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놓아버려 비우기’가 처음이자 끝

2019.01.28 공감 최신호 보기

명상  ▶따사로운 햇볕 아래에서 명상을 즐기는 사람들 | 이길우 기자

우리는 자신이 만든 주관적 욕망과 환상에 물든 세계에 갇혀 살고 있다. 이런 세계를 만든 것도 ‘마음’이고, 이 세계를 바꿀 수 있는 것도 마음이다. 마음을 집중 관찰하는 명상 수행을 하다 보면, 이 집중하는 ‘내 마음’은 과연 무엇인지 궁금증이 인다. 그러다 보면 ‘이 궁금증이 일어남을 아는 마음’을 아는, 내 안의 또 다른 ‘아는 마음’과 불현듯 만나게 되며, 그럼 대체 ‘나는 누구인가’라는 물음에 직면하면서 만사에 ‘나’라고만 생각했던 존재는 정작 실체가 없다는 놀라운 사실을 알아차리게 된다.

21세기 신종교 ‘데이터교’의 통제
세상 만물은 원인과 조건들이 모여 생기고 이어지는 것이기에 스스로 존재할 수 없으며, 그런 의미에서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이다. 세상이 바뀐 게 아니라 이 세상을 바라보는 마음이 바뀐 것이다. 마음이 바뀌면 아상(我相)이 사라져 옳고 그름의 분별도 절로 끊어진다. 집착하는 자아가 없기에 번뇌 고통도 더 이상 들러붙을 수 없으니 온 세상이 처처안락(處處安樂)으로 변한다.
이 무아(無我), 즉 나를 ‘놓아버려 비우기’ 연습이 바로 명상의 출발점이자 핵심이다. 이렇게 세상을 ‘있는 그대로’ 끊임없이 통찰해 ‘참다운 나’를 자각하게 되면, 어떤 위기 상황에도 끌려다니지 않고 자신의 삶을 주도적으로 지혜롭게 살아갈 수 있다. 이것이 명상이 지향하는 ‘자기 성찰’의 길이다.

21세기의 인류는 이제까지 겪어보지 못한 대변혁과 뿌리째 흔들리는 불확실성의 혁명기에 직면해 있다. 인공지능(AI)과 생명공학은 머지않아 사회·경제 등 기존 체제는 물론이고, 우리 몸과 마음까지 추월할 것이다. 인간의 생명을 개조하고 설계하는 데 그들의 해법을 강요하게 될 것으로 예견된다.
미래를 예측하는 사상가들은 21세기의 신(新)종교는 실리콘밸리에서 태어난 ‘데이터(정보)교’라고 말한다. 인류를 단지 ‘단일 데이터 처리 시스템’으로, 개인은 그 시스템의 ‘칩’으로 간주한다는 것이다. 인간이 만들어낸 ‘우주적 규모’의 데이터 처리 시스템인 ‘만물인터넷(Internet-of-All-Things)’이 완성되면, 그것이 모든 것을 통제해버려 인류는 그 안에 흡수되어 도태할 것이라고 경고한다.

게다가 유전공학, 나노기술, 뇌와 컴퓨터를 연결하는 인터페이스(Interface)를 동원해 인간의 심층 감정과 욕망마저 조작하고, 마음을 업그레이드해 ‘초(超)인간’까지 창조하는 알고리즘(Algorithm)이 우리 마음까지 통제하게 되면 ‘나는 누구인지’, 자신의 실체를 관찰하기가 거의 불가능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전 세계 정신문화의 ‘이노베이터’
이런 유례없는 위기는 수년 혹은 수십 년 내에 들이닥칠 수 있다. 우리가 자기 존재와 삶을 계속 주관하려면 알고리즘보다 앞서 달려, 먼저 자신이 누구인지를 알아내고 삶의 목표와 의미도 명확히 설정해야 한다. 더 늦기 전에 ‘지구촌 공동’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 그 최선의 대안은 바로 마음을 올바로 이해하고 함양하는 명상일 수밖에 없다.
명상 수행으로 자신과 세계의 운영체계를 통찰해 그 진실을 알게 되면, AI보다 더한 것에도 ‘다운그레이드(Downgrade)’ 당할 일은 없기 때문이다. 명상을 통해 세상만사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진정한 이치를 알아차리게 되면 온갖 고통과 문제를 극복하는 법도 깨쳐 조화·자애·행복·평화 등의 중도(中道)를 깊이 이해할 수 있는 지혜도 절로 터득하므로 진정 평온하고 자유로워진다.

범국민적 명상교육으로 4차, 5차 산업혁명 시대의 최고 경쟁력인 창의성과 정체성을 함양해나가, 명상이 국민의 고통을 치유하고 삶을 변화시키는 보편적·과학적 생활 지침으로 자리 잡아야 한다. ‘탈(脫)인본주의’의 대안으로서 전 세계 정신문화의 ‘이노베이터(Innovator)’ 역할도 수행해야 한다.

각산 스님(세계명상센터 참불선원 선원장)

명상

‘6+4’ 명상 수행법
명상 수행법은 다양하다. 그 가운데 최근 주목을 받는 각산 스님의 명상 수행법을 살펴보자. 붓다의 성불(成佛) 수행법인 호흡 명상을 실제로 체험할 수 있도록 과학적 명상 체계로 복원한 초기 불교의 명상법과, ‘참나’를 찾는 ‘이 뭣고’ 화두 명상인 간화선 수행법을 아우른 통합 수행이다.

먼저 붓다 호흡 명상(아나빠나사띠)의 6단계는 ⑴ 마음 관찰 ⑵ 호흡 관찰 ⑶ 호흡 전체 보기 ⑷ 감미로운 호흡 ⑸ 빛과 심월(니밋따) 체험 ⑹ 선정(禪定)이다.
⑴ 마음 관찰은 지금 이 순간 일어나는 생각을 ‘있는 그대로 즉시’ 알아차려 집착에서 벗어나려는 것이다. ⑵ 마음 관찰이 숙련되면 호흡 관찰로 넘어가는데, 호흡을 통제해선 안 된다. 호흡을 놓치지 않고 20~30분쯤 집중 관찰할 수 있다면 3단계로 나아간다. ⑶ 호흡의 전체 과정을 놓치지 않고 알아차리게 되면, 거칠었던 호흡이 매우 부드럽고 미세해지다 점차 사라지면서 호흡의 극치인 텅 빈 우주와 합일된 ⑷ ‘감미로운 호흡’으로 진입한다. 이런 최상급 단계에서는 순수한 마음의 실재인 아름다운 심월(心月)을 체험하기도 한다. 이렇게 무호흡 상태로 오감(五感)마저 사라진 황홀감 속에서 더없이 아름다운 심연의 파란빛들이 허공에서 쏟아지는 ⑸ 단계를 거쳐 드디어 ⑹ 선정이 일어난다. 온몸이 사라지고 시공을 초월하며 ‘아는 마음’만 남는 선정 삼매는 최상의 심오한 무위(無爲)의 세계로, 절대 평온과 행복감 속으로 이끈다.

여기에 간화선의 ‘이 뭣고’ 화두 명상을 접목한다. 그 구체적인 방법은 네 가지 단계로 진행된다.
⑴ 스스로 “숨 쉬고 있는가?” 반문한다. 숨 쉬는 걸 관(觀)하는 건 호흡 명상이다. ⑵ 숨 쉬고 있음을 ‘아는 마음’을 계속 자신에게 되돌려 회광반조(回光返照)한다. ⑶ 이 숨 쉬는 것을 아는 마음, 이 뭣고를 화두로 든다. 화두가 간결해진다. ⑷ 그러다 불현듯 ‘이 숨 쉬는 것을 아는 마음’을 아는, 또 다른 ‘아는 마음’을 만나게 된다. 이렇게 ‘내 안의 또 다른 나’를 발견하면 절로 궁금해져 화두는 사라지고 오직 ‘관조하는 자’만 남는 ‘오매일여(오로지 한 생각)’ 경지로 들어선다. 자연히 ‘이 아는 놈이 뭣고?’ 물음만 남게 된다.

이 ⑷ 단계의 경지가 자나 깨나 일주일만 이어지면 확철대오(廓徹大悟)의 경지에 도달한다. (요약 정리: 참불선원 학술기획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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