앱으로 게임으로 유튜브로 언제 어디서든 스마트폰으로
하는 이도 이끄는 이도 젊어져 차훈명상 등 방법도 다양화
고통과 분노의 뿌리, 거울처럼 쉽고 재미있게 마음여행
▶몸을 이완하는 것은 마음을 이완하는 데 큰 도움을 준다. 서울 강남에 있는 명상 센터인 리프레쉬 마인드, 회원들이 누워서 몸을 이완시키고 있다. | 이길우 기자
젊은 세대가 명상에 빠져들고 있다. 스트레스를 줄이고 평정심을 유지하기 위한 방편으로 명상이 그들의 삶 속에 깊숙이 파고들고 있다. 거의 24시간 그들의 손을 떠나지 않는 휴대폰에 명상이 자리 잡고 있다. 자연스러운 일이다.
사회 초년생 이진경(27) 씨는 출근길 지하철에서 남들처럼 고개를 숙이고 모바일폰 화면에 눈길을 주지 않는다. 명상 앱에서 나오는 감미롭고 편안한 명상음악으로 마음을 ‘호강’시킨다. 비록 몸은 비좁은 지하철 안에 있지만 정신은 깊은 산속 호젓한 절에서 가부좌를 틀고 사유하는 편안함에 빠진다. 이 씨는 또 명상 앱 ‘마보’에 접속한다. 마보는 ‘마음보기 연습’의 약자. 국내 최초의 마음챙김 명상 앱이다. 종교적 색채를 배제하고, 지금 이 순간 일어나는 일을 온전히 알아차리는 정신훈련을 하게 만든다. 귀여운 캐릭터인 ‘마보잠보’를 내세워 젊은이들의 감성을 사로잡으며 명상에 좀 더 친숙해지도록 한다.
명상으로 이끄는 게임도 등장했다. 진지한 명상 애플리케이션 대신 게임으로 마음의 안정을 주는 것이다. 구글 플레이에서 100만 명 이상 다운로드한 게임 ‘마이 오아시스’는 몽환적인 오아시스를 배경으로 다양한 동물을 키우는 단순한 게임.
‘대세’ 유튜브도 젊은이들의 명상에 대한 뜨거운 관심을 그대로 반영한다. 유튜브 검색창에 ‘명상’을 치면 1만여 개의 동영상이 뜬다. 물 흐르는 소리, 산속의 새소리, 바닷소리, 비 오는 소리 등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는 소리가 깔린 동영상이 젊은이들의 터치를 이끈다. 명상 전문가가 안내하는 대로 손쉽게 명상의 세계에 빠져들 수 있다.
▶명상을 하면 집중력도 높아지고 이해력도 향상된다. 금강선원에서 진행하는 명상캠프에 참여한 청소년들이 명상에 빠져 있다. | 금강선원
동양철학 접목하고 팟캐스트도
명상 지도자들도 젊어지고 있다. 김도인(36) 씨는 서울 강남에서 손꼽히는 ‘핫’한 명상가다. 대학에서 동양철학을 전공한 김 씨는 본명(김민선) 대신 도인(道人)이라는 이름으로 활동한다. 10대부터 60대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사람들이 그를 통해 명상의 세계로 입문한다. ‘리프레쉬 마인드’라는 명상원을 운영하는 김씨는 4년 전부터 명상 관련 팟캐스트를 통해 인지도를 높였다. 애초 내성적인 성격의 김 씨는 고등학교 2학년 때 명상을 접하고는 이후 죽 명상에 몰두해왔다. 그는 마음을 고요하게 만드는 집중 명상과 현실적인 문제의 해결 방안을 찾는 통찰 명상을 함께 이끈다.
지난 1월 9일 오후 7시, 선릉역 근처에 자리한 그의 명상원에는 다양한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대부분 20~30대 회사원이다. 이날 명상의 주제는 ‘슬픔’. 동양철학을 전공한 탓인지 명상 프로그램의 명칭은 소요유(逍遙遊). 장자의 유유자적한 삶을 따르라는 뜻인가? 부제는 ‘자유로운 시간을 모으다’이다. 먼저 주역의 간(艮)괘를 설명한다. 물(--) 위에 산(-)이 겹쳐 있다. 첩첩산중의 어려움이다. 그리고 40개 항목의 스트레스 지수부터 체크하라고 한다. 잠을 못 자거나 신경안정제를 먹거나 심장 두근거림을 느낀다거나 강박증, 질투심, 열등감, 불안감 등에 시달린다에 ‘그렇다’고 생각하면 2점, ‘약간 그렇다’면 1점, ‘전혀 그렇지 않다’는 1점이다. 합계가 30점 정도면 스트레스 강도가 평균이다. 40점 이상이면 ‘심리적 탈진’ 상태다. 18명 가운데 4명이 40점 이상이라고 손을 들었다. 김 씨는 “아마 아침에 눈을 뜨고 싶지 않거나, 먹고 싶은 것이 거의 없고, 인간관계를 다 끊고 싶은 단계일 것”이라고 진단한다. 대부분은 30점 이상. 김 씨는 20점 이하인 사람은 손 들라고 한다. 아무도 안 든다. 현실에 무감각하거나 윤회 종결 수준의 경지에 이른 사람이라고 한다. (기자는 8점. 지극히 현실에 무감각한 탓이리라.)
이어서 ‘인사이드 무비’ 명상이다. 과거 슬펐던 순간을 떠올리고 왜 그런 상황에 이르게 됐는지, 마치 영화 보듯이 떠올리라고 한다. 15분간의 명상이 끝나자 질문이 쏟아진다. “왜 한 가지 슬픈 순간에서 벗어나지 못하나요?” “굳이 슬픈 순간을 떠올리라고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이어지는 질문에 김 씨는 막힘없이 답변한다. “더 이상 똑같은 문제로 슬퍼하지 않기 위해서입니다. 경험치가 같은 슬픔에 빠지는 것을 방지합니다.” 그러곤 김 씨는 편히 누우라고 한다. 지극한 이완이 깊은 편안함을 가져오기 때문이다.
▶차훈명상은 찻잎의 성분이 얼굴 피부를 통해 몸속으로 들어가 몸과 마음을 건강하게 만든다고 한다. 분당에 있는 산띠요가원 회원들이 차훈명상에 몰두하고 있다. | 산띠요가원
산소 소모량 줄고 뇌 기능 활발
명상의 방법도 다양해지고 있다. 마시는 차의 뜨거운 기운을 얼굴 전체에 느끼며 심리적 안정을 찾는 ‘차훈명상’이 새로운 트렌드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 1월 11일 경기도 분당의 한 요가원. 10여 명의 수련생이 뜨거운 찻물을 자기 앞에 있는 큰 찻그릇에 붓는다. 물이 쉽게 식지 않도록 두껍게 제작한 도자기 찻그릇에는 녹차가 뿌려져 있다.
얼굴을 그릇 위로 가까이 갖다 대고, 큰 수건으로 얼굴을 덮는다. 차(茶)를 파자하면 위의 잎(草)과 아래의 나무(木), 그리고 사람(人)이 가운데 있다. 하늘의 기운을 받아들이는 잎과 땅의 기운을 받아들이는 뿌리·줄기를 사람이 취하는 형상이다. 훈(燻)은 물질에 열을 가해 물질의 기운을 밖으로 끄집어내는 기법이다. 뜨거운 김을 타고 나오는 찻잎의 기운에 영양 성분과 함께 의식을 밝혀주는 에너지가 있다고 한다. 차훈명상을 보급하는 이경희(59) 씨는 “먼저 숨을 가슴으로 크게 들이쉬고 내뿜으며 몸을 이완하고, 내 몸을 푸른 하늘의 흰 구름처럼 여기다가, 숨을 내쉬며 구름이 사라진다는 생각을 해서 마음을 이완시키며 차훈명상의 준비를 한다”며 “뜨거운 물에서 증발돼 올라오는 차향을 깊이 들이마시고 내쉬는 조식훈기 수련을 한다”고 설명한다. 10분 정도 수건을 덮고 있다가 상체를 펴고 합장하는 도인 호흡을 하는 수련생의 얼굴에서는 굵은 땀과 함께 생기가 풀풀 피어난다.
20년 전부터 청소년들에게 명상 지도를 해오고 있는 금강선원 혜거 스님은 호흡과 명상의 상관관계에 대해 명확하게 설명한다. “명상을 하면 심장박동이 잦아들고, 피의 흐름이 늦어지면서 전체적으로 산소 소모량이 줄어듭니다. 그렇게 생긴 여분의 몸속 산소가 뇌로 들어가면 뇌의 기능이 활발해집니다. 뇌 기능이 활발해진다는 것은 곧 머리가 좋아진다는 뜻입니다. 기억력과 이해력이 높아지니 명상을 하는 학생은 자연스럽게 공부도 잘하게 됩니다.”
이길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