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림슈퍼’ 대표는 자신이 어린 시절 다녔던 슈퍼마켓 자리에 기존 슈퍼마켓 간판을 그대로 둔 채 커피숍을 차렸다.
▶밀림슈퍼’의 빈티지한 메뉴판│밀림슈퍼 인스타그램
뉴트로족이 좋아할 만한 복고풍 공간에는 개성 있는 사연이나 공간을 꾸린 이만의 특별한 뜻이 숨어 있는 경우가 많다.
순천시 역전길에 지난해 10월 초 문을 연 밀림슈퍼(@funme_malco)는 고향이 순천인 현인석 씨가 차린 커피숍이다. 어릴 적 다니던 슈퍼마켓 ‘밀림슈퍼’ 자리에 간판을 그대로 둔 채, 같은 이름의 커피숍을 열었다. 현씨는 “복고 그리고 뉴트로가 유행이어서 시작했다기보단 개인적으로 어릴 적 추억이 그립고 곱씹고 싶어서, 다른 사람들에게도 편안한 옛날 감성을 느끼게 해주고 싶어서 꾸렸다”고 소개했다. 1020세대 중엔 “할머니 집 같다”며 찾아오는 이들도 있다. 이곳의 대표 메뉴는 ‘밀림슈페너’다. 아인슈페너는 아메리카노에 크림을 올리지만 밀림슈페너는 라테 위에 크림을 올려준다.
▶옛날 다방을 연상케하는 ‘사공다방’ 내부
▶사공다방’에서 판매하는 로열 밀크티와 쌍화차│사공다방 인스타그램
낮에는 다방이었다가 밤이면 술집이 되는 독특한 복고풍 공간도 있다. 대구 중구에 있는 사공다방(@40dabang)은 밤이 되면 ‘디스크봉’이라는 술집으로 변한다. 사공다방 대표는 사공혜영 씨. 다방 이름은 대표의 성에서 따온 것이다. 사공 씨는 “저녁에 디스크봉에서 아르바이트했는데 주인이 낮에 이 공간에서 커피 등 음료를 파는 것도 괜찮겠다며 허락해주셔서 낮에는 내가 다방을 운영한다”고 설명했다. 1980년대 옛날 다방에 온 듯한 분위기를 연출해주는 가죽 소파와 미러볼 등이 눈에 띈다. 이곳에선 드립커피, 쌍화차, 로열 밀크티 등을 판매한다. 요즘처럼 추울 땐 “감기 걸렸으니 쌍화차 한 잔 주세요”라고 말하는 젊은이들도 있다.
▶카페 ‘컴페니언’의 빈티지한 컵, 쟁반들│컴페니언 인스타그램
초콜릿보다 양갱… 어머니 냄새도
포항시 남구 상공로 남부시장 맞은편에 있는 카페 컴페니언(@companion_b1) 자리에는 예전부터 다방이 있었다. 옛날 역사를 그대로 살리자는 뜻에서 1980~1990년대 복고 분위기를 연출했다. 대표 박상민 씨는 “포항 시내에서 카페를 할 때 손님에게 옛날 컵에 커피를 내드린 적 있는데 반응이 생각보다 좋았던 기억이 있어 빈티지한 콘셉트로 이 자리에 카페를 열었다”고 했다.
▶‘마가?’에서 판매하는 양갱│마가? 인스타그램
디저트 카페도 아닌 ‘양갱 카페’는 어떤 배경에서 탄생했을까. 서울 마포구 망원동에 위치한 마가?(@mrs.magaret)은 양갱을 전문적으로 만드는 상점이자 카페다. ‘초콜릿보다 더 좋은 양갱’을 지향하는 이곳에선 대표인 김지원 씨가 직접 만든 수제 양갱 그리고 우유에 달달한 팥앙금을 넣은 팥라테 등을 맛볼 수 있다. 김씨는 밸런타인데이 초콜릿 대신 초콜릿 모양의 양갱을 선물하려고 양갱을 만들어본 것을 계기로 지금 직업을 갖게 됐다. 이곳에선 제철 과일이나 유자, 고구마, 단호박 등 다양한 재료를 넣은 한국식 양갱을 만나볼 수 있다. 카페에는 그가 ‘따뜻하고 정겹다’고 기억하는 어머니의 젊은 시절 빈티지 물건들도 함께한다. 김 대표는 “양갱이 할머니들 전유물처럼 느껴지는데 젊은 사람들도 캐주얼하게 즐길 수 있는 메뉴가 됐으면 한다”고 했다. 올해 설에는 예쁜 보자기로 포장한 양갱 선물세트를 선보일 예정이다. 설 명절 주문 작업으로 카페는 2월 9일까지 문을 닫고 양갱 상점만 운영한다.
▶‘롤캣’에서 스케이트를 타는 20대들│한겨레
인천 남구 숭의동에 위치한 국내 최초의 카페형 롤러스케이트장 롤캣(@rollcat_)도 뉴트로 세대가 즐겨 찾는 장소다. 권기범 대표가 이 공간을 열게 된 계기는 아들 덕분이다. 2016년 오픈 당시 갓 초등학생이 된 아들과 같이할 시간이 부족하다는 생각에 아이와 함께 즐길 만한 공간을 생각하다 실내 롤러스케이트장을 차렸다. 롤러스케이트가 잘 미끄러지지 않으면서도 주행에 불편함이 없는 트랙을 만들고자 트랙 공사를 여러 번 했다는 사연도 있다.
▶카페 ‘프?츠’에 걸려 있는 일력│김청연 기자
자개장, 일력 등 복고 소품 필수
이런 레트로 공간에는 복고 소품이 최소 하나씩은 있다. 젊은이들로 북적이는 카페에 가면 많이 보이는 게 자개장이다. 과거 ‘부의 상징’이었다가 1980년대 이후 아파트 문화가 자리 잡고 붙박이장이 생기면서 사라졌던 자개장은 1020세대의 SNS 속 사진에서 그 화려함을 뽐낸다.
자개장처럼 인기를 얻는 과거 물건 중 하나가 ‘일력’(日曆)이다. 달력이 한 달 치 날짜를 보여준다면 일력은 하루 치 날짜만 보여준다. 하루가 지나면 종이 한 장을 뜯어내야 한다는 게 특징이다. 기존 복고풍 일력을 새롭게 변형한 디자인 일력도 등장했다. 배달의민족 ‘배민문방구’는 ‘2019 일력. 여기여기 붙어라’라는 이름으로 국내 최초의 포스트잇 일력을 내놨다. 젊은 층에게 사랑받고 있는 복고 스타일 커피 전문점 프?츠는 펠트(FELT), 세컨드커피 등과 연합해 매 장마다 브랜드 로고가 들어간 일력을 제작하기도 했다.
일력을 거는 가정도 늘고 있다. 새해 인터넷을 통해 일력을 사서 집에 걸어뒀다는 서울시 강북구 양희영(27) 씨는 “번거롭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하루를 보내고 종이를 뜯으면서 ‘오늘 하루도 잘 보냈네. 수고했어’라며 스스로를 다독여줄 수 있어 좋다”고 했다.
포항 컴페니언에서는 ‘딸기크림라떼’ 등 비교적 현대적인 음료를 둘리 캐릭터가 그려진 빈티지 컵에 담아준다. 레트로 공간에서 빈티지 컵에 요즘 유행하는 음료를 담아 인증샷을 찍는 것도 유행이다. 특히 20~30년 전 음료 판촉물로 만든 빈티지 컵이 가장 사랑받는 아이템이다. 이런 컵에는 게토레이, 썬키스트, 베지밀, 오란씨, 칠성, 서울우유, 아침햇살 등 지금도 친숙한 음료 브랜드의 옛 로고나 이름이 적혀 있다. 구하기 어려운 빈티지 컵은 ‘중고나라’에서 꽤 비싼 가격에 거래되기도 한다. 그 밖에 꽃무늬가 있는 양은 쟁반, 초록 색깔에 하얀 네모 무늬가 있어 ‘개구리 그릇’이란 별칭으로 불리는 멜라민 식기 등도 뉴트로족이 찾는 분식점 등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복고 소품이다.
기업들도 새 제품에 레트로 디자인
이렇게 옛날 아이템이 주목받자 기업들은 새 제품에 레트로 디자인을 선보이기도 한다. 삼양식품은 장수 스낵 ‘별뽀빠이’의 레트로 디자인을 적용한 ‘뽀빠이우유’ 2종을 출시했다. 뽀빠이우유 2종은 슈퍼 푸드 귀리의 영양을 담은 ‘뽀빠이 귀리우유’와 초콜릿의 달콤함을 담은 ‘뽀빠이 초코우유’로 구성돼 있다. 패키지에는 삼양식품의 대표 장수 스낵인 별뽀빠이 레트로 디자인을 적용했다. 1980년대 사용했던 삼양식품의 로고와 서체 등을 활용한 복고풍 디자인이다.
박물관에서나 볼 법한 앤티크한 디자인의 블루투스 스피커도 나왔다. 브리츠의 축음기 모양 블루투스 스피커 ‘BZ-S2018’ 등이 대표적이다. 이 스피커는 소리를 재생할 수 있는 최초의 장치인 1800년대 축음기 외형을 그대로 재현한 것인데, 메탈 재질의 하우징에 나무 질감을 살려 고풍스러운 앤티크한 멋을 살렸다.
복고 느낌 가득한 공간과 소품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을 때는 패션도 복고풍으로 톤을 맞추는 게 좋다. 요즘 패션가에서는 옷을 크게 입는 ‘오버사이즈 패션’이 인기다. 배우 정려원, 혁오밴드의 리드보컬 오혁처럼 ‘아버지 정장’ 콘셉트로 차려입고 사진을 찍으면 SNS 속 ‘인싸’(인사이더(insider)의 줄임말로, 아웃사이더와는 다르게 무리에 잘 섞여 노는 사람들을 말함)가 될 수도 있다.
김청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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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K-공감누리집(gonggam.korea.kr)