난다. 올해 일자리 관련 예산 증액에 따라 청년 추가 고용장려금, 신중년 맞춤형 훈련 지원, 장애인 일자리 2500개도 신설된다.
생활 사회간접자본(SOC) 예산도 증액돼 국민체육센터 160개와 작은 도서관이 신설되고 10대 지역밀착형 시설도 늘어난다. 생활 SOC는 공간·개발 중심의 대규모 SOC와는 달리 삶의 질과 직접적으로 관련된 체육시설·도서관 등 기반 시설로 누구나 이용할 수 있다.

국민의 삶과 밀접한 이러한 정책들이 효과적으로 실현되려면 재정의 역할을 확대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포용국가 비전이 생명력을 가지려면 구체적인 재원과 실효성 있는 정책으로 국민이 체감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문 대통령도 적극적인 재정 운용을 통해 일자리·양극화·저출생·고령화 같은 구조적 문제에 본격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바 있다. 김정훈 한국조세재정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향후 5~20년간 중기적 관점에서 보면 삶의 질 향상과 소득격차 완화에 큰 역할을 하는 가족·실업·구직 지원 분야의 재정 지원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한광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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